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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거일(사회평론가, 소설가) /
지난 6월에 나온 ‘애플(Apple)’의 ‘iPhone’이 큰 인기를 누린다. 침체한 반도체 산업의 경기에 좋은 영향을 미치리라는 기대까지 나온다. ‘iPhone’의 출현은 실은 한 고급기술 제품의 상업적 성공을 훌쩍 넘어서는 사회적 함의를 품었다.
모든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휴대용 기계가 나오리라는 예상은 이미 오래 전에 나왔다. 그 기계가 휴대전화와 휴대컴퓨터의 수렴을 통해서 나오리라는 점에 대해서도 대체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라진 것은 그런 수렴의 주체에 대한 예상이었다. 한쪽엔 휴대전화가 주체가 되어서 컴퓨터의 기능을 갖추게 되리라고 주장한 사람들이 있었고 다른 쪽엔 휴대컴퓨터가 전화 기능을 추가하게 되리라고 주장한 이들이 있었다.
이제 전자가 옳았음이 드러났다. 휴대전화는 점점 강력하고 다능해져서 이제는 실질적으로 휴대용 만능 정보처리 기계가 되었다. 반면에, 휴대컴퓨터는 상대적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이 사실을 잘 말해주는 것이 바로 ‘iPhone’이다. 원래 ‘Apple’은 휴대용컴퓨터를 개발해서 ‘personal digital assistant (PDA)’라는 이름을 붙여 시장에 내놓았다. 1993년에 판매된 그 제품의 이름은 ‘Apple Newton’이었다. 그것은 기술적으로 뛰어났고 열성적 애호가들을 얻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그리 뜨겁지 않아서, 1998년에 생산이 중단되었다. 그러다가 휴대전화인 ‘iPhone’으로 성공한 것이다.
휴대전화의 득세를 확인해주는 증거들은 여럿이다. 두드러진 예는‘제3의 화면(the third screen)’이란 말이다. 원래의 텔레비전 화면과 컴퓨터 화면에 이어, 이제는 휴대전화의 화면이 텔레비전 청취에 이용된다는 사정을 가리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이 집이나 사무실에서도 통근할 때만큼 휴대전화의 화면을 이용해서 텔레비전을 본다는 조사 결과다. 앞으로 기술이 표준화되면, 휴대전화의 화면은 컴퓨터 화면을 뛰어넘어 원래의 텔레비전 화면에 버금가는 중요성을 지닐 것이다.
큰 함의를 지닌 예는‘음성 지불(voice payment)’기술의 발전이다. 음성 인식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화로 물건을 주문하고 지불하는 것이 가능해질 터이다. 음성 지불이 워낙 편리하므로, 기술이 충분히 발전하면, 휴대전화는 중요한 상거래 경로가 될 것이다.
지금 돌아다보면, 휴대전화의 득세는 당연했다. 휴대전화는 PDA보다 훨씬 쌌고 일상 생활에 훨씬 긴요했다. 그래서 휴대전화는 빠르게 널리 퍼졌고, 계산력의 비용이 점점 낮아지는 추세를 타고서, 다양한 기능들을 덧붙여나갔다. PDA에 바탕을 둔 전략은 휴대전화에 바탕을 둔 전략에 맞설 수 없었다.
반어적(反語的)으로,‘iPhone’과 같은 최신형 휴대전화들은 원래의 휴대전화보다 ‘Apple Newton’과 같은 원래의 PDA에 훨씬 가깝다. 그래서 “만일 ‘Apple’이 ‘Apple Newton’을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발전시켰다면, 지금의 ‘iPhone’이 되었을 것이다”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자주 나오는 말대로, “예측은 힘들고, 미래에 관한 예측은 특히 힘들다.”
상당히 자신있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은 휴대전화는 앞으로도 많이 진화하리라는 점과 휴대전화가 우리의 삶을 근본적 수준에서 바꾸리라는 점이다. 지금 우리는 ‘휴대전화 혁명’을 겪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혁명적 발명들이 흔히 그러하듯, 휴대전화는 갑작스럽게 나타났고, 그것이 널리 퍼져서 삶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기까지는 그것의 잠재적 힘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다. 휴대전화의 원초적 기술은 1945년에 나왔고, 첫 제품은 1973년에 ‘모토로라’가 내놓았으며, 몸에 지니기 간편해서 진정한 휴대전화라 불릴 만한 제품은 1990년대 초엽에‘모토로라’의 기술자들이 만들었다. 그러나 그들도 자신들의 발명이 그렇게 혁명적이리라고 예측하진 못했을 것이다.
1992년에 나온 미국 과학소설 작가 코니 윌리스(Connie Willis)의 뛰어난 시간여행 소설 '둠즈데이 북(Doomsday Book)'은 21세기 중엽의 영국 사회를 그렸다. 그러나 그 작품엔 긴급히 전할 얘기가 있는 사람이 전화기를 찾지 못해 애태우는 모습이 나온다. 그래서 지금 읽으면, 현실감이 크게 줄어든다. 미래의 예측에서 전문가인 과학소설가조차도 이미 진정한 휴대전화가 나온 1990년대 초엽에 반 세기 뒤의 세상을 상상하면서, 그 세상에선 휴대전화가 널리 보급되어 개인들 사이의 의사소통이 쉽고 지속적이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휴대전화의 효과는 다른 통신 수단이 없는 사회나 상태에서 단연 두드러진다. 보통 전화가 없는 아프리카에서 휴대전화의 보급은 거래를 원활하게 해서 경제에 큰 도움을 준다. 천재지변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휴대전화는 헤어진 가족들이 서로 만나고 외부의 구호를 받을 수 있는 수단이다.
휴대전화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 널리 인식되면서, 그것의 영향의 크기에 대한 예측이 나왔다. 비교적 널리 받아들여진 의견은 휴대전화가 텔레비전보다는 크고 자동차보다는 작은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대담한 예측이었지만, 이제는 상당히 보수적이었다는 느낌이 든다.
휴대전화는 개인의 외연을 크게 확장한다. 이제 개인들은 시간적, 공간적 제약에서 한 걸음 더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온 세계의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얻어서 처리하여 자신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물론 이런 발전은 앞으로도 이어질 터여서, 개인들의 삶의 모습과 사회 구조에서 본질적 변화를 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