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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시대의 흐름

DOI 세계 1위를 넘어서

[DT 시론] DOI 세계 1위를 넘어서
[디지털타임스 2006-07-31 10:35]
김선배 한국정보통신수출진흥센터 원장

 

이어령 교수의 책 `디지로그(digital+analog)'를 보면 세 왕자와 공주 이야기가 나온다.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을 가진 자가 공주를 얻을 수 있다는 왕의 말에 따라 세 명의 왕자가 자신의 보물을 두고 서로 경쟁한다. 맨 먼저 천리안(千里眼)을 가진 왕자가 그 망원경으로 천리밖에 있는 성에서 뱀에 물려 죽어 가고 있는 공주의 모습을 발견했으며, 두 번째 천리마(千里馬)를 가진 왕자는 공주가 사는 성으로 번개같이 달려갔고, 세 번째 천년 묵은 만병통치약을 가진 왕자는 공주를 살려냈다.

 

세 왕자 중 공주는 누구와 결혼해야 하는 것일까?

 

21세기 정보통신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은 천리안을 가진 왕자라 할 것이고, 산업사회를 살던 사람은 천리마를 가진 왕자라고 주장할 것이고, 농경시대를 살던 사람은 세 번째 왕자가 공주와 결혼해야 한다고 할 것이다. 물론, 세 가지 보물 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공주를 구할 수 없었기에 정답은 없다고 본다. 이론의 여지는 있겠지만, 오늘날 정보통신 사회의 가치관으로 볼 때 정보매체를 통해 기회(Opportunity)를 최초로 포착한 첫째 왕자에게 점수를 줘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올해도 당당하게 디지털기회지수(DOI, Digital Opportunity Index) 세계 1위를 차지해 2년 연속 DOI 1위 국가라는 영예를 안았다는 것은 참으로 고무적이다. 특히, 지난 2005년에는 4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지만 올해는 조사 대상이 전 세계 180개국으로 확대 시행된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DOI란 그동안 정보통신 관련 지표로 널리 알려진 디지털접근지수(DAIㆍ Digital Access Index)보다 발전된 지표라 할 수 있다. DAI가 정보통신 서비스 이용과 통신망 및 기기의 보급정도에 초점을 둔 지표인 반면, DOI는 인터넷 보급률 같은 인프라 보급과 소득대비 통신요금 비율 등 기회 제공, 인터넷 이용률과 같은 활용 정도를 분석해 정보통신 발전 정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지표를 뜻한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DOI 1위에 도취하지 말고 IT가 국가 경쟁력 상승과 경제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중요한 지적을 했다. 여기에는 DOI를 비롯한 여러 국제 IT지표 가운데 `인프라' 부문에서는 한국이 1위를 석권하고 있지만, 실제 그러한 IT인프라를 활용해 산업화하고 해외에 프로모션하는 해외진출 경쟁력은 아직 뒤 처져 있다는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해외의 유수 선진IT기업들이 `한국에서 통하면 세계에서 통한다'라는 생각을 갖고 마케팅에 나서듯 한국은 글로벌 사업의 사전 시험무대로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DOI 세계 1위는 분명히 명예로운 일이지만, 이제 실속을 차리는 데도 1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글로벌 IT기업들은 막강한 기술력과 마케팅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시장을 공략해 수익을 창출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IT기업을 최첨단 IT테스트베드인 한국으로 유치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토록 유리한 환경에서 성장한 한국의 유망 IT기업을 해외에 성공적으로 진출시키는 것도 긴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IT한국 성공모델의 세계화를 선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적극적인 해외 공략에 나서야 한다.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탄탄한 IT인프라 고속도로를 세계 곳곳에 건설해 명실상부한 정보통신 1등 국가로 당당히 발돋움해야 한다. IT기술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글로벌 마케팅 능력을 키우기 위해 정부와 기업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합칠 때다. IT수출기업의 염원을 담아 IT기술 경쟁력지수, IT글로벌화 지수 등에서 세계 1위가 되는 그 날을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