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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의 새벽 12 (통일에 대하여...)
외교통상부와 통일부의 2011년 업무보고에 담긴 핵심 주제는 통일이었다.
통일부는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 유도, 바른 남북관계 정립, 통일에 대한 준비를 3대 추진 목표로 설정했다.
외교부도 한반도의 궁극적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 주요국들과 협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통일외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족의 희망이자 평화의 기초가 될 자유민주체제로의 통일을 달성하기 위해 앉아서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다짐이라고 믿는다.
통일이 언제 올지는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남한 인구의 절반도 안 되는 북한 주민을 먹여 살리는 데 실패한 김정일 전제(專制) 세습정권이 스스로 한계를 이기지 못해 당장이라도 급변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북한 주민이 자유민주주의에 눈을 뜨면서 김정일 정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 어떤 경우건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주변국들의 동의와 협조 속에서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준비가 필수적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로의 통일을 달성하자면 분단으로 인한 남북의 이질감을 줄이는 노력도 선행돼야 한다. 통일부는 내년에 북한 주민과 정권에 대한 분리 접근으로 북한의 진정한 변화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과 비(非)정부 활동에 대한 지원 강화도 천명했다. 분단에 따른 국가적 손실과 비용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진다. 시대착오적이고 비이성적이며 광기(狂氣)에 휩싸인 북한 체제가 오래 버틸수록 우리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의 핵개발이 진전될수록 우리가 감당해야 할 위협은 증대되고 통일의 길은 멀어진다.
통일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 미국을 포함한 주변 강대국 변수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의 과제다. 우리 정부와 사회의 통일 논의와 준비가 알맹이 없는 말놀음에 그친다면 김정일 정권을 자극만 하고 저들을 극단적 모험주의로 내모는 결과를 빚을 우려가 있다. 북한은 “수천 대의 원심분리기를 갖춘 우라늄 농축공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도발적인 발표를 했다.
통일외교의 핵심 변수인 한중 관계는 지난해 최악 수준으로 떨어졌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 이후에도 드러났듯이 대중(對中) 외교는 우리의 외교력을 시험하고 있다. 통일 과정에서 중국을 설득해 지지를 획득하는 것은 난제 중의 난제다. 북한의 북쪽 국경지역은 점차 중국 경제권에 예속되고 있다. 알짜배기 광산이 속속 중국에 넘어가고 화교 자본은 북한 장마당까지 진출했다. 이렇게 가다가는 한국이 통일의 주체가 된다 하더라도 실속은 중국에 모두 넘겨주는 현실이 닥칠 수도 있다.
통일 정책에 실천 가능한 청사진을 담지 못하면 정부가 김정일 집단과 국내 종북(從北) 좌파의 협공에 휘말리고 남남(南南) 갈등의 빌미만 제공할 우려마저 있다. 냉철하고 치밀하며 내실 있는 통일정책의 추진을 요망한다.
우리는 통일이 가능할까?
전쟁과 평화, 이 둘의 구분이 전방과 후방인 시대는 지나갔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은 전방과 후방, 군인과 민간인 구분이 사라진 총력전 시대가 됐다. 한국사에서 역사를 바꾼 주요 전쟁인 나·당전쟁, 임진왜란, 청·일전쟁, 한국전쟁은 국제전이었고 그것들은 당시 시각으로는 ‘세계대전’이었다. 그런데 또 다시 세계대전의 먹구름이 한반도에 몰려오고 있다.
지금의 한반도 전쟁 위협은 현상적으로는 북한 체제가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세대교체하는 와중에서 일어난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내부 갈등을 외부와의 전쟁을 통해 해소하는 것은 독재국가가 사용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 경우 전쟁이란 클라우제비츠의 정의대로 “다른 방식으로 하는 정치”다. 하지만 만약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발발한다면, 이 전쟁은 국내 정치가 아니라 국제 정치의 연장(延長)으로 수행될 것이라는 점이 문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과 소련의 냉전 체제가 확립되는 진통으로 한국전쟁이 일어났고, 그 결과로 남북 분단체제가 성립했다. 냉전으로 분단이 됐다면, 탈냉전시대에서 분단 체제는 종식돼야 한다. 현실 사회주의 국가들 대부분이 멸망했다면, 지금 한반도에 북한 체제가 존재해야 할 이유는 없다. 히틀러의 패배가 독일의 해방이었듯이 김정일 체제의 붕괴는 북한의 해방임을 친북주의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지금 북한이 존립할 수 있는 토대는 주체사상이 아니라 중국이다. 한국전쟁에서도 그랬듯이, 중국의 승인과 지원 없이는 북한은 전쟁을 일으키지 못한다. 그렇다면 중국은 언제, 무엇을 위해 북한의 전쟁 도발을 용인할 것인가.
앞으로의 세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소련 대신 중국이 부상하면서 주요 2개국(G2, 미국·중국)으로 개편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남북 군사대결은 미국과 중국이 세계 패권을 둘러싸고 벌이는 전쟁의 대리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한이 남한을 위협하면 할수록 남한은 미국에 의지할 수밖에 없고, 북한이 호전적으로 되면 될수록 중국의 영향력은 커질 것이다. 점점 외세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사태가 진전되는 것은 남북한 모두가 바라지 않는 바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한은 미국과 중국에 의지해서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외교적 노력으로 국력을 소진하지 말고, 우리 운명을 우리 스스로가 결정한다는 자세로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결과는 6·25전쟁의 재판(再版)이 될 것이다. 그러면 통일이 아닌 또 다른 방식의 분단으로 전쟁이 일단락될 가능성이 많고, 이 같은 승자 없는 전쟁의 패자는 우리 민족이 된다.
지금 남한에는 이 전쟁의 위기를 통일의 기회로 전환시킬 정치 지도자가 필요하다. 북한은 과거의 동독처럼 어느 날 갑자기 붕괴될 수 있다. 1989년 당시 소련의 고르바초프는 동독의 개방을 요구하면서도 붕괴는 결코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도적처럼 찾아온다.
1989년 11월 9일 동독 정부 대변인이 여행 규제 완화 조치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들이 새 여행법의 발효 시점에 대한 질문을 쏟아대자, 그는 얼떨결에 “지금 당장”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동독 주민들이 베를린 장벽으로 떼를 지어 몰려가고 급기야는 망치와 도끼로 장벽을 무너뜨림으로써 냉전체제의 거대한 상징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결국 대변인의 우연적인 말실수라는 초기 조건이 ‘나비효과’를 일으켜서 동독을 무너뜨리는 민중혁명의 도화선이 되고, 그 결과로 독일은 통일됐다.
역사에서 우연이란 인간에게 운명처럼 주어진 구조적 조건 속에서 역사를 창조할 수 있는 자유로 주어진 행운이다. 중요한 것은 행운의 여신을 잡을 수 있는, 마키아벨리가 비르투(virtù)라고 불렀던 용기와 덕성이다. 1989년 독일의 행운은 그런 비르투를 가진 헬무트 콜이라는 정치가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2011년 새해에는 그런 비르투를 가진 정치가가 한반도에 나타나길 기원한다
서울의 아침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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