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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걸이꽃 3 본문
실걸이꽃 3

실걸이꽃
실걸이꽃은 주로 해안가에서 자생하는 꽃으로 전설에 의하면 한 어부의 아내가 남편을 기다리다 영영 돌어오지 않자 해안가에서 바다에 몸을 던져 죽고 난 다음에 그 영혼이 환생하여 해안가에 자생한 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꽃밭을 지나가면 낚시 바늘같은 가시가 옷에 걸리면 뿌리가 뽑힐지언정 가시가 부러지지 않는다고 한다. 일명 옷걸이꽃이라고도 한다.

아름다운 인연의 꽃이 떨어지다
이른 봄에 성급하게 핀 목련과 벚꽃이 비바람에 속절없이 떨어지듯이 아름다운 인연의 꽃이 떨어지고 있었다.
혜연이는 서울의 모대학 간호학과에 합격하여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다. 나도 4학년에 진학하여 마지막 남은 생도 생활 1년을 열심히 보내고 있었다. 1년 후에는 4년 간의 생도 생활을 마치고 졸업이기에 내무생활을 비롯하여 모든 게 여유로운 생활이었다.
4학년은 할아버지처럼 1, 2학년을 손자처럼 예뻐해주지만 3학년은 항상 엄하게 대하는 형태였다. 일반 병사들이 입대하여 일병에서 시작하여 병장이 되면 그때부터 제대하는 그날까지 군생활은 여유롭게 하듯이 육사 4학년도 임관을 앞두고 소대장 실습과 각자 병과를 선택하고 준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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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

매화꽃이 만발한 팔당댐 가는 자전거길, 이런 매화꽃이 열리는 나무에는 나중에 매실이 열매로 달린다. 매실이 몸에 좋다하여 매년 매실로 발효액을 만들어 각종 음식에 넣어서 요리를 하고 있다.

북한강 철교

븍한강 철교 자전거길 전경
북한강을 건너는 옛 철교를 자전거길로 개조한 것인데, 이곳을 지나갈 때는 항상 설래고 시원한 바람이 불면서 주변 북한강 절경에 절로 즐거움이 넘쳐난다.

막국수
나는 일주일에 통상 두 번 정도 양수리역 근방에 막국수를 먹으러 간다. 그때마다 이 북한강 철교를 지나간다. 바닥이 나무로 되어 있어 그 울림이 우렁차다.
나는 통상 막국수를 곱빼기로 먹는데 양이 너무 많아 주인 아주머니께 양을 좀 줄여달라고 했다. 이 집은 다른 집과는 달리 막국수 양념맛이 특별나서 내 입에는 매우 잘 맞는 맛있는 막국수를 먹고 있다.

양수리 방향 전경

운길산역 방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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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전반기 6월 경엔가 혜연이가 처음으로 육사에 면회를 온 적이 있었는데, 같이 교내 공원 벤치에 앉아 이야기 하다가 혜연이는 어머니가 말씀했다면서 이런 말을 했다.
"혜연아, 그 생도를 친구나 오빠 이상으로 너무 깊이 사귀지는 말라. 엄마가 아빠하고 결혼해서 군인의 아내가 되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온 것인지 너는 잘 알지 않느냐"며 어머니께서 당부했다는 것이다. 난 그말을 듣고 한참 생각했다.
"......"
난 깊은 고민에 빠졌고, 순간 머리에 큰 돌을 맞은 것처럼 멍한 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말씀하셨어?"
"네 ......"
그리고 우리는 한참 아무런 말이 없이 앉아 있었다. 혜연이도 아무런 말을 잇지 못했다. 어머니의 요청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고 자신도 여자로써 장차 남편을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여자의 인생이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난 이렇게 생각했다.
' 그렇지 어머니가 군인의 아내가 되어 그동안 고생만 하고 남편이 중도에 예편을 당하였으니 마음이 오죽이나 아팠을까. 그래서 자신의 딸은 자기와 같은 불행한 삶을 살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내가 부모라면 나도 그랬을 것이다. 결국 난 혜연이 어머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누구는 부모가 반대해도 결혼해서 미인을 얻는다지만 나는 자신이 없었다. 우리는 더이상 사귀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았다.
난 그 말을 듣고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면서 더이상 혜연이를 사귈 자신감을 상실하게 되었다. 미모만 보고 무리하고 저돌적으로 그녀를 억지로 군인의 아내를 만들기에는 내 양심상 그분들에게 평생 많은 고통을 주는 것 같아 내 스스로 물러서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리고 사실 내가 혜연이를 행복하게 해줄 자신도 없었다. 박봉의 군인이 아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있다면 몰라도, 통상 군인은 박봉이라 경제적 여력이 안되기 때문이고, 또 전.후방으로 수십 번씩 수시로 이사를 다녀야 하고, 자녀들이 자라는 환경이나 여건도 열악하고, 시골이라 문화 혜택도 거의 없는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가족들의 고생이 엄창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모시는 상관과 마누라의 성품에 따라 아부를 하지 못하면 진급도 어렵고 비리도 많아 인맥과 가진 것이 없는 군인은 험지로만 전전하기 마련이다. 수도권에는 인맥이 좋은 약삭빠른 친구들이 먼저 갖가지 방법으로 주요 진급 자리를 누구보다도 먼저 차지하고 앉아 진급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난 보직과 진급을 위해 누구를 찿아가거나 부탁할 사람도 없었지만 인사나 보직 담당 부서 장교에게 전화 한번 한 적도 없었다.
군인은 임관 후 계속해서 진급하여 장군이 되고 또 4성 장군이라는 최고 계급에 오르고 총장, 합참의장, 국방장관을 역임하면 그 군인은 최고로 성공한 군인이다. 장군만 되어도 그렇지만 4성 장군인 총장이 되면 가장 성공한 군인이다. 그렇다고 그런 사람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초래하지는 않지만.
면회온 혜연이의 모습을 보니, 대학에 들어간 후 봄에 피는 벚꽃이나 목련처럼 무척 화사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이제 어엿한 숙녀가 되어 자신감과 자존감이 용솟음치고 있었고 화장이나 입은 옷, 패션 등 모든 모습이 물오른 꽃망울처럼 활짝 피어나고 있었다. 그사이 무척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1학년이 되자 각종 동아리 활동이나 미팅을 할 때마다 혜연이의 미모에 끌린 남학생 파트너들이 너도나도 줄기차게 찿아 오고 구애를 한 모양이라 이제는 자존감은 물론 남자를 보는 눈 높이도 높아져 있었다. 여자는 미모가 자신감이요 권력이라 당연한 변화였다.
그간 2년 동안 열심히 나의 생각과 사고의 울타리를 속에 가두어 두려했지만 이제는 그 울타리를 벗어나고 있었고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온 새끼 병아리처럼 두려움도 없어 보였고 자신감만 충일해 보였다.
' 아~~ 이제는 혜연이가 내 손을 벗어나려고 하고 있구나......'
그것은 봄철 강한 비바람에 속절없이 꽃잎들이 떨어지는 것처럼 나의 인연의 꽃도 떨어지고 있었다.
여름이 되자 4학년은 하계 공수 훈련이 김포 제1공수부대에서 실시되었다. 당시 공수단장은 잘나가던 전 모 장군이었다. 아침 구보는 물론 각종 체력 단련, 낙하 자세로 뛰어내리는 8자 돌림이라는 모형 낙하 접지 훈련, 인간이 가장 두려워한다는10미터 높이의 막타워 뛰어내리기, 송풍 훈련, 체력단련 등이 정신없이 진행되었다. 당시 아침에는 처음으로 식사대신 빵과 우유가 나왔는데 식사 후 구보를 하게 되면 입에서 빵냄새가 진동했다. 동기생들이 모두 이런 모든 고통을 꿋꿋이 견디어내는 것을 보면 그들도 졸업과 소위 임관이라는 목표를 위해 참고 이겨내고 있었다.
마지막 주 점프 훈련은 김포 공항에서 C-46 비행기를 타고 행주대교 건너편 한강변에 뛰어내리는 공중낙하였다. 공항 할주로 한편에서 낙하산을 지급받고 군장을 정리하여 줄을 달아 앞에 달고 비행기 차례를 기다리며 교관이 주의 사항을 하달하고 인원을 편성하여 대기한다. 팀별로 30명 정도로 각 팀은 차례가 오자 주 및 얘비 낙하산 개인 화기와 베낭을 메고 처음으로 비행기에 오른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가슴은 쿵닥거린다. 아차하면 죽음의 길이다. 모두가 긴장된 얼굴로 심각한 표정이었다.
비행기에 오르면 양편으로 줄지어 앉아 안전벨트를 메고 출발을 기다린다. 조금 후 비행기가 서서히 움직이더니 굉음을 내면서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을 날아오른다. 비행기 내부 양편 의자에 30명 정도 줄지어 앉아 있는 동료 생도 모두가 긴장된 얼굴에 사색이 되어 있었다.
비행기는 굉음을 내면서 날다가 잠시 후 목적지 근방에 도착하면 빨간 불이 들어온다. 그러면 비행기 굉음 속에서 강하 교관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낙하 5분 전!"
모두가 두려운 눈빛으로 교관을 바라본다. 조금 있다가는
"낙하 1분전!"
빨간 불이 꺼지고 다시 파란 불이 들어오면, 강하 교관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뜻이다.
"고리 걸어~~!!!"
강하 교관의 힘찬 구호에 따라 모두 일어서서 주낙하산 생명고리를 줄에 건다. 그리고 종종걸음으로 앞사람과 밀착하면서 개방된 출입문으로 걸어간다. 생명 고리를 걸지 못하면 자유낙하하여 그대로 땅에 쳐박혀 즉사하게 된다. 조교들이 생명고리 점검을 모두 마치면 교관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출입문을 향해 손을 가리키며
"뛰어!!!"
그 소리와 동시에 교관이 주춤거리는 선두 생도를 뒷발로 엉덩이를 걷어차 버린다. 선두가 뛰어내리면 뒤이어 앞사람을 따라 줄지어 흘러나가듯이 이를 악물고 비행기 문을 박차고 뛰어 창공으로 몸을 던진다. 순간 아찔함에 잠시 기절했다가 낙하산 줄이 어깨를 세게 잡아당기는 힘에 눈을 뜬다.
몸은 낙하산에 매달려 하늘 높이 둥실둥실 흔들리며 구름 사이로 내려간다. 아래는 한강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하얀 물결, 모래 사장, 넓은 풀밭이 눈 아래 펼쳐진다. 그제야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동료들이 서로 소리를 지르며 손짓을 하면서 흔들리는 아래 땅을 구경한다. 짙푸른 한강이 햇빛에 반짝이며 눈부시다. 강변 모래밭과 풀밭이 보이는 곳이 우리가 접지할 장소다. 바람에 낙하산이 휩쓸려가지 않도록 줄도 당겨보고 방향도 조종해본다. 빙글빙글 돌면서 땅이 점점 크게 빠른 속도로 내게 다가온다. 접지 자세를 취하자마자 바로 땅에 꼬꾸라지며 딩군다. 아! 살았다.
3회는 지상 점프, 1회는 야간 점프를 실시했다. 처음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순간은 하늘을 나는 새 같았다. 점점 다가오는 지상 물체가 크게 보일 수록 접지의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접지를 성공하면 안도의 숨을 내쉬며 낙하산을 접으면서 내려오는 동료를 쳐다본다. 점프가 계속될수록 점차 자신감이 생겼다. 훈련이란 같은 동료들이 같이 있기에 서로 자신감을 얻기 마련이;다.
마지막 야간 점프는 어둠의 공포가 엄습했지만 딜빛과 서울 야경을 보면서 무사히 땅에 접지했다. 집결지에 도착하니 막걸리와 돼지머리 고기가 준비되어 있었고, 팁별로 생도들이 다 모이자 교관의 지시로 모두 자신의 군화를 벗어 막걸리를 가득 채웠다. 땀냄새나는 군화에 그대로 막걸리를 부었다. 더럽고 불결하고는 무시되었다. 교관이 막걸리를 마시라고 했다. 모두 눈에는 광채가 빛나고 있었다. 모두 이를 악물고 고통과 공포를 이겨내며 무시히 공수 낙하를 마쳤다는 기쁨에 들떠 있었다. 교관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악으로! 깡으로! 를 외치며 각자 군화 속에 출렁이는 막걸리를 마시기 시작했다. 잠시 후 다 마신 생도는 군화를 머리 위로 꺼꾸로 올려 흔든다. 다 먹었다는 표시다. 오랫만에 마시는 막걸리로 머리가 핑 돌았지만 금방 사라진다. 막걸리를 마시자마자 교관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주먹을 불끈쥐고 아래위로 힘차게 흔들며 우렁찬 목소리로 군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훈련을 마친다는 후련함에, 그리고 낙하를 성공했다는 자신감에 피와 용기가 들끊고 있었다. . 우리는 군가를 힘차게 부르면서 트럭을 타고 부대로 돌아왔다.
나는 훈련 와중에도 인연을 끊지 못하고 틈틈이 혜연이 기숙사로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역시 아무런 답장은 오지 않았다. 완전히 마음을 돌린 것인가? 무슨 변고인지 왜 그럴까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하계 군사훈련 후 생도대로 돌아와서도 계속해서 가을이 다 지나도록 편지를 보냈으나 여전히 답장은 오지 않았다.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히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4학년 가을 축제인 화랑제 행사도 끝나고 졸업 준비 등 생도 생활도 정리 상태에 들어갔다.
졸업전 가을에 실시하는 화랑 축제 행사는 각자 예쁜 한복을 입은 여자 친구를 데려와서 후배들의 환호 속에 내무반으로 들어가서 내무실을 소개하고 넓은 식당으로 이동한다. 식당에는 4학년 생도와 파트너 전체 약 500~600명 정도가 모여 음식을 먹으며 서로 대화를 하고 음악에 맞춰 포그 댄스도 추면서 축제를 즐기는 행사였다. 행사가 끝날 때 쯤 식당 앞에서 밤하늘에 펼쳐지는 불꽃 놀이도 축제의 일환이었다. 여자 친구가 없던 나는 동료의 조카를 축제일 며칠 전에 소개받고 임시로 화랑제 파트너를 겨우 구해서 참가했다. 내 마음에는 별로였으나 그래도 동기생 체면을 봐서 행사 후 편지를 몇 번 보냈으나 아무런 답장이 없어 결국 그냥 헤어졌다.
그런데 바람에 낙엽이 휘날리는 10월 어느날 주말, 그 날은 외출을 하지 않고 4년을 정리하며 내무반에서 쉬고 있는데, 방송에 누가 나를 면회 왔다고 명단이 들려왔다.
면회올 사람이 없는데 누굴까? 혹시 혜연이?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누군지 알 수는 없지만 정복을 입고 일단 생도회관으로 나갔다. 그리고 생도회관에 들어서자마자 두리번거리며 나를 면회온 사람을 찿았다. 면회를 접수하는 3학년 당직 생도가 그 분에게 나를 안내를 했다. 그런데 그녀는 헤연이가 아니라 처음보는 한 미모의 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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