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강남의 봄 11 : 우리가 죽지 않고 살려면......

 

강남의 봄 11 : 우리가 죽지 않고 살려면......

 

 

                                                           민족의 젖줄 한강, 고난의 역사를 품에 안고 말없이 도도히 흐르고 있다

 

 

 

5월의 신록은 점차 짙어지며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블로그에 올리는 로마의 역사도 어느새 포에니 전쟁을 지나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 실패 후 마리우스와 술라가 등장하여 혼미를 거듭하는 지점까지 도달했다.

 

일주일에 화, 목요일 두 번씩 올리는 글이지만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제 때에 올리지 못하게 되고 블로그를 방문하시는 분들께 실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 '로마인 이야기'를 읽을 때는 로마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내용도 생소하고 이름도 길고 헷갈릴뿐만 아니라, 총 15권이나 되는 장서를 한꺼번에 구입하기도 부담이 되었고 처음에는 인터넷으로 읽다가 서점에서 한 권씩 구입해서 읽어나갔지만 끝까지 다 읽지를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정독하면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내용을 이해하다 보니 정말 로마인들의 지혜가 대단했음을 알게 되었다.

 

 

 

 

 

 

 

로마인들의 사고와 행동을 보면 우리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 한 둘이 아니다. 그들의 관용과 포용심은 대제국을 건설하는 밑거름이 되었고 국난을 당하면 귀족들이 앞장서서 달려나가는 지도층의 희생정신이 로마를 지중해 패권국으로 우뚝서게 했다는 점도 우리들이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로마는 귀족과 평민이 똘똘뭉쳐 16년 동안 한니발 전쟁이라는 엄청난 국난을 당하였지만 값비싼 희생을 치르면서 어렵게 극복하여 승리함으로써 지중해 최강국이 되었다. 로마는 점차 많은 정복지가 늘어나고 많은 전리품을 포함하여 노예와 밀을 포함하여 값싼 곡물이 대량으로 들어오는 등 로마로 엄청난 부가 흘러들어오게 되면서 로마 사회는 점차 변질되게 된다.

 

귀족들은 법의 헛점을 이용하여 국유지인 토지를 대량으로 임차하여 노예를 이용한 대농장을 운영하게 되고 대량 생산이 이루어지자 밀 등 곡물 가격이 폭락하게 된다. 로마 농민들은 밀을 포함한 곡물 가격이 폭락하자 자신의 땅과 집을 팔고 많은 농민들이 무산자내지 실업자가 되어 수도 로마로 흘러들어오게 된다. 이러한 로마 사회의 변화에 따라 사회불안으로 대두되자 이러한 실업자를 구제하기 위한 방안을 구상하던 호민관 그라쿠스 형제가 개혁을 시도하려 했지만 결국 기득권층의 반발로 결국 두 사람 모두 죽음으로 끝나고 만다. 이러한 사회적 혼란을 겪으면서 군대에 징집되는 자산이 하층민으로 확대되자 로마군은 질적.양적인 수준저하로 에스파냐 원주민 반란, 야만족 반란, 유구르타 반란 등 전쟁터에서 연전연패를 하게 된다. 그러자 이러한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나타난 사람이 바로 마리우스란 사람이다. 마리우스는 지원병 제도를 도입하여 실업자 문제를 해결하면서 질적, 양적으로 내리막길을 가고 있던 로마 군대를 대대적으로 개혁하여 유구르타 전쟁과 야만족 게르만족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달성하게 된다.

 

로마인은 참 특이한 지혜를 가진 대단한 민족이라고 생각된다. 위기시마다 지혜로운 지도자가 나타나 국난을 극복할뿐만 아니라 문제가 발생하면 반드시 새로운 제도를 시도하여 보완하여 나가는 지성을 가진 민족이었다. 그래서 로마는 도시국가를 연합한 로마 연합이 한니발 전쟁을 이겨내고 카르타고를 멸망시킴으로써 지중해 패권국으로 등장하게 되고 점차 정복지가 늘어나면서 풍요와 부가 늘어나자 로마 사회의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 이는 오늘날 우리 한국이 기적적인 경제발전을 이루어 오늘의 풍요를 구가하게 되자 우리 사회가 내부적으로 극심한 변화를 초래하게 되는 것과 너무나 유사하다.

 

로마가 마리우스의 군제 개혁으로 유구르타 전쟁과 게르만족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평화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래서 군대를 해체하면서 지원병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고 실업자로 전락하게 된다. 이에 마리우스는 퇴직 군인들에게 퇴직수당을 마련해주고, 퇴직군인들을 위한 식민시 건설을 추진하지만 지지부진해 지고 사회불안은 가중되고 있던 차, 이러한 실업자를 구제하려고 실업자들을 위한 법안을 추진하던 호민관을 포함한 무리들이 농성을 벌이자 집정관 마리우스에 의해 강제 해산되어 갖혀 있는 상태에서 마리우스가 방치한 사이 반대파 사람들이 기습하여 호민관을 포함한 추종자들을 모두 살해하고 만다. 이에 마리우스는 퇴직 군인들인 실업자들에게 외면 당하고 정계에서 물러나게 된다.

 

 

 

                                  오랫만에 한강 고수부지로 갔다. 한강은 변함없이 도도하게 흐르고 민족의; 숨결이 들리는 듯하다.

 

 

 

 

 

 

이러한 여러 사회적 문제를 내포한채 로마는 그후 10여 년 동안 불안한 평화기를 거치지만 로마 시민과 비로마 시민의 차이를 없애려고 법안 만들기를 시도하던 호민관이 또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비로마 시민들인 동맹시는 그동안 로마를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로마 연합의 일원으로 책임과 의무를 충실히 수행해왔지만 로마 시민과 차별받는 현실에 항상 불만이었다. 그러한 불만이 가득차 있던 중 전이탈리아 동맹시 시민을 로마 시민으로 인정하는 법안을 추진하던 호민관이 살해되자 불에 기름을 부은 듯 로마 연합의 전체 동맹시 부족들이 연합하여 로마에 대항하여 '동맹시 전쟁'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도 당시의 로마는 외적의 위협이 없는 상태에서 내부적인 모순을 극복하지 못해 동맹시 전쟁이 일어났지만 마리우스, 술라, 폼페이우스, 카이사르(후대 율리우스 카이사르 할아버지), 크라수스 등 쟁쟁한 장군들이 지혜롭게 대처하여 초반에는 일부 집정관과 군단장들이 전사하는 등 반란군에게 밀렸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어느 정도 전세를 만회하고 있었다. 동계 휴전기에 집정관 카이사르가 전체 이탈리아 동맹시 시민들도 같은 로마 시민이 되도록 권리를 인정하는 시민개혁법안을 가결시킴으로써 동맹시 전쟁은 종식을 고하게 된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수많은 나라들이 흥망성쇠를 반복하고 수많은 위대한 인간들이 나타나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그 틈바구니 속에서 동시대에 같이 살았던 사람들이 그들과 운명을 같이 했다. 전쟁, 노예, 수탈, 배척, 가난, 굶주림, 천민, 하층민, 소외, 폭압, 인권유린, 범죄자, 하수인 등 불행하고 비참한 인생을 살아야 했던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생 권력과 부를 움켜쥐고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대저택에 가정부와 정원사를 두고 가족마다 비싼 외제차를 굴리면서 여러 명의 선녀같은 미인을 거느리고 생리적 욕구를 마음껏 풀며 평생을 호의호식하며 살았던 인간들도 많다. 그러나 자연은 어떠한 사람이든 인생시간이라는 삶의 시간 가치는 똑같다. 운이 없어 개죽음을 당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운이 좋아 평화로움을 느끼며 장수한 사람도 있다. 인생에 과연 운이라는 것이 있는 것일까? 인간의 삶을 주관하는 신이 개인의 생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을가를 생각해본다.

 

우리 인간에게 과거나 미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늘 현재가 중요하다고 난 생각한다. 오늘은 과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고 미래는 오늘 내가 어떠한 생각과 행동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에 달렸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힘은 미약하며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도 없다. 인간에게 불운이란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고 과욕을 부리며 자만심에 빠지는 순간부터 추락은 찿아오는 법이다. 동시대를 같이 사는 국가의 지도자와 지도층, 사회 문화가 개인의 삶을 결정하고 만남의 인간관계 속에서 개인의 인생도 달라진다고 생각된다. 인간은 힘이 약하고 결핍과 가난, 굶주림을 겪은 사람만이 인내할 줄 알고 끈질기며 자연의  변화에 순응할 줄 알고 배려와 포용심을 가진 강한 인간을 만들어 준다.   

 

 

 

 

                                                            지난 토요일 잠수교에서는 한강유역 지자체 농산물 축제가 열렸다.

 

                                                                                        잠수교 농산물 축제 현장

 

                                                                      애비 목마타고 좋아하는 손주 녀석

 

토요일 연휴라 아들 부부가 갑자기 집을 방문했다. 폭풍우가 몰려오듯 집안이 갑자기 활기가 넘친다. 온가족이 마을버스를 타고 축제를 구격하러 모두 잠수교 한강 고수부지로 나갔다. 이미 오후라 축제는 파장이라 별로 먹거리도 없고 농산물을 믿을 수가 없으니 쉽게 구입할 마음이 없다. 그래도 마누라는 아들 부부를 위해 무언가 열심히 구입하고 그곳을 벗어나 우리는 고속터미널 지하 식당가로 가서 저녁을 간단히 먹고 돌아왔다.

 

서울 재건축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일부 세대주는 팔고 떠나야 하는 등 난관이 예상된다. 떠나려는 두 세대가 제시한 가격도 차이가 나서 이미 팔린 집은 충분한 가격을 받았으나 지금 떠나려는 세대 매입을 남는 세대들이 저렴하게 매입하려고 소유주들 간에 격론이 예상된다. 부동산에 내 놓은 집이 빨리 내가 원하는 가격으로 팔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일요일 오전 아들 부부가 떠났고 폭풍우가 지나간 자리는 허전하고 우리들의 가슴은 먹먹하기만 하다.오늘날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로 당시의 로마 사회와 비슷하게 닮은꼴로 변모하고 있는 듯하다. 현재의 우리는 풍요를 누리고는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일부의 가진자와 권력층, 지도층이 부를 거의 독식하고 있어 빈부차가 극심하고 부패와 비리가 사회 곳곳에 만연하고 있으며 정치는 후진성을 면치 못한채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고 그동안 잘 나가던 경제도 외부적으로는 국제 경기 퇴조와 환율 전쟁, 중국의 추월, 일본의 견제로, 내부적으로는 후진적인 정치, 노동쟁의, 고임금, 각종 규제, 정의와 공정 상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법치, 불평등 심화, 기업 구조조정 부실, 기술개발 저조, 교육제도의 불합리, 합리적인 사고 부족 등으로 인해 점차 휘청거리고 있다.

우리 사회가 지금 어떤 질병을 앓고 있는지는 지난번 세월호 사건을 통해서 상세히 드러났고 또 얼마전 이시대의 부패상을 대변하듯 정경유착의 실태를 밝히고 죽음을 선택한 한 기업인의 유서를 통해서도 백일하에 드러났다. 그러나 지도자의 개혁의지 미흡, 사회적 합의 부족, 지도층의 비리와 부패, 이념과 사상, 당파의 갈등 등으로 인해 개혁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만약 우리들이 지금의 이러한 질병을 치유하지 못하면 아마 우리는 역사속에서 잠깐 나타났다가 소리없이 사라진 수많은 나라 중 한 나라에 포함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군가 나타나 목숨을 걸고 사회개혁을 시도한다면 우리도 로마처럼 오랫동안 역사를 기록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 사회도 이런 질병을 치유할 수 있는 개혁이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 정치권에 맡겨서도 안되고 대통령 한 사람에게 맡겨서도 안된다. 시민단체가 나서고 시대를 대변할 수 있는 이름있는 지식인들이 나서서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문제를 제기하며, 언론은 우리 사회의 병폐를 낱낱이 드러내고 부도덕하고 비양심적인 가진자와 권력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해야 한다. 그들이 불법과 탈법으로 이룩한 재산을 공개하고 그 과정을 속속들이 밝혀내야 한다. 그러한 인사에 대해서 사회적 비난은 물론 그후손들까지 사회적으로 공적이 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래서 스스로 불법적으로 이룬 재산을 사회로 환원하여 재분배를 이루도록 여론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비록 갈 길은 멀 것이다. 또 기득권층의 반발도 엄청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죽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살과 뼈를 도려내는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기득권층에서 먼저 스스로 앞장서는 양심있는 인재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참고로 강천석씨의 글을 싣는다.

 

 

기적(奇跡)을 이룬 나라, 기적을 잊은 나라

 

경제 기적·정치 기적… 세월에 녹슬고 부서져

猛獸로 변해가는 국민, 누구 먼저 물어 삼킬까

강천석 논설고문

대한민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두 가지 기적(奇跡)을 자랑해왔다. 하나는 1970년대 중반 성과가 본격화한 경제 기적이고 다른 하나는 1980년대 후반 이뤄낸 정치 기적이다. 우리 입으로 제 자랑을 떠들어댄 게 아니라 남들이 기적이란 말로 더 우리를 치켜세웠다. 한국 경제는 국민소득 60달러에서 출발해 지금 3만달러 시대의 문지방을 밟고 있다. 땅속에서 캐낸 중석(重石)과 바다에서 꺼내 말린 김 다발을 내다 팔던 그때 그 나라가 아니다. 세계 시민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 세계 도시를 내달리는 현대·기아차, IT 시대의 쌀이라는 반도체, 험한 파도와 싸우며 깊은 바다에서 석유를 뽑아 올리는 시추선이 한국의 대표 상품이다. 이게 기적이 아니라면 달리 어떤 기적이 있겠는가.

 

대한민국은 나라의 터를 잡은 건국 대통령과 경제 기적을 일군 대통령의 시대가 혁명과 시해(弑害)로 막(幕)을 내리던 험악한 세월을 거쳐왔다. 권위주의 독재 시대 30년을 맨살로 부대끼며 살아낸 국민은 지금 시곗바늘처럼 정확하게 5년마다 대통령을 맞고 보낸다. 절차적·형식적 민주주의라는 기준에서 한국은 일본·인도와 더불어 아시아 최선진(最先進) 그룹으로 분류된다. 대통령 이름을 잘못 입에 올렸다간 국가원수 모독죄로 붙잡혀가던 나라에서 대통령 사진을 흙발로 밟고 지나가는 모습을 예사로 보고 있다. 이게 정말 기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상 참 많이 달라졌다.

 

우리 모두가 '우리는 기적의 나라에 산다'고 철석같이 믿었던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듣기 좋은 이야기에 너무 귀가 길들여진 탓일까. 우리는 한국 밖에서 돌아다니는 한국에 대한 평가가 언제부턴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놓치고 말았다. 한국 밖 한국의 이미지는 '지금 기적을 만들고 있는 나라'에서 '한때 기적을 만들었던 나라'로 떠내려가고 있다.

 

한국의 경제 기적을 대표하는 선수가 반도체·스마트폰·자동차·조선(造船)산업이다. 여전히 선전(善戰) 분투(奮鬪)하고 있다. 그러나 그걸 '기적'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나라 밖에서 찾기 힘들어졌다. 대표 선수 노령화(老齡化) 때문이다. 기업의 세계에 해가 지지 않는 영원한 제국은 없다. 20년간 세계 휴대폰 시장을 호령하던 핀란드 노키아, 1980년대 반도체 시장의 강자(强者)였던 일본 도시바·히타치·NEC의 현재 주소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노키아는 한참 전 마이크로소프트에 팔렸다더니 그 후 감감무소식이다. 400m 릴레이 경주는 바통 터치가 얼마나 빨리 순조롭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한국 대표 선수 반도체와 조선산업은 20년을 내리 달리고 있다. 바통을 물려받을 새 선수가 나타나지 않아서다. 지칠 만도 하다. 역대 정권마다 미래 산업의 묘목(苗木)을 심는다고 야단을 쳤으나 그 묘목에 싹이 텄다는 소식은 여태 들은 적이 없다.

 

전문가들이 전하는 경제의 안쪽 사정은 더 걱정스럽다. 경제부총리가 단 몇 년 만이라도 5% 성장을 해봤으면 원(願)이 없겠다고 했다면 저(低)성장이 심각하긴 심각한 모양이다. 공장 자동화(自動化)와 경제 세계화로 성장 목표치를 달성한다 해서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다니 구직(求職) 청년들을 달랠 말조차 찾기 힘들다. 평균수명 90세를 눈앞에 두고 있는 노년(老年)의 처지도 막막하다. 소득 최하위 10% 계층의 10명 중 8명이 소득 없는 60세 이상의 가구주(家口主)라고 한다. 상위 10% 소득 집중도는 이미 영국·일본·프랑스를 넘어섰고 가속도(加速度)가 붙어 머지않아 양극화가 가장 심한 미국을 앞지를 거라고 한다. 판을 바꾸고 틀을 새로 짜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경제가 제 머리를 제 손으로 깎은 경우는 드물다. 정치가 맡아야 할 몫이다. 연금개혁·노동개혁 등 4대 개혁이 그것이다. 국민은 4대 개혁의 첫 단추라는 공무원 연금개혁 과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를 두 눈으로 똑바로 봤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땀 흘리고 피 흘리는 순서는 정치인·공직자·국민 순(順)인 게 정상이다. 이 나라에선 그 순서가 완전히 거꾸로 뒤집혔다. 그것도 모자라 공무원노조는 야당의 상투를 잡고, 여당은 상투 잡힌 야당에 휘둘려 끌려다니고, 먼산 보던 정부와 청와대는 뒤늦게 법석을 떨며 나라와 국민에게 더 큰 혹을 붙여놓고 말았다. 한때는 기적을 만들었던 나라, 그러나 이제는 기적을 잊고 사는 나라의 모습이 이렇다.

 

개혁의 동력(動力)은 개혁 주체에 대한 국민 신뢰와 현실에 대한 국민의 분노다. 나라다운 나라의 지도자다운 지도자는 국민의 분노를 태워 얻은 에너지로 개혁을 밀고 나간다. 옛 기적이 녹슬고 새 기적은 끊긴 나라에 국민 분노는 높아질 대로 높아지고, 정치에 대한 신뢰는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 가난에 쫓기는 국민의 분노는 산을 삼키고 바다를 메운다. 누가 맹수(猛獸)로 변해가는 국민의 첫 번째 제물(祭物)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