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마을
실걸이꽃 4 본문
실걸이꽃 4

실걸이꽃
실걸이꽃은 주로 해안가에서 자생하는 꽃으로 전설에 의하면 한 어부의 아내가 남편을 기다리다 영영 돌어오지 않자 해안가에서 바다에 몸을 던져 죽고 난 다음에 그 영혼이 환생하여 해안가에 자생한 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꽃밭을 지나가면 낚시 바늘같은 가시가 옷에 걸리면 뿌리가 뽑힐지언정 가시가 부러지지 않는다고 한다. 일명 옷걸이꽃이라고도 한다.

사랑해선 안될 사람
나는 면회실 한쪽 구석진 자리로 그녀를 안내했다. 음료를 시켜놓고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얼굴은 보통, 수수하고 복스럽게 생긴 얼굴을 보니 고생없이 귀하게 자란 얼굴이었다.
"어떻게 저를 찿아오셨어요?"
나는 맞은 편 의자에 앉으면서 단도입적으로 물었다.
나의 질문에 그녀는 얼굴을 붉히면서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나의 강렬한 눈길을 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살며시 웃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그녀는 자신이 혜연이와 같은 방을 사용하는 기숙사 롬메이트라고 했다. 혜연이는 1학년이 시작하자마자 놀라운 미모에 주변 남학생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으며 간호학과에서 인기가 최고였다고 한다. 동아리 활동은 물론 당시 젊은 대학생들에게 유행하던 미팅이 성행했는데. 혜연이는 그때마다 남학생들이 따라오고 편지하고 만나자고 졸라대고 사방에서 그녀에 대한 쟁탈전이 벌어졌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혜연이는 점차 스스로 자존감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도도했지만 모두가 흠모하는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가 1학기를 마치고 오빠와 같은 대학에 다녔는데, 두 자녀 학비를 동시에 부담하기 이려운 부모님을 위해 오빠와 교대로 휴학하면서 다니기로 하여 혜연이가 2학기에 먼저 휴학을 했다고 했다.
그래서 혜연이가 휴학하자 내가 보낸 편지가 계속 편지함에 쌓여갔다고 한다. 그러다가 같은 롬메이트인 자신이 보기에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어 내가 보낸 편지를 하나하나 읽어보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계속 내 편지를 읽다보니 나의 편지에는 헤연이에 대한 간절함이 넘쳐나 자신이 보기에 너무나 안타깝기도 하면서도 나에 대한 호감이 점차 들더란다. 그래서 고민고민하다가 용기를 내어 혜연이 소식도 알려줄겸 이렇게 나를 찿아왔다고 한다.
"아~~ 그러셨군요!"
그녀는 얼굴을 붉히면서 다소곳하게 앉아서 내 눈빛을 찬찬히 쳐다보았다.
"......"
나는 혜연이의 근황을 알려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 일었지만 순간 남의 편지를 뜯어보았다는 행위에 기분이 나빴다. 이런 감정이 교차하면서 내 마음 속에는 어떻게 이야기를 이어갈 것인지 한참 망설여졌다. 그녀가 나를 찿아온 것을 보면 그녀는 혜연이 소식을 나에게 알려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만약 내가 혜연이를 포기하고 먼저 자기에게 마음의 문만 연다면 나에게 인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 같았다.
그러나 한편 난 혜연이와 사귄지가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이렇게 쉽게 마음이 변한다면 나는 혜연이를 사랑했던 남자가 아니다. 나는 갈대같은 남자가 아니며 그렇게 쉽게 마음이 변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대한민국을 짊어질 어엿한 대한민국 육사 생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 잠시 생각을 하다가 단호하게 이렇게 말했다.
"남의 편지를 그렇게 뜯어보시면 그것은 불법이고 도덕적으로 용남받 수 없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헤연이 소식을 전해주신 점에 대해서는 대단히 감사합니다만 저 기분은 나쁩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제가 할 말이 없습니다 ......"
순간 그녀는 이런 말을 하면서 움찔했다. 그리고는 한참 고개를 숙이고는 말이 없었다. 이렇게 말을 던진 이상 더 이상 이 자리에 머물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말이 없었고 그녀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도 혜연이와 같은 나이대라 한창 이성에 대해서 눈을 뜰 시기라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녀도 누구나 마찬가지로 이성을 찿아헤매는 한창 젊은 여성이기 때문이었다. 내편지를 읽어보다 보니 이 정도로 이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정도의 사람이라면 자신이 사귀어볼 만하다고 생각하고 나를 찿아온 것일게다. 이렇게 많은 생각이 나의 머리 속을 스쳐 지나 갔다.
"그런 행위는 올바르지 못한 행동이며 문제가 될 소지가 있으며 다시는 그러지 마시라"
나는 마음 속으로는 상처를 주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이렇게 단호하게 말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난 그녀가 돌아가는 모습도 보지 않고 바로 생도 내무반으로 그냥 돌아와 버렸다. 난 돌아와서도 책상에 앉아 창밖을 보며 한참을 생각했다. 그녀는 자존심이 매우 상했을 것이다. 내가 너무했나? 주말에 이렇게 먼 곳까지 어렵게 찿아왔는데 말이다. 나는 가을 바람에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창가에 서서 그녀가 사라진 면회실 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