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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강남의 봄 12 : 장미의 계절에 느끼는 이 시대의 단상

 

 

강남의 봄 12 : 장미의 계절에 느끼는 이 시대의 단상

 

 

                                                                                           저무는 석양(서울고)

 

사랑의 달 5월도 어느듯 다 지나가고 마지막 주말을 보내고 있다. 요즘 낮 기온이 폭염을 이어가며 여름 날씨를 웃돌며 열기를 더하고 있지만 새벽 기온은 선선하다. 기온차가 많아 감기 등 호흡기 질병이 걸리기 쉽지만 새벽 운동 하기에도 너무나 좋은 계절이다. 종래에는 볼 수 없었던 이런 기상 변화를 보면 지구의 기온이 점차 올라가는 것은 틀림없는 듯하다.

 

한반도에도 지구의 기온 변화에 따라 동.식물 생태계가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온 변화에 따라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멸종 내지는 새로운 온대성 다른 종류의 동.식물이 한반도로 올아오고 있다. 우리 바다에서 명태가 사라지고 독성 해파리가 점령하고 있고 물고기 씨가 마르고 있다 한다. 이처럼 온대성 해조류와 물고기가 대량으로 나타나는 것만 보아도 지구의 기상변화를 실감하게 한다.

 

폭염으로 여름철 가전제품이 불티나듯이 팔리고 더위를 이기지 못한 노약자들이 목숨을 잃는다. 우리집 선풍기도 3년 동안 열심히 잘 돌더니 지난주 고장이 나서 새로 구입했다. 에어컨, 냉풍기 등 가전제품, 아이스크림, 팥빙수, 냉커피 등 빙과류, 수박 등 여름 과일 등이 매출이 늘었다고 한다. 

 

우리집 빌라 입구 장미가 탐스럽게 피고 있는 것을 보니 지금이 장미의 계절이기도 하다. 몇 년전 우면산에서 바위취를 옮겨 심었는데 생명력이 강해 주변으로 마구 번식을 하고 있다. 호박을 심었는데 요즘 비가 내리지 않고 가물어서 잘 자라지를 못해 오늘은 물을 주었다. 

 

 

 

 

요즘 이사 갈 곳을 살펴보고 있다. 아들이 살고 있는 남양주 호평동을 비롯하여 평내동, 마석, 양평, 청평, 가평, 춘천, 원주, 속초, 강릉 등지로 아파트와 전원주택 매매 물건을 알아보며 인터넷 여행을 다니느라 바쁘다. 좁은 땅에다 땅값을 얼마 받지 못하고 적은 돈이라 마땅치가 않다. 수도권 가까이는 터무니 없이 집이나 땅값이 비싸다. 아마 2019년 경에는 금리가 올라가면 집값이 반토막 나며 폭락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아들은 이미 장가가서 처자식을 둔 가장인데 마누라는 아직도 자식처럼 생각하고 있는 듯하여 안타깝다. 이제는 서서히 정을 떼라고 해도 그렇지 못한 것이 모성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마누라가 요즘은 성질도 급해졌고 흥분도 잘하며 고집도 세졌고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주어도 없는 이야기를 뜬금없이 내뱉고 내가 말하면 중간에 치고 들어오면서 어설프고 부정확한 자기 주장만을 마구 내세운다. 그래도 참고 들어주고 성질이 나도 싹히는 것이 가정과 마음의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라 생각된다.

 

지난주에는 햇마늘 1접과 매실 10킬로그램을 구입했다. 햇마늘은 마트에서 구입해서 짱아찌를 만들고 매실은 인터넷으로 광양 매실을 구입했다. 매실은 설탕을 넣어 액기스를 만들 예정이다. 작년에는 마늘 1접을 혼자 까면서 손에 물집이 생겨 고생했기에 이번에는 장갑을 끼고 깠다. 먼저 마늘대를 짤라내고 물로 씻고 물에 잠깐 담가 놓았다가 까면 좀 쉽게 깔 수 있다. 매실은 꼭지를 일일이 따내고 식초를 약간 넣은 물에 씻은 후 말린 다음 백설탕과 1:1로 섞어 통에 넣어두면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액기스로 변한다. 매실은 나중에 액기스를 따라내고 열매는 고추장 짱아찌로 만들어 먹으면 된다. 마늘 짱아찌는 아들이 좋아한다고 만들었고 매실 액기스는 각종 음식을 만들 때 설탕 대용으로 사용하면 좋다고 한다. 마누라는 이렇게 만들어 우리도 먹고 일부는 아들, 딸 줄 것이라 한다. 딸과 며느리에게 직접 만들도록 가르쳐 주라고 했더니 아직 젊은 나이라 이런 것을 만들지 못한다고 한다. 방법을 알려주지 못하고 직접 만들면서 행복해 하는 마누라 모습이 바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행복해 하는 마음을 깨뜨리고 싶지는 않다. 시키는대로 하는 것이 가정의 행복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골가서 매실 나무를 심어 매실농사를 하면 어떨까 생각도 해 보았다. 매실이 날개돋히듯이 팔리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무엇이던지 주면 당연한 것이고 주지 않으면 원망스러워 하는 것이 또한 자식이다. 부모집에 탐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던지 가져가고 싶고 달라고 했는데 안주면 섭섭하다. 아무리 줘도 고마운줄 모르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기는 것이 또한 자식이다. 아무리 줘봐야 모두 헛수고임은 세월이 흐른 다음에 알게 될 것이다. 지금은 그래도 자식된 도리를 지키느라 찿아오고 그러지만 부모가 몹쓸병이 걸리거나 기력이 떨어져 혼자 지내기가 힘들어 질 때부터는 엄청난 부담이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일단 가까이 살다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때 다시 멀리 가는 방법도 있다. 어쩌면 처음부터 멀리 떨어져 사는 것이 마음이 더 편할지 모른다. 어디로 가야 노후가 편할지 나도 알 수가 없다. 

 

 청년 실업율 

     

                  


일하거나 학교에 다니지 않고 취업 의지도 없는 청년, 즉 니트(NEET)족이 147만1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 통계로 잡히는 청년 실업자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로, 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 자체를 아예 포기하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

청년실업이 높으면 높을수록, 국민들이 빚에 허덕이며 살기 힘들면 힘들수록, 빈부차이로 소득불평등이 심화되면 될수록, 유전무죄 무전유죄 법치가 심화될수록, 노후 빈곤문제가 심각해질수록, 독신자와 저출산이 높아지면 질수록, 젊은이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면 할수록, 드라마, 방송 등에 관심이 높아지고 수 억씩 벌고 있는 연예인들의 주가가 높아지면 질수록, 강남 유흥가가 번창하면 할수록 가진자와 지도층은 국민들의 무간심 속에 멋대로 권력과 부를 독식할 수 있어 편안해진다. 청년들은 취업과 결혼에 목숨을 걸고 국민들은 빚갚기에 허리가 휘고 가난한자는 희망이 없고 가진자 편에 선 법은 공정성을 상실하고 노후의 미래가 없고  가정이 붕괴되고 혼자살며 3S(스포츠, 스크린, 섹스)에  빠진 사회에서는 가진자와 정치에 시비걸 사람이 없고 자기 살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가 바로 지금의 우리 사회 모습이다.

 

우리 역사에서 조선이 바로 이랬다. 국제정세와 외치에는 무관심한채 오로지 이 땅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데만 열중했다. 지도층은 무위도식하며 공자.맹자나 읽고 과거시험을 봐서 관직에 나가서 부귀영화를 누렸다. 여러 명의 노비와 처첩을 두고 집안일과 농사일을 전담하게 만들었고 자신은 밤마다 돌아가며 이첩 저첩을 껴안고 생리적 욕구를 맘껏 풀다보니 자식을 줄줄이 낳았다. 조정의 관직 자리 수가 일정하니 정실부인 소생만 과거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제한했다. 같은 아비에서 태어난 서자들은 그 설움이 어떠했겠는가? 출세길이 막힌 서자들은 기생집과 장마당 마다 활개치고 이런 곳의 난봉꾼과 폭력배는 대부분 이런 서자 출신들이었다.

 

지금의 가난한 서민들이 대부분 이런 양반집 서자처럼 살지도 못한다. 양반집 서자는 그래도 능력이 있어 돈을 뿌리면서 놀았지만 지금의 서민들은 취업은 커녕, 수입이 없어 노예처럼 살아도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다. 겨우 벌어도 남는 것이 없다. 각종 세금, 오르기만 하는 집세, 비싼 출산비용과 엄청난 유아용품 비용 등 가계를 옥죄는 양육비, 어린이 집부터 투자되는 비용은 끝이 없을 정도로 무차별적이다. 학원비, 사교육비, 학용품, 교복, 책값, 참가비, 기부금 등 가계를 차지하는 교육비, 생활비, 교통비, 식비, 공과금, 대출이자 등 국가와 기업, 장사꾼에게 다 털리고 가진 것도 없는 가난뱅이들이기 때문이다. 

 

 

                           

 

 

요즘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한국의 식약처가 난타를 당하고 있다. 검증 능력도 미흡할뿐만 아니라 처음과 나중이 서로 다르니 소비자들이 아우성이다. 환불 소동이 벌어지고 해당 기업의 주가가 급락했다.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것이 바로 식약처의 신중하지 못한 검사와 무능력, 그리고 기업에 휘둘리는 것을 보면 보이지 않는 은밀한 비리가 난무하는 곳이기도 하다. 식약처의 발표 하나로 기업이 살고 죽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공정위가 상거래의 공정한 감시를 제대로 못하고 자신들 노후 자리나 걱정하는 공무원이 대부분이고 뒷돈을 받고 유야무야 해주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과징금도 겉으로 엄청난 것처럼 보이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 왜냐면 그것이 법정에 가면 대부분 공정위가 패소하기 때문이다. 수십년 동안 각종 다단계 업체들이 엄청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며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갔지만 공정위 출신들이 퇴직만 하면 다단계 직판조합이나 특판조합 이사장으로 영입된다. 현직에 있을 때 업체들에 대한 편리를 봐 주지 않았다면 갈 수가 없다.

 

또 방통위도 그렇다. 휴대폰 제조사와 통신사들이 수십 년 동안 거품과 사기로 일관된 휴대폰 보조금, 복잡하고 소비자가 잘 알 수도 없는 각종 현란한 알수 없는 요금제,  기본료, 가입비 등으로 소비자들을 엄청나게 혼란스럽게 만들고 휴대폰을 잘 모르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보조금을 들먹이며 고가폰을 팔면서 고가 요금제로 2년 이상 구속하면서 마음대로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갈취했다. 각 통신사들이 90년대 후반부터 매년 순이익 수조원씩 남기며 성장했고 그것으로 치부했고 대기업이 되었다. 그렇지만 정부는 어느 하나 제대로 해결한 것이 없다. 휴대폰 거품은 엄청나다. 해외에서 팔리는 휴대폰 가격과 국내 판매되는 휴대폰 가격이 천지 차이다. 통신비가 가계에 엄청난 부담을 주어도 부패하고 썩은 통신분야 어용 교수를 이용하여 통신비가 저렴하다며 기업편을 드는 것이 통신사, 제조사와 방통위다.

 

농산물은 국내산이라 속이고 중국 등 수입산을 고가에 팔고 유통구조도 산지 농민들은 겨우 현상유지에 급급하나 중간업자들의 폭리 농간에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을 주고 사야하고, 정유사들이 매년 수조원씩 순이익을 남기는 것이 원유가가 내려도 주유소 가격은  소폭만 내리는 시늉만 하고 있다. 성형, 출산, 유아용품, 과자류, 음료수, 사교육비, 캠핑, 스포츠 기구, 문구, 운동복, 안경, 애견, 외식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유흥업, 식당업, 전월세, 택시/버스요금  등 사업주 배만 불리고 원가도 알 수 없는 폭리에 국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으나 정부와 국회는 포플리즘과 정쟁, 권력추구, 비리와 부패에 찌들어 이런 것에는 무관심하다. 비양심적인 기업, 장사꾼, 유통업자들이 벌이는 폭리에 국민들의 주머니가 털리고 공무원들은 그들과 한 통속이 되어 편리를 봐주고 뒷돈을 받거나 퇴직 후 그 기업에 취업하여 노후를 보장받는다. 그런데 그것도 끝까지 노후를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다. 얼마간 약발이 있을 때까지 로비스트로 부려먹고 더 이상 기대치가 없을 때 가차없이 책상을 뺀다. 

 

 

 

 

 

 

2천년대 초에는 김대중 정권 시절 내수를 살린다면서 카드 남발로 개인이 수십 장의 카드를 가지고 다니면서 카드 한 장당 500만원까지 마이너스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국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더니, 그 후유증으로 아직까지 빚을 갚지 못하고 허덕이며 신불자가 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해외에서 옮겨온 전염병 전파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방역 당국도 죽을 지경일 것이다. 갑자기 나타나 확산되는 전염병에 인력과 예산이 부족함은 물론 잘못된 판단으로 수많은 가축들이 생매장을 당하고 보상도 미흡할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하수가 심각하게 오염되어 가고 있다.

 

주한 미군이 탄저균 실험을 한국에서 한 모양이다. 생화학무기에 대해서 한국군은 아무런 대비책도 제대로 세워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맹독성 탄저균을 한국의 동의도 없이 몰래 들여와 실험을 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종속국인 한국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땅이 저들의 노후무기 판매처이고 최신무기 강매장이며 군사훈련장에다 각종 무기 실험장이 되어 있는 셈이다. 어디 우리가 독립국이며 자주국가인가?

 

 

 

 

 

 

사드 딜레마

대통령은 특유의 그 정중함과 부드러움을 온몸에 가득 담은 채 청와대 현관 앞에서 시진평 중국 주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중국 측의 특별 주문으로 오로지 대통령과 주석만 참석하는 예정에 없었던 자리였다. 이윽고 나타난 시진평은 굳은 얼굴로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었다.

 

"이렇게 따로 만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자신만만하게 여유를 보이던 그였지만 이번에는 정중한 인사말과 달리 표정에는 살기와도 같은 것을 떠올리고 있었다. 시진평은 고개를 한 바퀴 돌렸다. 미국의 도청 기술이 워낙 다양해 쉽사리 안심하기 힘들었다.

 

"도청은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대통령님, 한국 정부가 중국을 무시하지 않는다면 국방장관을 잘라주십시요."

 

중국 일인자의 얼굴을 항상 싸고돌던 여유로운 미소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다시금 잔뜩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중국와 한국은 이미 운명공동체입니다. 아시다싶 한국과 미국의 교역량은 이미 하향선을 그린지 모래고 중국은 한국 경제의 압도적인 파트너입니다."

 

대통령은 주석의 무례한 언행에도 불구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이 싸드를 받는다면 미국 편에 서서 중국과 전쟁을 히자는 뜻에 다름 아닙니다. 당장은 미국의 뒤가 안전할지는 모르겠지만 중국과 적이 되는 게 그리 현명한 선택은 아닐 겁니다. 중국은 반드시 복수를 합니다."

 

대통령은 어금니를 깨물었다. 곤란한 자리가 될 줄은 예상했지만 시진평이 이렇게나 죽기살기로 달려들 줄은 몰랐던 것이다.

 

"지금 중국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있습니다. 싸드를 한국에 배치하면 태평양을 향해 날아가는 중국의 모든 미사일은 무용지물이 됩니다. 그게 무얼 말하는지 아실 겁니다. 바로 미국의 공격입니다. 싸드를 배치하는 그때부터 미국은 마음먹는 그순간 중국에 선전포고를 합니다. 물론 핵을 핑계로 먼저 저 철없는 북한을 건드리겠지만요. 두말할 것도 없이 한국도 전쟁에 휩쓸려 들어갑니다. 그게 한국이 원하는 바는 아닐겁니다."

 

대통령은 한숨을 내쉬었다.

"싸드를 받으시면 중국은 맨 먼저 한국을 때려야 합니다. 우리는 액스밴드 레이더를 파괴하기 위해 싸드 기지를 먼저 공격할 겁니다."

 

대통령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틀전  국방장관과 함께 청와대에 들어왔던 한미연합사령관의 어법이나 이 시진평의 어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미 안내역이라 자임하는 국방장관을 곁에 둔 채 한미연합사령관은 분노의 함성을 내질렀던 것이었다.

 

"도데체 이럴 수가 있습니까? 한국의 오늘이 있게해준 게 누군데 한국이 이렇도록 철저하게 미국을 배신할 수 있습니까? 한국 경제에 중국이 그렇게 중요하다고요? 대통령님, 이것 하나만은 명심하세요. 중국은 미국의 적입니다. 미국이 생명을 바쳐가며 한국을 지키고 있는데 그사이 한국은 중국에서 돈을 벌겠다고요? 싸드 1기 사주는 게 그리 어렵나요 만약 그게 그렇게나 어려운 일이라면 미국은 한국에서 손을 떼겠습니다. 70년 우방 미국이 망하느냐 마느냐의 위기에 빠져 있는데, 도와주기는 커녕 미국의 적과 손을 잡겠다는 한국을 우리 국민들이 용서할 리 없습니다. 정 싸드를 받지 않으시겠다면 미군은 당장이라도 한국에서 철수합니다."

 

불과 이틀의 시간차를 두고 자신을 압박해오는 두 강대국 사이에서 대통령은 진한 외로움을 느낀다. 시진평은 자신이 할 말을 마치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겁니다. 싸드를 받는 그 순간부터 한국은 중국의 적입니다. 신중하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대통령은 억지로 웃음을 머금은 채 시진평을 배웅했다.   

                                                                                                                           - 김진명의 소설<싸드> 에서-

 

물론 가상적인 소설 내용이지만 무서운 이야기다. 지금 이처럼 대한민국은 기로에 서 있다. 우방이라는 동맹국 미국을 믿고 따를 수도 그렇다고 미국을 배신하고 중국편에 당장 가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미국의 고위층이 잇따라 한국을 방문했다. 그들이 방문한 목적은 뻔하다. 박 대통령을 만나 갖가지 무서운 협박과 압력을 가했을 것이고 정권의 운명까지도 들먹거렸을 것이다. 역사를 잘 알고 현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는 박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이야기 할 것인가?   먼저 한반도 분단의 원인이 카스라-테프트 밀약을 포함 일본 본토를 혼자 독식하기 위해 소련과 한반도를 반분한 미국의 배신의 역사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강력하게 이야기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싸드는 그 성능과 목적이 대륙간 탄도탄의 비행을 사전탐지하는 고성능 레이다로 그 효용성이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고 한반도에는 북의 미사일 위협에 대처한다면 비치할 필요가 없는 장비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우리는 중.저고도 미사일 방어시스템이면 충분하다. 또 중.저고도 미사일 방어시스템도 이스라엘을 보듯이 적의 미사일을 100%로 막을 수도 없다. 

 

그리고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핵물질 재처리 협정 등 각종 불평등협정을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했다. 미국의 고압적인 태도와 자세를 바꾸라, 노후 무기를 한국에 팔아먹고 각종 불평등 계약과 후속 약불이행을 집중 질타하고 각종 다국적 기업의 국부 유출 행위를 질타하고, 달러 환율,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 미국이 저지른 독도 문제 등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반론을 제기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제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우리는 싸드를 한반도에 배치하지도 않을 것이며 배치지역도 주민들의 반대로 현재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한반도를 방어하기 위한 것도 아닌 미국의 본토 방어를 위한 싸드를 우리가 왜 구매해야 하는지도 제기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주변에 이러한 국제정세를 조언하고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외교. 안보.국방의 전문 브레인이 없다는 점도 안타깝다.   

 

 

 

 

 사드 관련 사설 몇 가지를 소개한다.

 

 

북핵은 꽃놀이 패인가?

미국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만을 외치고 있을 뿐 비핵화를 관철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처들은 취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핵개발 능력을 점점 강화하는 걸 눈뜨고 지켜봐왔다. 사실상 방치한 것이다. 그 속셈은 무엇일까.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잠재적인 위협으로 남겨두면서 이를 군사·외교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일까. 그럴 개연성은 충분하다.

미국이 이처럼 북핵 문제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면 이는 북한 핵무기의 공격 능력이 아직은 자신들의 통제 범위에 들어 있다는 자신감 때문일 것이다. 버지니아급 최신예 핵잠수함인 미시시피호(7800t급)를 기자들에게 샅샅이 공개한 해군 관계자는 이런 핵잠 2척이면 북한 잠수함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시시피호는 24기의 어뢰와 12기의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장치를 장착하고 있다.

또 하나는 북한이 미국을 핵무기로 공격하겠다고 아무리 위협해도 실제도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칼 바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태평양포럼 프로그램 책임자는 북한이 핵을 발사하는 것은 곧 북한의 종말이라고 잘라 말했다. 동서문화센터 데니 로이 교수도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는 것은 어떤 시나리오라도 북한 체제가 자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북핵이 실제로 사용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미국이 북핵 문제를 사실상 방치하고, 그사이 북한의 핵개발 능력은 점차 강화되면서 북핵의 위협 수준만 높아지는 상황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국은 북한의 핵위협을 계속 부각시키면서 이를 방어하기 위한 첨단 무기체계를 더욱 강화하도록 남한 정부를 압박할 것이다. 최근 방한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공론화한 것도 이런 연장선 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남한도 점점 강화되는 북한의 핵위협을 무시할 수는 없다. 아무리 북핵이 실제 사용될 가능성이 작다고 하더라도 핵을 머리 위에 두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이를 빌미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더 고도화된 무기를 도입하고 무기체계를 첨단화해나갈 수밖에 없다. 이미 그런 길에 들어서 있다.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의 핵 능력을 진짜 위협으로 받아들일 때까지 핵무기 능력을 키워 가려 할 것이다. 자신들의 생존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는 한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결코 중단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결국 현재 북핵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남과 북에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북한은 핵개발에 계속해서 막대한 재원을 쏟아부어야 하고, 남한은 이를 방어하기 위해 끝 모를 첨단무기 경쟁 속으로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다.

미국은 어떤가. 북핵 위협으로부터 안보를 지켜준다는 명분으로 남한에 최첨단 무기를 팔 수 있는 시간을 벌고, 안전 보장을 대가로 중국을 견제할 동맹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으로선 손해 볼 것 하나 없는 꽃놀이패 아닌가. 북핵이 미국한테는 ‘축복’일 수 있다는 이 역설을 언제까지 손 놓고 지켜봐야 할까.

정석구 편집인

 

 

 

 

명분이 필요하다

사드의 배치는 한반도의 앞날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을 요하는 중대 사안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에서 새로 합의된 미일방위협력지침은 주권국의 의사를 무시한 채 유사시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 압박은 우리를 매우 곤혹스럽게 한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방어를 통해 주한 미군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지만, 실제 국내외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 동안 정부는 사드 배치와 관련된 문제들을 은밀히 논의하거나 지연시켜 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공론화를 미룰 수 없게 되었다.

사드를 배치하더라도 북한에 바로 근접해 있기 때문에 미사일 공격을 막아낼 수 없으며, 특히 수도권 방어에는 무용지물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사드는 1개 포대에 2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데, 미 의회는 이 비용을 동맹국과 공동으로 분담하라고 주문한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또 다른 문제로 사드 배치를 위해 넓은 면적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드의 레이더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전자파로 인해 3.6㎞ 내에 허가 받지 않은 사람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 미국은 한국에서 사드 배치 후보지를 물색하러 다녔다고 하지만, 3.6㎞ 내 주민이 없거나 소개시킬 수 있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드의 한국 배치는 북한 정권의 엄청난 반대에 봉착할 것이고, 심지어 우발적 도발을 초래할 수 있다. 북한은 최근 고위층 인사들의 연이은 숙청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매우 불안정한 처지다. 사드 배치에 대응하여 북한은 핵미사일을 포기하기보다 오히려 더 큰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

중국이 사드의 배치에 강력한 거부 반응을 보인다는 점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사드의 운영은 기본적으로 북한을 대상으로 할지라도, 중국의 군사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 더구나 중국은 사드 배치를 계기로 한미일 간 군사동맹이 강화되고, 미국의 영향력이 동아시아에 계속 유지ㆍ확대되는 것에 대해 강한 우려를 드러낼 수 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계획은 사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 다툼의 한 단면이다.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기존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 간 정치ㆍ군사적 경쟁은 새로운 냉전체제의 도래를 예고한다. 과거 냉전체제에서 지정학적 위험성은 동유럽 등 여러 지역에 분산되었다면, 신냉전체제에서는 한반도가 지정학적으로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과거 냉전체제에서 미국과 소련은 경제적으로 단절된 관계에 있었다면, 신냉전체제에서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매우 상호의존적 관계에 있다. 또한 세계화 과정에서 국가들 간 ‘복합적 상호의존성’이 형성됨에 따라, 사드 배치에 대한 대응을 포함하여 국가안보ㆍ외교도 과거처럼 미국이나 중국의 어느 한 쪽만을 선택할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사드 배치 계획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우선 도입의 명분이 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험을 해소하고 남북간 평화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 정부는 북한과의 교류를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미국이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위해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 계획에 대해 합리적 이유를 제시하여 이를 철회하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

 

 


국방.안보 개념 개혁

최선의 방어는 있어도 완벽한 방어란 없다. 현재 가장 큰 실질 위협은 북한 장사정포다. 170mm자주포와 240mm방사포를 합쳐 4,800문, 이 중 350이 서울북방에 바짝 붙여져 있다. 사거리 40~60km니까 시간당 1만발 이상을 서울에 퍼부을 수 있다. 이걸 막을 방법은 없다. ‘원점타격’해도 발포점 포착에서 타격까지 최소 5분, 이미 초탄 수백 발이 날아든 뒤다. 연평도 땐 응사에 13분이 걸렸다.

미사일은 그나마 대응하기가 좀 낫다. 원거리인데다 발사징후 포착이 웬만큼 가능한 때문이다. 이 참에 개념정리를 돕자면 정찰위성 등으로 조짐을 탐지, 발사 전 미사일을 파괴하는 시스템이 킬체인(Kill chain)이다. 반면 발사된 미사일을 공중에서 패트리엇(PAC)으로 요격하는 게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가 논란이어서 꺼낸 얘기다. 지상낙하 직전에 쓰는 PAC만으론 불안하니 앞서 높은 고도에서 한번 더 요격하자는 게 사드다. 다중방어가 나쁠 건 없다. 핵투발 중장거리 미사일이 거슬리는 미국은 써 볼만한 무기다. 그러나 종심 짧은 한반도 전역(戰域)에선 효과가 미지수다. 우리에 직접위협은 사거리 500km 이내의 개량형 스커드 단거리 미사일이다. 사드 개입 여지가 적다. 1,000km쯤 되는 노동미사일만 해도 남한에 떨어뜨리려면 하늘 향해 고각(高角)발사를 해야 한다. 자칫 제가 피해볼 위험도 크다.

사실 사드의 핵심은 요격미사일보다는 자체 탐지레이더다. 파장 짧은 주파수대역을 활용, 2,000km까지 정밀 관찰한다. 미국은 북한만 감시하게끔 각도조정 하겠다지만 재조정은 간단하다. 정말 북한감시만이라면 일본 배치만으로도 가능하다. 중국의 반대는 어깃장이 아니다. MD시스템에 포위돼 영토 깊숙이 감시 받는 형국이 되므로.

문제가 여럿 더 있다. 대당 2조원에 3개 포대면 최소 6조 비용이다. 돈에 궁한 미국이 분담 얘기도 흘린다. 성능이 채 검증되지도 않은 비싼 무기에 집착하는 것도 수상쩍다. 자연스레 군산복합 음모론이 떠올려진다. 추가로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를 피할 부지가 없다는 얘기도 나왔다. 사실이라면 강정마을 이상의 갈등이 불 보듯 뻔하다.

이 모든 회의(懷疑)를 덮는 논리는 단 하나다. 만사불여튼튼이라고, 안보에선 작은 위험도 크게 대비해야 한다고. 맞다. 하지만 요즘 말로 ‘가성비’라는 게 있다. 안보비용은 워낙 천문학적이어서 효율투자가 다른 어느 분야보다 중요하다. 사드는 현재로선 어떤 기준으로도 가성비 형편없는 무기다. 이런데도 장사꾼에 말리면 영락없는 ‘호갱’이 된다. 국가의 호갱짓은 곧바로 국격 추락이다.

우리 국방체제는 딱 길거리 ‘두더지게임’이다. 북한이 고개 내밀고 위협하는 구멍마다 쫓아다니며 메우느라 정신이 없다. 게다가 허접하고 미심쩍은 공세라도 대응엔 수십, 수백 배 비용이 든다. 북한으로선 이렇게 재미있는 장사가 없다. 한도 끝도 없는 이 게임의 틀을 전면적으로 바꿀 때가 됐다.

국방철학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어차피 완벽할 수 없는 방어보다 거친 공세형으로의 전환이다. 북한에 잘못 건드렸다간 호되게 되당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는 전략이다. 지금껏 우린 북한에 어떤 두려움도 준 적이 없다. 1대1 대응무기에 급급할 게 아니라 해ㆍ공군 및 특수전 중심의 공격형 전력으로 하드웨어를 바꿔야 한다.

더 중요한 건 인식과 체질 전환이다. 걸핏하면 미군 바짓가랑이나 붙드는 의존체질로는 백약이 무효다. 연평도 때 우리군 지휘부의 이런 태도에 짜증났다는 연합사 미군장성의 증언도 있다. 운전석에서 한껏 폼 잡다 사고 나니까 “엄마, 어떡해”하는 자동차보험광고가 생각난다. 이런 점에서 전시작전권 환수는 자강(自强)체질을 키우고 북한을 압박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딴 건 몰라도 국방에 관한 한 노무현이 훨씬 나았다.

사드 논란도 이 체질의 연장선에 있다. 사드는 고려할 가치가 아직은 없다. 다만 국방체질과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계기로 삼을 가치는 있다.

 

 

 

 

미국 방문에서 얻을 것이 무엇인가?

6월에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다. 일본 아베 총리의 방미 이후 미·일의 밀월과 한국의 고립을 걱정하는 미묘한 시점이다. 한-미 관계의 현안도 적지 않다. 한·미·일 삼각관계에서 한국의 위상과 역할을 검증하는 중요한 무대가 아닐 수 없다. 많은 주문이 쏟아진다. ‘역사’문제에 연연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크다. 한국을 방문했던 미국의 국방장관은 ‘역사보다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고, 미국 국무장관 역시 ‘한-일 양국의 화해’를 강조했다.

역사는 한·미·일 삼각관계의 단층선이고, 때로는 지진과 태풍의 근원이다. 역사문제로 한-일 관계가 풀리지 않으면 한·미·일 삼각관계는 선순환할 수 없다. 해방 70년의 세월 동안 미국은 언제나 일관되게 한-일의 역사화해를 재촉했다. 그래서 한-일 관계는 양자 관계가 아니라 3자 관계다.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부정하는 일본과,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는 한국 사이에서 미국은 언제나 중재자였다.

중재자는 완고한 쪽이 아니라 만만한 쪽의 양보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50년 전에도 그랬다. 1965년 한일협정이 맺어질 때 미국은 서두르고 재촉했다. 원조 축소를 압력수단으로 활용하고, 청구권 금액의 범위를 조정했다. 박정희 정권은 명분보다 이익을 중시하면서 ‘역사문제’를 후대의 몫으로 넘겼다. 이후 반공전선을 위하여, 한·미·일 삼각관계를 위하여, 경제성장을 위하여 역사는 언제나 당대가 아니라 후대의 누군가가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1965년 당시 강원용 목사는 한일협정을 ‘비정상을 위한 (관계)정상화’라고 비판했다. ‘청산하지 않은 역사’의 후유증은 얼마나 큰가?

50년의 세월이 흘렀고, 많은 것이 변했다. 한국의 경제력이나 외교적 영향력을 어떻게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과 비교하겠는가? 어떻게 군사쿠데타로 집권해서 정당성 콤플렉스를 느끼던 1960년대와 비교할 수 있겠는가? 한국의 역량도, 한·미·일 삼각관계의 성격도 분명히 달라졌다. 역사를 현안과 연계하라는 것도 아니다. 미완으로 남겨진 과제를 어느 누구인들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겠는가?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을 때 역사문제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역사문제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당사자는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대일 강화조약에 한국을 초대하지 않았다. 미국의 결정으로 한국은 일본의 교전 상대로 인정받지 못했고 배상을 요구할 자격을 잃었다. 1965년 한일협정에서 식민 지배에 대한 배상이 아니라 청구권 형식으로 귀결된 것도 사실은 샌프란시스코 조약 때문이다. 독도문제도 마찬가지다. 샌프란시스코 조약은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돌려받아야 할 영토 중 독도를 슬그머니 누락시켰다. 초안에 들어 있던 독도가 일본의 로비로 사라진 후유증은 얼마나 참담한가?

한-일 양국의 역사화해를 위해 미국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미국은 독일 정부가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노동에 대해 보상기금을 만드는 데 역할을 했다. 클린턴 행정부 때는 북아일랜드 평화협상을 주도적으로 해결했다. 미국이 중재자로 개입한 중동평화 협상에서 얽히고설킨 과거는 얼마나 사활적이었는가? 미국은 현재의 평화와 미래의 공동이익을 위해 과거의 역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