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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산다는 게 무언지......10

산다는 게 무언지......10

주말에 춘천으로 가는 45번 국도에 몰려드는 차량들

짙어가는 가을을 즐기기 위해 강원도, 동해안으로 달려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국도와 고속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물가는 고공으로 치솟고 경제는 주머니를 옥죄고 돈벌이와 일자리는 없어 서민들의 고통은 증가하지만 주말이면 단풍 구경을 가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지도 않아보인다. 사람들이 살아가기는 힘들지만 인생을 즐기는데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 듯하다.

사능역 근방 자전거 점포 옆에는 현대 자동차 부품 대리점이 있는데 소형 트럭 몇 대가 부품을 배달하는데 매일 무척 분주하다. 그만큼 자동차 부품이 잘 팔린다는 것인데 그것은 자동차 사고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국의 도로상에는 시시각각 수많은 자동차들이 사고를 내고 정비하느라 부품 소요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을이 짙어가는 북한강변 자전거길

달리는 자전거 바퀴에 눌리면서 나는 낙엽 소리가 이채롭다. '사가 사각'소리와 뺨을 스치는 바람, 바람에 흩어지면서 떨어지는 낙엽이 얼굴을 스치면서 떨어진다. 아침 안개가 자욱한 북한강 강변 길은 가을을 느끼기에 너무나 좋다.

이미 시들어 가는 물의 정원 꽃밭에는 주말에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삶에 찌들다 이런 자연의 모습을 보고 모두가 감탄을 한다. 2인 자전거, 드럼통을 단 자전거, 4인 가족이 타는 자전거 등을 타고 자전거길을 달리는 모습을 보면 모두가 무척 즐거운 표정이다.

벤치에 앉아 물끄럼히 북한강을 바로보면서 시름에 잠겨 있는 사람도 있다. 짙어가는 가을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스스로 힐링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요즘은 나이든 노인 연령층이 자전거를 많아 탄는 모습을 본다. 처음 타는지 차선을 가리지 않고 마구 달리는 모습, 자전거 에티켓을 전혀 무시한 채 병행으로 달리는 모습, 오르막길에서 힘들어 게 올라가는 모습, 친구의 권유로 자전거를 타러 나왔지만 너무 무질서한 자전거길이다. 젊은 친구들은 빠른 속도로 마구 달리다가 넘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주말에 한강 자전거길은 너무 자랑과 과시가 넘쳐나는 광란의 길이 되고 말았다.

요즘 내 주변에는 초.중.고 동기생이나 군대 사관학교 동기생들이 하나 둘씩 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남들의 부러움을 사면서 현직 때 잘나가고 사업해서 돈 잘벌고 그래서 부귀영화를 누리며 잘살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이 세상을 떠나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 마음 속에는 만감이 교차한다.

공직이나 직장을 다니면서 남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살아가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박봉으로 아무리 재태크를 잘한다 해도 큰 돈을 벌기는 힘들다. 70년대 개발붐을 타고 치맛바람을 일으키면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투기를 일삼던 사람들도 일부는 성공했는지 몰라도 대부분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업을 한다해도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극히 일부는 성공할지 몰라도 대부분은 각종 리스크로 사업을 망하고 알거지가 되기 쉽다.

그러나 부모가 성공하여 많은 토지나 건물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사람은 임대료를 받아서 편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부모가 경제적으로 가난했고 물려받은 재산이 없다면 빈손으로 출발하여 박봉으로 살아가면서 알뜰살뜰 모아도 경제적으로 풍요를 누릴 수가 없다.

그러나 얼굴이나 몸매, 목소리가 좋아 연예인이 되거나 유명 스포츠 선수가 된다면 몰라도 그럴 능력이나 재능, 미모를 갖추지 못했다면 가난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한마디로 지금 우리 사회는 계층을 뛰어넘을 수 있는 사다리가 무너지고 정체된 사회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유일한 희망이 로또 당첨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까.

호명산을 오르다

호명산 낚시터

10월 중순 경에는 모처럼 전철을 타고 상천역으로 가서 청평 호명산을 넘어보기로 했다. 9시 반경 호평역으로 가서 전철을 타기 위해 플랫홈에 올랐는데 역무원이 달려와서 '무슨 열차를 탈 것인가' 하고 물었다. 민원 때문에 평일에는 출근 시간이 지난 10시부터 4시 사이에 일반 전철을 탈 수가 있다. 그러나 지정 좌석이 있는 청춘열차는 관계없다. 그래서 '일반열차를 타는데 기다리가다 10시에 일반 열차를 탈 것이라' 했다. 그러자 역무원이 웃으면서 '알았다'고 하면서 돌아갔다. 요즘 자전거 열차 통제가 좀 심한편이다.

호명산은 서울에서 가까워 사람들이 당일 코스로 산행도 많이 하지만 자전거 주행도 많다. 동호회 회원들이 자주 찿는 코스이기도 하다. 나는 호명산 주행을 평소 여러번 생각하고 있었지만 주행거리가 짧아 미루어오다가 오늘 처음으로 오르기로 했다. 그리고 호명산을 넘어 청평호반 도로를 타고 복정리를 경유하여 가평대교를 넘어 설악으로 들어가서 명지산 방향으로 37번 도로를 타고 가서 중미산 고개를 넘어 양평 방향으로 내려와서 아신역 근방에서 남한강 자전거길을 타고 양수역을 거쳐 북한강 철교 방향으로 주행하기로 했다. 거기서 새터로 가든 팔당으로 가든 방향을 가다가 결정하기로 했다. 주행거리는 대략 110~120킬로미터 정도가 된다.

상천역에서 내려 역광장에서 주행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젊은 남녀 둘이 굴다리를 지나 올라가는게 보였다. 호명산으로 가나보다 하고 나도 그들이 간 방향으로 뒤따라 갔는데 중간에 서서 입구를 찿지 못하고 지형을 둘러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지나 지난번 정찰겸 입구를 찿아 올라가다 내려온 길을 기억하고 내려가다보니 호명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였다. 나도 초행길이라 젊은이들에게 길을 안내하지 못했다.

가을이 깊어가는 호명산 오르막길은 차량도 적고 한적하다. 중간에는 낚시터도 있고 무척 조용하다. 길은 잘 만들어져 있고 적당히 가파르다. 다니는 차량도 적고 자전거족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올라가다 호명산 호수로 가는 갈림길 근방에서 한 두명 자전거족이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반대편에서 올라와서 내려오는것인지 아니면 상천역에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지는 알 수 없었다. 정상 부근에는 호명산 호수로 올라가는 갈림길이 있는데 호명 호수는 다음에 가보기로 하고 산을 넘기 위해 바로 정상으로 올라갔다. 갈림길 근방에는 여러 식당과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호명산은 서울에서 호젓하고 가까워 사람들이 비교적 많이 찿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호명산 낚시터

낚시터에는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런 조용한 외진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낚시도 일종의 중독이다. 휴일이면 낚시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는 남편들을 아내는 어떤 심정으로 바라볼 것인가. 가족을 동반하여 지방 축제 참석, 체험 학습, 역사 유적지 탐방, 등산, 낚시, 수영 등을 하면서 떠나는 캠핑이 최근에 부쩍 늘었다. 캠핑 장비 업체들이 호황을 누린 최근 10년 사이였지만 코로나로 인해 타격이 많았을 것이다.

 

호명산 고개 정상 팔각정

고개 정상 쉼터에는 팔각정도 만들어져 있다. 차량도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에 반대편 복정리 방향 내리막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길이 매우 불량하다. 시공한 지 10년은 족히 넘어 보인다. 콘크리트 도로인데 조인트 부분마다 튀어나와 덜컹거린다. 길도 좁고 반대편에서 차량이라도 올라오면 피할 공간도 부족해보인다.

내려가는 내내 등골이 오싹하다. 길을 이렇게 방치하는 이유는 다니는 차량이 적어서일까. 예산이 배정되어 있어도 다른 곳에 투자한 것일까. 도로를 이렇게 방치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다행히 내려가는 내내 올라오는 차량도 내려가는 차량도 거의 없다. 두번 다시 이 길은 지나가고 싶지 않는 길이다.

호명산 베토벤 하우스 카페

호명산 베토벤 하우스 전경

그래도 참고 내려오다보니 호젓한 곳에 카페가 만들어져 있다. 입구에는 '일출 명소'라고 한다. 잠시 쉬면서 사진도 몇 장 찍었다. 동쪽이 보이는 산 중턱에 만들어진 카페에서 새해 일출을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년말이면 유명 일출 장소마다 사람들이 벌떼처럼 모여 혼잡을 이루지만 이런 곳은 아는 사람만 올 것이다. 그런데 차나 음식이 제공될 것인데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외진 곳에 만들어진 카페가 유지되는 것도 대단하지만 이런 곳을 찿는 사람도 대단하다. 먹고 살기에 주안을 둔 사람이라면 매출이 걱정일 것인데 매출이 적어도 충분한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별장처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모르겠다.

호명산 베토벤 하우스 카페

다시 출발하여 불편한 내리막길을 달려 한참을 내려오다보니 발전소로 가는 갈림길이 나타났다. 갈림길을 지나 그대로 복정리 방향으로 달렸다. 차량은 드물지만 달리는 차량들이 빠른 속도로 달린다.

외제차가 무서운 굉을을 내면서 달린다. 왜 외제차는 굉음을 내면서 달리는 것일까. 모두가 자기 자랑이요 남에게 괴시하려는 인간의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언제 깨닫게 될까.

이 호반길 주변에는 부지 정리와 건물 신축 등이 많아 덤퍼 차량도 많이 지나다닌다. 조심조심 속도를 줄이면서 달리다보니 드디어 청평 호반길과 만나는 삼거리 지점이 나타났다.

가평 대교 전경

청평 호반 전경

청평 호반길에 도착하자 여기서부터는 몇 번 다니던 길이라 안심하고 설악 방향으로 달렸다, 오르막길을 오르고 내려가기를 두 세번 반복하다 보니 멀리 가평대교가 보인다. 가평대교 중간에 서서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오랫만에 다시 만난 가평대교이다. 차량들이 빠른 속도로 굉음을 내면서 달린다. 터널을 지나는데 차량 굉음이 공명을 일으켜 귀가 먹먹할 정도라 무서워 조심조심 달렸다.

가평 대교 전경

청평 호반은 지나갈 때마다 푸른 호수가 너무나 청명해 보인다. 호반 주변으로는 수상 모터장이 곳곳에 있고 별장들이 호수 주변에 빈틈이 없을 정도로 지어져 있고 각종 민박, 모텔, 카페,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다. 지금도 곳곳에는 부지를 조성하느라 덤프 차량들이 분주히 오간다.

별장 거실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 청평 호반을 바라보는 행복은 혼자보다 아릿다운 여인이 옆에 있을 때 더욱 흥취가 날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친구 부부를 불러 밤새 이야기 꽃을 피우고 술을 마시면서 즐거운 시간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오랜 죽마고우보다 직장 부하들이나 권력의 하수인들이나 재물의 노예들이거나 비슷한 수준의 생활 정도나 권력이나 재물을 가진 사람이라야 할 것이다. 권력도 없고 재물도 없고 인물도 능력도 없는 그런 사람은 초청 대상이 되지 못할 것이다. 당신이 청평 호반에 별장을 가졌다면 주변에 자랑하고픈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어떤 사람을 불러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인가를 생각해보라.

가평대교와 터널을 지나서 금방 설악에 도착했다. 설악은 가평대교와 터널이 뚫리기 전에는 참으로 오지였는데 들어가는 곳마다 심한 고개길이 있어 들어가거나 나오기가 무척 어려운 곳이다. 주변에는 골프장이 여럿 만들어져 있어 골프를 치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설악으로 들어가는 지형은 대략 이렇다.

북으로는 가평대교와 터널이 뚫리기 전에는 청평호로 차단된 지역이었다. 설악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보면 이렇다. 먼저 동으로 86번 도로는 장락산(629.5미터), 보리산(627.2미터)을 넘어야 하고, 서로는 86번 도로가 화야산(754.2미터), 보답산(432.5미터)를 넘어야 하고, 남으로는 37번 도로가 골달산(627.9미터), 중미산(834.1미터), 봉미산(856미터), 유명산(863.9미터)을 넘어 길이 나 있다.

서종면 문호리에서 352번 도로가 중미산 고개로 이어지고 중간에서 명달리와 다락재 고개를 넘어야 설악으로 들어갈 수가 있다. 양수에서는 벗고개와 서후고개를 넘고 명달리로 가든 중미산 고개를 넘어야 한다. 그래서 이러한 지형 여건으로 차량도 그렇지만 자전거로 들어가기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특히 겨울철 눈이 내린 길이라면 더더욱 지나다니기가 여려운 도로들이다. 부지런히 제설작업이 이루어져야 통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교통이 편리해지자 설악도 엄청나게 변하고 있었다. 오지에서 모여살던 사람들이 서울이나 양평, 가평이나 청평이나 춘천으로 나가기 시작했고 반대로 설악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적어 설악은 사람들이 빠져나가 설렁해진 느낌이다.

사람이 살아가려면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농사를 지어서 먹고 살든, 직장을 다녀서 돈을 벌든 장사를 해서 벌든 돈을 벌어야 먹고 살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악은 주변에 농지도 적고 회사도 거의 없고 공장도 없다. 단지 찿아오거나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소비에만 의존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다. 드나들기도 힘들고 먹고 살기도 힘들다면 그곳을 떠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 사람들이 찿거나 놀러와서 유원지나 즐길거리가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가 못한 실정이다. 좁은 동네에서 즐기지도 못한다. 금방 소문이 나서 문제가 되기에 외지로 나가려는 습성이 있다. 주변에 골프장이 여러 개 있지만 이런 시골에서 얼마나 소비를 할 지 알 수 없다.

설악 시내를 지나 37번 도로를 타고 중미산 방향으로 달렸다. 이 길은 두번째로 가는 길인데 비교적 완만한 도로로 달리기에는 좋지만 주변 골프장 약속 시간 때문에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차량이 많다. 그래서 여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사고날 가능성이 높은 도로이다.

중미산이 가까워질수록 오르막 고개길이 여럿 나타난다. 완만한 경사지만 그래도 주행하는 데에는 힘이 든다. 중미산 고개 정상이 가까워 지자 밧테리가 거의 다 소모되어 간다. 벗고개와 서후고개를 넘어 중미산을 오르는 것이나 호명산을 넘고 복정리를 지나 설악을 경유 잔고개를 여럿 넘다보니 밧테리 소모량이 거의 비슷하다. 평일이라 자전거 족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중미산을 내려와서 옥천면에서 내려온 길을 바라본 전경

중미산 고개정상에서 아신역까지는 20~30분이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 아신역 근방에서 남한강 자전거 도로를 타고 북한강 철교를 지나 호평동으로 돌아왔다. 처음 장거리 주행이라 몸이 지친다. 그러나 처음 가는 길이라 흥미로웠고 한번 다녀본 적이 있는 길은 익숙하여 주행하기에도 좋다.

나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자식에게 부담을 줄여주고 마누라에게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이런 즐거움과 건강을 주는 자전거 주행은 내 삶의 전부가 되었다. 깊어가는 가을 밤 소주 한잔을 하면서 하루를 되돌아보고 쌓인 피로를 풀고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뉴스를 보면서 자신의 삶도 되돌아보기도 한다.

'아름다움은 눈앞에 보이는 것으로 끝나지만 마음 속에서 피어오르는 향기는 멀리멀리 날아가 주변 사람들에게 향기로운 냄새를 전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 인생은 이기심과 탐욕의 늪에 빠져 평생 허덕이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런 이기심과 탐욕에서 벗어나는 순간 그때야 깨닮음을 얻게 되고 그래서 진정한 삶이 어떤 삶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주변 사람들에게 향기를 전하는 사람이 진정한 보람있는 삶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