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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역사 269 : 고려의 역사 37 (태조실록 7) 본문
한국의 역사 269 : 고려의 역사 37 (태조실록 7)
태조 실록(877-943년, 재위 : 918년 6월-943년 5월, 25년)
3. 당 왕실과 혈연관계를 조작한 고려왕실
앞의 민담은 <편년통록>에 기록된 왕건 조상에 얽힌 이야기의 대략이다. 이 이야기에 따르면 왕건의 아버지는 왕륭(용건)이지만, 할아버지는 작제건, 그리고 증조부는 당나라 숙종이다.
<고려사> 편찬자들은 <편년통록>이 왕건을 당 왕실과 연관시키고 있는 것을 공민왕 대에 이제현이 쓴 <국사>의 내용을 통해 반박하고 있다.
이제현은 <편년통록>의 민담을 이렇게 비판하고 있다.
"김관의 의 말에 의하면 의조(작제건)가 당나라 사람인 자기 아버지가 남긴 활과 화살을 얻어가지고 바다를 건너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그의 소원은 당연히 아버지를 만나는 것이어야 하는데, 용왕이 그에게 소원을 물었을 때 그는 동방의 왕이 되고 싶다고 했다. 아마도 이것은 의조가 한 말은 아닐 것이다.
이제현은 작제건의 아내 용녀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성원록>에는 의조의 처 용녀는 평주(황해도 평산) 사람 두은점 각간의 딸이라고 하였으나, 이것은 김관의 의 기록과 같지 않다."
이제현은 여기서 증거로 제시하고 있는 <성원록>은 고려 중엽 이전에 저술된 고려 왕실 계보에 대한 기록이다. <성원록>의 기록은 김관의의 것보다 먼저 쓰여진 것으로, 결국 이제현의 말은 <편년통록>의 기록이 신빙성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또 이제현은 김관의가 언급한 왕건 조상들의 성과 이름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반박하고 있다.
"내가 <왕대종족기>를 보니 거기에는 국조의 성은 왕씨라고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태조 대에 와서 비로소 왕씨 성을 삼은 것은 아니다."
여기서 이제현이 언급하고 있는 <왕대종족기> 역시 <성원록>과 비슷한 시기에 저술된 것으로 고려 왕실의 족보책이다. 이 기록에 국조의 성이 왕씨였다고 했는데, 여기서 국조는 왕건 증조부를 가리킨다. 따라서 <왕대종족기>에 따르면 왕건 집안은 적어도 증조부 대에서부터 왕씨 성을 사용하였다는 뜻이다.
이렇듯 이제현에 의하여 고려 왕실이 당 왕실과 관련되어 있다는 설은 완전히 부정된다. 그러나 고려 왕실은 자신들의 조상이 당나라 숙종이라고 주장했던 모양이다.
<고려사>는 이에 얽힌 웃지 못할 일화 하나를 소개하고 있다.
충선왕이 원나라에 잡혀가 있을 때, 원나라 한림학사 한 사람이 왕에게 다가가 이렇게 물었다.
"듣건데 대왕의 조상은 당나라 숙종 황제에게서 태어 났다고 한다던데, 그것은 어디에 근거한 말입니까? 사실 숙종은 어려서부터 한 번도 대궐밖으로 나간 일이 없고, 안녹산의 난이 있었던 때는 영무에서 즉위하였으니 어느 틈에 조선에 가서 자식을 둘 수 있겠습니까?
충선왕이 이 말을 듣고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모르고 있는데, <편년강복>의 저자 민지가 대신 대답했다.
"그것은 우리 국사에 잘못 쓰인 것입니다. 사실 숙종이 아니라, 선종이었습니다."
민지가 이처럼 선종이 숙종으로 잘못 기재되었다고 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당시 고려 사람들은 당나라 역사에 밝지 못해 안녹산의 난이 숙종 대에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은 알았으나 당시 왕자였던 선종이 피난하여 도망하였던 사실은 알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민지는 고려국사에 기록된 당나라 숙종을 선종으로 고쳐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민지가 숙종을 선종으로 고쳐야 한다고 말하자 그 한림학사는 선종은 오랫동안 외방에서 고생을 했던 만큼 혹 그렇지도 모르겠다고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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