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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파렴치...

두바퀴인생 2007. 7. 23. 18:57

 

 

<연합시론> 서민의 고혈 짜내는 대기업의 파렴치를 규탄한다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7-07-2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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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대표적인 서민 생필품의 하나인 설탕의 출고물량과 가격을 15년 동안이나 담합해 막대한 부당 이익을 챙겼다니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것도 동네 구멍가게가 아니라 CJ, 삼양사, 대한제당 등 국내 설탕업계를 좌지우지하는 제당 3사(社)가 장본인이어서 허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CJ는 지난해 밀가루와 세제에 이어 이번에 설탕에 이르기까지 3개 생필품의 담합에 모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삼분(三紛)사건`의 악몽을 부활시킨 담합 전문 기업이라는 꼬리표라도 붙여 주어야 할 판이다. 몇 달 전 정용진 부회장 등 신세계 오너 일가가 상속세와 증여세를 통틀어 역대 최고액인 3천500억 원대의 주식을 증여세로 납부한 뒤 재계의 경영권 편법 승계 관행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떠들어대더니 그 돈이 모두 담합으로 번 돈이었다는 말인가.

 

이들 설탕업체가 담합으로 챙긴 돈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이들 3사는 지난 1991년부터 2005년 9월까지 제품 출고량과 가격을 담합했으며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년만 따져도 담합에 의한 매출이 2조6천억 원 규모에 이른다. 관련 매출액의 15∼20%를 소비자 피해액으로 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준을 적용하면 수 천억 원에서 많게는 1조 원 이상이 소비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더 나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들 회사에 부과된 총 511억 원의 과징금은 그 동안 걷어들인 부당 이득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CJ는 죄질이 가장 무거운데도 조사 과정에서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는 이유로 고발 조치는 면제됐고 과징금도 절반을 감면받았다. `얌체 상혼'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담합 수법도 매우 악질적이다. 원당 수입자유화로 경쟁이 치열해질 조짐을 보이자 1990년 말 3사 영업본부장회의에서 CJ 48.1%, 삼양사 32.4%, 대한제당 19.5%의 물량 반출 비율을 정한 뒤 수요에 따라 물량을 조정했다. 합의 준수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고 몰래 출고했다가 적발되면 배정 물량을 줄이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문건까지 받아내는 등 마치 조폭 같은 조직력을 과시했다. 가격 담합 수법도 물량 조절 못지않게 치밀했다. 이렇게 해서 15년 간 3사의 시장점유율이 일정하게 유지됐고 원가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이 유지됐다. 제조업 평균의 2∼3배에 달하는 높은 영업이익률이 담합에 의한 폭리 덕분임은 물론이다.

 

생필품을 갖고 담합하는 업체들에 대해서는 가혹하리만치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 서민들의 고혈을 빨아 먹고 나라 경제를 좀먹는 아주 고약한 파렴치범들이기 때문이다. 자진신고자 감면제도의 적용을 배제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그리고 이런 일이 15년이나 계속되면서도 발각되지 않았다니 공정위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정위가 진정 `경제검찰'로 자리매김하려면 서민들을 울리는 이런 악덕 기업들에 대한 감시의 눈초리를 잠시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분발하는 모습을 보이기를 기대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