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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좋은 책, 요약,그리고 비평

백지원씨의 '왕을 참하라' 상.하권

 

 

백지원씨의 '왕을 참하라!' 상.하권

 

작가 백지원씨는 한국외국어대학 스페인어과를 졸업한 후 남미로 이민을 갔다가 현재는 미국 LA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강단에 서는 역사학자가 아니다. 그래서 그의 연구 영역에는 경계가 없다. 첯 저서 <백성 편에서 쓴 조선왕조실록, 왕을 참하라>에서 보여준 파격과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폭넓은 지식은 경계없는 연구활동과 동호인들과 격식없는 토론, 그리고 외국에서의 다양한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학창시절에 바둑,당구,노름의 세게에 빠지는 등 자유분망한 생활을 하면서도 역사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 수많은 역사서를 섭렵했다.

 

이렇게 시작된 그의 역사 공부는 평생 이어졌고, 결국에는 역사에 대한 객관적인 시야를 갖게 되었다는 확신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그는 LA에 역사클럽인 '그라나다' 클럽을 결성해서 5년째 강의와 토론을 하고 있다. 이런 고상한 클럽은 LA에서 유일무일하다.

 

그는 그동안 역사학자들이 들추어내기를 꺼려했던 역사의 치부를 낱낱이 들추어내고, 이를 유머러스하면서도 냉소적인 필체로 표현함으로써 역사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저자서문 -

 

저자는 기록되어 전해오는 모든 역사는 진실이 아닌 외곡과 윤색,조작으로 쓰여졌다고 하였다.

 

"역사만큼 재미있는 학문은 없다.우리는 지혜의 보고인 역사를 통하여 과거에 일어났던 수많은 사건들과 인물들을 접하게 되고, 그 사건의 처리 과정과 결말을 보면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지혜를 얻고, 또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중략)

 

이렇게 역사란 과거의 경험을 배워서 미래를 설게한은 학문이기 때문에 왜곡된 역사는 역사가 아니며, 우리는 거기에서 아무것도 배울 수가 없다.

 

그런대 문제는 어느나라 역사건 왜곡과 윤색, 심지어 조작이 있다는 점이다. 누구나 부끄러운 부분은 감추고, 작은 자랑은 크게 부풀리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역사는 정의,불의와 상관없이 승자에 의해 쓰여지며 패자의 항변은 어디에도 없다. 승자는 자신이 저지른 모든 잘못을 합리화시키고 정당화하려 시도하기 때문에 역사는 쓰여지는 순간부터 왜곡되기 마련이다.뿐만아니라 오늘날 역사책을 쓰는 저자들 또한 역사의 치부를 감추고 있고, 책을 보는 대중들 역시 치부를 보기 원치않아 역사책의 저자와 영합한다. 둘은 가장 크다란 역사왜곡의 공범이며,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왜곡된 역사는 굴절된 거울과 같아 우리 모두의 가치관을 왜곡시킨다.

 

필자는 동서양사를 모두 공부했지만 한국사와 일본사만큼 심하게 왜곡된 역사를 그 어느 나라에도 찿아보지 못했다. 특히 우리의 고조선사와 조선사의 왜곡은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역사는, 필자가 직접 수많은 역사서를 섭렵하면서 비교해보니, 거의 사실이 아니었다. 수많은 역사적 사실이 신화나 소설로 둔갑되어 있었다. 고대사야 자료가 부족해 여러 주장이 있다손 치더라도, 자료가 가장 풍부한 조선사에서도 수많은 왜곡이 있는 것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 필자의 저서를 읽은 후 여러분 혹은 여러분 자녀들의 역사 교과서를 한 번 보시기 바란다. 얼마나 많은 소설이 역사 대신 수록되어 있는가를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허구인 연속극을 보면서 역사 지식을 얻는 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딱한 민중들 그리고 역사에 관심은 있으나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깊이가 있는 역사서를 찿기가 쉽지 않은 대한민국 보통 국민들을 위해서, 그간 역사서 저자들에 의하여 기리워졌던 우리 역사의 치부를 모두 들추어내어 가감없는 역사의 진실에 접근한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대중 역사서를 쓰고 싶었다.

 

이렇게 역사의 진실에 접근하기 위하여 치부를 모조리 들추어 내다 보니 특정한 왕, 인물,문중 등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필자의 집필 의도는 역사의 진실에 접근하려는 학문적 시도이지, 본서에서 거론된 인물의 후손이나 해당 문중에 누를 끼치기 위함이 아님을 독자들은 직시하기 바란다. 필자의 비판은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의 그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던 인물에 한하며, 그의 후손이나 소속된 문중과는 아무 상관이 없음을 명백히 밝혀둔다.

 

 

이렇게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재해석한 필자의 저서를 읽고, 중.고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새로운 역사인식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보통 국민들이 갖고 있는 역사인식은 대개 고교 국사 교과서에서 배우는 것으로 결정된다. 그런데 소략인 교과서만 가지고는 역사를 제대로 가르칠 수 없기 때문에 역사 선생님들은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한 후에도 가르치는 과정에서 수많은 역사서들을 참고하게 되지만, 이들 역사서에도 역시 수많은 왜곡과 조작이 있었다는 것을 인식하기 바란다.

 

필자는 역사를 공부하면서 사서의 행간에 있는 패자의 항변들을 찿아내 진실의 편린들을 모았다. 패자의 항변을 들어, 승자에 의해 쓰인 역사가 아니라 실제 당시 일어났던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하려고 노력했으며, 가능하면 일반 교양인들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분량으로 쉽고 재미있게 쓰기 위해서 노력했다. 필자 자신 쓸데없이 중후하거나 장중하고 지루한 문체는 딱 질색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동서양사와 한국사의 고조선사부터 조선사까지 모두 썼으나, 그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그러나 가장 많이 왜곡되어 있는 조선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조선사부터 출판하게 되었다. 필자는 특히 이 책에서 세계에서 가장 악날했던 조선의 신분차별제도와 그 주체인 양반의 실체, 요새 한국 국회에서 하는 꼴을 보면 안 봐도 알 수 있는, 조선을 멸망의 구렁텅이로 몰아간 더럽기 짝이 없었던 당쟁 그리고 훈민정음 창제과정의 비화와 조일전쟁의 진실을 캐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제법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부한다....(중략)

 

 



조선 멸망 직전 격변기에 일어났던 큰 사건들, 예를 들어 홍경래의 난, 갑신정변 ,동학농민전쟁, 을미사변(민비시해사건), 청일전쟁, 러일전쟁, 중국의 아편전쟁, 태평천국의 난 등 조선의 진로를 바꾸는 데 크게 영향을 끼친 사건들을 다른 사서에서 간단히 제목만 언급하고 지나가는 것과는 달리 깊이 있게 다루어 국제적인 시각을 갖고 조선사를 조망하도록 했다.

 

지금까지의 역사서들이 모두 지배층의 시각에서 서술된 것과는 달리, 이 책은 최초로 백성 편에서 역사를 조명했다. 이 책은 조선 왕조 5백 년 간 악날한 신분차별 속에서 참혹한 세월을 살다간 백성들이 쓴 '조선왕조실록'인 것이다.

 

백성편에서 본 조선은 진작 망했어야 할 나라였다. 사실 조선은 조일전쟁(임진왜란) 전후, 아니면 늦어도 영조.정조 시대가  끝날 때쯤 망했어야 했다. 뭐 그렇다고 꼭 일본에 의해 망했어야 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간 일어났던 수많은 역모 중 하나라도 성공해서 왕조가 바뀌었다면 하는 것이 필자의 허무한 바램이란 얘기다.

 

조선은 중기에 들어서면서 사생결단의 당쟁이 피를 튀기며 아무런 비젼 없이 무기력하게 멸망을 향해 줄달음쳤다. 조선은 조일전쟁 이후 멸망까지 약 300년 동안 25년간의 정조 시대를 빼고는 존재할 가치가 전혀 없는 왕조였다. 백성의 90% 이상을 웃돌던 상민과 천민들, 그리고 서얼들에게 조선은 정말 개 같은 나라였고, 그들은 아무런 희망도 없이 한 줌도 안되는 양반들의 수탈과 억압속에서 짐승같은 삶을 살아야 했다.

 

 

역사적으로 노비는 어느 나라건 노비는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 전쟁 포로이거나 범죄자였고 타민족이었다. 동족을 단지 가난하다거나 출신 혹은 직업이 천하다는 이유로 짐승같이 취급해 사고 팔고 상속하는 나라는 조선 말고는 세계 어디에도 없었다. 조선은 명나라를 빼닮은 데다가 소중화라고 주접떨던 나라인데, 신분차별제도의 악날함은 중국이 큰 형님으로 모셔야 할 정도였다.

 

또 정실부인의 자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회 진출을 봉쇄당하고 집에서도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면서 상속도 받지 못해 가난한 채로 해 먹을 것도 없이 사회의 그늘 속에서 평생 세상을 원망하며 살다 죽어간 수많은 똑똑한 서얼에게도 조선은 정말 개 같은 나라였다.

 

 

필자는 이러한 불쌍한 백성들, 그리고 노비와 천민, 서얼 등의 시각에서 조선사를 새롭게 조망하고 싶었다. 결국 조선은 공허한데다 말만 많고, 거지 같은 신분차별을 규정한 개국 이념인 유교 성리학 때문에 망했다고 할 수 있다.

 

<백성 편에서 쓴 조선왕조실록, 왕을 참하라>라는 제목이 좀 거친 느낌이 들고, 또 책의 내용이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조선을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이 책에서 나타난 사건이나 인물에 관한 서술은 모두 진실에 가깝게 서술되었다고 확신한다.

 

 

이 책이 일부 독자들에게 충격이나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인물에 대한 기록이나 평가 그리고 사건에 대한 서술은 사서의 기록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정확한 기록들이며, 단지 그간 역사서의 필자들이 건드리기를 원치 않아 묻어 두었던 역사적 진실들을 필자가 과감히 밝혀낸 것뿐이다. 그러니 열받지들 말고 가슴을 열고 냉정히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필자의 저서는 물론 필자의 독창적인 작품이 아니다.

필자는 수많은 선배 제현들의 노력의 결실을 섭렵한 후 이를 집대성하여 가장 진실에 가깝게 그리고 평이하고 재미있게, 새로운 시각으로 재구성하였을 뿐이다. 이 책의 영광은 그간 수많은 조선사 관련 서적과 임진왜란사를 쓰신 선배 제현들의 것이다." 라고 서문에 쓰고 있다...(중략)




 

서평들...

 

기발하고 새로운 개념의 조선역사가 펼쳐진다. 동서양의 역사에 정통한 재미 역사가가 쓴 <왕을 참하라>는 제목에서부터 풍기듯 독특하고 획기적이며 도발적이다. 무엇보다 백성의 편에서 쓴 최초의 조선통사라는 점에서 여타의 다른 역사책과 확연히 구별된다.


우리가 학교 교육에 의해 잘못된 역사를 배웠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조선 역사에 관한 폭넓은 연구를 토대로 기존의 사가들이 감히 꺼내기 어려웠던 조선사의 숨겨진 치부들을 밝혀내고 있다. 
 
 그 양도 태조 이성계부터 27대 순종에 이르기까지 조선 500년의 전 역사를 다루고 있어 조선사 백과사전이라고 일컬어도 무방할 정도로 방대하다. 

이 책은 두 가지 점에서 기존 조선사 책들과는 분명히 대별된다. 첫째는 조선의 역사를 보는 관점이 왕과 양반 계급으로 대표되는 지배층의 관점이 아니라, 신분과 출신이 천하다는 이유로 핍박 받으며 살아온 피지배층 이라는 점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내용도 세계사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심했던 자국민에 대한 신분 차별, 지배층의 뇌리를 수백년 동안 지배했던 명에 대한 지극한 사대, 백성들의 삶과는 전혀 상관없이 저들끼리 치고받고 한 당쟁 등에 대한 신랄하고 적나라한 비판이 주된 흐름을 이룬다.

특히 기존 역사가들이 잘 다루지 않았던 지배계층의 치부를 노골적이고 도전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작가는 조선 지배층의 상징인 왕들에 대한 설명이나 양반 사대부들의 한심한 작태들에 대해서는 비어와 속어를 이용한 원색적인 표현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는 조선 백성의 입으로 내뱉는 지배층에 대한 비판과 야유 그리고 분노의 표현인 것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역사를 서술하는 방식과 필체가 일반적인 역사서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보통의 역사서는 딱딱한 문어체로 서술되지만 이 책은 구어체로 서술하고 있다. 이는 딱딱하고 학술적인 서술 방식 때문에 역사서에 접근하지 못했던 일반 대중들의 접근을 쉽게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작가가 고안해낸 고도화 전략이다.

저자는 조선 27명의 왕들 중 명군 세종(4대)과 정조(22대)를 제외한 다른 왕들 가운데 그나마 밥값이라도 한 왕은 5~7명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우유부단함으로 조광조의 개혁정치를 그르쳤던 중종(11대)을 ‘얼뜨기’로, 문정왕후의 치마폭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명종(13대)을 ‘마마보이’로, 무엇을 했는지 잘 알 수 없는 현종(24대)과 철종(25대)을 ‘하는 일없이 세월만 축낸’ 왕으로 묘사한다.

또 그는 국운이 승천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명에 대한 안이한 사대 아래 결국 조선을 지리멸렬하게 쇠망해 가게 만든 데는 왕을 위시한 조선의 지배층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지적하며 그들은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한다.
 
 
"태 정 태 세 문 단 세 예 성 연 중 인 명 선 광 인 효 현 숙 경 영 정 순 헌 철 고 순."

 

  
ⓒ (주) 진명출판사
조선

이게 뭔지 아시는가? 조선의 역대 임금 이름의 첫 글자들이다. 이거 중학교 다닐 때 달달 외웠다. 왜? 국사 시간에 선생님이 외우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외워야 했으므로 임금들 이름의 첫 글자만 따서 리듬까지 붙여가면서 달달 외웠다.

 

그 학습효과가 학교를 졸업한 지 삼십 년이 넘었건만 아직까지 남아 있다. 그래서 태정태세, 하면서 운을 떼면 저절로 읊게 된다. 기억력이 가장 왕성할 때 달달 외웠으니 돌에 새긴 것처럼 지워지지 않고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래서 세뇌교육이 무서운 거다.

 

갑자기 조선의 임금 27명의 이름을 떠올리게 된 것은 백지원의 <왕을 참하라> 때문이다. 이 책, 왕조 중심의 역사책과는 달리 백성을 세상의 중심에 놓고 조선을, 조선의 임금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그리고 한 마디로 결론을 내렸다. 조선은 '개 같은 나라'라고.

 

조선은 우리 선조가 세운 나라이며, 조선의 역사는 우리 선조들의 역사다. 그런 조선이 '개 같은 나라'였다니, 엄청난 도발이 아닐 수 없다. 대체 조선이 어떻기에 '개 같은 나라'라는 비난을 서슴지 않는 것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은 임금과 양반들이 지배한 나라였다. 그들의 수는 조선 전체 인구의 5% 남짓. 그들이 마구 휘두른 권력 때문에 죽어나는 사람은 힘없고 돈 없고 빽 없는 가난한 백성들이라는 것은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저자는 조선의 역사를, 조선의 임금을, 조선의 양반을 수탈당하고 짓밟히면서 살아온 조선 시대의 민초의 시각에서 바라보았다. 못난 임금 때문에, 당파싸움에 날 새는 줄 모르는 양반들 때문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살아야 했던 이 땅의 백성들은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는 것이 바로 저자의 주장인 것이다.

 

그렇다면 '개 같은 나라' 조선을 지배한 임금은 어떠한 존재였을까? 당시에는 지존의 존재였을지 모르지만 저자는 그들을 한 마디로 싸잡아 패대기친다. 밥값도 제대로 못한 멍청이, 얼뜨기, 소인배이면서 덜 떨어지고 무능한 존재였다는 것이다. 그것도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직설화법을 통해서 일갈한다.

 

 

그러한 직설화법이 거슬리지 않는 것은 그의 주장이 일면 타당성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중고교 다닐 때의 역사교육을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한심했다. 평생 한 번도 쓸 일이 없는 조선 왕의 순위를 도대체 왜 암기하라고 가르쳤을까? 거기다 밥값도 못한 멍청한 임금들이 줄을 섰는데, 왜 우리가 그런 멍청한 것들의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지."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조선의 27명의 임금 중에서 명군이라 일컬을 수 있는 임금은 세종과 정조 둘 뿐이란다. 그나마 밥값을 한 임금은 광해군, 효종, 태종, 세조, 영조, 이렇게 다섯이고. 밥값을 한 임금 속에 광해군이 끼는 것이 재미있다. 역사 속의 인물은 어떤 시각에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밥값은 못했지만 죽값이라도 한 임금도 있다. 성종과 숙종. 그 나머지는 임금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하찮은 존재라면서 저자는 <왕을 참하라>를 통해 그 이유를 조목조목 짚었다. 읽다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반정에 의하여, 생각지도 않고 있다가 잭팟이 터져 19세로 왕위에 오른 중종은 똑똑하지도 못한 데다 성격이 우유부단하여, 거의 40년이나 왕위에 있었으면서도 밥값도 제대로 하지 못한 대표적인 무능한 왕이었다. 또한 밀어 주던 개혁사상가 조광조를 개혁도중 처형함으로써 조선이 내리막길에서 반전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박찬, 멍청하기 짝이 없는, 덜 떨어진 임금이었다. 그래서 시호에 어정쩡한 '중'자가 들어간 것이다."

 

한 나라의 임금으로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백성들을 고난에 빠뜨린 위정자는 욕을 먹어도 싸다는 것이다. 그의 비난은 거침이 없다. 당대 최고의 유학자로 일컬어진 송시열을 비난하는 대목을 보면 생존하고 있는 후손들이 들고 일어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생길 지경이다.

 

"개인적으로 송시열은 지나치게 고집이 센 데다 방편과 술수 그리고 음모를 겸비한 삼류 인물이었다. 우리가 아는, 역사적으로 제법 유명한 인물들인 정철, 송시열 등은 그저 그런 인간들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왜 이런 주장을 거침없이 할까?

 

"실생활과 전혀 관계없이 이빨만 까는 학문인 성리학은  개 같은 신분차별을 만들어냈고, 쓸데없는 허례허식과 명분에만 집착케 해 실리를 잃도록 했으며, 할 일 없이 자구 해석에 매달려 그것으로 파를 갈라 서로 죽고 죽이는 당쟁을 난무하게 만들었다."

 

이런 자들이 권력을 쥐고 있으니 죽어나는 건 백성들뿐인 건 굳이 덧붙여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러니 저자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것일 게다.

 

"백성 편에서 본 조선은 진작 망했어야 할 나라였다. 사실 조선은 조일전쟁 전후, 아니면 늦어도 영조·정조 시대가 끝날 무렵 망했어야 했다. (중략) 조선은 중기에 들어서면서 사생결단의 당쟁이 피를 튀기며 아무런 비전 없이 무기력하게 멸망을 향해 줄달음쳤다. 조선은 조일전쟁 이후 멸망까지 약 300년 동안 25년간의 정조 시대를 빼고는 존재할 가치가 전혀 없는 왕조였다. 백성의 90퍼센트를 웃돌던 상민들과 천민들, 그리고 서얼들에게 조선은 정말로 개 같은 나라였고, 그들은 아무런 희망도 없이 한 줌도 안 되는 양반들의 수탈과 억압 속에서 짐승 같은 삶을 살아야 했다."

 

그러니 백성의 입장에서 조선의 역사를 하나씩 되짚어 본다면 주저 없이 '왕을 참하고' 싶어질 것 같다.

 

물론 저자의 주장을 전부를 동조하거나 수긍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저자는 해박한 역사 지식과 연구를 토대로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 읽다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딱딱한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로 서술했기 때문에 쉽게 읽힌다는 장점도 있다.

 

무능한 임금은 백성을 고달프게 할 뿐 아니라 도탄에 빠지게도 한다. 왕을 잘 만나야 백성은 '등 따시고 배부른' 삶을 살 수 있었다. 그 진리는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지금 이 시대, 우리의 현실은 어떤지 이 책을 읽으면서 짚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서초동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