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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마음의 평안

우면산의 봄 21 (애완견 삶의 비결)

 

 

 

 

우면산의 봄 21 (애완견 삶의 비결)

 

새벽이 되자 비가 그쳤다. 오늘은 자전거를 탈 수 있을 것 같다. 집 주변네 심어 놓은 상치 등 채소들이 싹을 피우고 있었는데, 이번 비에 빗물에 휩쓸려 피해가 많을 것 같다.

 

밤새 꿈을 꾸었다. 대략적인 꿈의 내용은 내가 가족과 같이 고향을 방문하였고... 선배 전우들을 만났고... 회식자리가 펼쳐졌고... 여군들이 무질서하게 나타났고... 휴대폰이 통화가 잘되지 않았으며... 후배한테 전화가 왔는데, 암반 절취에 관한 질문이었다. 감독관이 경암을 폭약으로 폭파하지 말고 모두 기계로 제거하란다며 비용이 엄청나게 들게 되었다고 하소연을 하였다. 군 감독관이 그렇게 말했다며 나보고 중간 역활을 할수 없는지를 물었다. 무언가 답변을 했는데...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고향에 같이 간 딸이 놀다가 넘어져 무릎을 다쳐 몇 바늘 꽤맸다고 마누라가 말했다. 회식 장소는 고참들이 별도로 골방에 모여 양주를 마시고 있었다. 바깥 식당에는 얼굴도 서먹한 참석자들이 식탁에 드문드문 앉아서 서로 횡하니 쳐다보며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회식장을 나와서 마누라를 자전거에 태우고 대형 장비들이 지나다니는 공사중인 도로를 달리면서 힘들게 고개길을 가고 있었다...그러다가 알람소리에 깼다. 꿈을 정리하려고 해 보았으나 도무지 정리가 되지 않는다. ㅎ ㅎ ㅎ 한마디로 개꿈인 모양이다.     

 

                                                                                                    민지 아줌마

                                                                 작은눔은 포즈를 잡았는데도 연신 먹을거리를 찿는다.

 

우리 집에는 강아지를 두 마리 키우고 있다. 힌둥이 큰 눔은 민지 아줌마(실제는 골드미스)이고 작은 눔은 검정털을 가진 숫컷으로 이름이 별이다. 별이는 점신이 검정색이며 약간 회색갈털이 나오기도 하며 거미같이 다리가 긴 게 특징이다. 3개월이 지났는데, 집안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이 총알처럼 빠르다. 나와 같이 두 마리가  침대에서 자는데, 오줌을 아무곳이나 수시로 누는 바람에 매번 야단도 맞더니 요즘은 좀 달라져 회장실에서 누는 편이다. 마루나 방바닥에 오줌을 누는 경우에는  집안에 갑호 경계령을 내려진다.

 

지난주에는 방배역 근방 동물병원에 가서 3차 종합예방접종도 했고 조금만 더 크면 자전거도 태우고 산으로도 데리고 다닐 예정이다. 작은 눔은 애교도 많다. 큰 눔에게 질투심도 많고 먹는 것도 가리지 않고 무엇이던지 잘 먹는다. 누워서 눈을 가지런히 뜨고 부시럭 소리만 나면 달려온다. 자기들 간식인 줄 알고 항상 비상대기 상태다. 어딜가나 연신 냄새를 맡으면서 먹을 것을 찿는다. 휴일에는 종일 뛰놀다가 잠자고 또 일어나면 이방 저방 뛰어 다니면서 잘도 논다. 사람을 잘 올라타고 손가락을 빨거나 물고 벗어논 양말이나 걸레를 잘도 끌고 간다.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면서 그눔들 간식거리를 사와서 주면 얼렁 자기집으로 들어가서 혼자 잘도 먹는다. 다 먹고서는 민지 아줌마 집을 기웃거리다가 그것을 또 빼앗아 먹는다. 민지 아줌마는 적은 눔 등쌀에 이리저리 피해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다리를 물고 꽁지를 물면서 따라다니면서 연신 꽁무니 냄새를 맡는다. 암컷 냄새가 나니 그눔도 숫눔이라고 유별나게 따라다닌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숫눔이 암눔따라 다니는 것은 비슷한 것 같다.

 

 

                                                                                                     작은눔 별이  

 

어릴적 시골집에서도 누렁이를 키웠던 적이 있다. 잘 자라던 누렁이가 어느날 밤 크게 짖으면서 밖을 뛰쳐나갔는데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짐승에게 물려갔는지 아니면 개장수에게 잡혀갔는지 생사를 알 수 었다. 그날 이후 누렁이가 돌아오지 않자 난 며칠을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강아지를 비교적 좋아하는 편이다. 서울 집에서도 몇 년전 강아지를 키웠는데, 식구 모두가 나간 사이에 계속 울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누군가 현관문에 강아지 울음소리 때문에 고통스럽디고 써 붙여 놓았다. 그래서 강아지를 친척집에 보내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마누라가 한동안 강아지 때문에 우울해 하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강아지를 키우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대전에서 직장에 다니는 아들네 집에서 대려왔다. 아침에 직장으로 출근하고 나면 민지 아줌마가 종일 울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아파트 통로 다른집에서 민원이 제기되어 할 수 없이 서울로 대려온 강아지들이다.

 

이제 우리집은 갑자기 두 식구가 늘은 셈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이 들면 사람처럼 애정이 깊어질 것이다. 서로 눈치를 보며 무언의 대화를 하고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귀를 쫑긋한다. 밖에 나갔다가 집 문을 열쇄로 열면 어김없이 두 눔이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반긴다. 그것에 감동하고 간식도 챙겨와서 준다. 사람보다 더 났다는 이야기가 다름이 아니다. 이처럼 놀고 먹으면서도 사람에게 귀여움을 받는 것은 사람에게 철저한 복종과 순종, 그리고 기다림이며 먼저 알아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애교도 피우고 시키는대로 흉내라도 잘 낸다. 잘못하여 야단을 맞고 난 다음에 슬픈 표정을 짖고 한쪽 구석으로 가서 웅크리고 있다가 시간이 좀 지나면 다시 사람 품속에 달려들기도 한다. 삐치기도 하지만 오래가지 않고 금방 스스로 굴복하고 화해를 청한다. 말을 못하니 속으로 욕을 할지는 몰리도 인상을 쓰거나 욕설을 퍼붓지도 않는다. 한번주인은 영원한 주인이다는 신념으로 사람을 섬긴다. 거짖말이나 속일리도 없을 것이며 오로지 주인의 언행에 관심을 집중하고 행동으로 모든 것을 표현한다. 복수의 야심도 없고 주인이 시키면 죽는 시늉까지 하는 게 강아지다. 자기를 사랑하는 줄 알면 끝까지 주인을 섬기는 자세를 가진 것 또한 강아지의 삶의 방식이며 사고다. 당신은 강아지의 반이라도 하고 있는가?

 

                                                                             

                           잘 놀다가 방 한켠에서 주무시고 계시다. 그런데 눈을 떠고 본다.

 

저렇게 자는 척 하다가도 부시럭 소리만 나면 금방 달려온다. 눈은 뜨고 쳐다본다. 입속에 무언가 먹고 있으면 달려와서 연신 무릎을 건드리면서 자기에게도 달라고 한다. 목욕 후 털도 고르고 빗질하면 작은 눔은 가만히 있는 게 기특하다. 목욕을 시키면 말도 잘 듣다가 요즘은 도망가려고 발버둥을 친다. 큰소리로 야단치면 금새 조용해 진다. 

 

 

                                                                              민지 아줌마는 작은 눔 때문에 요즘 좀 피곤한 표정이다.

 

민지 아줌마는 5년차인데 노인층에 속한다고 한다. 요즘 거동이 좀 불편한지 잘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대소변은 잘 가린다. 작은 별이가 하도 귀찮게 하여 요즙 스트레스가 많다. 그래도 먹는 것은 별이에게 지지 않는다. 다 먹고 사는 방법일 것이다. 사람에세 순종하고 애교피우며 야단치면 조용해지다가 다시 설금설금 달려와서 뒤로 드러눕고 애교를 피우면 금방 귀여워하는 게 애완견이다. 사람도 개에게서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주인에 대한 충성심을 배워야 할 것이다. 그러면 놀면서도 밥은 얻어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자존심도 버리고 오로지 애완견처럼 상관과 주변사람들에게 대해보시라! 종일 기다리며 시키는대로 다하고 순종하며 애교도 피우고 고개를 숙여보시라! 원수도 한 달이면 감동하여 스스로 감복할 것이다.

 

혼자사는 사람들이 애완견을 많이 키운다고 한다. 하루 종일 사람만을 기다리는 것도 애완견이 아니면 못할 것이다. 주부가 남편을 기다리다 나중에는 잠들어 버리지만, 애완견은 절대로 자지 않는다. 멀리서도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감지한다. 차량 소리도 알고 퇴근 시간도 대략 짐작한다. 냄새를 기억하고 변함없는 충성심에 사람들은 고기에 햄에 진수성찬도 마다하지 않고 챙겨준다. 사람 노숙자보다 애완견이 더 행복하게 사람들에게 대접받으면서 잘 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