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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산다는 게 무언지......9

산다는 게 무언지......9

구리 한강시민공원 코스모스 단지 전경

가을이 점차 짙어지고 있다. 코스모스가 짙어가는 가을을 대표하여 자신의 모습을 뽐내고 있다. 구리 한강 시민공원에 조성된 코스모스 단지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고 탄성을 자아내개 만든다. 차량을 타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강 강변에 넓게 펼쳐진 코스모스 단지를 보고 서울에서 보기드문 풍경이라 모두의 가슴에 가을의 절정을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무들의 잎이 가을색이 들다가 바로 낙엽이 되어 떨어져 버린다. 우박을 동반한 강한 비도 내렸고 기온도 급격히 니려가고 있다. 벼를 베고 깨를 베고 감나무에 감이 노랗게 익어 가고 사과, 배 등 과일이 탐스럽게 익어가고 수목들은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서리를 맞은 풀은 이제 힘을 잃고 누렇게 변색하는 것을 보면 한해의 삶을 마감하는 듯하다.

벗나무는 무슨 병인지 잎이 모두 말라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는 곳이 많다. 가을비가 내리고 기온도 내려가 아침으로는 자전거 주행하는데 스며드는 찬공기가 뼈를 쓰리게 한다. 팔토시를 하고 바람막이 옷을 겹쳐 입고 나가는데 젊은이들은 반바지 차림으로 달리는 모습을 보면 나이 차이를 실감하게 된다. 마음의 용광로가 식어가고 따라서 열정이 식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지구상의 모든 식물은 이렇게 한해를 주기로 종족번식의 삶을 반복하며 살아가지만 인간은 평생을 종족번식이라는 삶의 주기로 살아간다. 그러나 자손 번식도 이제는 문을 닫아야 할 판이고 유모차는 반려견 유모차가 되어 애기는 볼 수가 없다. 또 수명이 늘어나 자전거 도로에는 노인들이 대부분 점거하면서 산책을 하고 있다.

지난번 건강검진 결과 위내시경을 하고 조직 검사를 했는데 의사가 보기엔 이상이없어 보이는데 정학하게 확인하기 위해 다시 해보자고 한다. 조직 검사는 통상 50% 정도 확률로 종양을 발견한다고 하니 정확하게 재검하자는 것이다. 수면 내시경으로 하기로 했는데 비용은 7~8만 원 정도 개인이 공단과 관계없이 별도 돈을 내야 한다. 그래서 지난 금요일 예약하여 검사하고 내친김에 코로나와 독감 주사도 맞았다. 결과는 다행히 이상없다고 한다. 이날은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병원은 호평동 종점 근방에 있는 작은 병원인데 호평동으로 외지 사람이 몰려들면서 노인층 환자가 부쩍 늘어 매일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시설은 빈약하지만 아파트 주거지와 가까워 사람들이 많이 찿는 곳이기도 하다. 4층 건물에 1층은 약국, 2층은 외과, 내과, 건강검진, x-Ray실, 검사실, 치료실 등이 있고 3층은 물리치료실, 4층은 치과 병원이 있어 간단한 진료와 치료를 하기에 좋다. 1층 약국은 몰려드는 환자들이 대부분 이 약국에서 약을 지어 간다, 그래서 이 약국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루 전 목요일에는 자전거도 새로 바꾸었다. 3만 킬로미터 정도 탄 것이라 노후화되어 교체하기로 하고 지난 목요일날 사능 자전거 가게에서 사장님과 종일 작업을 해서 바꾸었다.

새로 구입한 자전거는 중고 자전거인데 티타늄 재질로 탄탄하고 가벼운 자전거다. 새것은 무척 비싸지만 중고로 나온 매물이라 저렴하게 구입했다. 물론 내가 타던 자전거는 사장이 손봐서 중고로 팔고 판 그 가격을 포함하여 최종 비용은 비상금을 모두 털었다. 그래서 아침 7시부터 작업을 시작해서 오전 내내 모타를 옮겨 달고, 채인과 스프라켓을 바꾸어 달고 짐받이도 옮겨 달고 앞 뒤 흙받이, 지지대 등에 대한 부착 작업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물론 가방, 블랙박스, 스피커, 라이트 등 소소한 부착물은 내가 분해하고 다시 새 자전거에 조립 했다.

조립을 완성하여 기념으로 내가 자짱면을 시켜 같이 먹고 집으로 오면서 시운전을 해보았는데 여러가지로 만족했다. 오르막 경사도 좀 쉽게 오르고 속도도 더 빠르고 만족한 상태였다. 집에 돌아온 뒤에 사장님께 소감을 전하면서 고맙다고 했는데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가을의 정취, 구리 한강시민공원 코스모스 단지 전경

구리 한강시민공원의 코스모스 단지에 코스모스가 활짝 피었다. 강북도로를 지나가는 차량에 탄 사람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코스모스 단지를 보고 환성을 지른다. 나도 예전에 그랬으니까. 왕숙천에도 코스모스 단지가 일부 조성되어 있다. 단조로운 색보다 복합적인 색깔이 섞인 꽃들이 아름다워 보인다.

그래서 인간 사회도 모두가 다른 모양과 성질을 가진 사람들이 뒤섞여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다양성은 각자의 재능을 발휘하면 통합적인 큰 힘을 나타내게 된다. 획일적인 사회보다 다양성이 존재하는 사회가 유리한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독선적이고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성격이나 태도는 인간 사회의 삶에 치명적인 흠이 된다. 그런 사람은 다른 사람과 화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중동 분쟁의 원인인 종교가 바로 그렇다.

가을 바람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는 가을의 대표적인 꽃이다. 옛날에는 시골길 길가에 많이 피었는데 요즘은 보기 힘들다. 그래서 이런 코스모스 단지에 가득핀 모습을 보면 여러가지 옛 생각이 떠오른다.

왠지 가을이 오면 남자들은 쓸쓸함을 느끼는데 그것은 한해의 종말이 가까워 온다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나같은 소인배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별로 없지만 권세가 높고 재력이 많은 인간들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힘들 것이다. 이런 엄청난 부귀영화를 누리다 모두 내려놓고 떠나 간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허무한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고려의 시조 태조 왕건이도 죽음을 앞두고 박술희 장군에게 인생의 덧없음을 한탄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사람이 산다는 것은 허무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신의 인생이 화려하고 보람있고 멋있어 보이지만 모두 지나고 나면 인생무상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난 군생활을 하면서 사랑하던 부하들의 사고사로 주검을 몇 번 보았다. 주검 앞에 서서 시신의 찬 이마에 손을 대고 솟아오르는 슬픔을 감추고 냉철한 이별을 해야만 했다. 죽고 난 다음에 울고불고 해봐야 소용이 없다. 살아 있을 때 정말로 사랑하고 존경하고 배려하며 아껴주는 마음이 부족했기에 죄의식에 몸부림 칠 것이다.

내가 군생활을 할 때 그토록 위엄있고 잘나가고 최고의 출세가도를 달리던 무수한 선배들이 지금은 몰골이 흉칙한 모습에 지독한 질병이 도지고 말이나 거동도 불편한 80~90대 노인들이 되어 병원이나 요양원이나 집에서 이성을 떠날 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뇌물을 받아 부귀를 누리고 부정을 저지르며 재물을 모으고 경쟁자를 모함하여 탈락시키고 뇌물과 아부로 진급하고 똥별을 달았다고 거들먹거리며 동기 모임에 나가서 폼을 잡고 교만을 떨며 큰 소리치는 그런 인간들이 대부분이다.

난 군 동기 모임을 포함하여 향우회, 초.중.고교 동창회, 동회회 등 어떤 모임에도 일절 연락을 끊고 나가지도 않지만 연락도 주고빋지 않는다. 그렇게 모범적이고 깔끔하던 친구가, 정의롭고 배려심 많던 친구가, 알고보니 부부가 뛰어난 뇌물과 아부형 사람이었다는 것에 실망을 했다. 업무보다 돈을 밝히고 육본이나 국방부 인사 담당자를 구워삶아 좋은 보직으로 옮기고 자신과 다투는 경쟁자를 파멸시키고 상급 사령부나 들락거리며 부인은 상관 집에 살다시피 하면서 식모살이를 하고 때때로 뇌물과 아부로 진급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나회가 잘나가던 시절에 그토록 폼잡으며 주요 보직은 도맡아 선두를 달리던 인간들이 군을 주름잡던 시절에는 상급자도 부하 하나회한테는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다가 하나회 사건이 터지자 하나같이 추풍낙엽이 되어 초라하고 추한 모습으로 변한 모습을 많이 보았다. 강원도 변방이나 부지휘관으로 대부분 쫒겨나고 대신 비하나회 선배들이 주요 보직을 차지했다.

하나회가 대부분 탈락하자 별을 바라보지도 못하던 인간들이 갑자기 벼락 출세를 했다. 그들은 사단장 등 지휘관으로 나가서 소신있는 부대 지휘를 하지 못했다. 생각치도 않던 별을 달고 사단장까지 나왔으니 눈에는 육군참모총장-국방부 장관이 눈에 선하게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부하를 생각하는 태도와 자세는 부하를 깔보고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오로지 자신의 출세에 지장을 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처벌을 가하곤 했다.

그러나 하나회 지휘관들은 당당하고 멋있게 부대를 지휘함은 물론 소소한 사고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반면에 사고 부대장을 불러 거액의 용돈을 주면서 힘내라며 격려해주었다. 군생활의 천국과 지옥이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잘나가던 하나회 출신 선배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고 거의 정신병자가 되었다. 술과 방황으로 세월을 보내다가 대부분 전역했고 지금 대부분 그때 받은 큰 스트레스로 사경을 헤메는 사람이 많은 것이고 곧 이 세상을 떠날 것이다. 모두가 허망한 세월이었을 뿐이다.

서후고개 넘어 정배리 가을 풍경

서후고개를 넘어 정배리 마을에 도착하여 잠시 쉬면서 사진 몇 장을 찍었다. 가을 정취가 물씬 나는 모습이라 정겨운 마음에 사진에 담았다. 여기서 문호리로 갈 것인지, 아니면 명달리도 갈 것인지, 또는 중미산으로 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갈림길이기도 하다.

벗고개와 서후고개를 넘어오는 젊은이들은 힘을 주체하지 못해 명달리로 향한다. 명달리 고개와 다락재 고개 길은 별로 볼 것이 없이 구불구불하고 가파르기만 하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넘쳐나는 힘 때문에 그런 길도 힘차게 오른다. 동부 5고개를 넘어야 식성이 풀리기 때문이다. 남들이 가니 나도 간다는 꼴이다. 그러나 중장년이라면 다르다. 2개의 고개를 넘은 후에는 진이 좀 빠져 여자들은 힘에 부치고 남자들도 구력이 딸리기 마련이다. 그만큼 삶에 찌들고 쌓인 스트레스는 물론 과도한 음주와 흡연, 밤마다 쏟아부은 정력 소진으로 체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배리 마을 풍경

중미산 올라가는 길

중미산 올라가는 길은 완만하지만 구간이 길다. 중간에 쉬면서 보니 잡초가 무성한 폐가처럼 보이는 산장이 있었다. 사람이 거의 사용하지 않은채 긴 시간 방치된 산장처럼 보인다. 주인이 누군지, 왜 방치되어 있는지 알 수 없다. 이런 경치 좋은 산골에 흉가가 되어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중미산 고개 정상 부근에는 자연 휴양림도 있고 산골마을도 있다, 천문대도 있고 모텔도 있다. 그런데 이곳까지 와서 모텔에 들어가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사람들 눈에 뜨지 않는 이런 곳의 모텔은 이용자가 많을까. 그래도 영업을 하는 것을 보면 유지가 되는 모양이다.

중미산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힘든 인생을 살아온 것처럼 숨이 차다. 가끔 주말에 오르면 위에서 내려오는 젊은이들을 보게 된다. 비호같이 내려가는 그들은 하나같이 빤히 쳐다보거나 모른척 속도를 내면서 달려간다." 힘네세요! 화이팅! 안녕하세요!" 하고 이런 격려를 해주면 좋으련만 저 잘난 폼을 내기 바쁘게 내려간다. '그래 ! 너 잘났다!' 속으로 되뇌이면서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중미산의 가을이 짙어가고 있다. 어쩌면 내년 봄까지 보지 못할 길이라 마음껏 만추를 음미하며 달린다. 도로 옆 문호천에는 나무들의 단풍이 별로다.

어제는 미국에서 나온 딸 부부와 아들, 손주, 마누라와 같이 호평동 먹자 골목에서 저녁 식사와 소주 한잔을 했다. 모처럼 모두 모인 자리라 식사 시간 내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무도 아프지 않고 슬프지도 않고 괴롭지도 않은 지금의 시간이 어쩌면 우리 가족의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닌지 모르겠다. 거창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보통의 삶이 우리들이 살아가는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