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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 2 본문
깊어가는 가을 2
자전거에 톱을 장착하고
자전거에 톱을 장착한 모습
새벽 6시경 집을 나서면 바람이 너무 차다. 바람막이와 조끼를 겹쳐 입고 팔토시도 해야 하고 장갑도 두꺼운 것을 사용해야 한다. 태양이 떠오르면 그때부터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여 더우면 벗는다. 겨울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다. 마석 일대는 이른 아침부터 산책하는 사람이 많아 주행에 조심해야 한다.
새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에 다시 북한강 철교 방향으로 45번 도로를 따라 노견에 병행하여 설치되어 있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 달린다. 도로변에는 각종 점포도 많고 강변으로 진출입하는 출구가 많다. 그래서 좌우측에서 차량이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진입하는 경우가 많아 조심해야 한다.
서울~양양 고속도로 고가 밑을 지나면 고개길이 나타난다. 여기서부터는 자전거길이 도로와는 별도로 강변을 따라 조성되어 있어 차량 걱정 없이 달릴 수 있다. 그런데 오르막부터 시작하여 자전거 도로 주변에는 수목과 칡을 포함한 넝쿨 식물이 너무 자라 자전거 도로를 뒤덮을 기세다.
호평동으로 이사를 온 후 7년째에 접어들지만 그동안 이 자전거 도로를 다니면서 포장 등 자전거 도로를 정비하거나 제초작업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수목과 넝쿨 식물이 자라다가 가을이 되면 저절로 낙엽이 지고 줄기와 가지만 남기에 별도로 작업을 하지 않고 방치해둔다. 자전거족은 그 사이로 다니다보니 저절로 통로가 겨우 유지되는 도로다.
특히 금년에는 나무 가지와 아키시아 나무가 너무 자라 주행에 방해가 되고 위험하여 지난 8월부터 내가 직접 정리해보기로 했다. 자전거에 집에 있던 톱을 장착하여 다니면서 매일 조금씩이라도 정리해보기로 한 것이다. 주로 정리 대상 구간은 금남리 오르막부터 북한강 전망대 구간과 북한강 전망대에서 물의 정원 경계선까지인데 기타 구간에도 위험 요소가 보이면 정리해 나가기로 했다. 전체 정리 대상 구간은 약 5~7킬로미터 거리다.
난간 넝쿨식물 제거 모습
우선 새터에서 금남리 고개길까지는 도로 노견을 따라 드문드문 나무가 서있는 가운데 가지가 과도하게 처진 나무 가지를 자르고, 고개길부터는 도로로 과도하게 튀어나온 나무 가지와 처진 나무 가지를 톱으로 자르고 난간과 나무 가지를 타고 올라 자전거 도로로 줄기를 내뻗은 넝쿨식물도 매일 조금씩 제거해나갔다. 그런데 작업 구간 거리도 길고 내가 제거하는 속도보다 나무와 넝쿨식물이 자라는 속도가 너무 빨라 표시가 별로 나지 않는다.
북한강 전망대 정상 부근 도로 옆에는 특히 아카시아 나무가 많다. 자전거 도로 쪽으로 가지를 길게 뻗어 내밀고 있어 위험하여 우선적으로 먼저 제거 작업을 했다. 매일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씩 하면서 다니다보니 특히 주행에 위험을 주는 장애물이나 커브 구간을 대부분 제거해 나갔다.
주로 오전 7시 전후로 이 구간에서 작업을 하는데 지나가는 자전거족이 많았지만 그중에 수고한다는 말은 겨우 그동안 한 두번 들은 것 같다 대부분 젊은이들은 그냥 아무 말없이 미친 듯이 지나간다. 중년도 대부분 그냥 지나간다. 나이든 사람 중 몇 사람뿐이다. 자전거가 서 있고 헬멧도 쓰고 작업을 하는 내가 시청에서 나온 사람으로 오해를 하는 것인가? 그래도 '수고한다'고 한마디 하면서 지나가면 어디 덧나나?
오늘날 우리 사회는 너무 매마른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는 증거다. 인간들이 남을 배려하지 못하고 자신만 잘났다고 생각하기에 그럴 것이다. 밥상머리 교육부터 인성 교육이 부재하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이 안타까운 마음이다. 난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가 제초 작업을 하고 있거나 자전거 도로 보수 공사를 하고 있는 인부들이 보이면 반드시 "수고하십니다!"하고 지나간다.
나 스스로 자원해서 하는 봉사이기데 '수고한다'는 말을 굳이 듣고자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전거 도로를 정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자신이 그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고 있다면, 그리고 자전거 도로가 제초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면 저절로 '수고한다'는 말이 나와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나 스스로 봉사하면서 자아만족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런 말이 문제가 아니다. 봉사하는 나 자신이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다만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수고한다'는 말 한마디에 나는 피로가 말끔히 사라지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넝쿨식물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실제 관리를 담당하는 정부 기관에서는 무관심하다. 특히 가시박 같은 식물은 열매에 바늘이 있어 옷이나 피부를 파고든다. 잘 떨어지지도 않고 물에 실려 하류로 확산된다. 심지어 가시박 같은 경우는 나무를 타고 오르고 칡넝쿨을 타고 올라 점차 강변에서 육지로 산으로 넓은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나무가 죽고 온 천지가 넝쿨식물로 뒤덮일 날이 올 지도 모른다. 대대적인 제거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심지어 가시박 넝쿨식물은 거미줄까지 타고 오르고, 수직으로 머리를 1~2미터 이상 뻗어 나무 가지를 타고 오른다. 난간이고 간판이고 전기줄이고 무엇이든지 타고 오른다. 1년생이라 가을이면 잎이 지고 봄이 되면 다시 싹이 트지만, 넝쿨식물이 뒤덮은 나무는 자연히 햇빛을 받지 못해 죽게 된다.
칡넝쿨은 난간을 배배꼬아 오른다. 그 칡넝쿨을 타고 가시박이 오른다. 난간을 오르고 바닥으로 뻗는다. 무엇이든지 타고 올라 온 천지가 가시박으로 뒤덮일 기세다.
왜 남양주시에서는 이 도로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일까? 지난 8월달 부터 사작된 도로 정비 작업을 하면서 궁금증이 생겼다. 다른 도로는 열심히 잡초 제거 제초 작업을 하는데 말이다. 팔당 구간은 비만 내리면 진흙탕 길로 변한다. 제초 작업을 하지만 도로변만 제거하지 처진 나무 가지나 튀어나온 나무가지까지 잘 제거허지 않는다. 그런 구간의 나무 가지를 제거하고 있다. 특히 커브길에 자란 나무는 반대편이 잘 보이지 않기에 철저히 제거하고 있다. 왕숙천 남양주시쪽 구간도 제초 작업을 하지만 일부 구간에 쳐진 나무 가지는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8월 말경에 남양주 시청 자전거 도로 담당자에게 민원 전화를 넣었다. 실태를 이야기했더니 담당자 말이 그곳은 남양주시에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45번 도로를 관리하는 지방국토관리청에서 관리한다고 했다. 협조 공문도 보냈다고 했다. 그렇다면 45번 도로를 관리하는 국토관리부 산하 의정부 국토관리청에서 담당하는 구간이다. 남양주시는 국토관리청에 미루고 국토관리청은 45번 차량이 다니는 도로 관리에 우선을 두고 자전거 도로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 관계로 이곳 자전거 도로가 방치되고 있다는 결론을 확인했다. 그래서 추석 전에 내가 직접 국토관리청을 대상으로 사진을 첨부하여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었다.
도로를 막고 난간을 점령한 넝쿨식물을 대략 정리한 모습
추석이 자난 다음주, 의정부 국토관리청에서 담당자 전화가 왔다. 민원을 받고 민원 제기자와 직접 통화를 시도한 것이다. 내가 그 실태를 낱낱이 이야기 했다.
'도로에 사고가 났는데 가드레일과 가로수가 넘어져 자전거 도로를 막고 있었는데, 도로 주변만 정리하고 자전거 도로에 넘어져 걸쳐진 나무는 그대로 방치되어 있어 내가 톱으로 제거했던 이야기며, 7년 동안 이 자전거 도로를 다녔는데 도로 상태가 불량한 상태인데도 한 번도 자전거 도로를 포장하거나 정비하거나 제초 작업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요즘 매일 내가 직접 다니면서 조금씩 제거하고 정리하고 있는데 구간도 길고 작업량도 많아 나 혼자서는 대책이 없다.'는 주 내용이다.
사고난 지역. 아마 대형 차가 사고난 것 같다. 부셔진 가드레일과 넘어진 가로수. 이 나무가 넘어지면서 나무 가지가 자전거 도로를 막고 있어 지나가다가 톱으로 제거했다.
그러나 담당자는 이곳 지리를 잘 아는 사람으로 그 실정을 잘 알고 있다면서 민원이 제기되었으니 경각심을 갖고 당장 업체에 용역을 주어 작업하겠다고 했다. 고마운 일이지만 그동안 자전거 도로를 방치 상태로 둔 45번 도로 관리 당당자에게 분개를 느낀다.
소위 북한강 자전거 길이라고 한국이 자랑하는 자전거 도로의 대표적인 길인데, 이렇게 무관심하게 방치한 것은 업무 태만이 속할 것이다. 그렇다고 45번 도로가 잘 관리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안전 시설, 경계 표식, 포장 상태 등이 양호한 것도 아니다. 강변과 음식점, 건물로 드나드는 차량이 무수히 많고 휴일이면 자전거가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봄빈다. 자전거 도로에 차량이 주차하고 도로 상태로 엉망이다. 도로 주변 경사지에는 각종 쓰레기가 무수히 수년째 방치되어 있다. 관리 당장자에 대한 문책이 필요해보인다.
추석이 지난 지 2주째 아직도 아무런 조치가 이루저지지 않고 있다. 서리가 내리면 낙업이 지고 자전거길은 또 그대로 방치될 공산이 커 보인다.
어린이 놀이터 근방에서 깨어진 유리 조각을 줍던 서양의 어느 어린이 애호가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나도 마찬가지로 자전거를 즐겨타고 그래서 자전거 도로를 사랑하고 나 자신을 포함 자전거를 타고 이 길을 주행하는 모든 자전거족들이 안전하고 즐거운 주행을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면서 나 스스로 이런 봉사 활동을 통해 힐링이 되고 보람과 기쁨을 느끼면서 오늘도 자전거에 톱을 장착하고 출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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