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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디자인 시대...

두바퀴인생 2007. 8. 6. 08:25

 

 

 

노동·자본·기술은 잊어라… 21세기는 디자인이다

조선일보 | 기사입력 2007-08-06 04:17
▲ 에드먼드 청 디자인싱가포르위원장

에드먼드 청 디자인싱가포르위원장 “왜 디자인인가” “모든 기업이 같은 기술로 경쟁하는 지금, 디자인이 고부가가치 창출… 삼성이 세계적 기업된 것도 디자인 덕분”
 

“21세기는 디자인의 시대입니다. 싱가포르는 지금 디자인을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정했습니다. ”

‘글로벌 디자인 허브’를 국가 비전으로 내세운 싱가포르 정부에서 디자인산업 육성정책을 진두 지휘하는 디자인싱가포르(DesignSingapore)위원회 에드먼드 청(Edmund Cheng) 위원장은 “노동이나 자본, 기술 등 전통적 생산요소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힘주어 말했다.

“생산성 향상이 최대 과제였던 제조업의 시대에는 월등한 노동력·자본·기술 등이 핵심 경쟁력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기술 자체가 상품화돼서 돈(로열티)을 주면 살 수 있게 됐습니다. 모든 기업이 같은 기술로 경쟁할 수 있게 된 셈이죠.”

그는 서울 타워호텔 리노베이션 공사 자문을 위해 20년 친구인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의 초청으로 지난달 19~21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했다.

청 회장은 “디자인은 21세기를 주도할 창조적이고 지식 기반적 산업”이라고 말했다. “디자인은 고부가가치의 원천으로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경쟁력입니다. 1~2년 단기간에 집중 투자한다고 디자인의 경쟁력이 갖춰지지 않죠.”

그는 삼성을 예로 들며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거 세계 300~400대 기업에 불과했던 삼성이 50대 기업으로 발돋움한 것이나 저가 제품으로 여겨졌던 삼성 제품이 고가에 팔릴 수 있는 게 디자인 덕분입니다.”

디자인과 관련, 싱가포르가 벤치마킹하는 국가는 영국이다. 영국은 영화·음악·드라마·미디어 등 디자인 관련 산업이 GDP(국내총생산)의 8~9%를 차지하고 있다. 또 매년 영국에서 생기는 새로운 일자리의 50%가 디자인 관련 산업에서 나온다. 청 회장은 “현재 GDP의 3%인 싱가포르의 디자인산업 비중을 2012년까지 6%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디자인경쟁력 강화를 위한 첫 번째 과제로 싱가포르는 글로벌 기업들의 디자인센터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그 결과 BMW·HP·모토로라·필립스 등 세계적 기업의 디자인센터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청 회장은 “글로벌기업의 최고 디자이너들이 싱가포르의 디자인경쟁력을 높이는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자인싱가포르위원회는 정부와 민간 각 부문별로 흩어져 있는 디자인 관련 정책과 기능을 통합·조율해 싱가포르의 디자인 경쟁력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03년 설립된 정부 산하 위원회다. 청 회장은 설립 때부터 위원장을 맡고 있다. 싱가포르는 땅덩이가 남한의 0.7%인 682.7㎢에 불과하고, 인구도 서울시의 절반이 안 되는 450만명인 작은 국가다. 하지만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원)의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할 만큼 강소국(强小國)의 전형으로 꼽힌다. 청 회장은 “작은 나라인 싱가포르가 모든 분야에서 앞서갈 수는 없다”면서 “물류와 금융에 집중해 아시아의 허브가 됐던 싱가포르가 디자인을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民官 넘나들며  싱가포르 밑그림 그려 

▶에드먼드 청은 

미국 명문 노스웨스턴대와 카네기멜론에서 도시공학(학사)과 건축학(석사)을 전공했다. 현재 싱가포르의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인 윙타이(永泰)홀딩스 회장을 맡고 있다. 싱가포르는 민간 경영 원리를 공공부문에 도입해 전체적인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민·관(民·官) 협력 모델을 운영 중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요청으로 ‘무보수’로 디자인싱가포르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인 메이플트리 인베스트먼트 회장도 겸직하고 있다. 지난 1993년부터 2001년까지 싱가포르관광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민간과 정부가 너무 가까워지면 정경(政經)유착으로 오해받을 수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청 회장은 “민·관협력이냐 정경유착이냐는 사회의 투명성과 국민 의식 수준의 성숙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답했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제도와 절차를 만들어 원칙대로 운영하면 부정의 소지가 근본적으로 제거된다”는 것이다.


에드문드 쳉 싱가포르 윙타이홀딩스회장이 말하는 싱가포르의 경쟁력. 국가와 국민이 하나가 되어 나라의 발전을 이룬다. /전기병 기자


[글=나지홍 기자 jhra@chosun.com]


[사진=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