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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좋은 책, 요약,그리고 비평

우면산의 새벽 14(강남몽)

 

 

 

우면산의 새벽 14 (강남몽)

 

 

 

 

 

요즘은 해뜨는 시간도 늦고 겨울철 혹한기라 우면산을 오르는 시간이 대략 6시~7시 사이 출발한다. 그리고 눈이 내린 뒤라 우면산 등산로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아 어두운 시간에는 위험하다. 미끄러운 길을 혼자 가다가 사고라도 나면 누구도 도움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날이 좀 밝아질 때에 오르기로 하였다. 나라고 재난에 별 수 있겠나, 인생이란 아무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인생은 어쩌면 꿈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우면산 주변에 수많은 죽음들이 떠돌고 있을 것이다. 전사자 유해발굴 현장이 사방에 표시되어 있는 것이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서울 근교에 이러한 죽음이 방치된 곳이 많을 것이다. 그런 영혼들이 모두 흙 한 줌, 풀 한 포기,  나무나 돌이 되어 우면산에서 딩굴고 있는게 아닐까?

 

최근 황석영씨가 쓴 '강남몽'이란 책을 사서 보았다. 작가의 말을 피력한다.

 

"스토리의 대략은 30여 년에 걸친 한국 자본주의의 근대화의 숨가쁜 여정과 언청난 에피소드를 단순화하여 '강남몽'이라는 제목으로 캐릭터화하여 한국의 욕망과 운명이라는 그물망 속에서 서로 얽혀 돌아가는 과정에서 역사가 드러나게 한 내용이다.

 

1995년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붕괴되면서 정치적으로는 형식적인 민주주의 시대의 출발로, 경제적으로는 개발독재가 종언을 고하면서 한국 자본주의가 스스로 재생산구조를 갖추게 되는 시기로, 그리고 문화적으로는 사회변혁에 대한 열정으로 지식인의 머릿속에서만 형성되어온 민중이 걷잡을 수 없는 소비사회의 적나라한 대붕으로 휩쓸려들면서 욕망에 얽혀가는 시대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바로 그즈음에서 시작하여 거끄로 현재의 삶을 규정하는 최초의 출발점을 향하여 거슬러 올라간다.

 

이른바 '몽(夢)'자류의 소설은<구운몽>, <옥루몽>,<홍루몽> 등으로 수십편이 되는데, 잘 알다시피 주인공이 꿈 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인물로 태어나 파란만장을 겪다가 꿈에서 깽나는 과정을 통해 자아의 깨달음을 얻는 다는 식으로 규정되어 있다. 몽유류의 소설은 주인공이 현실에서 자아가 변화하지 않은 채 그대로 몽환의 세계를 주유, 방황하다가 돌아오는 것으로 전자와 구분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홍루몽>의 경우 주인공이 다른 이로 태어나는가 아니면 현실을 자기 그대로인가 하는 구분의 문제가 아니라, 서서히 몰락해가는 상류 가족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현실세계가 어째서 변해야 하는가를 드러내준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지금 여기서 벌어지고 잇는 사람살이가 어쩌면 꿈과 같이 덧없는 가상의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소설을 '강남몽'이라 하였다."  _황석영-

 

스토리는 무너진 백화점 주인이며 회장인 김진의 전력에서 출발한다. 그는 일제시대 만주에서 일본군 정보 계통에 픽업되어 일본군 밀정이며 앞잡이로 인생을 출발한다. 독립군과 항일인사들을 추적. 감시.체포. 살해를 주임무로 하던 일본군 정보 계통에서 근무하면서 주변의 친일파들의 행적, 그리고 해방 후에는 전력을 감추고 숨어지내다가 우연히 서울에서 만난 전 일본군이며 조선인이었던 상사에 의해 다시 미 정보기관에 투신하게 된다. 당시 미 군정은 공산당을 잡아내기 위해 정보 계통에서 근무했던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필요했던 시기였다. 미 군정기의 혼란기를 거치면서 이승만 정권이 수립되고 제주도.여순 반란 사건이 터지면서 그들은 다시 빨갱이 토벌에 전력투구하면서 남한 사회의 군과 정계에서 다시 입지를 굳히게 된다.

 

그래서 친일파였던 그들이 한국 사회의 권력의 주류로 재등장하는 과정, 그리고 4.19 혼란기, 5.16 혁명을 거치면서 월남파병, 유신체제를 거치고 당시 허허벌판이던 강남 개발에 따른 이권 개입 선점과 그것을 이용하여 재력을 형성해 가는 과정을 그리면서 그들 주변에 벌어지고 있었던 이념과 사상, 권력과 비리, 사랑과 미움, 음모와 배신, 탐욕과 종말을 그리면서 무너진 백화점에 파묻힌 김진 회장의 애첩 박선녀가 마지막 희미한 목소리로 "나 이제부터 잘거야..."를 중얼거리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마지막 장면을 그리고 있는 내용이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김진 회장의 애첩 박선녀라는 여자는, 강남이 한창 개발 붐이 일고 있을 시대에 강북에서부터 요정과 룸살롱을 전전하면서 새끼마담으로 성장하였고 돈 많은 회장, 사장들과 몸을 섞으면서 잘생긴 여자들이 통상 돈 때문에 빠져들기 쉬운 화류계 여자들의 삶을 살아간 여자였다.

  

 

 

 

  

그래도 어둠은 우면산을 벗어나지 못하고 머물고 있는데, 흐린 날씨에는 7시40분 가까이 오둠이 가시지 않는다. 지난 여름 폭풍과 폭우로 유실된 계곡은 그대로요, 쓰러진 나무들이 이제보니 계곡마다 아직도 무수하게 쓰러져 방치되어 있다. 구청에서 인부들을 동원하여 그동안 열심히 정리하였으나 아직도 계곡 이곳저곳에는 무수하게 쓰러진 나무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그 쓰러진 나무들은 대부분 아카시아 나무들이다. 아카시아는 속성수로 빨리 자라고 자생력도 매우 좋아 뿌리가 뻗어가면서 싹을 돋우고 다른 수종에 비해 생명력도 강하다. 또 욕심도 많아 햇빛을 더 받기 위해 키가 빨리 자라 뿌리가 얕은 상태로 가분수 형태로 된 나무들이 많다. 우면산에 키 큰 아카시아는 10미터 이상되는 나무도 많다. 그런데 그런 아카씨아 나무가 지난번에 대부분 쓰러져 인접한 다른 나무까지 가지를 뿌러뜨리고 넘어져 있다. 

 

횡도로에는 외등이 없어 새벽 등산길을 다니는 노약자들에게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서울시에서 홍수피해복구자금으로 서초구청이 지원을 받아  피해난 등산로를 대대적으로 보수하고 있다. 멀쩡하던 하단부 대형 맨홀을 다시 만들고 등산로는 깨끗하게 버팀목을 설치하고 평면으로 잘 다듬어 군데군데 배수로도 설치하고 계곡에는 비싼 제재목으로 중.소형 다리고 만들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배수로도 부족하고 노면 구배도 경사가 적어 물이 고이는 곳이 많을 것 같다. 쓰러진 나무 정리도 예산이 부족하여 늦어지는지는 몰라도 인부들이 작업이 하세월이고 시간만 떼우는 것 같이 작업하고 있었다.

 

그래서, 서초구청에 우면산과 관련된 구청장에게 건의사항 몇 가지를 올렸는데, 그 건의사항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우면산 등산로 보수에 쓰러진 나무를 사용해 보수했으면 하는데, 비싼 제재목을 사용하여 교량을 만들고 있어 예산이 낭비되는 것 같다.

2. 외등 소등 시간이 너무 빠르다. 흐린 날씨에는 우면산은 아직 어두워 노약자들에게는 좀 불편하다.

3. 횡도로에 외등을 추가로 설치해 주었으면 한다.

4. 등산로 보수에 배수로가 중요하다. 물이 흐르는 곳을 차단하여 배수로를 만들고 물빠짐이 양호하도록 구배도 주어야 한다.

5. 쓰러진 나무가 아직도 계곡 곳곳에 많이 방치되어 있다. 계획적으로 일을 하는지 지체시간이 너무 많다.

 

그러자 담당 여자 주임이 전화가 왔다. 그리고 이렇게 답변했다.

1. 대부분 쓰러진 나무로 보수하고 있다. 예산 낭비요인은 고려하겠다.

2. 외등 소등 시간은 가로등과 같은 시간에 맞추고 있는데, 일부 등산객은 너무 늦게 소등하여 전기를 낭비한다고 하여 현재처럼 조정하였다.

3. 민유지라 소유주들의 반발로 외등 추가 설치는 곤란하다.

3. 배수로는 충분히 물빠짐을 고려하여 보수하겠다.

5.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여 동절기라 일의 효율도 없어 지금은 중단된 상태이다. 해빙되면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주임에게 참고로 하라 했다. 내가 보기에는 열심히 하려는 의지는 좋으나 곳곳에 예산을 낭비하는 요소가 다분하다. 업체를 동원하여 공사를 해야 남는게 있는지 꼭 비싼 예산 집행을 해야하는지 궁금하다. 하단부 대형 맨홀은 다시 시공할 필요가 없는 구조물이다. 그곳이 막혀 도로로 넘친게 아니다. 등산로부터 흘러넘친 물이 토시와  같이 흘러내렸기 때문이다. 상단부 방공포대 울타리부터 배수로 구축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함에도 아랫쪽만 열심히 해봣자 헛수고요 예산만 낭비할 뿐이다. 마음 속으로 홍수 피해가 많이 나기를 바라는 공무원이 있다면 그는 이미 구린 돈에 맛들인 부패한 공무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