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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 탈세 혐의로 징역형이 선고된 미국의 60대 부부가 법 집행을 거부하고 6개월째 집에서 중무장한채 저항하고 있으며 지지자들의 성원도 끊이지 않으면서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20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인구 2천200명의 뉴햄프셔주 플레인필드에 사는 에드(64)와 일레인(66) 브라운 씨 부부는 연방헌법과 대법원 판례상 "일반적인 노동에 과세할 수 없다"며 1996년부터 일레인의 치과 실습소에서 들어오는 수입 190만 달러에 대한 소득세 납부를 거부해 왔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1월 탈세 혐의를 인정하고 이들 부부에 대해 징역 5년형을 선고했음에도 "우리는 자유를 위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이 집에서 피를 흘려야 할 것이다"며 결사 항전을 선언하고 총기류로 무장해 6개월째 저항하고 있다.
주정부와 집행관들은 전기와 인터넷, 일반전화, 휴대전화, TV를 끊고 우편물 배달도 중단시켰으나 110에이커(44만5천㎡)의 부지에 세워진 집에는 태양열 자가 발전기와 전망대, 위성방송 수신장치 등이 갖춰져 있고 비상식량도 충분하게 저장된 상태여서 일단 생활하기에 큰 불편은 없는 상태다.
특히 지난달 7일에는 중무장한 연방 수사관 등이 집을 에워싸 양측이 충돌할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사태에 직면하기도 했으나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은 강제 법집행 과정에서 86명이 사망한 1993년의 텍사스주 와코 사건이나 어머니와 아들이 살해된 1992년의 아이다호 루비리지 사건의 재발을 피하기 위해 신중하게 대처하고 있다.
또 이들의 조세 저항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인 지지가 부부에게 쏟아지고 있는데, 대치 상황을 시시각각 전하는 블로그가 생겨나고 정기적으로 찾아와 야채 등 먹거리는 물론 선불 전화기, 탄약 등을 건네는 지지자들도 적지 않다.
연방 마셜인 스티븐 모니에씨는 "이들이 총기류로 무장한 것을 알고 있으며 누구도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레 일을 처리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법을 어겼고 조용히 항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은 "천안문 광장에서 온 몸으로 저항한 친구를 기억하느냐. 우리도 그 친구와 똑같은 입장이다.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할 수도, 죽일 수도 있지만 협박할 수는 없다"면서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
지난 1월 대치가 시작된 이후 이제 부부의 집은 백인 우월주의자를 비롯한 반정부주의자들의 공동체로 변모한 듯 하다. 이들 부부를 마하트마 간디나 마틴 루터 킹과 같은 영웅으로 여기는 이들이 텍사스 등 전국에서 순번을 정해 교대로 찾아오고 있다.
브라운씨 집의 울타리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비포장 도로를 한참 올라와야 하고 그 입구에는 "우리 편이 아니면 꺼져라"는 내용의 팻말이 붙어 있는데, 지난 3월 이곳을 찾아와 정치, 자유에 대해 토론한 일리노이주의 션 카니시(21)씨는 웹사이트(makethestand.com) 만들어 지원하고 있으며 `브라운씨 부부 돕기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1997년부터 미국의 조세저항을 연구해온 재무 분석가 JJ 맥냅씨는 "미국 전역에서 조세 저항을 벌이고 있는 이는 25만~50만명에 이르고 있다"며 "거의 100년전에 만들어진 세법을 놓고 수십만명이 이에 저항하고 있는 등 늘 계속되는 논쟁이다"고 말했다.
맥냅씨는 "일부 지지자들은 `적'이라고 규정한 리스트에 판사, 언론인 그리고 이들의 가족 등을 올려 놓았다"면서 "만약 이들 부부가 죽는다면 보복 살인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지만 그럼에도 브라운씨 부부가 싸우지 않고 투항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우려했다.
또 이들 부부를 곁에 둔 플레인필드 주민들은 갈수록 불편이 가중되면서 사태가 조속히 끝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플레인필드의 행정관인 스티븐 핼러랜씨는 주민 대부분이 이제는 대치 상황이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이들 부부는 언제나 강력한 믿음으로 무장하고 있음에도 자금까지 위험하다고 생각지는 않았었다"며 "하지만 백인우월주의자, 무정부주의자 등 쉬임없이 찾아오는 외지인들이 동네를 활보하면서 특히 자녀를 둔 부모들의 걱정이 커지는 등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들 부부의 저항 의지는 굳세기만 하다.
부인 일레인은 "우리는 세금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분을 위해, 여러분의 조국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고 에드는 "더 이상 미국은 없으며 이미 사라졌다. 노예로 사느니 싸우다 죽을 것이며 나는 그것을 말하고자 함이다"고 주장했다.
is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