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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의 겨울 21 : 우리시대의 시대정신은 과연 무엇인가? 11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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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의 겨울 21 : 우리시대의 시대정신은 과연 무엇인가? 11

두바퀴인생 2013. 3. 23. 13:16

 

 

 

우면산의 겨울 21 : 우리시대의 시대정신은 과연 무엇인가? 11(마지막)

 

   

 

지금까지 김호기 연세대 교수가 쓴 <시대정신과 지식인>에 대한 내용을 요약했다. 삼국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에서 지식인들이 시대정신을 어떻게 탐구해왔고 그것의 구현을 위해서 어떻게 자신의 신념을 펼쳐왔는가를 살펴보았다.

 

해방 이후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 한국전쟁, 4.19 학생혁명, 5.16 군사혁명, 경제개발과 산업화, 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 5.18 및 6.10 민주화 항쟁, 김영삼의 문민정권과 국가부도사태, 김대중의 과거청산 및 민주화, 남북화해, 노무현의 참여정부를 거쳐 오면서 세계사에 보기드문 경제적 기적을 이루었고 아울러 정치.경제.사회적으로도 급속한 변화를 겪으면서 숨가쁜 시간을 달려왔다.

 

그래서 그동안 우리 사회는 경제적 안정을 통해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군사독재가 사라지고 정치.사회적 민주화도 어느 정도 이루었고 선진국을 향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 경제적인 성장은 어느정도 상공적으로 이룬 반면 그 이면에 나타나기 시작한 제반 여러가지 문제가 하나 둘 분출되고 있는 시점에 봉착하여 있다.

 

시대정신은 사람에 따라 생각을 달리할 수도 있지만 "대체적인 그 사회의 지배적인 지적, 정치적, 사회적 동향을 나타내는 정신적인 경향"을 말한다고 백과사전에 나와 있다. <시사IN>에서 발표한 내용으로 우리나라에서 사회적으로 영향을 주는 보수.진보 인사 100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이 시대의 최대 화두는 '복지'로 조사되었다. 물론 이 결과는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남북한의 평화공존을 전제로 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최대 현안은 남.북한이 통일되어 단일 국가를 이루는 것이며 아울러 동북아 국제정세의 안정과 정치적인 안정, 경제.사회적인 선진화와 민주를 통해 부국강병을 이루어 남.북한의 모든 민중이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는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일 게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북한의 위협이 날로 증가하고 있고 최근의 사태 추이를 볼 때 북의 미사일 및 핵무기 개발로 인해 남.북한의 순수한 군사적인 균형이 기울기 시작하고 있고 한국은 점증하는 대미일변도 외교와 미국의 핵우산 아래서 언제까지 안정적인 체제를 유지할지는 알 수가 없다. 또 세계 경제의 부침에 한국 경제는 절대적인 영향을 받고 있으며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의 경제는 자원빈국에다가 유가 상승, 무역로 봉쇄, 무역 마찰, 주변국과 영토 분쟁, 북한의 위협과 도발, 북한의 급변사태, 주변 강대국의 침탈 등 국제정세에 따라 일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는 허약한 거품 경제일 뿐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안보.국방의 안정화 없이는 경제민주화나 복지 논쟁도 허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런 외부적인 위협을 감내하면서 현시점에서 우리 사회에 대두되고 있는 내부적인 시대정신을 살펴보기로 한다. 

 

 

 

 

 

 

시대정신의 정의

 

시대정신(時代精神, 독일어: zeitgeist, 영어: zeitgeist, the spirit of the times, the spirit of the age)은 '한 시대에 지배적인 지적·정치적·사회적 동향을 나타내는 정신적 경향'이다. 이 용어는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에 걸쳐 독일을 중심으로 등장하였다.

 

시대정신이라는 개념의 근원을 살펴보면 독일의 철학자 요한 고트프리트 헤르더가 제시한 민족정신이라는 개념에까지 이르게 된다. 헤르더는 민족적인 정신문화(민족적 언어 또는 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인류사를 인간정신의 완성으로 향하는 보편적 역사라고 파악하는 생각을 제시하였고, 시대의 정신을 나타내는 '민족의 정신'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변증법 철학을 주창한 헤겔은 민족정신(또는 국민정신)을 세계사의 각 발전 단계에서 보편적인 '세계 정신'의 현상으로 파악하고, 민족정신에서 볼 수 있는 역사적·시대제약적 성격(비철학의 소극적 성격)을 분명히 했다. 여기서 출발하여, 보편적인 인간 정신이 특수적·역사적 현실 속에 펼쳐있는 가운데, 한 시대의 정신 문화를 나타내는 시대 정신이 존재한다고 보는 견해가 확립되게 되었다. 이같은 생각은 19세기에 걸쳐 역사학, 법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었다.

빌헬름 딜타이헤겔보다 구체적으로, 생활 체험의 시점에서 시대정신을 파악하였다. 헤겔의 형이상학적 구성과는 달리, 주어진 삶의 현실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했으며, 시대정신을 지·정·의의 '작용 연관'으로 파악하였다. 가치 체계를 핵심으로 하여, 그 작용 연관이 표출되는 가운데 시대정신을 이해하는 정신과학(독일어: Geisteswissenschaften)을 제창했던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이후에 유럽에 큰 영향을 주었다.

 

오늘날, 위와 같은 철학적인 정의보다는, 단지 그 시대에 특유의 사회적 상식을 가리켜 '시대정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리처드 도킨스는 저서 '신은 망상이다'에서 여성의 선거권 획득 등으로 대표되는 사회 상식의 변화를 설명할 때에 이 말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 사회의 현재 시대정신은 무엇이 대두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아래는 최근 <시사IN>에서 조사한 내용이다. 

 

 

 

 

 

보수.진보를 대표하는 오피니언 리더 100인에 대해서 시대정신 관련 설문 조사한 내용

 

대선이 있는 해는 새로운 시대정신이 떠오르는 해이기도 하다.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었던 2002년이 ‘정치 개혁’과 ‘세대교체’를 상징했다면, 이명박 대통령을 탄생시킨 2007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단연코 ‘경제성장’이었다. 대다수 선거가 현재 집권 세력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지니지만, 대선은 예외인 경우가 많다. 집권 세력 자체를 새로 세우는 선거인 만큼, 대선에서는 과거보다 미래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특히 대선이 있는 2012년은, 이른바 ‘1987년 체제’의 막을 내리는 거대한 전환기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모두 나왔다.

민생 문제의 해법을 경제성장에서 찾았던 2007년판 시대정신이 실망스러운 결과로 돌아온 지금, 2012년 대선은 어떤 시대정신을 기다리고 있을까. 이 질문은 누가 대통령이 될까라는 질문보다 먼저 나와야 한다. 무엇이 시대정신인지를 확인한 뒤에야 누가 적절한 대변자인지도 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사IN>은 한국의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오피니언 리더 100명에게 ‘2012년 대한민국 시대정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보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간략한 설명도 부탁했다.

설문 대상자는 정치·경제·학계·시민사회 네 분야로 나눴다. 진보에서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 장하준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 조국 서울대 교수,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정연주 전 KBS 사장 등 각계를 대표하는 인사가 답을 보내왔다. 보수에서도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이상돈 중앙대 교수, 소설가 김훈·복거일, 이석연 전 법제처장 등 여론을 주도하는 인사가 망라됐다. 사실상 ‘중도’로 평가하는 것이 더 적절한 인사도 있었지만, 진보와 보수라는 범주를 최대한 폭넓게 적용했다.

답변을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더 심층적 분석을 위해, 오피니언 리더 100인의 답변 자료를 ‘의미 네트워크 분석’ 기법을 사용해 깊이 들여다봤다. 의미 네트워크 분석이란 전체 텍스트에서 사용된 단어들의 거리와 연관관계, 한 단어가 다른 단어에 끼치는 영향력 등을 분석해, 말하는 사람 본인도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담론의 지도’를 객관적으로 그려내는 분석 기법이다. 이를 통해 2012년을 바라보는 한국의 진보와 보수의 ‘머릿속’을 스캔하듯 들여다볼 수 있었다. 소셜 네트워크 분석 전문기업 트리움(TREUM)이 <시사IN>과 공동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결과는 이구동성이었다. 시대정신으로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는 ‘복지’였다. 진보 진영 최대 화두가 복지인 것은 예상됐던 일이다. 하지만 보수 인사들도 2012년 최대 화두로 복지를 꼽은 것은 인상적이다. 찬성과 반대를 떠나, 2012년 대선은 복지라는 화두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핵심이라는 데 진보와 보수 오피니언 리더의 의견이 일치한 셈이다. 진보 인사들의 응답에서는 ‘복지’가 총 54회 등장했다. 보수 쪽에서는 총 43회 등장해 양쪽 모두에서 압도적 1위다(위 사진 <표 1>).


   
 



진보 “복지=정의”…보수 “복지=포퓰리즘”


100명의 답변에 대한 의미 네트워크 분석을 거쳐, 단순 출현 빈도가 아니라 담론 내에서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순서대로 키워드를 나열한 결과가 <위의 표 2>이다. 역시 진보·보수 모두에서 복지가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나타났다. 단, 진보는 복지를 양극화의 해법이자 정의를 실현할 열쇠로 보는 반면, 보수는 복지가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포퓰리즘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해찬 전 총리(진보·정치)는 ‘평화복지 공동체’를 키워드로 제시하며 “시대적 소명을 다한 1987년 체제의 뒤를 이을 ‘2013년 체제’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체제여야 한다”라고 이유를 댔다. 장하준 교수(진보·경제)는 “15년간 추구해온 신자유주의 모델이 빈부 격차와 고용 불안을 만들면서 사회적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라고 복지가 시대정신인 이유를 진단했다. 조희연 교수(진보·학계)는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보수적 실망’과 ‘진보적 실망’이 만나 탄생했다.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진보적 실망’의 요구가 ‘복지’로 구체화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보수에서도 복지를 시대정신으로 꼽는 응답이 쏟아졌다. 단, 긍정 평가 일변도인 진보와 달리 보수의 평가는 긍정과 부정으로 갈렸다. 김정호 자유기업원장(보수·경제)은 ‘복지정책 대 국가부채’의 대결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했다. “총선과 대선에서 복지정책이 모든 당의 득표 전략이 될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세계적으로 일어날 국가 연쇄 부도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두 개념의 충돌이 2012년의 화두다.” 다분히 복지의 위험을 경계하는 평가이고, 이것이 보수가 복지를 보는 기본 시각이었다. 반면 소수이지만 복지를 보수 어젠다로 수용하려는 목소리도 있었다. 윤평중 교수(보수·학계)는 “한국 사회는 더 이상의 양극화를 견뎌낼 수 없다. 분배와 복지를 통해 격차 사회를 해소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다”라고 답했다.

   
 


겨우 5년 만의 대역전이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주요 후보가 경제성장을 말하던 2007년 대선 때에는 보수가 시대정신을 장악하고 진보가 우왕좌왕했다. 보수는 경제성장을 한국 사회의 수많은 문제를 해결할 일종의 ‘만능키’로 제시했고, 진보는 대안 담론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끌려다니다 참패했다. 이를 반대로 뒤집으면 정확히 지금의 담론 지형이 나온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전체 의미 네트워크에서 ‘복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지도를 추출해봤다. 즉, ‘복지’라는 키워드와 연관을 맺고 있는 키워드들의 지도를 그려본 것이다. 이를 통해 진보와 보수가 복지를 어떤 맥락에서 생각하는지가 드러난다. 그 결과를 알아보기 쉽게 표현한 것이 <위 그림 1>과 <그림 2>이다. <그림 1>은 진보가 말하는 복지 담론 지도, <그림 2>는 보수가 말하는 복지 담론 지도다.

양쪽 모두 복지를 말하고 있어도 담론의 실체는 영 딴판이다. 읽는 방향부터가 정반대다. 진보는 복지라는 ‘목표’를 향해 공세적으로 담론을 구성했고, 보수는 복지라는 ‘도전’에 대해 수세적으로 담론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진보의 복지 담론은 ‘밖에서 안으로’ 읽어야 한다. 동심원 가장 외곽에는 진보가 중시하는 가치들이 자리 잡았다. 공동체·상호부조·자치·평화·자립·공존 등이 중요하게 제시됐다.

그런데 이게 복지와는 무슨 상관일까. 두 번째 동심원을 보자. 이런 가치가 왜 무너졌는지, 진보가 내놓는 설명이 등장한다. 즉, ‘사회경제’적인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어 ‘평등’과 ‘분배’에 문제가 생기고 ‘삶의 질’이 추락했다는 것이다. 핵심 진단은 양극화다. 이로부터 한국 사회가 앓는 수많은 문제가 파생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복지’가 일종의 결론이자 해결책으로 등장한다. 2007년의 보수가 경제성장을 만능키로 제시했던 것과 판박이다. 박상훈 정치학 박사(학계·진보)는 “한국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적은 양극화·비정규직·저출산율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불평등의 심화’이므로, 복지를 키워드로 한 사회경제적 민주화가 중심 의제가 될 것이다”라고 진보의 복지 담론을 대변했다.

보수 담론에서의 복지는 정반대다. ‘안에서 밖으로’ 읽어야 한다. 2007년의 진보에게 ‘성장’이 그랬던 것처럼, 2012년의 보수에게 ‘복지’는 일종의 도전이다. 피할 수는 없다. 맞서 싸워야 할지 흐름에 동참해야 할지 선택만 남는다. <그림 2>를 보자. 동심원 한가운데, ‘복지’라는 도전이 일단 주어졌다. 두 번째 동심원을 보면, 복지란 무엇보다도 ‘반값 등록금’이나 ‘무상급식’ 같은 ‘포퓰리즘’으로 이해된다. 이는 ‘재정’ 위기를 초래해 ‘국가 부도’의 위험을 높인다. 복지라는 시대정신이 보수에게 도전인 이유다.


공세적인 진보, 수세적인 보수

바깥쪽 동심원을 보면, 보수 역시 ‘복지’라는 도전이 발생한 이유로 ‘중산층 감소’와 ‘양극화’를 꼽는다. 현실 인식에서 진보 담론과도 어느 정도 접점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또한 보수는 ‘정치권’을 강하게 의심한다. 선거를 위한 포퓰리즘 경쟁을 펼쳐 복지라는 요구를 증폭시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영배 경총 상임부회장(경제·보수)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과도한 복지와 재정 지출은 결국 사회와 경제의 근본을 위험하게 하는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으므로 시대정신은 포퓰리즘 극복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해 보수의 관점을 대변했다.


   
 



그렇다면 보수의 대책은 무엇일까? 분명하지 않다. ‘자유주의’와 ‘자립자존’ 정신을 강화해야 한다는 해법을 내놓기도 하고(경제·공병호 소장, 시민사회·소설가 복거일 등), ‘공동체’와 ‘통합’을 강조하기도 한다(정치·유승민 한나라당 최고위원, 박형준 대통령 사회특보 등). 앞의 것은 고전적 자유주의에 충실한 해법으로 주로 경제계와 학계에서 선호하고, 뒤의 것은 고전적 보수주의에 가까운 해법으로 정치권에서 선호한다. 전자가 시장원리주의 색채가 강하다면, 후자는 온정적 색채가 더 강하기 때문에 학계·경제계와 정치권의 선호도가 엇갈린다고 볼 수도 있다.

<시사IN>과 트리움은 진보와 보수는 물론 정치·경제·학계·시민사회 등 응답자의 영역에 따라서도 각각의 담론 구조를 분석해봤다. 즉, 2012년 시대정신을 말하는 담론 지도 총 8개를 얻을 수 있었다. 위의 <그림 3>부터 아래 <그림 6>까지는, 그중에서도 특징이 두드러지고 대조가 분명한 정치 분야와 경제 분야 담론 지도다. 순서대로 진보·정치, 보수·정치, 진보·경제, 보수·경제 담론 지도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진보와 보수의 담론 지도는 읽는 방향부터 다르다. 진보 지도는 아래에서 위로, 보수 지도는 위에서 아래로 읽는다. 분석을 총괄한 트리움 김도훈 대표는 “진보는 궁극적으로 복지라는 어젠다를 지향하는 담론 구조(상향식), 보수는 양극화 등 사회현상의 결과로 등장한 복지라는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담론 구조(하향식)를 갖고 있다”라고 차이를 지적했다. 따라서 진보의 담론 지도는 여러 현실 인식에서 시작해 한 점(복지라는 목표)으로 수렴되는 반면, 보수의 담론 구조는 한 점(복지를 요구받는 현실)에서 시작해 합의된 해법 없이 여러 갈래로 발산한다. ‘공세적인 진보’와 ‘수세적인 보수’라는 큰 틀은 여기서도 다시 한번 확인된다.

담론 지도에서 각 키워드 간의 연결은 ‘논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같은 색깔은 ‘동의어 블록’을, 키워드의 크기는 담론에서의 중요도를 뜻한다. 진보·정치 지도(<그림 3>)를 보자. 이명박 정부가 불러온 민주주의의 위기를 지적하고(파란색), 새로운 한반도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하며(붉은색), 경제 문제도 성장이 아니라 기득권을 해체하고 사회 합의를 만들어나간다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노란색). 이런 세 차원의 진단은 ‘경제 민주화와 남북관계의 평화를 기반으로 하는 복지국가’ 모델로 집약된다(초록색).

이명박 정부 초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남북관계·서민경제 위기’라는 이른바 ‘3대 위기론’을 제시한 바 있다. 정치·진보 지도를 보면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제시한 프레임이 사실상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이에 반해 진보 정당에서 더 강조하는 노동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는 상대적으로 담론의 주변부에 위치했다.


   
 



반면 보수·정치 지도(<그림 4>)는 ‘양극화’라는 움직일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시작한다. 이에 대해 2007년의 보수가 자신만만하게 ‘성장’이라는 답을 내놓았다면, 2012년의 보수는 태도가 좀 더 모호하다. 양극화 때문에 공동체가 분열되고 복지 요구가 거세지면 결국 ‘퍼주기’로 정부가 빚더미에 안게 될 것이기 때문에, 어쨌든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 방법을 찾기는 해야 한다(푸른색). 하지만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라는 핵심 과제에 대해 보수가 내놓는 답은 ‘통합’ ‘공정’ ‘나눔’처럼 추상적 수준에 머문다.


“유행 타는 한국 담론 시장”

진보·경제 담론 지도(<그림 5>) 역시 이명박 정부가 양극화를 가속화했다는 진단에서 출발한다(초록색). 대기업을 비롯한 각종 이익집단이 정의를 왜곡한 현실을 국가가 바로잡아야 할 책임이 있다(붉은색). 지나친 시장 경쟁이 불평등을 키우고 중산층을 붕괴시켜 생존의 불안을 불러온 현실에서, 결국 경제정의·사회통합·공존의 열쇠는 복지로 수렴된다(노란색).

반면 보수·경제 지도는 붉은색 단색이다. 의미 덩어리가 사실상 하나로 단순하다는 뜻이다. 양극화라는 현실에서 출발은 하되, 재정 문제를 일으키고 경제를 파탄시키는 복지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래서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포퓰리즘에 휩쓸려 일을 망칠까 걱정이다. 하지만 대안은 분명하지 않다. 지도자들이 포퓰리즘을 극복하고 ‘잘해야 한다’는 요구 정도가 전부다. 성장이 대안이라고 자신 있게 주장하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2012 시대정신’을 기획할 때 예측했던 것 이상으로, 오피니언 리더층에서 복지 담론의 위력은 강력했다. 그 때문에 2012년 대선에서 중요한 과제가 될 교육, 과학기술, 남북관계, 동북아 외교 등의 주제가 과도하게 주변으로 밀리거나 심지어 아예 증발하기도 했다. 2012년은 한반도 주변 4강 중 3개국(미국·중국·러시아)이 동시에 권력교체기를 맞는 해이지만, 이에 대한 관심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분석을 총괄한 김도훈 대표는 “이번 분석에서 복지 담론이 가지는 위력을 보수에서도 상당히 크게 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다만 진보는 국내 이슈 중에서도 한 갈래인 복지 이슈에 지나치게 몰입하고, 보수는 공동체를 유지하는 보수 본연의 임무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한국 담론 시장이 지나치게 유행을 타는 인상도 준다”라고 총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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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50인 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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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란  시대정신에 대해서......

아래는 싱크탱크 미래지 원장이며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인 이근씨의 이야기로 경제민주화는 이미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용어로 경제민주화보다 경제 운용 모델이 적절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요즘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단어가 아마도 '경제민주화'가 아닐까 싶다.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시대정신을 선점해 끌고 나가는 당과 정치인이 2013년 청와대의 주인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요 정당과 정치인들은 시대정신을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포착해 이를 대선 공약에 반영시키려고 한다. 경제민주화가 새로운 시대정신의 후보 중 하나로 등장한 배경에는 이른바 작은 정부, 민영화, 규제완화, 세금인하 등으로 대변되는 지난 정부들의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부작용이 있다. 즉 경제의 양극화와 높은 청년실업률, 대기업 경제집중 등의 부작용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찾기 위해 제기된 화두가 바로 경제민주화인 것이다. 


 200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한국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신자유주의는 사실 경제 양극화와 금융자본 및 외국자본 횡포의 주범으로 비판받기 시작한지 꽤 오래됐다. 영국의 정치경제학자인 수잔 스트랭은 이미 1986년에 <카지노 자본주의>라는 책을 출판했고, 정치경제학계에서는 영미식 주주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해 온 지 오래됐다. '자본주의 다양성' 논쟁이라는 학계의 논쟁에서도 영미식 신자유주의 경제가 국가의 시장개입이 강한 북유럽 경제에 비해 반드시 그 성과가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경험적 데이터가 무수히 제시됐고, 오히려 신자유주의가 경제 및 사회의 양극화를 가져온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최근에는 폴 크루그먼이나 조셉 스티글리츠와 같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도 신자유주의 비판에 가세하고 있다. 


이러한 꽤나 오래된 흐름 속에서 볼 때 지난번 대통령 선거에서 신자유주의적인 747 공약이나 '줄푸세' 공약을 내세운 한나라당의 공약은 시대의 흐름을 앞서서 읽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헛된 공상을 심어준 신자유주의의 상투를 잡은 공약이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본격화된 세계 금융위기는 이제 '카지노 자본주의'라는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을 확실히 보여줬고, 한국에도 그 여파가 미치자 정치인들은 대안으로서 새로운 시대정신과 묘약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가 짚어 보아야 할 것은 과연 '경제민주화'라는 화두가 새로운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고 반영한 올바른 방향의 화두인가라는 점이다. 


 

민주화라는 단어는 한때 대한민국 국민의 가슴을 설레게 한 시대정신이었고 정치발전을 상징하는 슬로건이었다. 권위주의 독재를 극복해 자유로운 정치참여와 표현이 보장되는 민주주의를 달성하는 것이 그 내용이었고 따라서 정치 영역에서 민주화가 의미하는 내용은 매우 분명했다. 그런데 이러한 정치영역의 개념인 민주화라는 단어가 경제의 영역에서 사용되다 보니 그 내용이 매우 불분명해 진다. 경제에 권위주의 독재가 있고 이를 민주화하자는 말 같이 들리는데, 경제의 권위주의 독재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권위주의적 기업운영과 경제운용이 경제에 꼭 나쁜 것인지에 대한 설명 없이 무작정 경제민주화라고 하니 민주화로 모든 걸 해결하려 한다는 느낌마저 든다.

 

원래 경제민주화는 헌법 119조 2항에 이미 나오는 표현이어서 새로운 것은 아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국가가 시장에 개입해 공정한 성장 및 분배를 위해 규제와 조정을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에서 주장하는 목표도 경제민주화와 다름이 없다. 다만 그 목표를 위하여 국가가 아닌 시장에 경제를 맡기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고 결과가 반대로 나왔을 뿐이다.

 

따라서 경제민주화가 시대정신으로 제시되는 것은 너무나 지당한 공자말씀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오히려 어떠한 경제 운영의 모델이 경제민주화를 가져오는가를 놓고 대안을 선점해 정당 간에 경쟁을 하는 것이 옳다. 그러한 경쟁이 없고 모두가 지당한 경제 민주화만을 얘기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여당이나 야당이 서로 무엇이 다른지 누가 더 시대정신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오히려 민주화라는 단어가 경제를 정치적으로 왜곡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이근 (싱크탱크 미래지 원장,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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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김상조, 김종인씨의 대담 자료

 

책의 저자 김호기 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가 민주화 시대가 25년이나 지났지만 역설적으로 사회.경제민주화가 답보 내지 후퇴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종인씨의 말에 의하면 "우리 사회가 1987년 이전까지 압축성장의 시대였다. 이때 헌법 119조 2항에 경제민주화가 들어갔다. 그런데 현재 그 갈등 요인이 해소되기는 커녕 더 심해져서 양극화가 나타나고 '1대 99 사회'라는 말에 동의하는 사람이 80%가 넘는다. 경제민주화 논쟁은 인위적으로 누가 끄집어낸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당면한 경제.사회적 요인이 그런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도록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김종인 씨는 경제 민주화에 대해서 "경제민주화 조항을 만들 당시 이 조항을 넣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정치민주화로 의회가 중심이 됐는데 의회가 기업 로비에 걸리면 아무 일도 할 수 없겠다 싶었다. 사회에 긴장 관계가 형성되고 경제 문제로 폭발 직전에 이르게 되면 입법으로 상황을 규제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경제민주화 조항이 없는 상태에서 입법 규제가 시작되면 기업들이 헌법소원 등으로 대응하려고 달려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경제세력이 언론·법률·지식인 사회를 지배하는데 그 결론이 뻔할 것 아니냐. 그런 일을 방지하자는 것이 첫번째 생각이었다. 시장경제가 발달하면 자연적으로 집중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고 경제세력이 힘을 더 발휘할 텐데 그 사람들을 규제하기 위한 민주적 장치 마련이 시급했다."고 했다 

또 김종인씨는 진보 세력이 아닌 보수 세력에 동참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소위 진보정권이 10년간 계속되면서 결과가 어땠나. 1997년 외환위기가 오고 국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지만 한편으로는 누적된 폐해를 일거에 재조정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1970년대식 재벌위주 경제정책이 펼쳐졌고 재벌의 위치는 더 공고해졌다.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 양극화 아니냐. 진보가 경제민주화를 더 잘할 것이라는 논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왜 새누리당으로 가 도와주느냐고 물었는데 경제민주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보수 집단이 변하지 않고는, 보수 인사들의 의식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생태적 DNA를 바꿀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또 김종인씨가 내세우는 재벌개혁의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우리 재벌은 자기 노력에 의해 재벌이 됐다기보다는 압축성장 과정에서 시혜를 받아서 형성됐다. 그리고 그 경제력을 바탕으로 정치·경제·사회 모든 면에서 재벌 우위 시대가 됐다. 이 사람들을 이런 상태로 방치하면 결과적으로 사회가 어떻게 변모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사회적 폭발이 일어났을 때 제어할 능력도 없다. 그러기 이전에 제도적 규범을 짜면 재벌 스스로 거기에 적응하기 위해서 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재벌이 룰을 어기고 고치려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재벌이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원칙은 맞지만 재벌이 그 룰 속에서 움직일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질문에,
김종인씨는 "간접적으로 유도해도 안되면 최종적으로는 직접적인 방안을 택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20세기 초반까지 그런 제도적 장치 없이 발전하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나와 제도를 만드는 과정이 50년 지속되면서 조화롭게 됐다. 자본주의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킨 나라는 다 이런 과정을 겪는데 우리는 지난 50년 동안 압축성장을 통해 발전하면서도 한번도 그런 조정기를 거치지 않았다. 현시점에 그런 지도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벌이 저항하겠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조씨는 "재벌개혁 의미를 국가가 재벌로 하여금 사회적 룰 속에서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주장은 보수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반면 진보진영은 룰을 만들고 집행하는 것보다 국가 역할이 더 크다고 본다. 진보 쪽에서는 지도자 역할뿐 아니라 대중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 아닐까 한다." 고 말했다. 이에 김종인씨는 "지도자 역할과 대중 역할을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도자는 결국 대중의 의식 변화를 느끼고 그 요구에 따라 변화해 대중을 끌고나갈 힘을 얻어야 한다. 대중의 역할은 결국 지도자가 그런 행동을 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것이지 대중이 직접 나서서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추진 여부에 대해서는, 김종인씨는 "지금까지 나는 어떻게 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적이 없다. 말을 던져 놓으면 입씨름만 되지, 효과적으로 굴러갈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건 10월 또는 11월 본격적으로 대선이 굴러갈 때 후보가 어떻게 말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때 집권 5년 동안 무엇을 할지, 목표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등 설명하려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시대착오적 보수가 많다. 보수도 집권과 생존을 위해서 대중과 영합을 하지 않으면 존재가치가 없다. 새누리당 일부가 말하는 보수대연합으로는 집권할 수 없다. 집권하고 생존하려면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이 주도하는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이 40여명으로 늘었다. 박 후보가 확신을 갖고 끌고 가고 여당의 상당수가 의지를 보인다면, 여당 생리상 최고 통치자가 끌고 가면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상조씨는 "재벌 개혁 대부분은 법을 지키게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서구 관점에서 말하는 법치주의를 만드는 것은 진보의 과제라기보다 보수의 과제다. 그런데 한국 보수세력, 보수정당, 보수대통령은 재벌개혁을 자신의 아젠다로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종인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모든 대통령은 성장 콤플랙스에 걸려 있었다. 시대 변화에 따라서 성장이 될 수도, 안될 수도 있으니 사회 제반 역할을 조정함으로써 지지를 받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대통령으로서 기능을 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디. 

김상조=경제민주화 실천모임에서 이미 3개 개혁법안(불법총수 형량 강화, 일감몰아주기 규제, 순환출자 금지 등)을 발의했고, 최근에는 제2금융권까지를 포함하는 금산분리 규제 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선거국면에서 사실상 입법이 불가능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명색으로만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이에 대해 김종인씨는 "경제민주화 실천모임 법안은 의원입법안이다. 당론으로 확정하는 과정에서 실현 가능한 것으로 고칠 수밖에 없다. 집행이 불가한 걸 내놓는 것은 거짓말밖에 안된다. 이행 가능한 법을 만들었다 해도 지키지 않아서 우리 사회가 여기까지 온 거다. 현행 공정거래법을 엄격하게 지키면 상당 부분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된 것이 문제 아니냐."

재벌들의 저항에 대해서는 "경제 사정이 어려운 것과 경제민주화는 별개 문제다. 경제가 어려운 건 그대로 풀고 고칠 것은 고쳐야지 경제가 어려우니 경제민주화는 나중에 하자면 아무것도 안된다. 전두환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국보위) 시절 외부 위원으로 참여해서 ‘금년은 성장은 안되니 경제 윤리를 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더니 ‘말조심하라. 어디서 운동권 교수를 불러오지 않았느냐’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세계 경제가 요동하는 과정에서 성장률을 7% 목표로 정했다고 해서 경제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그런 무모한 짓을 해서는 안된다. "고 김종인 씨는 말했다.

김호기씨는 "학계에서는 재벌개혁의 4대 쟁점으로 공정거래법 개혁, 하도급법 개혁, 현행법 제도의 엄격한 집행 및 재벌기업에 대한 사회적 감시 강화, 기업집단법 제정을 꼽는다. 가장 우선시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가." 이에 김종인씨는 "시장경제를 운용하는 이상 일정한 부의 집중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그걸 어떤 형태로든 시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의사결정 과정을 민주화하는 수밖에 없다. 국가는 최저임금법 외엔 소득 분배에 별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노사가 합의하게 돼 있다. 문제는 지나치게 경제력이 집중돼서 모든 것을 지배해버림으로써 사람들의 의욕을 꺾는다는 점이다. 한쪽이 꽉 쥐고 힘을 행사하니 다른 사람들이 절망상태에 빠져 버렸다. 경제민주화를 바탕으로 전체 경제 운용 여건이 거기에 맞게 따라가지 않으면 성장 효율도 기대할 수 없다."

김호기씨는 "최근 일본 경제 침체 요인 중 하나로 투명하지 않은 지배구조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재벌개혁은 한국경제의 새로운 틀 구축을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어떤 다른 정책들이 재벌정책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김종인씨는 "재벌을 키울 적에는 다른 주체들의 시장 진입을 엄하게 규제했다. 최근에 이들이 커져서 힘이 생기니 자기들이 다른 분야에 진입할 수 있는 자유를 허용해 달라고 한다. 탐욕으로 코묻은 돈까지 빨아들이겠다면서 대기업 총수 자식과 손자들에게까지 빵집, 순대집이 돌아가면 소상인·중간상인 할 것 없이 영세민으로 추락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것은 정부 힘으로 규제할 수밖에 없다. 경제학자 폴 사뮈엘슨은 시장을 맹목적으로 믿는 사람은 정서적 불구자라고 하더라. 우리나라에는 그런 정서적 불구자가 너무 많다."라고 말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세계경제 위기 속에 저성장시대가 예견되는데, 향후 경제정책 핵심에 대해서는 "자본주의 황금기에 복지가 확대된 것은 사실이다. 복지의 수준이 높아졌다. 그러나 복지가 시작된 때는 사회가 어려울 때, 사회적인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과거와 같은 고도 성장은 있을 수 없다. 현실에 맞게 해야 한다. 국민들은 사회가 정의롭지 못한 데에 불만이 많다. 정의가 확립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김종인씨는 말했다. 

 

 

■ 김상조 “1년 전엔 내가 과격한 재벌개혁론자였는데,
지금은 중간밖에 안되더라”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캠프의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의 부암동 사무실에는 액자가 하나 걸려 있다. 김 위원장의 캐리커처다. 한 손에 돋보기를 들고 무언가를 들여다 보고 있는데, ‘不動産(부동산)’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노태우 정권 당시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 강제매각조치를 견인한 청와대 경제수석의 면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다.

지난 16일 김 위원장과 김호기·김상조 교수의 대담은 90분 동안 밀도 높게 진행됐다.

연구년으로 미국에 다녀온 김상조 교수는 대담을 시작하기 전 “1년 전에 한국을 떠날 때는 제가 과격한 재벌개혁론자였는데, 돌아와보니 중간밖에 안되더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만큼 경제민주화라는 화두가 일반화됐다는 이야기였다.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 논쟁이 계속되면서 일반 국민, 소상인까지 경제민주화라는 단어를 다 알게 됐다”며 “정의와 복지도 경제민주화를 하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가 어려운데 경제민주화 하면 어떻게 먹고살 거냐, 외국자본에 우리 기업을 넘기자는 것이냐’는 반박이 있다는 말이 나오자 김 위원장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그는 “기업하는 사람들이 자기 목적을 위해서 하지 국민을 위해서 하느냐. 돈을 번다면 지옥에라도 갈 사람들인데 경제민주화 한다고 그들이 아무것도 안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며 “세계 경제가 휘청거릴 땐 국가의 혜택을 누리면서 번 돈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시장경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침 인터뷰가 진행되던 그 시각,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법정구속됐다. 두 교수는 “한국 사회가 한걸음 나아갔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형량은 최소였다고 보여져 재벌봐주기 문제는 여전히 양면성이 있는 것 같다. 소회가 어떤가”라고 물었다. 김 위원장은 “법원도 사회 분위기를 따라가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지선 기자 j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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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기 교수 대화 후기 - 내가 본 김종인

인터뷰어 한 사람으로 먼저 독자들에게 이 기획을 마련한 이유를 이야기하는 게 순서일 듯하다. 올 12월 대선에는 여러 의미들이 담겨 있다. 나는 그 의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민주화 시대 25년의 결산과 새로운 시대정신의 모색에 있다고 생각한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우리 사회를 이끌어온 원동력인 민주화는 분명 전환점에 도달해 있다.

문제는 이 전환점의 의미를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있다. 민주화 시대의 계속인가 또는 종언인가, 계속이라면 제2단계 민주화로 볼 수 있는가, 종언이라면 새로운 시대는 어떻게 명명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들은 나를 포함한 사회과학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다.

내 생각은 이렇다. 계속이라면 경제민주화가 새로운 시대정신이고, 종언이라면 복지국가가 새로운 시대정신일 것이다. 여하튼 내 잠정적인 결론은 우리 사회가 현재 이중과제에 직면해 있으며, 그 이중과제는 다름 아닌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라는 것이다.

첫 번째 인터뷰이로 김종인 박근혜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만났다. 지난해 이상돈 교수와 진행한 ‘대화’를 포함해 그동안 김 위원장을 몇 번 뵈었다. 김 위원장은 박정희 정권의 의료보험과 ‘87년 헌법’ 경제민주화 조항(119조 2항)의 산파 역할을 맡았다.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김 위원장은 중도보수를 대표하는 뛰어난 ‘지식인 정치가’다. 이번 대담에도 김 위원장은 분명한 어조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생각에 모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그의 활약이 우리 사회 보수가 거듭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자하문터널 너머에 있는 김 위원장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눈 다음 광화문광장에 와서 사진을 찍었다. 광화문광장은 내게 많은 상념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다. 촛불집회, 반값등록금집회,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 이명박 정권에서 일어난 일들이 두서없이 스쳐 지나갔다. 2008년 촛불집회 당시 2012년을 기다리자고 했는데, 바로 그 2012년이 지금 진행되고 있다. 12월 대선으로 가는 뜨거운 여름날 오후, 광장에 나온 시민들의 모습에는 활기가 넘쳐 있었다.

<김호기 | 연세대 교수·복지국가민주주의싱크네트 운영위원장>


 

■ 김상조 교수 대화 후기 - 내가 본 김종인

경향신문 이대근 편집국장으로부터 이번 기획에 인터뷰어로 참여할 것을 제안 받았을 때, 솔직히 당혹스러웠다. 어느 모로 보나, 나는 이번 기획의 ‘인터뷰어’라기보다는 ‘인터뷰이’에 더 어울릴 사람이기 때문이다. 잠시 동안의 망설임 후에 흔쾌히 수락했다. 이번 기획에서 인터뷰이로 예정된 한국의 대표적인 지성인 열 분을 만나보는 것이 지난 1년간의 안식년 공백을 가장 빨리 메우는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가 김종인 박사다. 김 박사는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있었고, 특히 경제민주화 내지 재벌개혁에 대해서는 김 박사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던 터라, 새삼스럽지는 않았다. 작년에 김 박사가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영입되었던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지만, 미국에서 그 소식을 접한 나로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김 박사는 독일식 ‘사회적 시장경제론자’ 또는 ‘질서 자유주의자’다. 이러한 입장이 독일에서는 보수이지만, 한국에서는 진보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김 박사가 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이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되고 박근혜 후보의 선대위원장이 되는 것이, 세속적인 의미에서의 변절과는 전혀 다른, 김 박사 개인적으로는 아무런 모순이 없는 행동일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재벌개혁 운동이 진보·보수 모두로부터 비판받으면서 동시에 진보·보수 모두 과제가 되는 아이러니의 근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음 인터뷰이로 예정된 유종일 교수에 비한다면, 김종인 박사에게 보낸 나의 질문지는 상대적으로 추상적이었다. 출총제, 순환출자, 금산분리 등 정책 수단의 디테일에 대해서는 김 박사가 별 관심이 없고(!) 따라서 잘 모르실 거라고(?) 예단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인터뷰 과정에서도 살짝 떠 보았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김 박사는 최근 논란이 되는 구체적인 정책수단들이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쳐 어느 수준으로 입법되고 어떻게 집행될지 이미 판단하고 계신 듯 했다.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기본 방향과 그 정치적 프로세스에 대한 큰 틀을 갖고 있다는 것이 김 박사의 최대 강점일 것이다. 지금 범야권에서는 이에 필적할 만한 사람이 있을까? 그것이 걱정이다.

<김상조 |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