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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시대의 흐름

전통 가부장제에서 심모계중심사회로...

“우리집 家長은 아내”…전통 가부장제서 新모계중심사회로
[쿠키뉴스 2006-08-07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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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당신은 다른 것 신경 쓰지 말고 맡은 일이나 열심히 하세요.”

대전의 모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허동현씨(가명·47)는 아내로부터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원시시대 모계중심사회에 사는 듯한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허씨는 IMF 환란 이후 실직과 구직을 전전하는 동안 가장으로서 권위를 잃었고, 몇 년 전부터는 아내의 월급이 자신보다 두 배나 많아지면서 경제집행권마저 밀리기 시작했다. 월급통장을 아내에게 빼앗긴지 오래고 아파트 소유도 아내명의다.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도 아내와 모든 일을 상의하고 허락을 받는다. 주말외출시 아내와 아이들을 모시고(?) 운전기사로 나서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주된 역할이다.

올 초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김상화씨(가명·52)는 아예 전업주부로 나섰다. 3년 전부터 구조조정을 대비해 아내가 학원 강사로 취업했고 조만간 유성구에 보습학원을 차릴 예정이다. 결국 집안일과 보육문제는 자연스럽게 김씨의 몫이 됐다.

지난 3월 결혼한 박경수씨(가명·29)는 아파트 주택청약을 위해 세대주를 아내로 바꿨다. 자기보다 월급이 많은 아내가 세대주로 할 경우, 주택청약자격 우선 배정과 소득공제와 같은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급격히 증가하며 지난 해 우리나라 여성 경제활동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여성의 활발한 경제활동은 소비 및 생산주체로서의 여성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사회 변화를 이끌고 있다. 특히 20-30대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남성 위주의 전통적 가부장제가 모계중심사회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여성의 외모가 못생긴 것은 참을 수 있으나 능력 없는 여성은 참을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떠돌고 있다. 여성의 외모보다 능력, 즉 직업의 유무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난 달 서울의 한 결혼정보회사가 미혼남녀 648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혼 남성 10명 중 8명은 아내의 연봉이 남편보다 많아도 상관없으며 남성의 69.9%가 아내가 남편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아도 관계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가장(家長)에 대한 사회 인식 변화가 대부분 경제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은다. 양성평등이라는 개념 변화가 아닌 남성의 조기퇴직 등으로 인해 가정 내에서 힘을 잃어 상대적으로 여성의 목소리가 강화됐다는 것.

신가부장(新家婦長), 신 모계사회 등으로 불리는 요즘 세태가 단순한 여성의 역할 확대일지 또는 21세기 새로운 변화일지 주목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대전일보 김정규 기자 gija007@dinz.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