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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우리들의 슬픔

우면산의 봄 6 (현빈을 숨겨라)

 

 

우면산의 봄 6 (현빈을 숨겨라)

 

 

새벽의 조용한 아파트 길을 달린다. 멀리서 먼동이 트고 있으며 대지의 어둠이 하나 둘 연기처럼 사라지고 있다. 밤새 비바람에 목련 꽃잎들이 바닥에 버려진 휴지처럼 주차장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지난 주 교육 기간 중 강남역 근방 '다이소' 1000원짜리 가게에 들러 필요한 문구와 강아지 간식, 자전거용품, 밧테리, 주방 용구, 간식용 사탕, 상치,숫갓,시금치 등 각종 채소 씨앗,비료,영양제 등을 같이 구입하였다. 

 

채소는 화분과 주택가 화단에 씨를 뿌리고 퇴비와 함께 물을 주었다. 창가 햋빛이 잘드는 곳에는 별도의 화분에 상치를 심었다. 호박씨도 구해서 심고 싹이 트면 양지쪽에 옮겨 심을 예정이다. 호박잎은 쪄서 된장으로 삼을 싸먹고 상치, 숫갓 등은 수시로 속아 참기름,고추가루,깨와 같이 버물려 먹던가 별도로 삽겹살을 구워서 삼을 싸 먹을 예정이다. 틈나는대로 물과 영양제를 주면서 잘 자라기를 바라며 밥상에 오를 생각에 군침이 돈다.

 

옛날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현리 근방에 근무할 적에 어느해 봄 5월 중순 쯤 간부들과 일요일에 가까운 상남면 오대산 깊은 골짜기로 가족들과 함께 부부동반으로 봄나물 채취 산행을 간 적이 있다. 현지 대대장이 안내하여 작전지역내에서 산나물이 많이 난다는 곳을 찝차를 타고 찿아 들어 갔다. 길이 험하였고 찝차도 간신히 비탈길을 굽이굽이 달렸다. 가는 도중에 기암절벽과 깊은 계곡, 울창한 숲은 인간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라 경치가 장관이었다. 거의 1시간 가까이 달려 외딴 곳 평지에 오두막집이 나타났다. 그곳에는 중년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닭을 야산에 방생하고 있었고 그들 부부는 우리를을 반겼다. 우리는 산나물을 뜯어오는 동안 주인에게  닭백숙 몇마리를 부탁했다. 올라가는 길에 곳곳에 야생 두룹과 더덕이 나타났다. 그리고 산을 계속 오르면 정상부근에 산나물 밭이 있다고 하였다. 우리는 주로 곰취와 참나물을 캐려 갔는데, 산 정상에 올라가니 정말 곰취와 참나물이 지천에 깔려 있는 산나물 밭이 나타났다. 우리는 산나물을 한바구니씩 채취한 후에 산나물 밭에 같이 둘러앉아 집에서 가져온 밥과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서 주변의 곰취와 참나물을 뜯어 바로 삼을 싸 먹었다, 그러자 곰취나물에서 나는 짙은 향기로움이란 말로 표현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별미였다. 주변에는 손만 뻗으면 곰취요 참나물이었다. 더덕이 자라는 곳에는 주변에 더덕 냄새가 진동을 한다. 한 뿌리만 발견하면 그 주변에는 더덕이 지천으로 자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산나물을 한바구니씩 채취하여 챙긴 다음 산을 내려오니 오두막 집에는 백숙이 준비되어 있었다. 닭은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고 그냥 잡기가 힘들어 공기총으로 잡았다고 한다. 주변에는 약수터와 각종 약초들도 많다고 했다. 이런 인적이 드문 독립가옥 뒷편에는 방이 여러개 있었는데 사람들이 몇 명 기거하고 있었다. 모두 병원과 가족들도 포기한 말기암 환자들이라 했다. 그런네 신기하게도 그들이 이곳에서 1-2년 지내다보면 말기암이 사라지고 없어져 밖으로 나간다고 했다. 그래서 그 소문을 듣고 가족들이 마지막 희망을 걸고 수소문하여 물어물어 찿아온다고 했다. 길이 험하여 승용차는 들어오기가 힘들고 코란도 등 찝차만 겨우 들어 올 수 있는 곳이였다. 주인 남자가 연락을 받으면 차를 몰고 나가서 데려 온다고 한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고 했다.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매년 5월이 되면 그곳으로 다시 한번 가고 싶어진다. 그들 부부는 잘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하다.부인은 70년대 대학 운동권 골수분자로 도피하여 강원도로 도망와서 그 남자를 만나 결혼하였다고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군에 간 한 연예인을 두고 말들이 많다. 

 

해병대에 입대한 배우 현빈을 홍보요원으로 임명했다가 특등사수를 홍보요원으로 임명했다는 따가운 네티즌들의 질책을 받고 다시 일반병으로 백령도에 배치했다고 한다. 과연 연예공화국 다운 태도이며 당나라 군대다운 군의 조치였다. 나라가 연예공화국인지 민주공화국인지 알 수가 없다. 이제는 군의 사병 인사까지 국민들이 시비를 걸 정도이고 그걸 다시 번복하는 군도 참으로 한심한 군대가 아닌가!

 

 

 

드라마 한편으로 유명세를 타게 된 연예인이 되어 국민들의 관심속에 군에 갔지만 그의 보직은 국민들의 관심속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꼴이 우스운 나라 군대인 것을 부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우리가 언제부터 군에 간 연예인 한 사람을 이렇게도 관심을 가진 적이 있을까? 나라 돌아가는 꼴이 참으로 한심하다.

 

우리나라는 드라마 한편 성공하면 그 드라마 주인공은 일약 스타가 되고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나라다. 그래서 한번 잘 발탁되면 연예 인생이 대박을 트뜨리는 현상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일정기간 드라마나 영화, 연극 등에 출연하여 다양한 모습의 배우로 진정한 능력을 인정받는게 아니라 오로지 힛트친 드라마 한 편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개인에게 잠재되어 있는 배우의 능력보다 반짝 스타가 되는 것이다. 방송사와 언론이 그렇게 만들고 사회가 그기에 동조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세계는 당연히 내부적으로 밀실거래가 성행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장자연 사건같은 비극이 수없이 계속되는 것이 아닐까? 지금 우리 나라는 연예인 전성시대......

 

청소년들의 말초적이고 감성적인 군중 심리와 여론몰이에 군과 국가의 방침과 정책이 흔들려서는 안될 것이다. 인터넷이나 트위트를 통해 주고 받는 수많은 정보들 중 얼마나 많은 정보가 진실에서 거리가 먼 인기영합적이고 감성적인 내용인지 잘 판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정보에 현혹되는 게 또한 사람들이다, 사이비 종교집단에 빠져 광신도가 되듯이 속이 공허하니 무언가에 의지하고 집착해야 하는 소아적인 젊은 네티즌들이 안타깝다. 가정과 학교의 교육이 땅에 떨어지고 사회가 병들었으니 그런 현상이 당연히 나타나는 것일 것이다.

 

내가 현빈을 좋아한다고 나의 연인이 되는 게 아니고 내가 현빈이 되는 게 아니다. 드라마와 영화의 환상에서 빨리 깨어나거라. 바보상자를 매일 쳐다보면서 바보가 되지 말아라. 그것은 단지 허망한 환상을 쫒는 것일 뿐이다. 부디 정신 차리거라. 그리고 너의 미래를 위해 책을 통해 바른 길로 정진하거라! 

 

 

 

 

현빈을 숨겨라

군대의 무용(武勇)은 잘생긴 배우의 얼굴이 아니라 승전(勝戰)에서 온다. 한국전·베트남전, 그리고 아덴만 작전에서 오는 것이다. 해병대는 국군 중의 국군이다. 해병대의 무용은 더욱 더 감투(敢鬪)에서 와야 한다. 한국 해병은 이미 그런 군복을 입고 있다. 그래서 산이 있어 산에 오르듯 해병이 있어 해병으로 간다. 젊은 사슴들이 각축(角逐)을 벌이며 해병으로 간다. 한국 해병은 굳이 스타를 내세워 모병(募兵)할 필요가 없다. 현빈을 모병 홍보병으로 배치한 것은 해병답지 못한 것이다.

 적극적으로 모병하는 나라들도 있다. 미국 해병대엔 대규모 모병 사령부가 있다. 하지만 미국은 그래야 되는 사정이 있다. 징병제가 아니라 지원제여서 나서서 모병하지 않으면 해병 17만여 명을 채울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은 다르다. 병역이 의무여서 기본적으로 병역자원이 있는 데다 해병은 선망의 대상이다. 천안함·연평도 사태에도 해병대 지원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 얼룩말 냄새를 맡은 사자처럼 해병의 땀냄새에 젊은 사자들이 몰려드는 것이다.

 설사 홍보가 필요해도 방법은 해병다워야 한다. 경박과 위선이 난무하는 한국 사회에서 해병은 특별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왠지 '빽'이 없을 것 같은 사회, 피와 땀과 눈물을 나누는 공동체, 그래서 한번 몸담으면 오래 간다는 조직…그런 터프(tough)하고 묵직한 이미지가 해병에겐 있는 것이다. 그런 해병이면 홍보도 묵직해야 하지 않을까. 훈련소에 들어가면서 마지막으로 미소 짓는 현빈, 6주 훈련 후에 빨간 명찰을 달고 휴가를 나오는 현빈, 그러고는 일선 부대로 묵묵히 사라지는 해병 현빈… 그런 장면들이 더 해병다울 것이다. 대한민국의 많은 남자가 받는 훈련을 현빈이 받았다고 왜 요란하게 사진을 공개하나. 대학가를 돌면서 “나처럼 해병 되시오”라고 외치면 그게 배우지 해병인가. 해병이 있을 곳은 대학가가 아니라 일선 부대다.

 “왜 현빈을 일선 부대로 보내지 않느냐”는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해병대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해병대에는 공수, 유격, 그리고 기습·상륙이라는 세 가지 특성화 훈련이 있다. 가장 힘들다는 해병수색대도 3개 중 2개만 받는다. 보병 병과는 1개를 받고 비(非) 보병은 하나도 받지 않는다. 그런데 해병대는 현빈에겐 3개를 모두 시키겠다고 한다. 아니 현빈이 무슨 해군 UDT대원이라도 되나. 왜 현빈을 가만히 두질 않는가.

 현빈에 관한 한 해병대는 이상하게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사회의 요란한 대응도 군에 영향을 준다. 국방위 소속 야당의원 2명은 해병대에 현빈의 훈련성적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게 '특등사수 현빈' 스토리다. 현빈은 수십만 병사 중 한 명이다. 현빈보다 못 배우고, 덜 잘 생기고, 사회·가정 형편이 뒤처지는 수많은 젊은이가 총을 쏘고 포복을 하며 군 생활을 한다. 현빈을 그저 그런 동료 병사 속에 묻어 두어야 한다.

 홍보가 넘치면 진실이 줄어든다. 전통이 깊을수록 홍보는 뚝배기 같다. 영국 찰스 왕세자의 차남 해리 왕자는 위험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다. 하지만 정부와 언론은 6개월 근무가 끝난 후 보도하기로 합의했다. 왕자의 안전 때문이기도 하지만 '절제된 홍보'를 아는 것이다. 3개월 후 인터넷 언론이 약속을 깨고 나서야 국민은 왕자의 참전을 알게 됐다.

 팻 틸먼은 유명한 미국 프로미식축구(NFL) 선수였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그는 360만 달러(당시 42억원) 연봉을 포기하고 육군 특수부대에 자원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는데 그가 죽고 나서야 미국인은 그런 사실을 알게 됐다. 미군이 그를 홍보병으로 활용했다는 얘기는 없다. 해병대는 현빈이 안 보이도록 해야 한다. 아덴만 작전 이후 UDT대원들이 떠들썩한 인터뷰에 나섰다면 작전의 의미는 퇴색됐을 것이다. 안 보여도 국민은 안다. UDT를, 해병을 기억한다.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