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에 인생을 싣고......5
의암 류인석 기념관
지난 주말 5월 4일 토요일, 어린이날 연휴가 시작되는 날, 세 번째로 강촌 내륙길을 주행했다. 어린이날 연휴로 경춘 가도는 차량이 만원으로 저속 운행을 하면서 긴 꼬리를 물고 지나가고 있었다. 대부분 강원도나 동해안으로 가는 사람들일 것이다. 남이 가니 나도 가야 하고 즐기는 데에는 인간들은 목숨까지도 걸고 가는 본능이 있는 법이다. 가장 흥분되고 신나고 즐거운 것은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는 경기다. 검투사 시합을 즐기던 고대 로마인들이나 오늘날 피를 흘리며 싸우는 격투기 시합을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간은 무엇이던 서로 경쟁하여 이기는 것에 희열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 즐거움을 찿아가는 사람들 중에는 즐기는 도중에 이 세상을 하직할 사람이 있을 것이지만 아무도 자신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나도 공도를 주행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불행한 사고를 당하여 이 세상을 하직할지 모른다. 나도 나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나를 데려갈 저승사자는 항상 내 곁에서 맴돌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강촌으로 가는 도중 보이는 북한강으로 흘러드는 조중천, 가평천 등 지천들이 가뭄으로 바싹 말라 바닥이 거의 보이고 흐르는 물은 오염되어 바닥의 바위와 돌에는 이끼가 가득 끼었다. 흐린 물이 냄새가 나는 듯하여 보기 흉하다. 그런데 일요일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다행이다. 가뭄이 다소 해갈될 것이기 때문이다. 홍수가 나서 강바닥을 뒤집어 놓으면서 청소하면 강은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이번 비는 화요일까지 지속된다니 며칠 푹 쉬면서 재충전을 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연휴를 이용하여 국도종주나 캠핑, 여행을 떠난 사람들은 비가 내려 좋은 기회를 망치게 되었다. 비가 내리면 자전거길 주변 상가나 음식점, 민박집, 카페 등은 매출이 줄어 속이 상할 것이다. 연휴를 맞아 잔뜩 준비해둔 재료들이 소용없게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비가 내리는 가운데 즐기는 휴가는 그런대로 운치가 있어 추억에는 오래 남을 것이다.
호평동에서 강촌까지 가는데 토요일이고 연휴라 자전거족들이 더러 보인다. 북한강 자전거길을 줄기차게 달려 청평역에 도착하여 잠시 쉬었다가 다시 달려 상천역과 가평을 지나고 경강교를 지나 지루한 북한강변 갈대밭길을 달렸다.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자전거족을 더러 만났다.
강물은 의암댐이 수문을 열었는지 물이 불어 소용돌이치며 흐르고 있었다. 나는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다슬기를 채취하여 구수한 국을 끓여 먹은 적이 있어 다슬기를 좋아한다. 서울 시내는 가짜 다슬기로 장사를 하는 집이 더러 있어 다슬기를 잘 먹지 않는다. 다슬기는 비싸기 때문에 단가가 좋아 북한강에서 다슬기를 채취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다가 의암댐에서 수문을 열면 물쌀이 빨라 다슬기를 채취하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도 많다.
강촌 입구 근처 북한강변 다리 밑에서 음료를 마시며 잠시 쉬는데 오는 동안 나에게 추월당했던 자전거족들이 금방 뒤따라와서 앞서 지나간다. 로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나 젊은이는 무거워보이는 내 자전거와 나이든 나를 보고 마음속으로 추월당해서 기분이 좀 나빴을 것이다. 다리 아래 강변 자갈밭에는 4륜 구동 바이크를 탄 사람들이 요란하게 달리고 있었다. 휴가온 사람들이 즐기는 모습이다.
강촌 시내 입구 코너에 있는 편의점에는 자전거족들이 더러 보인다. 이 편의점은 자전거길 바로 옆에 있어 춘천으로 오가는 자전거족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이다. 장사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 1층이 가장 좋다. 그리고 사람들은 2층이나 높은 지대는 잘 가지 않는다. 주로 저지대에 상권이 형성된 곳이 많다. 서울의 먹자 골목은 대부분 저지대에 지하철역이 있는 곳이 많다. 사당역, 방배역, 교대역, 강남역, 신사역을 살펴보더라도 저지대에 상권이 형성되어 있다.
강촌 시내를 지나 403번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편의점에서 빵과 얼음과 커피를 사서 다시 출발했다. 음식점도 마찬가지지만 강촌 시내 편의점은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 물건값이 비싸다. 그래서 나는 가급적 이용하지 않는 편이다.
소주고개로 올라가는 길은 응달이라 아침 기온이 낮은 탓인지 바람은 아직도 차다. 연휴라 지나다니는 차량도 많고 4차선 도로도 상태가 좋아 대부분 엄청난 과속으로 달린다. 소주고개를 넘어 발산리 근처에서 경춘고속도로 강촌 인터체인지와 연결되며 내륙으로는 춘천, 홍천, 용문, 여주, 양평, 설악, 양수리, 문호리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다양한 방향의 내륙길이 연결된다. 또 내륙에는 경치도 좋을 뿐만 아니라 물이 비교적 맑은 홍천강이 흘러 캠핑하기에도 좋고 골프장도 많아 골프치기에도 좋다. 그리고 가는 곳마나 팬션이나 각종 음식점들이 많아 숙박도 하며 맛집을 찿아가기도 좋다. 이곳 내륙길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으로 대부분 강원도 내륙이나 동해안으로 가는 경우가 많지만 조용하고 즐기기 좋은 이곳은 아는 사람만 찿아올 것이다.
소주고개 방향으로 오르다가 구도로를 타고 고개를 올라가는데 오르막이 좀 가파른 고개다. 고개 정상 부근에 다다르자 반대편에서 고개 정상을 넘어오는 5명 정도의 일단의 젊은이 무리들을 만났지만 내려가는 다른 길로 신속하게 내려갔다. 이 길을 다니면서 자전거족을 보기는 처음이다. 마음 속으로는 반가웠다. 통상 소주터널을 지나가지만 나처럼 구도로 고개길을 타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니 그들도 이 길을 잘 알고 있다는 증거다. 나는 다른 사람들은 이 길을 잘 모르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
나는 혹시 저 사람들이 나의 블로그 글을 보고 주행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내 멋대로 상상해보았다. 또 발산리 삼거리를 지나 충의대교 방향으로 가는데 젊은이 한 명과 조금 후에 세 명이 지나가는 두 팀을 만났는데, 내가 앞에 혼자 지나가는 사람에게 "홧팅!"하고 고함치자 그 사람은 무어라 반응했는데 무슨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뒤의 세 사람은 아무런 답이 없이 지나갔다. 이런 외진 곳에서 만나면 서로 아는 채 좀 했으면 좋겠다. 인간미 없는 인간들아!
충의대교에 도착하여 멀리 위로는 경춘고속도로가 있고 차량들이 빠르게 지나다닌다. 다리밑 홍천강을 바라보니 모래사장에 텐트가 즐비하다. 바로 이곳이 유명한 마곡 유원지다. 마곡 유원지는 홍천강 하류 지역이라 수량이 많고 물이 좀 깊으며 모래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어 여름철에 캠핑하며 즐기기 좋은 곳이다.
충의대교에서 우측으로 충효로에 접어들어 달리는데 차량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달리다보니 멀리 의암 기념관 간판이 보인다. 의암 류인석에 대한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번에 충분히 했으니 더 이상은 생략한다.
그러나 이곳을 지나가면서 항상 그 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남은 생을 그 분처럼 살다 가기를 기대해보지만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항상 위기에 인재가 나타나고 격동기에 영웅이 나타나는 법, 풍요가 넘치고 자유가 만발한 지금 이 시대에 인재와 영웅은 나타날 수가 없다.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데 굳이 목숨걸고 깃발을 들 사람이 어디 있을까.
오로지 있다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권에 투쟁하고 기득권을 침해당하지 않으려는 자본주의적인 이기주의자들만이 설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마약, 도박, 성폭행, 성추행, 재산다툼, 이권다툼, 이념투쟁, 사기, 음모, 뒷거래, 권력을 이용한 합밥과 불법적인 치부, 합법을 가장한 약탈, 국고 빼먹기, 빈자에 대한 부자의 자본 폭력과 거드럼 등이 판치고 있을 뿐이다.
의암 기념관 주차장에서 들어가서 지난번처럼 경계석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면서 얼음물을 마시다 난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내 눈을 의심했는데, 분명 10여 명 이상 되어 보이는 젊은 무리들이 내가 갈 예정인 술어니 고개 방향으로 의암 기념관 앞 도로를 줄지어 지나가는 게 아닌가. 모두 복장도 통일하여 흰색 계통 복장으로 통일하여 무리를 이루어 지나갔다. 또 반대편에서 두 사람이 충의대교 방향으로 지나갔다. 아니 오늘 어쩐일인가? 이 길에서 평소 지나다니던 자전거족은 거의 보지 못했는데, 그리고 이 길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인데, 오늘 어쩐일인가!
순간 내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은 '아마 내 블로그를 보고 이 길을 주행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이 의암 기념관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달려가는 모습을 보니 그것도 아닌것 같았다. 내 블로그를 보았다면 아마 의암 기념관을 그냥 지나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착각인가? 이런 기대와 환상에 빠진 것은 나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사실 내 블로그에는 하루 방문자 수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휴식을 끝내고 다시 출발하여 방하리 술어니 고개를 중간쯤 오르자 반대편에서 네 명의 중년 남여들이 신나게 내려오면서 지나갔다. 아무도 올라가는 나에게 격려 인사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술어니 고개 정상에 올라 바로 경사길을 빠르게 내려가는데, 또 반대편에서 한 사람이 올라갔지만 내가 미쳐 보지 못해 인사도 못하고 내려가는데 또 다른 중년 한 사람은 자전거를 끌며 올라오고 있었다. 힘들게 자전거를 끌며 올라가길레 내가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하며 지나갔더니 무어라 나에게 물어보는 것 같았다. 바람 소리에 귀도 잘 안들리고 경사로를 빠르게 내려가는 중이라 위험하여 정지도 못하고 무슨 소리인제 몰라서 그대로 내려갔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 좀 미안했다.
내려가는 나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는 것은 오죽 답답했으면 그럴까 하고 생각해보았지만 빠른 속도로 내리막길을 달려 내려가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물어본다는 것도 잘못이지만 나에게는 무척 위험한 일이다. 자신의 휴대폰으로 가는 길을 잘 찿아갔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부디 경사길을 빠르게 내려가는 사람에게 질문은 삼가해주었으면 한다.
무명고개
술어니 고개를 넘어와서 북한강이 보이는 강변길을 달려가다 나무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에 두번째 작은 고개인 반석 고개를 넘었다. 도로 주변에는 수상스키장이 여럿 보인다. 그러나 차량은 거의 다니지 않고 있다. 이런 연휴에도 이곳을 찿는 사람은 적은 모양이다. 산행을 하면 모를까 다를 즐길거리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마지막 무명고개를 넘어 가면 강 건너 남이섬이 보이고 각종 놀이 시설이 보인다. 멀리 가평 철교와 경강교가 눈에 들어온다. 경강교에 올라서니 공도를 달리면서 불안했던 긴장감이 확 풀린다. 긴장이 풀리니 목이 마르고 쉬어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끝단에 있는 등나무 쉼터에서 정차, 베낭을 벗고 휴식을 취하면서 한국전쟁 가평 지구 전적비가 있는 보문산을 바라보니 숲에 가려 전적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으니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등나무 쉼터도 국도관리청에서 담당할 것이다. 올 때마다 보면 항상 쓰레가가 넘쳐나고 등나무가 줄기를 뻗어내려 헬멧에 부딪히고 의자에 앉을 수가 없을 정도다. 잡초는 무성하고 주변 나무는 제멋대로 자라고 있다. 가평군의 얼굴이나 마찬가지인 경치 좋은 이런 곳을 이렇게 방치하면, 지나가는 자전거족마다 마음 속으로 가평군을 얼마나 욕할 것인가. 가평군 자전거 도로 담당자는 이런 실태를 알면서도 자신들 관리 구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협조도 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협조 요청을 하도 통상 국도관리청은 꿈쩍도 하지 않는 모양이다.
또 서울 하남의 팔당대교 진출입로나 교량 구간도 국도관리청에서 담당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오래 방치되어 바닥의 포장은 보기 흉할 정도로 깨지고 떨어져 나갔지만, 노견석과 난간 바람막이는 작년에 작업을 했는데, 바닥은 10년이 넘도록 보수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또 새터에서 북한강 철교 사이 45번 도로 구간 중 국도관리청에서 담당하는 자전거 도로도 여러번 요청해야 겨우 제초작업을 한다.
쉼터를 출발하면서 다리 힘이 지치기에 밧테리에 여유가 있어 3단에 놓고 달렸다. 3단이면 주행에 도움을 많이 받으며 갈 수 있어 편하게 달릴 수 있다. 가평을 지나고 청평, 대성리, 마석을 지나 호평동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총 이동거리를 보니 120킬로미터다. 오늘도 공도를 주행하는데 무사함에 감사하며 내 블로그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내가 추천한 천상의 주행 코스인 강촌 내륙길을 많이 이용하는 모습을 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모두 행복한 연휴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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