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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봄향기를 맡으며 자전거길을 달리다.

봄향기를 맡으며 자전거길을 달리다.

청평 에덴동산 벚꽃길 전경

4월이 시작되자 본격적인 자전거 주행 계절이 되었다. 겨울 동안 주행 코스로 망설이던 벗고개, 서후고개, 중미산 고개, 강촌 내륙길, 춘천가는 북한강 자전거길, 중랑천 자전거길, 새터와 팔당을 잇는 북한강 자전거길, 하남-팔당대교-양수역- 양평 자전거길 등을 차례로 주행하기로 했다.

4월 첯주부터 시작된 봄향기 넘치는 자전거길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먼저 벗고개와 서후고개를 넘어보기로 한 것이다. 양평가는 자전거길은 수도관 공사 중이라 개통이 늦어지고 있어 이 코스를 먼저 택한 것이다. 이 길은 공도라 혼자 다니기에는 좀 위험한 길이다. 무리를 지어 달리면 운전자들이 조심하지만 혼자 달리면 운전자들이 얕잡아 보기 때문이다. 사고가 나도 도와줄 사람이 없기도하다.

벗고개-서후고개-문호리-양수리 주행

수능리 마을 공도

구리/암사 대교를 넘어 하남을 거치고 팔당대교를 넘어 북한강 철교를 지나 양수역에 도착했다.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를 사면서 주인에게 양평 가는 자전거길이 완공되었느냐고 물었더니 국수역까지만 개통되었다고 한다. 중미산 고개를 넘어 오기에는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벗고개와 서후고개를 넘어 북한강변 길을 따라 돌아보기로 한 것이다. 편의점에서 한참을 기다렸으나 벗고개 방향으로 가는 자전거족은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혼자 주행하기로 하고 출발했다.

고개길도 고개길이지만 공도를 주행하는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어 초보나 중년이상 일반인들이 이 코스를 주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바로 공도 주행시 발생 가능한 사고 때문이고 고개길이 힘들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반대편에서 고개를 넘어오는데 보통 힘든길이 아닌데 무리지어 넘어온다. 정말 대단하다. 그러나 지나가면서 인사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통상 내려가는 사람이 올라가는 사람에게 '홧팅!' 하면서 힘내라고 격려하기 마련인데 모두가 저 잘나서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보이기에 급급하여 빨리 달리기 바빠서 배려나 격려심은 없어 보인다.

벗고개를 넘어 천천히 내려가면서 조심해야 할 것이 맨홀 뚜껑이다. 뒤에 오는 차량에 주의해야 하고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이 커버길에서 추월을 하면 위험하다. 깜빡거리는 라이트를 켜고 조심조심 내려간다. 앞 뒤 불랙박스를 달고 언제 당할지 모르는 사고에 온 신경을 쓰면서 달린다. 왜 이런 고생을 하는지, 왜 이런 어려움을 스스로 선택하는 지는 고개를 넘어 내려가면 성취감이 솟아오르기 때문이다. 일종의 희열이랄까? 즐거움을 느끼는 만큼 몸 속에서는 엔톨핀이 솟아오르기 마련이다. 젊은이도 힘든데 나 같은 나이든 사람이 전기 자전거에 도움을 받아 이런 고개길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할 뿐이다.

수능리 길은 생각보다 차량이 자주 다닌다. 이런 골짜기에 전원 주택이 많아서 외부로 볼 일을 보러 들락거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지 공사를 하는 곳이 많아 덤프 등 공사 차량도 많다.

길 옆에 아담한 수능리 보건소가 보인다. 의사가 상주하는지 몰라도 요즘 의사들의 투쟁 모습을 보면 그들의 극심한 이기주의가 이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잊은지 오래되었을 것이다. 돈만 생각하는 의사, 환자를 봉으로 생각하는 병원, 과잉진료비 청구, 제약회사와 은밀한 뒷거래, 응급실을 돌아다니다가 죽는 사람들, 그들의 내부에 오랫동안 철저하게 감추어진 비리와 부패가 가져온 결과일 것이다.

이런 시골에 오지 않으려는 의사가 많아 모시기가 무척 힘들다고 한다. 이런 시골은 물론 지방 보건소에 의사를 모시려면 최소 연봉 4~5억 이상 주어야 겨우 모실 수 있다니 이런 시골에서 그런 거액을 장만하려면 주민들이나 지자체에서 엄청난 비용을 들여야할 것이다. 그리서 병원이 가까운 곳이 아니면 노인층은 지내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다.

수능리 시골 모습은 변함없다. 전원 주택만 늘어나지 생산 시설은 전무하고 오로지 소비만 하는 시골이다. 자전거족을 위한 음식점이나 카페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이곳에는 이곳저곳에 집터를 닦고 있는 곳이 많아 덤프 차량이 분주히 오간다. 전원 주택지를 만들기 위해서다. 벗고개를 올라가는 곳에는 전원주택지가 여러곳 만들어져 있으나 분양이 안되고 잡초만 무성하다. 시골 전원 주택에 대한 문제점이 유튜브에 낱낱이 공개되고 있어 더욱 그럴 것이다.

좁은 분지에 얼마되지도 않는 밭에 씨를 뿌리기 의해 밭갈이가 한창이다.

수능리 삼거리 근처 전경

도로변에 집터를 만들고 있는 모습.

서후고개 정상

서후고개를 오르는 동안 같은 방향의 자전거족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벚꽃은 만발이다. 내려가는 길에 지난번 보이지 않았던 맨홀이 반대편 올라가는 도로에 보여 대략 세어보니 약 20개 정도 보였다. 내려가는 길보다 올라가는 길에 맨홀을 집중 배치한 지혜가 돋보인다. 올라가는 길에 배치하면 큰 문제가 없지만 내려가는 길에는 맨홀이 위험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후 고개를 나려와서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문호리로 향했다. 명월리로 넘어가기 전에 정배리 마을회관이 나온다. 그곳 쉼터에는 팔각정과 화장실이 있어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정배리 마을회관 전경

문호리로 내로오는 길에 정배리 마을회관 앞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바라보니 정배리 마을 이장 아들이 서울대에 입학했다면서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런 시골에서 서울대에 합격한 수재가 나오다니 대단하기는 하다. 서울대 나왔다고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닐 것인데......

팔각정은 번듯이 있으나 먼지가 수북하여 앉을 수가 없다. 장기나 바둑을 둘 수 있도록 비치해 놓고 있다. 운동기구도 있으나 거의 사용한 흔적이 없다. 마을회관 관리자는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하루 종일 무얼하는지 알 수 없다.

마을 체육시설인 운동기구도 설치되어 있는데 거의 사용하지는 않은 것 같다. 녹과 먼지만 가득하다.

북한강변길

문호리를 지나 북한강로를 따라 양수리로 달렸다. 벚꽃들이 피기 시작하고 향기가 봄바람에 실려오는 느낌이다. 북한강 물빛도 봄의 온기를 머금고 유유히 흘러가고 있다, 강변에는 마른 넝쿨들이 나무를 뒤덮고 있어 흉물스럽다.

북한강로에는 이런 버스 주차장이 몇 군데 있다.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것이지만 외진 곳에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볼 수가 없다. 관리도 거의 안되고 있다.

북한강은 말없이 묵묵히 흐르고 있다. 저런 많은 물을 그대로 서해 바다로 흘러보내고 있다. 아까운 물을 그냥 흘러보내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인지는 몰라도 전 세계가 물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저런 강물을 이용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계곡 곳곳에 물을 이용한 과수 재배, 채소 재배 등 각종 영농에 이용할 수 있다면 유익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서울 외곽 순환 도로용 교량이다. 높은 교각이 일품이고 북한강을 지나는 다리 중에서도 가장 높을 것이다. 웅장한 교량이 북한강을 더욱 웅장하게 만들고 있다.

공도를 타고 조심조심 문호리에 도착하여 북한강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에 북한강변길을 달려 무사히 양수리 북한강 철교에 도착했다. 물의 정원과 새터, 마석을 경유하여 호평동으로 복귀했다.

대성리 벚꽃 단지

대성리역 플랫폼에서 바라본 대성리 벚꽃 단지 전경

중랑천 주행 (사능-뚝섬-중랑천-태능-퇴계원-사능 주행)

어느날 중랑천을 돌아 태능을 거쳐 돌아오는데 중랑천 자전거길에도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태능입구 전철역 토스트 아줌마를 만나다.

태능입구역 7번 출구 앞 전경.

오랫만에 태능입구역 7번 출구 토스트 가게 아줌마를 찿아갔다. 작년 가을에 내년 목련이 필때 쯤 올거라 했던 기억이 난다. 나를 보더니 무척 반가워하면서 반겼다. 나는 오뎅과 토스트를 먹고 그동안 안부를 물었다. '딸은 시집 가서 잘 사느냐, 장사는 잘되느냐'고 물었다. '딸은 잘살고 장사는 꾸준하다'고 한다.

이 주변에는 노인들이 많이 찿는 곳이기도 하다. 지리적으로 요지에서 수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변함없는 모습이 그대로다. 한여름에 다시 찿아오겠다고 하고 그곳을 떠나 태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