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마을

우면산의 가을 13 (변하지 않는 세상) 본문

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우면산의 가을 13 (변하지 않는 세상)

두바퀴인생 2009. 11. 7. 09:10

 

 

우면산의 가을 13 (변하지 않는 세상)

 

 

 

 

 

 

경향신문의 64년 세월 동안 우리 사회의 변하지 않는 고질병에 관하여 게재되었다.

 

정치적으로는 날치기 통과,기습처리,색깔론,지역주의가 그대로 답습되어 오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권력형 비리,학벌,한탕주의가 여전히 난무하고 있다고 하였다.

 

최근에는 이대통령 사돈 기업인 효성 그룹이 비자금 조성, 해외 호화 부동산 구입건에 대해서 말들이 많다. 과거 노태우 시절 사돈 기업인 선경(SK)이 사돈 잘 만난 탓에 자전거,테이프,학생복지나 만들던 회사가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면서 매년 2조원대의 순이익을 올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사업 덕분에 오늘날 재계 3위까지 올라섰다. 이처럼 권력층의 비호를 받는 기업이 급속 성장을 하는 것은 후진국에서나 보는 관행인바, 아직까지 악습을 벗어버리지 못하는 한국 정치.경제계 현실이 나라의 미래를 발목 잡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러한 악습을 하루빨리 바꾸지 않는 한 선진국 문턱 진입은 요원할 지도 모른다.

 

 

 

 

 

 

경향신문이 세상에 첫 선을 보이던 1946년과 지령 2만호를 발행하는 2009년의 사이에는 63년이란 세월이 있다. 강산이 여섯번 바뀌고도 남을 시간이다. 이 기간 동안 대한민국은 상전벽해의 변화와 발전을 이뤘다. 의식주를 해결하고 민주주의를 도입했으며 세계속의 국가로 도약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게 있다. 2만호에 이르는 경향신문 지면을 보면 우리 정치판은 의구(依舊)하다. 국회에서 다수당은 대화와 타협 대신 날치기 처리를 되풀이한다. 색깔론은 상대를 공격하는 데 여전히 유효한 수단으로 쓰이고 선거는 정책보다 지역의 영향을 받는다.

 

 

 

 

 

 

변하지 않는 세상

날치기·색깔론·지역주의 아직도 그대로네, 정치판
변하지 않은 세상 - 정치

국가보안법… 개헌안… 노동법 기습처리…


# 날치기“29일 국회 본회의는 (28일의) 개헌안 부결선포를 당시 사회자인 최(순주) 부의장이 개회 벽두에 취소함으로써 의사당내와 방청석에서 일시 소요와 노성과 난투가 뒤범벅됐다.”(1954년 11월30일자 1면 ‘국회서 난투극! 개헌안의 부결선포를 취소’)

“24일 국회는 자유당 의원만으로 말썽많은 국가보안법을 통과시켰다. 닷새 동안 농성해오던 20여명의 야당 의원들은 갑자기 증원된 수백명의 몸집 큰 경위들에 의해 밖으로 끌려나갔다.”(58년 12월25일자 1면 ‘국가보안법 폭력으로 통과’)

이 기사는 자유당 정권 시절 여당 소속 국회부의장이 ‘부결’ 선포를 했다가 번복된 사사오입(반올림) 개헌안과 물리력을 행사해 처리한 보안법안의 날치기 과정을 담고 있다. 지난 7월 한나라당 주도의 미디어법 날치기 때와 판박이다. 미디어법도 여당 소속 국회부의장이 ‘투표 종료’ 선언을 번복했고, 야당에 대한 여당의 물리력 행사가 있었다.

유구한 날치기 전통에는 소소한 전술 변화도 엿보인다. 박정희 정권 때는 회의장을 바꿔치기하는 수법이 등장했다. 69년 9월15일자 1면 ‘3선개헌안 전격 통과’ 기사는 “개헌안이 농성 투쟁 중인 야당 몰래 이효상 의장 사회로 의사당 맞은편 제3별관 특별위 회의실에서 전격 통과됐다”고 전한다. 2년 뒤 대통령에게 초헌법적 ‘비상 대권’을 부여한 국가보위법도 같은 방식이었다. 민주화 이후에는 회의장 밖에서 무선 마이크를 사용해 사회를 진행하거나(90년 7월14일자 1면 ‘쟁점법안 날치기 통과’), 새벽 시간에 여당 의원들을 몰래 소집해 처리하는(96년 12월27일자 1면 ‘여 노동·안기부법 기습처리’) 등의 방법이 동원됐다. 수법이 어떻든 의석수만 믿고 정부의 ‘거수기’를 자임한 다수 여당의 선택은 언제나 날치기였다.

 

 

 

 



진보당 간첩침투사건… 인혁당… 김대중 내란음모… 용산참사…

# 색깔론“계엄사령부는 4일 김대중(55) 등 37명을 내란음모 등 혐의로 계엄보통군법회의 검찰부에 구속송치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 민중봉기를 야기, 정부를 전복 집권한다는 음모를 꾸몄다는 것이다.”(80년 7월4일자 1면 ‘계엄사 발표 김대중 등 37명 내란음모 혐의’)

“8일 사형이 확정된 인혁당사건 관련자 8명에 대한 사형이 9일 상오 서울구치소에서 집행됐다. … 김용원은 아들에게 ‘어머니 잘 모시고 효도하라’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75년 4월10일자 7면 ‘인혁당 관련 8명 사형 집행’)

정권의 색깔론은 비판 인사를 사선(死線)으로 내몰만큼 가혹했다. 하지만 진실이 아니기에 역사 앞에서는 나약했다. ‘내란음모자’는 97년 대한민국의 15대 대통령이 됐고, 인혁당 사형수들은 2007년 법원의 재심을 통해 누명을 벗었다. 색깔론은 정권과 다수당에겐 ‘전가의 보도’였다. 야당 대표 조봉암 선생이 간첩 누명을 쓰고(58년 1월14일자 7면 ‘진보당 간첩침투 사건 확대’) 처형됐고, 제헌국회 의원들이 남북통일 협상안 등을 개진했다가 보안법 위반 혐의로 헌병대에서 문초를 당했다(49년 6월23일자 ‘국회의원에 검거선풍’).

최근에도 정치권 일각과 민간 극우단체들은 여전히 색깔론을 애용한다. 그 희생양이 철거민 등 사회적 약자나 그들을 변호하는 이들에게 국한되는 비열한 양상은 불변이다. 지난 1월 용산참사처럼 ‘빨갱이’에서 ‘테러’로 상징만 바뀌었을 뿐, 정권의 위기 때면 어김없이 ‘색깔론’은 다시 등장한다(2009년 1월23일자 3면 ‘막가는 정부·여당… 삶의 문제에도 ‘색깔론’ 덧칠’).

 

 

 

 



폭력 얼룩진 광주·대구 유세장… 3당야합… 호남·충북 빼고 한나라…

# 지역주의“공화당 이만섭, 백남억 의장 같은 이는 ‘경상도 사람이 박정희 후보를 안찍으면 되느냐’고 선동했고, 신민당의 이태영 여사는 ‘목포 사람이 김대중 후보를 버리면…’ 등으로 지역감정에 호소했다”(71년 4월26일자 6면 ‘본사 취재기자들이 결산하는 4·27 전선’)

“주말의 광주 및 대구 유세장은 투석과 방화, 야유로 얼룩진 지역감정의 대결장이 됐다. 15일 김대중 평민당 총재의 대구 두류공원 집회와 14일 김영삼 민주당 총재의 광주역전 집회는…”(87년 11월16일자 11면 ‘주말 폭력으로 얼룩진 광주·대구 유세장’)

박정희 전 대통령 생전 최후의 직선이었던 7대 대선에서 정권은 야당 김대중 후보가 호남 출신임을 들어 끊임없이 지역감정을 조장했다. “경상도 대통령을 뽑지 않으면 우리 영남인은 개밥에 도토리 신세가 된다” “박 대통령은 경상도 대통령 아이가” “문디(문둥이)가 문디 안 찍으면 어쩔끼고” 등의 발언이 당시 국회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의원의 입에서 나왔다. 영·호남의 패권다툼 양상은 민주화 이후 첫 대선인 87년 13대 대선에서 폭력사태로까지 번지면서 민주진영의 분열상을 드러냈다. 영·호남의 패권 다툼은 3년 뒤 ‘3당 야합’이 벌어지면서 ‘호남 대 비호남’ 대립구도로 바뀐다. “(양김이 맞붙은) 14대 대통령 선거는 지역대결 양상이 예상보다 두드러져 유권자 수가 많은 영남 쪽을 배경으로 한 후보가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는 92년 12월19일자 2면 ‘동서편차가 승패 갈랐다’ 기사에는 재미있는 지도가 곁들여 있다. 이 ‘시·도별 우세 지도’를 보면 서울·광주·전남·전북만 김대중 후보 우세, 나머지 모든 지역은 김영삼 후보 우세로 그려졌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진보정당 출현 등 지역주의를 넘어서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정치 판도는 여전하다(2008년 4월10일자 5면 ‘호남·충북 빼고 파란나라’). “이런 현상은 참으로 극복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게 71년 4월26일자 6면에 실린 현장 취재기자의 예견이었다.

<장관순·송윤경기자>

 

 

 

 




권력형 비리·학벌·한탕주의 아무도 못말리는 고질병
→ 변하지 않은 세상 - 사회상



경향신문 사회면을 보면 비슷한 유형의 사건들이 시간을 초월해 등장한다. 권력형 비리와 왜곡된 교육열, 학벌지상주의, 한탕주의 등이 그것이다. 신문을 2만번 찍어내는 세월의 흐름속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져온 사회 고질병이다. 뿌리 깊이 박힌 병리현상을 당시 신문은 어떻게 보도했는지 짚어봤다.

 

 

 

 



이철희·장영자 어음 사기… 덫에 걸린 대통령 아들들…

# 권력형 비리 너나없이 가난하고 기댈 곳 없었던 1950~60년대 모든 사람들은 ‘빽’을 찾았다. 든든한 배경과 연줄을 통한 ‘사바사바’는 원칙없는 세상을 헤쳐나가는 현명한 처세 수단이었다. 자유당 시절인 57년 8월30일 경북 경주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양자인 이강석을 자칭한 청년에게 군수·시장·경찰서장이 일제히 머리를 조아리며 극진한 대접을 한 코미디 같은 사건은 ‘배경’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었던 당시 사회의 한 단면이다.

전두환 정권 시절에는 유난히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많았다. 정권 출범 직후 터져나온 이철희·장영자 부부의 7000억원대 어음사기 사건은 장씨의 형부이며 전 대통령의 처삼촌인 이규광 전 광업진흥공사 사장이 개입됐다.

이·장 부부는 권력을 배경으로 은행으로부터 무담보대출을 받았다. 82년 5월12일자 ‘제도보다 안면 어음이 우선’이라는 기사에는 권력을 배경으로 한 사금융과 은행의 밀월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대통령의 아들이 비리에 개입되는 사건은 김영삼·김대중 대통령 임기에도 일어났다. 97년 한보그룹 특혜 비리 사건을 수사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이권 개입 혐의가 드러났지만 검찰의 수사결과는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당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이후 보도된 ‘의혹 못밝혔나 안밝혔나’(97년 6월6일자) 기사에서는 검찰이 현철씨의 한보 관련 의혹을 명쾌하게 밝혀내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청렴을 내세운 참여정부도 권력형 비리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가 세종캐피탈의 의뢰를 받고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 각종 영향력을 행사해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케 하고 대가를 받은 사건은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였다. 2008년 12월2일자 ‘정경유착 끊었다고 자랑할 것 없는 참여정부’라는 제목의 사설은 참여정부의 도덕성에 대한 의문을 표시하면서 친인척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1년도 안돼 권력형 비리를 낳았다. 이 대통령의 사촌처형 김옥희씨가 한나라당 공천을 빌미로 30억원이 넘는 돈을 받은 사건을 보도한 2008년 8월1일자 기사 ‘74세 할머니에게 뭘 믿고 30억 줬나’는 마치 시대가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우골탑·등골탑… 입시지옥… 영어광풍… 기러기아빠…

# 왜곡된 교육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치명적이고 오래된 병폐인 ‘학벌 지상주의’는 국민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었다. 한창 뛰어놀아야 할 초등학생들이 과중한 과외공부에 시달려 성장을 저해받고 있다는 사실은 40년 전에도 존재했다. 65년 1월6일자에 보도된 ‘과외공부로 어린이 체위 갈수록 낮아져’라는 기사는 만 6세까지 일본과 별 차이가 없던 한국의 어린이들이 학년이 높아질수록 키·체중·가슴둘레 등 각종 체위지수에서 일본에 뒤처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대학만 나오면 인생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는 논 팔고 소 팔아서라도 자녀를 번듯한 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낳았다. 대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상아탑이 아니라 ‘우골탑(牛骨塔)’이라는 자조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70년 6월17일자에 실린 통신대학 조기설치 촉구 기사에는 우골탑·등골탑 없는 대학교육을 갈망하는 가난한 농촌 학생들의 절절한 바람이 배어 있다.

학벌 지상주의는 70~80년대 입시지옥, 고액과외 열풍으로 이어졌다. 90년대 들어서는 영어교육에 대한 과열 바람이 조기 유학으로 이어지면서 수많은 ‘기러기 아빠’를 양산하고 있다.

우골탑에서 기러기 아빠로 이어지는 시대적 비극은 ‘간판’이 곧 생존을 의미하고 교육은 출세의 도구로 인식되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교육열이 60년 넘는 세월 동안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농민·주부 도박… 경마·경륜… 주가조작… 로또…

# 한탕주의‘끝이 좋으면 다 좋은 것이다(Endes gut, Alles gut)’라는 독일 속담은 한국 사회에서 더 실감이 난다. 과정이나 동기보다는 결과를 중요시하는 풍조가 ‘한탕주의’식 사고방식을 낳고 그로 인한 각종 사회 병리현상이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한탕주의의 대명사인 도박은 50~60년대 농한기 농촌에서 유행처럼 번져 땅문서가 왔다 갔다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70년대 들어서는 억대 주부 도박단이 등장해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74년 3월26일자에 보도된 주부도박단 노름 현장 르포 기사에는 사기도박의 수법과 도박단의 조직, 피해자의 사연 등이 자세히 담겨 있다. 날짜만 가리면 요즘의 속칭 ‘하우스’ 단속 기사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유사하다.

범죄로 분출된 한탕주의도 있었다. 74년 7월 전국을 전율케 했던 ‘구로공단 2인조 카빈강도 사건’은 희망을 잃은 ‘사회적 낙오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길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당시 경향신문은 끔찍한 범행 수법과 동기, 범인들이 처자식을 모두 죽이고 자살하는 비극적 결말 등을 1면 뉴스로 전하면서 “물질 만능주의가 빚어낸 비극”이라는 해설을 달았다.

시대가 변하면서 더욱 정교해지고 조직화된 한탕주의가 나타났다. 사행산업의 발달과 주가조작이다. 2002년 도입된 로또의 선전문구인 ‘인생 역전’이라는 말 속에는 여러 함의가 있다. 이는 돈이 없으면 인생의 패배자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운이 좋아 당첨되면 그야말로 한방에 인생의 승리자가 될 수 있음을 부추기면서 사행행위를 장려한다. 2003년 1월13일자 ‘대박·도박병 심각하다’는 제목의 기사는 로또를 포함해 경마·경륜·카지노 등 사행산업의 규모가 날로 커지면서 도박중독자가 늘어나고 국민들의 건전한 근로의욕을 꺾는 데 정부가 앞장서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유신모기자 simon@kyunghyang.com>

<장관순·송윤경·유신모기자>

 

 

 

효성 그룹, 그들은 누구인가?

 

사돈 사이인 이명박 대통령(오른쪽)과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왼쪽).

대구지방법원은 10월29일 효성그룹 오너 일가의 비자금 창구로 지목돼온 방위사업체 로우테크놀러지(로우테크) 이 아무개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오랜 세월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에 군장비를 납품하면서 원가를 부풀려 220여 억원의 국민세금(국방예산)을 편취한 혐의다. 로우테크는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막내동서인 주관엽씨가 최근까지 실질적 소유주 노릇을 한 회사다. 여기에 주씨의 부인이자 조 회장의 처제인 송진주씨, 조 회장의 장남이자 (주)효성 사장인 조현준씨 등 조 회장의 가족 및 친인척과 효성그룹 임직원 출신이 복잡하게 얽혀 이상한 방위사업을 벌여왔다. 따라서 이들이 국가를 상대로 부당하게 가져간 220억원이 효성 오너 일가의 미국 내 불법 비자금 의혹을 받는 것이다. 주범 주씨는 현재 미국에 도피 중인데 최근 국감장에서 봐주기 수사에 대한 여야 의원의 질타를 받은 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미국에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난 이들의 원가 부풀리기 수법은 크게 두 단계였다. 로우테크의 군납품 사업은 주로 육군의 소대급 및 대대급 교전용 훈련장비(마일즈 장비)와 개량형 야간표적지시기였다. 이들 제품은 대부분 미국에서 수입했지만 로우테크는 이를 국산 제품인 것처럼 군에 납품했다. 수입 루트는 효성그룹 미국 현지법인인 효성아메리카였다. 조현준 효성 사장이 책임을 맡은 효성아메리카 로스앤젤레스지사가 자리한 컬럼비아 거리 910번지에는 로우테크 실 소유주이던 주관엽씨의 개인회사 '세로닉스 마이크로웨이브'와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막내 처제 송진주씨 명의의 개인 회사 'ZN테크놀러지'가 한 건물에 있다. 이렇게 효성 오너 일가인 조현준ㆍ주관엽ㆍ송진주씨가 미국에서 간여해 방산 물자를 수입함으로써 취하게 된 폭리는 무려 원가의 3배였다.

1차 원가가 부풀려진 채 국내에 들어온 부품은 다시 3배가 추가로 부풀려졌다. 이 과정에서 로우테크는 장비를 국내에서 직접 개발한 것으로 위장함과 동시에 원가를 부풀릴 목적으로 유령업체 3개를 만들어 재하청을 준 것처럼 편법을 썼다. 이들 유령회사는 가격을 부풀려 조석래 회장의 막내 처제 송진주씨가 100% 실명 투자한 제이송연구소라는 회사에 다시 발주했다. 제이송연구소는 다시 주관엽씨의 친구 신 아무개씨 부부가 만든 무역회사 영진전자로부터 수입하는 것으로 꾸몄다.

효성 오너 일가의 비자금 창고로 지목되는 육군 마일즈 장비 창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평균 70달러(당시 환율 약 6만3000원)대에 불과한 야간표적지시기 광원 부품이 무려 85만원까지 부풀려졌다. 지금까지 이렇게 국방예산에서 부당하게 가져간 액수만도 220억원으로, 국민 세금이 고스란히 효성 오너 일가의 비자금 창고 노릇을 한 셈이다.

범행 핵심 인물이 수사에서 빠진 까닭은?

하지만 검찰총장이 철저히 수사해 파헤쳤다고 자랑한 이 사건도 여전히 효성그룹 오너 일가는 봐주려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 검찰 조사 결과 로우테크가 국방부에 수백억원대 수입 군장비를 납품하면서 원가 부풀리기를 통해 220억원대 사기범죄를 집중적으로 저지른 시기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였다. 이 시기 로우테크의 대표이사는 동양나이론(현 효성)출신으로 주관엽씨의 오른팔로 평가받는 김 아무개씨가 맡았다. 효성 오너 일가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핵심 인물인 김씨는 이 기간에 주관엽씨를 대신해 로우테크를 운영하면서 저지른 각종 범죄를 알 만한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번 수사에서 그는 빠졌다. 대신 2005년말부터 로우테크의 후임 대표를 맡았던 이 아무개씨가 이 사건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구속됐다. 검찰이 범죄 행위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당시 로우테크 책임자를 처벌 대상에서 뺀 것은 아직도 주관엽씨와 조현준 사장의 비자금 연결고리를 끊어주는, 즉 효성 오너 일가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과 비판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따라서 검찰이 이런 의심에서 벗어나려면 그동안 불법으로 조성한 로우테크의 비자금 흐름을 끝까지 추적해 효성 오너 일가의 해외 불법 비자금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시사IN>이 미국 현지에서 수소문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로우테크가 국방부 상대 납품사업으로 220억원대 불법 폭리를 취하던 시점인 2004년경 주관엽씨는 미국 LA 인근 산타클라라에 있는 한 발광다이오드(LED)전구 생산 회사를 인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철저한 자금 추적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220억원대 국민 세금을 부당하게 편취해간 허위 세금계산서.


또 최근 효성 오너 일가의 미국 내 호화 부동산을 잇달아 폭로한 재미 탐사보도 전문기자 안치용씨는 미국으로 흘러온 로우테크의 불법 자금에 주목해 부동산 목록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안씨는 자신이 미국에 있는 효성 오너 일가의 비자금 및 은닉 부동산을 추적하게 된 계기에 대해 "지난해부터 <시사IN>에서 5차례에 걸쳐 로우테크 방위사업 비리 기사를 내보낸 것을 보고 그 돈이 흘러들어갔을 개연성이 높은 미국 내 부동산에 주목해 추적하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인터뷰 참조). 결국 이 과정에서 <시사IN>과 공조한 안치용씨는 미국 내에 있는 주관엽씨와 송진주씨의 거주지 주소를 파악해 국내로 보내옴으로써 '주범의 소재지를 몰라서 범죄인 인도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검찰 주장을 무색케 했다. 이 주소지를 박영선 의원이 법사위 국감장에서 흔들면서 난감해진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미국 정부에 주씨를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겠다고 답했다.

 

 

수배 중에도 국방부에 납품하는 주관엽의 힘

한편 서울중앙지검의 면죄부로 힘을 받은 로우테크는 최근까지도 새로운 수법을 사용해 계속 특혜 사업을 벌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로우테크는 겉으로는 주관엽씨와 관계를 끊은 것처럼 행세해왔다. 하지만 주씨는 지금까지 효성아메리카를 끼고 직접 군장비를 수입 납품하던 미국 내 개인회사 세로닉스 마이크로웨이브 대신 뉴욕에 사는 자기 고교 동창을 대리로 내세워 이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또 국내에서는 <시사IN> 보도와 검찰 수사로 이름이 공개된 위장회사들을 폐쇄하고 대신 새로운 위장 가공회사를 만들어 효성 오너 일가 및 주관엽씨와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국방부에 납품하고 있다. 조석래 회장 처제인 송진주씨가 국내에서 원가 부풀리기 창구로 쓰던 제이송연구소는 금오광학으로 명칭만 바뀌었다. 때문에 국방부가 이들과의 계약을 중지하지 않는 한 검찰이 적발한 주관엽씨 주도의 로우테크 범죄는 이름만 달리한 채 계속 반복될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의 태도다. 방위사업청은 220억원대 국가 상대 사기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형사 처벌된 이 회사와 올해도 약 38억원의 신규 납품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에는 40억원대 납품을 받았다. 해마다 40억원대에 이르는 막대한 국민 세금을 불법이 판치는 효성 오너 일가 회사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퍼부어준 꼴이다.

따라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검찰 수사로 로우테크의 사기범죄 혐의가 드러난 이상 하루속히 이들을 상대로 부당하게 집행된 220억원대 국방비를 회수하는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또 이런 해괴한 방위사업이 이뤄지기까지 계약과 원가를 담당한 관련 부서 공무원들의 직무유기 내지는 공모 여부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벌여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울러 국가 상대 사기 범죄를 계속해온 이 업체에 대해 방산업체 지정을 취소하고, 국민 세금을 부당하게 가져가는 신규 계약들을 즉시 해지해야 할 것이다.

정희상 기자 minju518@sisain.co.kr

 


                                                                                             -서초동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