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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좋은 책, 요약,그리고 비평

'21세기 한.중.일 삼국지' 6

 

'21세기 한.중.일 삼국지' 6

 


동북아역사재단 '동해 당위성 설파' 국제학술대회

 

 

 

3. 한.중.일의 경제 삼국지

 

한.중.일의 직업관 

일본인들의 직업관은 직장에 대한 거의 절대적인 충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일본인들은 직장을 더 큰 가족 사회처럼 생각하며 웬만한 가정사보다 더 중요시해 왔다. 직장은 종업원들을 가족처럼 잘 보살펴 주는 것으로 화답해 왔다. 그런데 지금은 많이 서구화되어 평생 고용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한편 중국인들의 직업관은 이직률이 많다. 1년에 한 번 이상 직장을 옮긴다고 생각하면 대충 맞을 것이다. 베이징의 시장조사기구가 조사한 바로도 입증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입사 후 1년 이내에 이직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70% 이상이었다. 이처럼 그들이 자주 이직하는 이유는  직업 선택에 있어서 '수입'에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대우를 �아다른 직장을 기웃거리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중국 내 외국 기업들은 언제나 인재난에 힘겨워하게 된다. 일단 괜찮은 인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어렵사리 채용을 한다 해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어느정도 일에 익숙해지면 이번에는 또 언제 훨훨 날아가 버릴지도 모른는 일이기 때문이다. 중국 대륙이 인구는 많으나 인재난이 힘들다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그러다 보니 중국인들의근무 태도나 회사에 대한 로열티는 우리보다 훨씬 덜할 수밖에 없다. 인지도 좋고 대우도 좋은 기업들의 경우야 경우는 다르지만, 중간 기착지 쯤으로 생각하는 일반 회사에서 근무 자세는 우리 기준으로 볼 때 일을 열심히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고용주 측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일을 더 시키려면 '튈' 수 있으므로 직원 관리를 그야말로 상전 모시듯 해야 한다. 각종 포상금, 상여금, 인텐시브제 등 근무 자세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경주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는 아직까지 외국계 기업 위주로 시행되고 있으며 중국의 국영 기업은 아직도 변함없는 철밥통이다.

 

대학의 행정직이나 관공서, 국영 기업 종사자들은 정해진 출근 시간과는 무관하게 오정 느즈막이 출근하여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들락날락거리거나 인터넷을 뒤지다가 11시경이 되면 점심 겸 휴식 시간에 들어간다. 오후 2시 넘을 무렵까지 휴식을 즐기다가 슬며시 사무실에 나타난 오전과 같은 업무 자세를 반복하며, 4시가 넘어갈 무렵이면 퇴근 준비 자세에 돌입한다. 정식 퇴근은 5시 경이지만 그때까지 남아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이같은 비효율로 인텐시브나 성과급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직장의 갈 길은 아직도 멀고 험하기만 하다.

 

이에 비해 일본은 어떤한가? 먼저 일본의 기업 풍토와 근무 환경은 대단히 엄격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국의 유능한 젊은 직장인이 일본 기업에 취업하여 한국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일본으로 건너가 취업한지 6개월 만에 그만 두고 나왔다고 한다. 그는 숨이 막혀 더 이상 근무할 수가 없었다고 술회했다. 그만큼 일본 의 직장 분위기는 숨 쉴 틈 조차 주지 않을 정도로 얼마나 엄격한지 일 수 있다.

 

중국내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인들의 일반적인 이미지도 중국 기업에 비해 근무 강도가 너무 강하고 기업 풍토도 너무 엄격하다는 것이다. 이와같은 중국인이 일본 기업에 취직하면 어떨까? 유감스럽게도 그들은 오히려 한국인보다 더 잘 버티어 내는 경향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몇 년만 고생해서 악착같이 엔화를 벌어 모으면 중국에서 자신의 비지니스를 일궈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2-3년 고생하여 저축하면 중국에서 한 밑천이 될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의 엄청난 물가 차이는 재일 중국인들에게 오히려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극복하게 하는 큰 동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본에서는 미국을 위주로 한 서구식 변화를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지만 일본 사회의 현황을 보면 아직까지는 주로 하드웨어 부문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즉 개개인의 의식 변화에는 아직까지 그 파급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은 것 같다. 이직에 대한 일본인들은 매우 신중하다. 직장 내 인간관계나 업무 강도 등에 대해 힘들어하며 누구나 한 두번의 이직은 고려해 본다. 직장을 바꾼 사람들을 부러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직에 대해서는 아직도 부정적인 개념이 강하며 평생직장에 대한 개념은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직자를 문제가 많은 사람으로 평가하는 우리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와같이 이직을 '능력있는 사람'으로 보는 중국인 시각과 '문제있는 사람' 으로 바라보는 일본의 상반된 시각은, 양국에서의 이직률에 큰 차이를 만들어 내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한국 기업들이 노동 쟁의가 빈발하고 있으며 공장 점거,간부 구금 사태, 밀린 임금 요구 등의 사건이 발생되는 것은 이미 중국에서 한국 기업들이 당면하고 있는 유연성 부족과 경쟁력 상실,글로벌 경영 능력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중국 진출 한국 기업

인재(人材)는 많으나 용재(用材)의 부재와 높은 이직률, 재중 한국 기업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지닌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쓸 만한 인재는 있는 것 같은데 정작 채용할 만큼 마음에 드는 사람은 �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중 한국 기업들 중에 마땅한 현지 인력을 구하지 못해 생산 과정에 차질을 빚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한편 다른 기업인은 이렇게 말한다. 인재건 용재건 중국에는 유용한 사람이 많다. 중국에서 사람이 없다고 한탄하는 것은 지당하지 않다. 모두들 자기 방식을 너무 고집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 한국처럼 직원을 구하고 부린다는 개념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시스템을 망각하고 한국식의 사고 방식을 버리지 않는한 고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다.

 

또 한가지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중국 진출 기업주들이 중국인의 높은 이직률을 하소연한다. 기껏 가르쳐 놓아 쓸만할 때가 되면 훌훌 떠나버린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로 인한 기술 유출 또한 적잖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한가지 주목해야 할 한 가지가 있다. 비로 이러한 이직 현상은 유감스럽게도 재중 외국 기업 중 특히 한국계 기업에서 두드려 진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한국의 기업은 인력난을 주로 임금 인상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점인데 이는 악수를 두는 결과라 한다. 사실 외국 기업 중 한국 기업은 중국인들에게 인기도가 낮다. 이는 한국 기업이 수직적인 관계를 중시하고 기업주는 상명 하달로 일관하며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강요하는 등 한국 기업의 풍토를 고집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은 중국인들에게 생소하게 보이며 이러한 환경을 바꾸지 않는 한 중국인들이 한국 기업을 보는 시각은 고울리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인들의 이직의 이면에는 직장에 대한 인식의 차이와 문화 차이가 작용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가 된 후로 '평등'을 전면에 내세우게 된 중국이다. 재중 기업인들은 이러한 중국인의 정서를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생각에 한국 방식만을 고집하여 중국 사회에 들이대다 보니 특히 숙련공이나 전문 인력들처럼 품귀 현상을 빚는 사람들은 그들이 지내기에 더 적합한 환경을 �아 미련없이 회사를 떠나는 것이다.중국인들은 임금보다 회사의 근무 환경과 장래 비젼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이러한 제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한국 기업인들은 종업원이라는 시각을 바꾸어 한 가족으로 포용하며 그들의 문화와 관습을 존중하고 그들과 같이 고민하는 진솔한 모습을 견지하는 등 대 중국 기업관을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즉, 상대에 대한 존중과 스스로에 대한 겸허함이 근간이 되어야 한다. 상대적인 경제 후진국 사람들로 깔보거나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중국에서 한국은 일.이류가 아닌 삼류라는 사실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겸허히 수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우선적으로 미국, 유럽, 일본 기업을 선호한다. 아울러 중국의 전통 문화, 관습, 언어 등을 공유하는 엄청난 힘의 화교 자본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중국 정부도 동일한 중화 민족이라 기치아래 이들을 타국 기업보다 우대하고 있어 중국인들의 선택지는 더더욱 다양해지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 기업들이 한국 방식이 더 낫다는 식으로 계속 자만하고 폐쇄적 기업 문화를 고집한다면 전 세계 기업들의 격전지 중국에서 소외되고 도태당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차이나 드림을 �아 중국 대륙을 새로이 밟는 많은 한국인들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계속)                       

                                                                     - 서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