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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에 생각하는 대한민국 건국의 의미

[사설] 8·15에 생각하는 대한민국 건국의 의미
[조선일보 2006-08-14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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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517명에게 ‘대한민국 建國日건국일이 언제인지 알고 있는가’ 물었더니 67.1%가 ‘모른다’고 답했다. ‘8·15’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해방’(87.6%)이 압도적인 반면, ‘건국’은 5.1%로 ‘분단’(5.8%)에도 미치지 못했다. 8·15는 1945년 日帝일제에서 해방된 날이자 1948년 대한민국이 탄생한 날이다.


 

대한민국은 건국 당시 親日派친일파 청산을 제대로 못했다는 지적도 받았고 分斷國분단국이라는 한계를 안고 출발한 것도 사실이다. 1960년대까지는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처지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 11위 경제대국이라는 오늘 대한민국의 성적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선택한 우리의 進路진로가 옳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2차대전 후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나라 중에 산업화·민주화에 모두 성공한 국가가 대한민국 말고 다시 있는가. 이번 갤럽조사에서 건국 이후 역사를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 68.8%에 이른 것은 국민 대다수가 우리 現代史현대사의 선택을 찬성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월 15일을 건국일로 떠올리는 국민이 너무 적다는 사실은, 민주체제를 지켜 온 지난 60년 성취의 건국史사를 모독하고 부인하는 세력이 기승을 부리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左派좌파 계급주의가 눈 먼 민족주의와 결합해 건국의 정통성을 否定부정하는 자기파괴적 역사관이 우리 사회에 똬리를 틀게 된 것이다. 급기야 이 나라엔 “남한만의 정부가 세워진 것은 통일 민족국가 수립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뜻했다”며 건국의 의미를 깎아내리는 고교 근·현대사 교과서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을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得勢득세한 역사”라고 집권세력이 단정하는 세상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8·15의 이름을 光復節[광복절] 대신 建國節[건국절]로 하자는 제안들은 젊은 세대의 올바른 역사관을 위해서라도 검토할 만하다. 1948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이 이뤄낸 현대사 성취의 起點기점이다. 모두가 뜻을 모아 기념하고 축하해도 부족하지 않을 날이다. 건국일을 푸대접하면서 나라의 자존심을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