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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의 가을 12 (군납 비리와 군의 미래) 본문
우면산의 가을 12 (군납 미리와 군의 미래)
우면산의 가을도 마지막을 향해 곱게 물들어 가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의 인생 전성기는 보통 20년에서 길어야 30년이다. 2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이라는 뜻이다. 권력을 가지던지, 잘나가던지, 출세를 하던지,부귀영화를 누리던지 대부분 이 기간내에 인생의 정점은 끝나게 된다.
우면산의 낙엽들도 한해의 임무를 다하고 이제 스스로 늙고 힘들어 달려 있기도 벅차 하나 둘 대지로 떨어지고 있다. 그 휘황찬란하던 한 여름의 왕성함과 가을의 풍성함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인생의 종점을 향해 다가고 있지 않는가!
그토록 명예를 바라고 국가에 충성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어떠한 어려움과 난관도 인내하며 자존심도 버리고 한겨울 추위도 마다하고 꿋꿋하게 걸어온 길이 아닌가! 자신은 죽어서도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이 아니던가! 초연하게 자신의 죽음을 미리 알고 준비해두는 선덕여왕이나 도통한 도인도 아니며 그냥 개미처럼 살아온 인생이기에 오늘도 내일을 걱정하지 않으며 살아가고 있지 않는가! 인생은 아름다운 풍경도 무수히 많다, 그러나 추하기 짝이 없는 치사한 인간들도 넘쳐나고 있는게 사실이다.
군 계룡대 근무지원단 해군본부 군 납품 비리 사실로 드러났다고 한다.
얼마전 한 해군 장교가 PD수첩에 나와 양심선언을 한 내용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그것도 조직적인 은페와 군의 명예를 손상시키려는 소행으로 치부해버린 해군총장의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장 답변에서 보았듯이 자신의 군생활을 포기하면서까지 일반 언론에 양심선언을 한 해군 소령의 무모한(?) 용기에 힘 입었다. 사법고시를 합격하고 군 법무장교로 근무하는 법무대령까지 관련된 조직적인 납품 비리라는 사실이다.
당시 해군 총장은 국회 국정 감사장 답변에서 해군의 명예를 손상하는 행위이며 근거없는 날조로 문제를 일으킨 장교로 엄단하겠다는 결의를 표명한 바 있으나 안타깝게도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사실도 확인하지 않은체 무책임한 답변을 한 총장이나 관련 참모들도 모두 한통속인 모양이다.
군의 납품비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 군은 처음부터 비리에 물든체 출발한 군이다.
한국전쟁 후 미국의 원조로 군을 유지해 오던 한국군은 원조 물자를 많이 빼 돌리는 간부가 애국자라고 했다. 물자가 부족하다면 미군은 무조건 지원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물자,장비 할 것 없이 관련 부처에 근무하는 부대의 간부들은 보급하는 과정에서 물자와 장비를 빼돌리기에 급급하였는데,,휴대, 자전거, 리야카, 차량, 열차를 이용하여 엄청난 부정을 저질렀으나 뇌물을 받아 먹던 먹이사슬에 있던 지휘관과 기관원들이 눈감아 주었기에 가능했다.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군사 원조을 받아 그런대로 C레이션 등 고기냄새라도 맡을 수 있었으나, 74년 이후 군사 원조가 중단되자 군에서는 병사들의 급식부터 달라졌다. 병사들의 식사는 1식 2찬으로 꽁보리밥에 시래기국, 그리고 무우김치가 전부였다. 급식 예산이 부족하자 육군본부에서는 각 부대에 자체 영농을 장려했는데, 부대 공터에 중.소규모 자체 터밭을 일구어 주.부식을 생산하여 병사들에게 공급토록 했다.
그러자 각 부대는 경쟁적으로 배추,무우 등 야채와 돼지,소를 사육하는 등 영농을 실시했는데, 각 부대는 부대 영농을 담당하는 간부가 임명되고 병사들이 동원되어 밭을 일구고 거름을 주고 관리를 하도록 임무가 부여되었다. 그들은 각종 훈련에 열외되는 것은 물론 보초 근무 열외, 훈련 열외, 포상 휴가 등 특별 대우를 받았다. 생산된 물자는 시중에 팔아 지휘관과 관련 간부,기관원들이 이익금을 공유했다. 지휘관 운영비가 한 푼도 지급되지 않던 시절이라 부대 영농은 부차적인 수입원이 되어 점점 그 규모가 늘어 났다. 심지어 당시 광주 상무대에서는 돼지 사육 두수가 8000여 마리 가까이 될 정도로 엄청났다. 간부식당, PX 운영 이익금은 모두 지휘관 주머니로 들어 갔다. 날이 갈수록그 페해가 절정을 이루자 80년대에 와서야 군대내 영농이 금지되었다.
부대 영농이 금지되어 각 부대 지휘관은 돈 줄이 막히게 되자 부대 운영비 전용, 물자 보급 빼돌리기, 차량/장비 운영 및 정비비 전용, 공사 대금 및 인건비 유용,공사 물자 빼돌리기 등 불법적인 비리가 많았으며, 대규모 비리는 주로 병참(보급),공병 계통에서 저질러 젔는데, 병참(보급)에서는 전군 규모 수십 억원대의 피복 및 군 장구류 납품 비리, 부대별 농/축/수협 납품 비리,보급물자 빼돌리기, 장비/수리부속 납품 비리가 주종을 이루었고, 공병에서는 공사비 부풀리기, 설계변경, 수의계약, PQ 서류 조작, 인건비, 하청업체 선정 등에서 많은 비리가 저질러 젔는데, 이러한 비리 사실이 탄로되어 관련자들이 처벌받거나 군복을 벗거나, 구속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사.여단장 이상 보병 지휘관들은 각 병과 부대가 편제상 예속되어 있어 평정도 마음대로 휘두르는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었고, 또 포상,지원,격려,회식 등 부대운영에 돈이 필요했다. 일부 지휘관은 동향/동창회/기업체 지원이나 가진 재산이 여유가 있어 부대 공금에 손을 대지 않고 비교적 청렴하였으나, 다른 대부분의 지휘관들은 부부 둘 중에 한쪽이라도 돈 맛을 보면 비리에 연루되기 십상이었으며 각 훈련소,각 학교기관,특전.수방사 등 단위 부대 지휘관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 또 저질고기 군납 비리로 국방부가 농협 상대 38억원의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사태가 벌어젔다. 군납 비리 중 가장 장기간에 음성적으로 저질러온 비리이며 이는 병참 병과의 자랑거리(?)이며 돈 줄이다. 결국 지휘관의 주머니 속으로 돈은 들어가고 떡고물은 병참부대 관련 간부들과 업자들이 공유한다. 군단급 병참부대 대대장들이 매달 실시하는 메뉴회의의 진실을 아시는가? 시중 가격과 군납 가격의 차이가 발생시에 담합하여 사단장을 속이고 메뉴를 바꾸어 납품 비리를 저지르는 것이 그들의 단골 메뉴이다. 농/축/수협의 납품 비리는 단위 부대별로 현지 농협 산하 업체와 계약하기 때문에 암암리에 비리가 발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놓았다. 최근에는 투서와 민원이 난무하는 추세이며, 부대 창설시나 이동시에 현지 업자들의 계약경쟁도 엄청난다. 폐사 직전의 축산물을 납품하여 병사들에게 먹이는 것은 병사들과 군을 병들게 만드는 적이나 간첩보다 더 나쁜 눔들로 공개 총살감이다.
그래서 이번의 계룡대 근무지원단 군납 비리는 수 년간 계속되어 온 음성적인 비리 형태로 해군 법무장교까지 관련된 조직적인 비리였다. 법무장교 A대령은 L서기관(4급 군무원.구속), 해군 K상사(구속), 해병대 C대령(구속)으로부터 상납된 돈을 세탁한 혐의이며 국방부 검찰관에게 갖은 방법으로 수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혐의도 있다고 한다. 국방부 범죄수사단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모두 단위부대에서 근무하다 진급,보직되어 올라온 자들로 돈 맛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은 먹이 사슬 선상에 있는 같은 부류의 인간들인지라 자체 조사로는 도저히 사실대로 밝힐 수가 없거나 축소할 것이다.
최근까지 해.공군은 육군이 대부분 점령한 국방부를 육방부라고 비난하며 예산 배정이나 모든 혜택이 적다고 항변해 왔지만, 최첨단군으로 발전해야 할 우리 해.공군이 아직 제대로 발전을 도모하지 못하는 것은 이러한 조직적인 비리가 난무하는 군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역대 비리 사건을 들추어 보면 해.공군에서 조직적으로 저질러지고 있는 진급,보직,납품,공사 등과 관련된 음성적인 비리가 존재하여 왔다는 사실과 지금도 음성적으로 진행되고 있을 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번 조사를 해군 문제로만 국한하지 말고 전군으로 확대하여 조사해야 할 것이다. 해군본부 근무지원단에 국한해서 조사를 벌이고 종결한다면 절대로 군은 변화하지 못한다. 어느 사회나 비리는 존재한다. 그것은 어쩌면 인간생활에 윤활유 같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패한 군대는 반드시 망한다는 사실이며 군대가 망하면 그 나라도 망한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젊은이들 수만명이 피를 뿌린 월남 전쟁과 패망을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돈 봉투 갖다 바치는 장교는 진급시키고 열심히 근무만 하는 장교는 비선되는 군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군이 그동안 긴 세월 비리에 젖어 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 군은 충격요법을 쓰지 않으면 군은 절대로 변화하지 못한다. 해군 김소령의 용기는 이미 군생활이 끝난 장교나 마찬가지기에 가능했을 것이며 진급을 바라보는 장교가 양심선언은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면 수십년 군생활을 포기할 것인가 아닌가, 퇴직 후 직장 문제, 중대 처벌을 받을 시 연금 미지급 문제, 처자식 먹여 살리는 문제 등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제시대 중국 관동군에서 발생한 일본군 초급장교가 고급장교들의 비리와 추태를 보다 못해 휘발유로 불을 지른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기개있는 장교가 나타나지 않는 한 군의 변화는 요원할 것이다. 김소령 같은 용기있는 군간부들이 계속 나타나 언론에 양심선언을 하거나 폭로하여야 할 것이며 이번 조사도 전군적으로 확대 실시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신임 국방장관이 얼마나 단호하게 이번 사건을 처리하느냐에 달렸으며 군의 썩은 비리 뿌리를 이번 기회에 뿌리체 뽑아 군을 쇄신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국방부 장관은 군의 명예 어쩌고 저쩌고 하며 축소 수사에만 급급해서도 안되며 감추려고 하지도 말고 단호하며 과감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조사를 같은 헌병,같은 법무관이 서로 연결된 국방부 조사단에만 맡겨서는 그눔이 그눔이다. 저희들은 모두 선후배들이며 서로 뇌물로 연결고리가 형성되어 있어 같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군을 사랑하고 미래의 국군을 생각한다면 일반 검찰,경찰,변협,기무 등을 포함한 거국적인 합동조사단을 구성하여 조사함이 어떨까? 개인적인 감정이나 위로부터 지시에 의한 부패척결은 될 수가 없다. 오직 장관의 확고한 신념과 올바른 생각이 문제일 것이다.
-서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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