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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마음의 평안

우면산의 여름 33 : 자전거를 타고 안양을 가다 1

 

 

 

우면산의 여름 33 : 자전거를 타고 안양을 가다 1

 

 

                                                                            예술의 전당 근방 남부순환도로 모습

 

지난주 금요일 안양에 있는 회사에 서류를 갖다주려 가는 김에 용기를 내어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결정했다. 서초동에서 안양으로 가는 길은 남태령을 넘어가는 길, 양재역 쪽으로 돌아가는 길 중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기 쉬운 양재역 방향을 선택했다. 집에서 단단히 준비를 하고 3시쯤 출발하여 남부터미널-예술의 전당-양재역-교육문화회관-양재천-양재 과천간 도로를 따라 과천 경마공원-과천-안양으로 향했다.

 

오후라 길에는 차량들이 수없이 다니고 있었고 자전거로 남태령을 넘는 것보다 좀 쉬운 길이라고 선택한 길이었다. 그러나 내가 선택한 길이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남부순환도로 전경, 서초 IC 방향

 

 

수많은 차량들이 다니는 것은 물에 잠긴 차량보다 운이 좋았던 차량들이다. 목숨을 잃은 사람이나 물에 잠긴 차량이나 자신이 타고난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기에는 거부감이 있을 것이다. 수많은 개미들이 지나가는 도로에 사람이 개미를 밟고 지나가는 것이나 진배없을 것이다.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이요 사람 운명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병원에는 수많은 환자들이 줄지어 진료를 받고 있고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마지막 숨을 헐떡이고 있을 것이며 지하 장례식장에는 나이를 불문하고 하루에도 수백, 수천구의 시체들이 살아있는 인간들의 조문을 받고 있다. 그리고 화장터의 굴뚝에는 하루 종일 죽음의 그림자인 연기가 피어 올라가고 있다. 떠나보내는 아쉬움에 헤어져야 한다는 이별에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지만 또 아픔의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치열한 삶에 시달리다보면 그에 대한 그리움도 희미하게 흐려져 갈 것이다.

 

자주 전화하고 만나고 같이 술을 먹고 밥을 막고 목욕하며 담소하던 사람들이 어느날 소식도 없고 만날 수도 없고 목소리도 들을 수 없다면 그 사람은 당신에게는 죽음 사람이나 진배없을 것이다. 그래서 살아 있을 동안 나의 인맥에게 서로 교감이 장기간 없다면 만나도 서먹해지고 할 말이 없으며 공통된 관심사도 없다. 젊은 시절 아무리 친했던 죽마고우라도, 학교에서 누구보다도 절친했던 친구라도 오랫동안 연락도 없고 만나지도 못했다면 나에게는 남이 아닌 남이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일수록 상호교감을 자주 나누고 자주 만나며 안부를 전하고 얼굴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식이 부모에게, 부모가 자식에게, 가족끼리, 친척끼리, 형제끼리, 남편이 아내에게, 친구가 친구에게, 선배가 후배에게, 후배가 선배에게 상호 교감을 자주 나누지 못한다면 나에게는 죽은 사람이다. 살아 있어도 죽은 사람, 그리고 죽은 다음에 아무리 통곡해봐야 소용이 없다. 당신이 진정으로 생의 동반자로 생각한다면 모든 탐욕을 버리고 진정어린 마음으로 살아 있을 때 부디 잘해야 할 것이다.     

 

                                   남부터미널 이면 도로 퐁우 피해를 입은 지하층 집, 물길을 막은 마대, 모든 물건을 꺼내고 청소를 하고 있다. 

 

남부터미널 뒷 골목에는 지난 폭우로 침수된 지하층이 물에 잠겨 아직도 복구에 여념이 없다. 순환도로는 차량들로 붐볐고 양재역을 지나고 교육문화회관 사거리를 지나 양재천 교량위에서 양재천을 바라보니 큰 물이 지나간 자국이 곳곳에 남아있다. 골목마다 도로마다 빗물이 지나간 흔적이 남아 있고 차량들은 흙탕물에 잠겨 도로가에 방치되어 있다. 양재천 주차장에는 차량들이 주차하고 있다가 물에 잠겼고 강남의 차량정비업소들은 물에 잠긴 차량 정비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전원마을 피해지역에 군인과 경찰, 소방대원들이 밤을 지새며 복구작업에 여념이 없다. 양재에서 과천 가는 길은 인도도 없고 자전거 전용도로도 없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도로였다. 길은 아직도 흙탕물이 남아 있었고 전원마을 입구 도로에는 소방차와 화물차, 각종 장비들이 즐비하고 경찰, 군인, 소방대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복구에 참여하고 잇었다. 나의 저전거와 옷은 흙탕물이 튀어 엉망이 되었지만 그들에게 미안하여 아무말도 못하고 지나쳐 왔다.

 

가전제품은 물론 앨범, 컴퓨터, 책, 옷가지, 가구, 주방용품 등 허리까지 차는 흙탕물에 퍼내는데도 인력으로만 가능하니 복구에 참여한 사람들이 노고를 짐작할 만하다. 라면도 먹지 말고 커피도 먹지 말라고 교육받은 군인. 경찰들은 피해주민들에게 일체의 담을 주지 않도록 하고 있다. 군대의 이동식 세탁기가 돌아가고 방역차가 곳곳에 방역을 실시하고 있으며 급수차가 동원되어 지하층 벽체와 가구를 씻고 담요 등을 물에 씻는 등 안감힝을 쏟고 있다.

 

쓰러진 비닐하우스를 철거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린 벨트내 건물 신.개축이 금지되어 증빙이 안되면 쫓겨난다며 주인이 거부하는 모습도 있다. 피해액 산정은 제대로 하는지? 지자체에서 복구지원 예산은 어떻게 되는지? 임시 기거시설, 환자, 도난, 질병, 식사, 진료, 목욕 등 전반적인 피해복구지원대책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서로 책임 전가에 바쁜 상태라 신속한 복구비 지원 산정과 파악, 지원대책이 걱정이 된다. 

 

 

 

                                                                                             과천 경마공원 입구

 

20여 분을 달린 끝에 과천경마공원 입구 사거리에 도착하였다. 땀은 줄줄 흐르고 아직도 안양까지는 한참을 가야하는데, 잠시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하늘을 바라보니 청명하기 그지없다.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오늘을 있게 해준 신에게 감사하고픈 마음이다. 건강한 신체에 물난리도 겪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도랑에 흐르는 물에 자전거와 옷에 묻은 흙탕물을 닦고 얼음물을 마시면서 지나가는 차량을 바라보았다. 모두들 체면과 사랑, 돈을 찿아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고 저들 중에도 자신의 불행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한 젊은 여자 극작가가 충수암으로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는 기사가 났다. 이렇듯 재능이 뛰어나도, 명예가 높아도, 최고의 권력을 쥐고 마음대로 쥐락펴락하였던 대통령도, 기업의 회장도 불행과 죽음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명예로운 죽음과 개죽음의 차이는 시대와 상황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새로운 역사의 물고를 트거나 한 시대의 변혁의 기수로, 양심의 외침으로, 수많은 인명을 대신하여, 우국충정에서 비롯된 죽음은 대부분 명예로운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대의 입장에서 보면 그러한 죽음이 반드시 명예로운 죽음이라고 평가할 수도 없다. 또 반대로 자연사가 아닌 대부분의 죽음은 개죽음에 해당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