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징기스칸과 한.미 FTA

차관포럼]칭기즈칸과 한·미 FTA/유영환 정보통신부 차관
[파이낸셜뉴스 2006-07-24 00:12]
지난 5월 노무현 대통령이 몽골을 방문했을 때 남바린 엥흐바야르 대통령은 몽골 민족과 칭기즈칸을 새로운 시각에서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몽골이 칭기즈칸 시절에 강성했던 것은 교통과 통신 인프라를 잘 갖췄고 다민족을 포괄 수용하는 개방성에다 무엇보다 자유무역을 신봉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한·미 FTA 협상을 둘러싸고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물론 개방에는 부작용이 따를 수 있고 피해 계층도 생길 수 있다. 한·미 FTA가 우리 경제의 문제점을 치유할 만병 통치약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보자. 한·미 FTA 효과를 어떻게 활용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러기에 세계 흐름과 우리 현실을 제대로 보는 눈이 필요하다.

FTA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 흐름

먼저 세계 흐름을 보자. 세계는 지금 다자간 무역체계에서 FTA 체결을 통한 지역 내 개방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여러 나라들은 더 큰 시장을 먼저 차지하려고 앞 다투어 FTA를 추진하고 있다. 체결 건수가 2006년 7월 현재 197건에 이르고 세계 교역량의 50% 이상이 FTA 틀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이 1조5000억달러(2004년 기준)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수입시장이라는 사실도 깨달아야 한다. 그 규모(16.5%)는 일본(4.9%), 중국(6.1%), 아세안(5.4%)을 모두 더한 것과 비슷한 정도로 크다. 정보기술(IT)분야만 보더라도 시장 규모는 8300억달러(2005년 기준)로 세계 IT시장의 30% 정도에 이른다. 그렇다면 우리 현실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대외교역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이르는 말 그대로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끊임없이 해외시장을 개척하지 않으면 새로운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특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IT강국’ 재도약 기회 삼아야

그런 우리로서는 지금의 개방과 지역주의 추세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국가간 경쟁에서 밀려날 우려가 크다.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로서 받아야만 하는 불이익은 이미 우리 업계가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다.

특히 미국시장에서 우리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95년 3.3%에 이르던 우리 제품의 전체 미국 시장점유율은 2005년 2.6%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제품은 6.1%에서 14.6%로 2배 이상 높아졌다.

우리가 자랑하는 IT 분야에서도 최근 그 성장세가 더디다. 미국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한국이 지난해 5% 성장에 머물 때 일본은 50%, 중국 또한 10%포인트 수준 성장했다. 대표적 대미 수출 품목인 무선통신 단말기 역시 중국이 우리나라를 7%포인트 차로 추월했다.

이는 우리 기업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시킨다. 왜 미국과 FTA를 맺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한·미 FTA는 우리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 제품에 대한 관세가 1%만 낮아져도 미국시장에서 경쟁국보다 훨씬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분명 미국은 우리가 반드시 확보해야 할 시장이며 한·미 FTA는 우리 경제 도약을 위한 기회이고 도전이다. 칭기즈칸의 몽골이 호령하던 위치에 우리가 다시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