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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의 봄 13

두바퀴인생 2009. 5. 22. 15:04

 

 

우면산의 봄 13

 

 

 

북한의 개성공단 계약 무효 선언은 이미 예상되어온 수순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 정권을 믿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설치 협상시 우리는 전략적으로 일방적인 공갈 협박에 대해서 대비했어야 했으며 이러한 사태를 예상하고 우발계획을 미리 준비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들이 남한을 보는 시각은 미국을 등에 업고 남한지역을 통치하는 자본주의 부르조아계급들이며 괴뢰정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강산 관광객 사살 문제와 개성공단의 직원 억류 문제도 협상간에 억류,납치,폐쇄,통제,중단,재협상,사용료,임금인상 문제는 그들의 상투적인 억지전술로 언제던지 발생할 수 있는 예견되어온 사건이 아닌가? 북과 협상시 이러한 그들의 일방적인 벼랑끝 전술을 예상하지 못하고 진행하였다면 정부의 관계자들은 너무나 안이한 태도로 이에 대비한 전략전술도 없이 협상에 임하였다면 한심한 일이다.

 

[사설] 개성공단 중단 협박에 굴하지 말아야

기사입력 2009-05-15 20:10 |최종수정 2009-05-15 21:53 기사원문보기
 
북한은 어제 개성공단 토지임대료와 임금, 세금 등과 관련된 기존 계약의 무효를 선언하고 자신들이 새로 제시할 조건을 남측이 무조건 받아들일 의사가 없다면 공단에서 철수해도 좋다고 통보했다. 금강산 관광 중단에 이어 남북 경협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개성공단의 중단도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경색된 남북관계가 끝내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파국으로 치닫고 있음을 알려주는 심각한 사태다.

북의 개성공단 중단 위협은 긴장을 단계적으로 고조시켜 상대방으로부터 최대한 많이 얻어내려는 벼랑끝 전술로 이해한다. 앞서 북한은 지난 4월 말 남북 당국자 접촉에서 개성공단과 관련한 모든 계약을 재검토하기 위한 협상을 다시 시작하자고 요구했다. 북한의 태도가 점차 강경해지는 현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이미 금강산 관광도 중단시켰다. 북한의 이런 태도에는 순수해야 할 남북 경협을 볼모 삼아 정치게임을 벌이겠다는 불순한 저의가 엿보인다.

북한의 이 같은 일방적 요구는 국제법상으로도 말이 안 되고 신의에도 어긋난다. 그리고 북한의 행동이야말로 6·15 공동선언을 위배하고 남북 평화 공존을 기대하는 민족적 이해에도 배치된다. 북한은 당연히 억지요구를 철회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정부의 대응도 중요하다. 속단하지 말고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기를 바란다. 끝까지 협상을 통해 북한을 설득하려는 끈기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이 앞으로 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요구를 하겠다는 여지를 남긴 점도 주목해야 한다. 다만 정부가 북한의 생떼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특히 나름대로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하고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경우 남북관계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햇볕정책의 한계는 이미 드러나지 않았는가.
 
 
 
 
 
 

개성공단은 유지되어야 한다

기사입력 2009-05-16 16:21 기사원문보기
[고승우의 미디어워치]남측, 6·15공동선언 준수…북측, 기업 활동 보장 약속

북측이 지난 15일 '개성공단 법규 및 기존 계약 무효'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공단폐쇄 우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측의 이번 통지는 북측의 인공위성발사에 대한 유엔 결의에 대한 초강경 반발 후에 나온 것이어서 국내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남측 정부와 언론은 북측이 개성공단내 관련 규정을 일방적으로 고치는 것은 대남 압박용 ‘초강경 카드’로 공단폐쇄 수순을 밟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날을 세운다.

그러나 남측 정부와 언론은 북측의 대남 압박이 6·15공동선언에 대한 남측 정부의 준수와 실천을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는 점을 외면하고 있다. 또한 북측이 6·15공동선언의 성과물인 개성공단의 유지 발전을 공언한 사실도 외면, 사태의 해결보다 남북관계 악화를 방치 또는 조장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북측의 개성공단에 대한 의미부여를 고려할 때 공단폐쇄라는 극단적 상황으로 가지 않을 확률이 높지만 남측은 북측이 ‘벼랑끝 전술’을 쓰고 있다는 식의 공세를 펴고 있다.

▲ 지난 2007년 7월21일 남측 헌정회 소속 전직 국회의원들이 북측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개성=류정민 기자 북측이 취한 개성공단내 규정 백지화 조치에 대해 남측이나 미국이 비난의 날을 세우지만 그것은 북의 주권 적 재량 사항에 속한다. 북이 아닌 외부에서 법률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 단 정치적 논란의 소지는 있다. 북측이 개성공단 관련 토지사용료와 임금 규정을 수정하려 할 경우 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결정의 형식을 취해 법령 개정이 가능하다. 이런 점을 살펴 남측 당국은 개성공단 유지를 중차대한 사안으로 여긴다면 신중한 자세로 접근해야 했다.

남측 정부가 법치주의를 강조하듯 남북관계에서도 엄연히 룰이 존재한다. 남측 정부는 정전상태 속의 남북교류협력이라는 특수성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상대를 배려치 않으면 언제든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북측은 공단 참여 기업의 입장이나 공단의 평화적 상징성 등을 고려해 지난 해 말 이후 밝힌 개성공단 유지 발전 원칙이라는 기본적인 입장이 지켜질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싫으면 나가라는 식의 언급은 공단 참여 기업에 큰 충격을 준다. 세계가 주시하는 개성공단의 평화적 의미에도 흠집이 생긴다.

북측이 15일 남측에 보낸 개성공단 관련 대남 통지문의 뼈대는 “개성공업지구의 남쪽 기업들과 관계자들은 우리가 통지한 사항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며, 이를 집행할 의사가 없다면 개성공업지구에서 나가도 무방할 것이다”로 압축된다. 북측의 이번 통지문은 지난해 12월 개성공단 통행 제한 조치의 연장선상에 있다.


북측은 ‘12·1 조처’를 통해 “6·15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대한 남조선 당국의 입장과 태도가 최종적으로 확인됐다”며 군사분계선을 통한 육로통행을 제한·차단했다. 북쪽은 지난 3월 한-미 연합 키리졸브 군사연습 기간 개성공단 통행을 3차례 전면 차단했고 지난 4월21일 열린 1차 ‘개성접촉’에서 “토지 임대차 값, 토지사용료, 노임 등 개성공단의 제도적 특혜들을 재검토 하겠다”고 통보했다.

북측의 개성공단에 대한 일련의 조치와 함께 언급된 공통 사항은 ‘개성공단을 유지 하겠다’는 원칙의 강조다. 북측은 ‘12·1 조처’ 직전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과의 면담에서 기업 활동은 특혜적으로 보장 하겠다”고 했고 4월21일 열린 1차 ‘개성접촉’에서도 개성공단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취지의 언급도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가 지난 4월 23일 보도한 북한의 '개성접촉' 통지문에 따르면 북은 개성공단과 관련한 특혜 재검토 방침을 밝히면서 "우리의 이러한 원칙적 입장은 위기에 처한 개성공업지구사업을 구원하고 정상화하기 위한 인내성 있는 노력의 표시"라며 "우리는 앞으로도 `우리민족끼리'의 이념에 따라 개성공업지구 사업이 원만히 추진되도록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북측의 이상과 같은 태도로 미뤄볼 때, 개성공단 관련 대남 통지문에‘개성공단에 적용해온 관련법규와 계약들의 무효를 선포’가 언급되어 있지만 당장 개성공업지구가 마비 또는 폐쇄로 갈만큼 심각할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북측은 15일 통지문에서 남측당국과 개성공업지구의 제반 규정에 대한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는데 이 또한 남북 당국의 지난 4월 개성접촉에서 이미 예고된 바 있다. 당시 북측은 개성공단과 관련한 특혜 재검토 방침을 밝히면서 "남측이 이번 통지에 대해 또 다시 얼토당토않게 헐뜯으면서 사태를 악화시킬 경우 그에 상응한 보다 강력한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며 그로부터 초래되는 모든 후과에 대해서는 남측이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개성접촉이후 남측과 재검토 협상일정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남측 정부는 "현대 아산 직원억류는 개성공단의 본질적 문제이고 북측의 개성공단 관련 요구는 경쟁력. 기업환경에 중대 사항으로 신중 검토할 것"라는 입장을 취했다. 반면 북측은 현대 아산 직원 문제와 개성공단내 규정 협상 문제는 별개라면서 맞서왔다. 현대 아산 직원문제를 놓고 남북 당국이 줄다리기를 한 것에 대한 북측의 대응조치가 15일 통지문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남측정부는 남북관계 추진에서 좀더 솔직해야 한다. 지난 4월 개성접촉 당시 남측 정부는 접촉 직후 북이 전한 5장반 분량의 통지문 중 10줄에 해당하는 내용만 공개했다. 남측은 북측이 대남 특혜조치들을 전면 재검토할 것과 관련한 내용만을 공개하고 ‘개성공단이 6.15공동선언의 상징이며 ‘우리민족끼리’ 이념의 소중한 산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그 후 연합뉴스 등에서 관련 보도가 나왔지만 여론은 ‘북측이 개성공단을 실질적으로 폐쇄하려 한다’는 쪽으로 굳어진 뒤였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관련 정보를 선택적으로 공개했다면 그것은 매사를 남북대결적 태도로 대응하는 것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은 정전체제 속에서 남북이 이룬 평화와 교류협력의 상징이다. 군사적 대치가 세계 최 악의 상황에서 이뤄진 개성과 금강산이라는 평화 지대는 소중하게 가꾸지 않으면 언제 깨질지 모르는 달걀과 같다.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그 이전에 쌓아올린 교류협력의 공든 탑이 지난 1년 여 만에 얼마나 신속히 무너질 수 있는가를 모두 목격하고 있다. 남북관계는 서로 체제가 다르다는 기본적인 차이와 함께 남북이 정전체제라는 비상한 상황에 있다는 점을 전제로 추진되어야 한다. 남북이 평화통일의 민족적 과제를 유념한다면, 교류협력의 기본선은 반드시 지키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고승우 논설실장 konews80@hanmail.net
 
 
 
 
 
오늘도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상남 미산계곡의 한의사 화타선생의 치유기를 옮긴다.
 
 
 처방에도 전략전술이 필요하다
  한약이란 꼭 먹어야만 되는 게 아니라 몸에 바를 수 있어야 한다.
 

  삼키지 못하면 바르는 약 사용해야
  병을 고치는 사람은 이순신 장군이나 제갈공명처럼 전장에서의 전략 전술이 필요하다. 눈앞에서 적군이 완강하게 버티고 있으면 뒤로 돌아가서 쳐부수는 전술을 써야 한다.


  음식이나 물을 전혀 먹지 못하는 환자에게 처방할 때, 한약이란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기존 관념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약이 입으로 넘어가지 않는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먹는 약을 환부에 바르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C부인은 10여 년 전부터 간경변으로 복수가 차고 기력이 없어 문지방도 넘기 힘들었다. 음식을 먹어댜 기력을 회복하여 병을 이겨낼 텐데 물만 먹으면 토하는 판이니 약이고 음식이고 전혀 먹을 수가 없었다.
 

나는 이 부인에게 DDS 방식에 의한 '가열순환 패치'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이것은 약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환자에게 투여하여 약효를 극대회시킬 수 있는가 하는 병리학적 전략이다. 쉽게 말하면, 어떻게 효율적으로 적을 무찌르나 하는 전략 개념이다.


  나는 가열순환제를 계란 노른자 위에 개어 환자의 환부에 하루 서너차례씩 바르게 했다. 일 주일이 지나자 이 환자는 물도 조금씩 마시며 가열순환제를 조금씩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보름이 지나자 목수에 찼던 배가 절반쯤 꺼지면서 마당을 힘들게나마 걸어다닐 수 있었다.


  6개월 후, 이 부인은 완전히 정상적인 몸이 되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금년 가을의 어느 날, 이 부인의 남편이 돌연 나를 찾아왔다. 부인이 10년 전과 똑같이 간경변 복수로 고생하니 약을 지어 달라고 했다.


  원래 이 부인의 병은 농사를 지으면서 남자도 하기 꺼려하는 농약 뿌리기를 많이 했기에 행긴 농약 중독에 의한 간경변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농사를 짓는 사람 중에서 화전밭을 일구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농약을 쓴다.   경사가 급하고 척박한 땅이기에 적은 노동력으로 조금이나마 많은 소출을 얻으려면 농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농사를 오랫동안 짓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농약 중독으로 간이 굳어져 간경변에 걸린다. 또 한 번 간경변에 걸렸다가 나았다고 해서 다시 농약을 만지지 않을 만큼 삶이 넉넉하지도 않다. 화전민촌 사람들은 워낙 생활들이 힘들다 보니 조그마한 소출이라도 더 얻으려고 몸이 무너지는 것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농약통을 직접 짊어지고 뿌린다.


  이 부인도 예외가 아니다. 90세가 다 된 시부모와 건달 남편과 살다보니 농사일과 궂은 일은 모두 부인의 몫이었다. 농약통을 짊어지고 농약을 뿌리면 결과가 어떻게 되는 줄 뻔히 알지만 생존을 위해 다시 농약통을 짊어지고 농약을 계속 뿌리다가 간이 다시 나빠진 것이다.
 
  농약 중독 되면 간경변 환자
  약을 지어 간 지 보름 뒤, 남편이 힘없이 찾아왔다. 10년 전에 죽음의 문턱에서 부인을 구한 약이 이번에는 전혀 효험이 없다고 했다.   나는 남편을 따라 부인을 찾아갔다. 죽음을 의식한 이 부인은 내가 말해 준 주의 사항을 지키지 않아 이 지경이 되었다고 미안해 했다. 하지만 그 자리는 사과를 받을 자리가 아니었다. 왜 전에는 잘 듣던 처방이 지금은 무용지물인가가 더 문제였다.


  부인을 진맥하고 약을 다시 처방했다. 몸의 효율이 나빠지니 예전에 잘 듣던 처방도 맥을 못 췄다는 게 다소 불안했다.   한 달 후 남편이 다시 찾아왔다. 그 동안 밀린 약값이라고 하면서 돈 봉투를 내미는 순간, 나는 섬뜩함을 느꼈다.


  이곳 화전민들이 약값을 갚는 시기는 주로 봄과 늦가을이다. 농협에서 영농 자금을 대출 받을 때와 가을걷이를하여 농산물을 팔았을 때인 것이다. 하지만 요즘엔 사정이 많이 변했다. 농협에 빚아 많아 봄철에 영농 자금을 받는 가구가 거의 없고 농산물의 가격이 형편없이 낮아 가을에 추수해 봤자 손에 쥐어지는 현금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약값을 가져오는 시기는 경조사가 있어 돈이 들어올 때뿐이다.  이 부인은 죽었고, 장례식 때 들어온 조의금으로 남편이 밀린 약값을 가져온 것이다.


  이곳 산골에서 한약방을 한지 10여 년간 내가 만난 간질환 환자들은 대략 1만여 명쯤 된다. 그 중에서 절반 정도는 완치되었다. 주위에서는 '대단히 놀라운 치료율'이라 말하지만 나는 너무 늦게 찾아와 치료할 기회를 놓쳤거나, 완치 후 내 지시 사항을 어겨 재발한 환자들을 더욱 기억하게 된다.


  명의란 단순히 병을 고치는 사람이 아니다. 건강한 정신과 건강한 몸을 갖게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동의보감은 '엉터리 책?'
  동의보감 원전을 꿰뚫고 있는 사람이 자신과 딸을 병들게 한 이야기
 

  십전대보탕도 효과 없다
  장마비가 장대처럼 쏟아지는 어느 해 여름날이었다. 온몸이 흠뻑 젖은 한 아낙네가 헐레벌떡 한약방 안으로 들어섰다. 이곳 강원도에서 대학식가로 이름이 난 ㅁ선생의 부인이었다. 부인의 말인즉, 남편과 딸이 갑자기 쓰러져 있으니 급히 가 달라고 했다.


  올해 60세인 ㅁ선생은 강원도 산골에서는 보기 드문 학식가이다. 한문을 초서로 물 흐르듯 줄줄 써 내리고 즉석에서 한시를 지어 주위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으며 한의학에도 조예가 깊다.


  동의보감은 순한문으로 된 수물 다섯 권짜리 원전으로 보는데, 거의 외우다시피 한다. 간혹 한문으로 쓴 한의학 서적을 갖고 한약방으로 찾아와서는 토론하자고 하여 나의 기를 죽이기도 했다.   한의학에 조예가 깊다 보니 웬만한 병에 대해서는 직접 처방한다. 본인은 물론 집안 식구들의 약까지 직접 처방한다. 산에 가서 필요한 약초를 캐고, 국내에서 나오지 않는 감초 같은 수입품 약초만 나에게서 가져간다.


  서둘러 그의 집에 도착해 보니 ㅁ선생은 고혈압 풍으로 쓰러져 코고는 소리를 크게 내는데 인사불성 상태였다. 그리고 평소 지병을 앓고 있던 스물 다섯 살 가량의 딸은 저혈압과 악성빈혈로 곁에 조용히 쓰러져 있었다.   딸은 어릴 때부터 기혈 부족으로 고생하여 아버지가 십전대보탕을 사시사철 먹이고, 본인은 팔미지황원을 장복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 적이 있어서 나는 두 사람의 병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십전대보탕은 일절허손에 쓰이는 대표적인 처방의 하나로, 전문가나 일반인이 널리 사용하고 있다. 염소탕 집에서 염소탕이나 개소주에 넣어 끓이는 한약재도 십전대보탕이고, 생사탕 집에서도 이것을 넣어 뱀을 끓인다. 기혈양허에도 팔물탕과 더불어 십전대보탕을 쓰는데, ㅁ선생이 허약한 딸에게 이 처방을 했으나 딸의 악성빈혈은 좀처럼 낫지 않았다.


  ㅁ선생은 딸의 병을 치료할 처방을 동의보감에서 찾아보려 했으나 뾰족한 처방책이 제시되지 않자 '동의보감은 엉터리 책!'이라고 몰아붙였다. 왜 자기 딸에게 십전대보탕이 효과가 없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같은 풀을 먹여도 소는 부쩍부쩍 크는데 개는 허기져 죽는다. 개는 육식성 동물이라 고기를 먹어야 하고, 소는 초식성 동물이라 풀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각자의 체질에 따라 음식이 다른 것이다. 세계적인 화가 피카소와 똑같은 물감이나 기법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린다고 해서 누구나 피카소가 될 수는 없다. 나는 ㅁ선생에게 이같은 이유를 설명 해주고 싶어도 동의보감 원전을 더 많이 외우고 있어 나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하고 있을 그에게 감히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
십전대보탕은 소음 체질의 사람이 먹으면 설사를 한다. 십전대보탕은 인삼, 백출, 백봉령, 감초, 숙지탕, 백작약, 천궁, 당귀, 황귀, 육계등 열 가지 약재를 각기 4그램씩 넣어 만든 것이다. 소화력이 약하고 기운이 없는 소음 체질은 사물탕 재료인 숙지황, 백작약, 천궁, 당귀를 소화 시키지 못하여 설사를 하게 된다.


 한약을 먹어 설사하거나 살이 찌게되면 되면 그것은 한약의 부작용이다.
 며느리가 정성껏 끓여 준 염소탕을 먹고는 속이 거북하고 설사하거나 살이 쪄서 고민하는 시어머니가 적지 않은데, 이는 한약의 부작용 때문이다. ㅁ선생은 딸이 소음 체질에 가깝다는 것을 미처 생각지 않은 것이다.


옛날에는 이 십전대보탕을 먹고 허약하던 몸이 튼튼하게 된 사람이 많았다. 지금은 도회지 사람들에게 부작용이 많지만, 이곳 산골 사람들에게는 잘 듣는 처방이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형제가 똑같이 복용했는데, 도시에 사는 형은 이 처방에 부작용이 생기고 산골에 사는 동생은 이 약이 잘 듣는 것을 보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우리가 마시는 식수다. 도시에서는 거의 죽은 물, 끓인 물을 먹지만 산골에서는 살아 있는 물, 생수를 마시기 때문에 소화력에 큰 차이가 있다. 물론 좋은 공기의 영향도 있다.


  이곳 산골에서 살던 한 청년이 대구로 이사를 갔다가 1년 만에 고향으로 놀러 왔다. 그는 예전의 습관대로 아무 생각 없이 고향의 생수를 먹고는 탈이 나서 며칠간 고생했다. 불과 1년 만에 대구의 죽은 물에 체질이 적응된 탓이다.


  양계장에서 평생 다섯 발자국을 움직이지 않고 알만 낳은 닭들을 산속 우리에 가두어 두면 처음에는 잘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용감한 놈이 먼저 몇 발자국 옮기면 나머지 무리들도 따라 움직이는데, 한 주일 정도 지난 뒤에는 날아다닐 만큼 재빠르다. 환경에 적응하기 때문이다.


  물 좋고 공기 좋던 시절의 명처방인 십전대보탕이 현대 도시인들에게는 별로 효과가 없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좋은 약초나 처방에도 몸의 효율이 나빠져서 설사를 하는 도시인들의 체질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ㅁ선생이 자신의 고혈압 증상에 쓰는 팔미지황원은 명문양허에 쓰는 유명한 처방이다. 성인의 고혈압에 대한 통치방이고 정력제 처방이다. 그러나 음증 체질인 M선생은 이 처방의 주약인 숙지탕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했다. 그가 이 처방으로 된 환약을 먹으면 항상 속이 더부룩한 게 그 원인인데, 그는 정력제란 '아래'를 다스리는 약이니 소화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복용해 왔던 것이다.


  정력제이건 강장제이건 간에, 소화가 안되는 것은 체질상 그 약이 맞지 않아 거부하는 신호이다. 아무리 고가의 산삼이라도 먹어서 머리가 아프고 소화가 안되면 체질에 받지 않는 것이니 남에게 주는 편이 이익이다.


  동의보감 원전을 꿰뚫고 있는 ㅁ선생의 풍부한 의학 지식은 결국 자신은 물론이고 딸마저 병들게 만들었다. 우리 주변에는 아프면 먼저 자신이 스스로의 병명을 정하고 그에 맞는 약을 신문 광고에서 찾아 먹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피아노에 관한 책을 읽으면 피아노를 잘 치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쓰러진 부녀를 한 시간 정도 치료하니, 딸이 먼저 눈을 뜨고 잠시후 아버지가 눈을 떴다. 대문을 나서면서 문득 한 가지 말이 떠올랐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

                                                                     -서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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