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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봄향기를 맡으며 자전거길을 달리다 4

봄향기를 맡으며 자전거길을 달리다 4

강촌 - 충의대교 - 충효로 - 의암 류인석 기념관 - 큰성골길 - 문배고개 - 문배마을 - 구곡 폭포 - 강촌(2차)

강촌 내륙 주행로 약도(1차, 2차)

4얼 15일 월요일, 2차로 강촌 내륙길을 주행하기 위해 아침에 전철을 타고 강촌으로 향했다. 평일 아침인데도 자전거족이 몇 명 타고 있었다. 아침의 강촌역에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자전거를 점검하는 등 단단히 준비하고 내륙 도로를 달려 소주고개로 향했다. 아침 공기가 차서 팔과 손가락이 시리다. 바람막이와 조끼까지 베낭에서 꺼내 입고 팔토시까지 하고 달렸다.

오늘의 코스는 가정면까지 가서 2차로 갈 예정이던 문배고개를 넘어 가기로 했다. 문배마을과 구곡폭포를 둘러보고 강촌에서 막국수를 먹고 가평 - 청평을 거쳐 새터를 넘어 마석 - 호평동으로 주행하기로 했다.

가정면까지는 지난번 한 번 갔던 길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달렸다. 호젓한 도로에는 차량도 적고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의암 류인석 기념관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출발하여 가정교 입구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문배고개 방향을 향해 달렸다. 그런데 조금 가다보니 길이 점차 좁아지면서 마을길로 변했다. 콘크리트 포장이지만 차량이 적게 다니는 길이라 도로가 좁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점차 좁아진 도로가 오르막길이 시작되자 비포장 도로가 나타났다.

약간의 비포장 도로는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올라갔는데 오르막길에다가 자갈길이라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기에는 위험하여 끌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최소한 콘크리트 포장이 다시 나타날 것으로 생각하고 깊은 계곡의 오르막길을 무거운 자전거를 끌바를 하면서 올라갔지만 콘크리트 포장 도로는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올라왔는데 도로 상태는 더욱 나빠져갔다.

충효로에서 문배고개로 올라가는 길 전경. 비포장 도로에다 자갈길이다.

난 이 도로가 비포장 도로인 줄은 몰랐다. 그래도 부분적으로만 비포장일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한참을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지만 비포장 도로는 계속되었다. 중도에 포기할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돌아가도 후회할 것이고 올라가도 후회할 것이라 어차피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문배고개를 다시 언제 넘어볼 것이냐는 생각에 계속 가기로 했다.

이 길을 두번 다시 올 일은 없지만 올라온 거리가 억울하여 내려갈 수도 없어 계속 고개를 끌바를 하면서 올라갔다. 이런 길은 처음이라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면서 몇 번이나 쉬면서 올라갔다. 구불구불 휘돌아 올라가는 고개길은 자갈길이 계속되었고 자전거를 끌고 가기도 힘들었다. 끌고 가면서도 미끄러지고 넘어질 뻔도 여러번, 도로 상태가 좀 좋으면 타기도 했지만 불안해서 탈 수가 없다. 이 길을 지나다니는 차량이 있는 모양이라 도로에는 바퀴자국이 길고 깊게 파여 있다.

교통량이 적어서 포장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대로 두면 도로는 점차 엉망이 될 것은 뻔하다. 그래서 자갈을 산포하고 황토흙을 깔기도 했지만 튀어나온 뽀족한 돌이 자전거를 탈 수 없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임도라 볼 수 있다.

1시간 이상 한참을 올라가도 정상은 보이지 않는다. 차량이 다니는 길이지만 봉화산을 중심으로 임도용 트럭이 다니거나 등산객이나 나물캐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도로인 모양이다.

적막한 산꼴짜기 속에서 혼자 올라가니 무서움이 생기기도 했다. 산짐승이 나타날 것 같아 불안하기도 했다. 골짜기는 조용하고 산새 소리만 들린다. 계곡 건너편 바위 위에서 자란 소나무가 웅장하게 서 있다. 성경에 니오는 이야기처럼 옥토에 떨어진 씨앗은 잘 자라지만 바위 위에 떨어진 씨앗은 대부분 자랄 수가 없다. 그런데 저 소나무는 바위 틈 먼지와 흙 속에서 씨가 뿌리는 내리면서 적은 빗물을 먹고 자란 것임에 틀림없다. 옥토에 떨어진 씨앗이나 금수저 집안에서 자란 자식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흙수저 집안에서 자란 자식이라도 자수성가하여 성공하는 자식은 바로 저 소나무와 같이 모진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성장한 모습과 같을 것이다.

봉화산(486.8미터) 줄기에 형성된 문배 고개는 힘들게 올랐던 기억이 오래 남을 것 같다. 거의 두 시간 가까이 비포장 도로를 자전거를 끌고 올라온 결과 결국 고개 정상에 도착했다.

중간에 올라오면서 더워 바람막이와 조끼를 벗고 팔토시도 벗어 베낭에 넣었다. 온 몸에는 땀이 베이고 코스를 잘못 선택한 자신에 대해 열불이 난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너무 겁없이 코스를 산택했기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 것이다. 나의 얄팍한 자만심이 화를 불러온 것이다.

야생 멧돼지 하산을 막기 위해 도로를 따라 울타리를 쳐두었다. 잡초에 뒤엉켜 잘 보이지도 않는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설치한 울타리는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금방 녹쓸고 쓰러지고 부셔진다.

주변에는 언제 야생동물이 언제 나타날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올라가면서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혹시나 멧돼지가 나타날까봐 경계했다.

사람도 없고 적막한 산꼴자기 속에 혼자 갇힌 꼴이 되었다. 뒤돌아보면 아득한 내리막길이 보인다. 저 길을 올라온 것이 신기할 정도다. 초인적인 힘을 다해 올라왔지만 이 길을 선택한 것이 후회가 된다.

드디어 문배 고개 정상에 도착했다. 안내판도 쓰러져 있고 등산로만 보인다. 사람들이 산나물과 약초를 캐러 많이 다니는 듯하다.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가 절찬리에 방영되어 사람들이 산에 오르면 약초에 관심이 많다. 그런 약초를 먹고 불치병이 낳았다는 이야기가 솔깃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배 마을로 내려가는 길

문배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황토흙과 잔자갈로 길을 포장해 놓아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는데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브레이크를 힘껏 잡고 천천히 내려가지만 울퉁불퉁한 노면은 넘어지기 쉽기 때문에 더욱 힘들다. 손목과 발목이 저리고 무릎도 저리고 온 몸이 긴장되어 식은 땀이 흐른다. 끌바를 하고 타기도 하면서 내려가는데 문배 마을 간판이 보인다.

문배 마을에는 산채비빔밥이 유명하다는데 고개길을 올라오면서 너무 고생하는 바람에 다음을 기약하고 바로 내려갔다. 구곡 폭포도 다음을 기약하고 힘든 길을 내려가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일단의 중년의 자전거족 무리들이 오르고 있었다. 아마 문배 마을을 찿아가는 모양일 것이다. '홧팅! 홧팅!'를 외쳐주었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들도 흙과 자갈로 덮인 오르막길을 올라오는데 무척 힘든 모양이다. 힘이 드니 아무런 말도 하기 싫은 모양이다.

등산로 입구가 폐쇄되어 있지만, 사람들은 울타리를 넘어 들어간다. 중년 부부들이 산을 오르는 모습이 더러 보인다.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가 바영ㅇ되면서 전국의 산에는 약초를 채취하러 다니는 사람이 많이 늘어난 모양이다. 그래서 약초가 씨가 말리고 있다고 한다. 산 속에서 세상 만사를 잊고 매일 산을 오르며 약초를 캐서 다려 먹는 사람과 도시에서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며 극심함 매연을 마시며 가만히 앉아서 먹는 사람과는 다르다. 한마디로 먹어도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드디어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 옆 조그만한 미니 폭포 아래서 휴식을 취하면서 피로를 달랬다. 문배마을과 구곡 폭포를 찿는 사람들이 꽤 많은 모양이다. 주차장에는 차가 즐비하다. 산나물을 채취하려고 온 사람도 많을 것이다.

오늘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 후회되지만 이런 길을 주파했다는 성취감이 피로를 달래고 있다. 음료를 마시고 강촌으로 출발했다.

편의점 건너편 강촌 막국수집에서 막국수를 먹었다. 중미산 막국수에 비해 맛도 없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두번 다시 찿을 집이 아니다. 편의점에서 얼음과 음료를 사 베낭에 넣고 다시 가평으로 출발했다.

끊없이 펼쳐진 북한강변 갈대밭은 바람에 썰렁인다. 지루한 갈대밭 길을 달리는데 젊은이 한 명이 로드를 타고 나를 추월했다. 30킬로미터 이상 속도다. 나도 그를 뒤따라 속도를 높이고 달리는데 뒤에서 들리는 음악 소리에 아마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계속 속도롤 높이면서 그를 뛰따라 가자 가평 대교 근처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가평 대교를 건너오면 끝단에 있는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데 조금전 앞서가던 그 젊은이가 지나갔다. 아마 내가 계속 따라가니까 부담을 느끼고 어디서 쉬었다가 가는 모양이었다.

이 쉼터는 항상 관리가 되고 있지 않은 듯하다. 올 때마다 항상 쓰레기기 난무하고 수목이 관리되지 않고 있어 지저분하기 그지없다. 아마 국도관리청에서 관리하는 곳일 것이다. 다시 출발하여 가평 시내를 지나 청평으로 달렸다.

청평 에덴 벚꽃단지에 벚꽃이 만발했다.사람들이 찿아와서 무리지어 사진도 찍고 바람에 날리는 꽃잎을 바라보며 시상에 잠기는 듯하다. 한 여자가 도로 가운데 서서 사진에 여념이 없다. 벨을 눌리고 자전거가 지나간다고 소리쳐도 반응이 없다. 나중에 힐끗 바라보는 모습이 기분 나쁘다는 표정이다. 미안하다. 그대 느낌을 방해해서.

대성리 벚꽃 단지를 지나서 새터를 경유 호평동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오늘도 무사히 주행하게 된 것을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