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의 새벽 8 (어슬픈 하모니, 그리고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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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하늘이 밝아오는 남부순환도로
올해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해피 선데이'의 '남자의 자격' 이경규가 최고의 대상을 받았다.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이 처음 방영될 때에는 1박 2일, 무한도전 등이 승승장구할 시점이라 크게 주목을 받지도 못했고 ㅏ이돌이 대세인 시대의 흐름으로 인하여 중년의 나이든 남자 연예인들이 모여 무슨 남자의 자격이라는 제목으로 무슨 내용의 프로그램을 진행될 것인가에 대해 시청자들은 실제로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그들이 체험하는 종목들이 서민이라면 그리고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번 쯤 관심을 가질 만한 것에 도전하는 데 대하여 관심이 일기 시작하였다. 뺀질거리며 짜도 피 한 방을 나오지 않을 짠돌이 같은 이미지의 이경규... 이미 명운이 다한 것으로 인식되던 이경규를 포함한 어슬픈 김태원, 메주콩알 같은 김국진... 등 멤버들의 구성도 대중의 인지도가 낮은 연예인들로 구성되어 한마디로 별로였다.
이경규는 원래 코메디로 출발하여 양심냉장고가 등장하던 프로그램에서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최고의 예능 MC자리를 차지하였고 몰래 카메라가 등장하면서 승승장구하였으나 무한도전, 1박2일 등 새로운 인기 프로그램과 떠오르는 샛별 MC 유재석과 강호동에 밀려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면서 시름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으나 그를 통해서 연예계에 등장한 강호동을 비롯한 많은 연예인들이 이경규 라인을 형성하면서 무대 뒤에서 연예계 대부같은 위치에서 군림하는 형국이었다. 이미 한국의 연예계의 대세는 아이돌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시점이었다.
공전의 히트, 남격 하모니
그러나 공전의 히트를 친 것은 다름 아닌 '남격 하모니'였다. 합창단원을 선발하여 연습 후 전국대회에 나가는 과제였다.
올해 초여름, KBS 2TV `해피선데이`의 `남자의 자격` 신원호 PD는 남자들이 해야 할 101가지 일 중에 하나로 합창을 꼽았다. 그 미션을 수행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합창단을 이끌 지휘자를 찾는 일이었다.
주변에서는 뮤지컬계에서 음악감독으로, 연출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박 교수를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합창단을 지도할 지도자로 고심끝에 호서대 박칼린 교수를 초빙하였다. 워낙 뛰어난 실력자였기 때문. 박 교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같이 모여 노래하는 즐거움을 알리고자 하는 제작진의 설득 끝에 `남격 합창단`을 맡았다.
그리고 박 교수는 지난 7월부터 9월 초까지 두 달 동안 `남격 합창단`을 이끌며 합창단원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박 교수는 합창단 지휘자로서 냉정하고 철두철미했다. `마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합창단원들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일을 벗어난 공간에서는 달랐다. 32명의 합창단원을 세심하게 챙겼고 또 소탈했다. 그런 그를 단원들은 `칼린쌤`이라고 불렀다. 이렇게 허모니를 이룬 그들은 전국대회에 나가 상까지 받았다.
`남격 합창단`이 상을 받은 것도 대단했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준 박 교수의 리더쉽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리더의 역할에 따라 한 집단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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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합창 단원 중에서 배다해와 선우가 특별하게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는데 그녀들의 아름다운 목소리 때문일 것이며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청초함이었을 것이다. 오염과 거짓과 탁함이 넘쳐나는 오늘의 세태에서 그녀들의 아름다운 목소리, 표정, 눈빛, 순수함이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또 그녀들이 함께 어우러진 합창 단원들은 어렵고 힘든 기나긴 노력을 통해 뜨거운 동료애가 생기게 되었고 박칼린 교수의 카르스마 넘치는 지도력에 모두들이 감탄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물론 방송으로 나간다는 카메라 앞에서 누구나 자신의 내면을 보이지는 않겠지만 나이와 성별을 떠나 모두가 하나가 되어 어우러져 가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깊은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혹독한 훈련과 눈물, 그리고 동료애가 어우러져 하나의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경규를 포함한 남격 멤버들이 넘치는 재치와 담화 속에 분위기는 웃음과 즐거움이 배가 되기도 하였다.
험한 군 생활을 통해 남자들이 느끼는 대부분은 고생을 많이 할 수록 기억에 남고 당시 같이 고생한 전우가 오랫도록 기억에 남는 것처럼 남다른 전우애가 생기는 것이 인간이다. 그래서 고생은 돈주고도 하란 말이 있지 않는가! 그들이 마지막 연습을 하던 시점에는 모두가 하나가 되어 형제애를 나누며 모두가 한 가족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실제 합창대회가 끝나고 모두가 울음바다가 되었다.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모두 소화해내고 성취했다는 기쁨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모두가 헤어져야 할 시간, 그러한 아쉬움에 눈물은 더욱 흘렀고 서로가 부둥켜 안고 떨어질 줄 몰랐다. 이런게 지위고하를 떠나 순수한 인간애 일 것이다. 그들이 우니 시청자들도 따라 울었다. 그만큼 감동을 주었고 일체감을 느끼게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사람들을 하나의 목표를 추구하는 한 가족으로 만들기까지는 박칼린 교수의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력에 돋 보였고 전 국민이 보고 있다는 카메라 앞에서 누구도 모남이 없었다.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사회란 바로 이러한 공동체를 의미하는게 아닐까?
예수가, 마호메트가, 부처를 통해서만 이상사회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탐욕과 욕심을 버리고 인간 본연의 순수함이 어우러진 상황에서 고난과 역경을 통해 하나의 목표를 추구하여 이루는 성취감이 바로 연대감을 조성하고 일체감을 만드는 활력소라는 사실이다. 우리들의 목표는 과연 무엇인가? 우리가 그 목표를 향해 매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는 어디 있는가? 우리를 더욱 감동스럽게 만드는 것이 우리들의 현실이 그만큼 먼 거리에 있다는 사실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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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격 '송년의 밤'은 뜨거웠다.
올 한 해 남격 멤버들이 체험하였던 각종 직종의 사장님들도 초청되었다. 중국집 사장님, 도배 사장님, 응원간 사람, 태권도 도장 사범, 애견센타 사장님 등등
그리고 합창단원들도 참가하여 노래자랑과 경품 추첨이 있었고 합창단원들이 다시 합창대회에 나갔던 곡을 모두 다시 현장에서 즉석 공연하는 모습에 남다른 감회를 느꼈을 것이다. 모두가 반가움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현장이었다.
이러한 모든 결과가 나타난 것이 바로 연예대상 시상식이었다. 이경규가 강호동, 유재석을 누르고 연예대상을 받았다. 그의 말대로 자신 혼자만의 영광이 아니라 남자의 자격을 이룬 모든 사람들에게 똑 같은 영광을 돌려야 할 것이다. 만년에 핀 영광을 이경규가 앞으로 어떻게 유종의 미를 거둘지는 두고 볼 일이다.
모두에게 희망과 꿈을 주는 프로그램이 이토록 국민들의 열망을 받게 될 줄은 방송사도 미처 몰랐을 지 모른다. 잘 나가는 사람들만 잘 사는 사회일 수록 이런 프로그램은 어쩌면 서민들의 가슴에 희망의 훈풍을 불어넣는 역활을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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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규의 KBS 연예대상 수상, 그 남다른 의미
올해 KBS 예능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뽑은 것처럼 '해피선데이'였고, 그 중에서도 '남자의 자격'이 단연 돋보였다. 그 '남자의 자격'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이경규의 수상은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막상 이경규가 2010년도에 연예대상을 수상한 사실을 새삼 생각해보면, 그 결과는 놀랍기까지 한 것이 사실이다. 오십 줄의 나이에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고, 그것도 주변이 아닌 중심에서 새로운 예능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경규라는 존재가 새롭게 마음에 와 닿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경규가 처음 코미디를 시작할 때와 지금의 예능은 체질 자체가 바뀌었다. 당시에 코미디란 연기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지금은 리얼 예능이 대세다. '일밤'을 통해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그로서도 이러한 변화는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이경규 역시 리얼 예능에 적응하려 애썼지만 '라인업' 등의 실패를 맞보면서 그 어려움을 실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실패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은 탓이 컸다. '예능의 달인'에게 전통적인 코미디든, 토크쇼든, 리얼 예능이든 통하지 않을 게 뭐가 있을까. 당시 많은 이들이 '위기'를 운운했지만 정작 본인은 전혀 '위기'라는 말을 실감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저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그는 담담히 받아들이곤 했다.
'남자의 자격'이라는 리얼 예능은 그런 이경규에게는 잘 맞는 옷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아예 내놓고 아저씨들을 내세워 매번 미션을 수행하게 했다. 이 중년이라는 안정적이고 실제적인 컨셉트 위에서 이경규는 비로소 진가를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무리하지 않고 자신으로 돌아가 마치 숨 쉬듯 편안하게 예능을 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그 진정성으로 전해졌다. 이경규는 결국 코미디라는 옛 껍질을 깨고 리얼 예능으로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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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규는 수상소감에서 농담을 섞어 "상을 받는 데는 운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사실 그 운이라는 것은 노력하는 자에게만 오는 것이다. 올해는 문화 전반에 중년남성들이 전면에 나왔던 한 해였다. 물론 '남자의 자격'이 그 중심에 서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아저씨들에 대한 새로운 가치부여가 화두가 되었던 것. 이경규의 수상소감대로 운은 작용했다. 하지만 그 운의 중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이경규의 나이를 뛰어넘는 끊임없는 도전정신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경규의 부활이 남다른 의미를 갖는 것은 그의 개인적인 성과를 뛰어넘는 이러한 중년들에게 전해질 어떤 희망과 그들에게 다가올 문화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규가 예능에서 겪어온 변화를 우리네 아저씨들도 지금 겪고 있다. 그 과정에서 아저씨들은 문화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늘 뒷방 취급을 당하곤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저씨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생겨나는 그 중심부에 이경규라는 아저씨의 부활이 마치 상징처럼 자리하게 되었다. '남자의 자격'은 어찌 보면 아저씨라도 당당히 즐길 자격을 찾는 프로그램이 아닌가. 이경규의 부활이 이 땅의 아저씨들에게도 새로운 삶의 희망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