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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마음이 가는 곳에, 두바퀴가 머무는 곳에 41

마음이 가는 곳에, 두바퀴가 머무는 곳에 41

 

 

새터에서 북한강 철교 가는 길 4




북한강 아침 전경

 

7월 23일 토요일, 날씨는 흐린 날이지만 아침 7시 경에 다시 마석으로 출발했다. 비는 내리지 않을 것이지만 흐린 날씨라 자전거 주행하기에는 좋은 날씨다. 

 

초등학교 손주들이 방학을 했다. 방학 동안 시달릴 생각을 하니 우리 부부는 걱정이다. 애비가 휴가를 내면 일주일 정도 데려갈 작정이지만, 게임이다.공부다 태권도다 손주들도 바쁘기만 하다. 오늘도 폭염이라니 바닷가로 산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이동할 것이다. 국도와 고속도로는 휴가철 이동하는 차량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휴가를 즐기기 위해 가다가 각종 사고로 불행을 자초하는 것도 다반사다. 인간은 즐기기 위해 죽음을 향해 불나방처럼 달려가기 때문이다.

 

 


짐실철교에서 바라본 한국의 바벨탑
 

 

세상은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요지경 속이다. 뉴스를 보니 내가 살고 있는 것이 사는 게 아닌 것 같다. 천만 원짜리 운동화가 출시되었다고 하고, 스타벅스 가방에 발암물질이 나왔다고 하고, 이재명 부부 의혹과 관련된 사람들이 줄줄이 묵숨을 끊고 있다. 면허증이 폰 안으로 들어온다고 하고, 한미간 금리가 역전될 전망이라고 하고, 기업의 체감경기가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라고 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인구 절벽시대가 도래했고, 주택 금리가 4~6%대로 올라 전세는 가고 월세가 대세리고 한다. 배추/무우 도매가가 폭등 추세라 하고, 하반기 반도체 수출 전망이 어둡다고 한다. 대우조선 파업에 따른 대책으로 막대한 세금을 퍼붓고 이는 산은의 낙하산 인사 때문이라고 한다. 

 

김정은이가 현정권에 대한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강도 높은 대남 비방을 했다. 선제타격이라는 우리측 전술에 무척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북한 김정은이는 원자무기를 개발하고 실전 배치했지만 그의 말대로 남한을 마음대로 타격할 수나 있을까가 의문이다. 북한의 공멸을 초래할 각오를 하고 저지른다면 모를까. 그가 세계 핵전쟁을 일으킬 주인공이 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신형 이지스함인 정조대왕함 진수되었다고 한다. 1800개의 표적으로 동시에 탐지하고 타격이 가능하다고 한다. 폴란드에 K-2 전차를 비롯한 막대한 금액의 방산 수출이 성사되었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베낭에는 모닝빵에 참치와 양파를 넣은 빵과 대구에 사는 절친이 보내주신 친환경 토마토를 간식으로 넣고 생수와 커피를 냉동시켜 가져간다. 북한강 철교 밑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간식도 먹고 적당히 녹은 생수와 커피를 마시면 별미다. 통상 아침을 거의 먹지 않고 나오기 때문에 허기진 배를 만족시켜주기에 맛이 난다.

 

조안면 일대 자전거 도로는 최근에 재포장을 하여 잘 만들어져 있다. 흑갈분홍색깔로 정성을 들여 포장을 했는데 노면도 아주 평탄하고 물의 정원까지 계속 포장되어 있다. 지금까지 내가 본 자전거 도로 포장 중에서 가장 잘 포장된 도로라고 생각된다.

 

 

 




잘 포장된 자전거길
 

 

 

물의 정원 근방 꽃밭은 장비로 새로 일구고 많은 비료를 뿌리고 무언가 심으려는 것 같다. 과거에는 코스모스도 심었고 양귀비꽃도 심었는데 구리 한강 시민 공원처럼 보이기 위한 꽃밭 조성에 비난이 일었는지 일 수 없으나, 금년에는 대량으로 꽃을 심지는 않았다. 시민들이 자주 찿는 문화공간으로 변화를 시도하는지 알 수 없다. 

 

 

사람은 이루지 못한 첯사랑을 항상 잊지못하는 본능이 있다. 어린 마음에 강한 자극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번 소나기 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단편 '소나기'는 자라나는 청소년기에 접한 순수문학으로 아마 우리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아름답게 남아 있는 순수와 서정의 대표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황순원 작가의 단편 '소나기'에 나오는 윤초시네 증손녀와 시골 총각 간에 첯사랑이라기보다 풋사랑 이야기를 다룬 내용인데, 시골 시냇가 징금다리에서 만나게 된 둘이는 처음 만난 이후 주변 산하를 돌아다니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간다. 소년은 소녀에게 들꽃을 한아름 꺾어 연겨준다. 점차 서로에게 마음의 문이 열리고 친밀감을 느끼게 되고 시골의 여름, 아름다운 서정적인 풍경이 전개되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바람에 움막으로 피하고 비가 그친 후 물이 불은 징검다리를 건너면서 소년은 소녀를 업어주면서 서로 따스한 체온이 교감을 이룬다. 그러나 얼마 후 가정 사정으로 양평으로 이사간 윤초시네 증손녀가 아무런 기약도 언약도 없이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잠결에 부모님의 이야기를 통해 듣게 된다. 안타까운 이별로 소나기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난다. 즉 이루지 못한 아름답고 아련한 풋사랑 이야기가 영원히 아름답게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소나기의 이야기가 계속되어 윤초시네 증손녀가 죽지 않고 양평에 살면서 시골 총각과 서로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연애를 하고 나중에는 결혼까지 했다면 과연 해피엔딩으로 진행되었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애까지는 어쩌면 아름다울지 모르겠으나 결혼 생활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욕망의 치열한 삶이 지속되기에 각자 내면에 숨어 있던 욕망과 이기심이 나타나 갈등하게 된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한 가난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하층민으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반대로 경제적인 풍요를 누린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마찬가지 가정 파탄의 원인이 되기 쉽다. 경제적 궁핍은 폭군과 악녀를 만들지만 경제적 풍요는 방탕과 사치를 추구하기 쉽기 때문이다. 

 

 

 

절친이 보내준 토마토와 마트에서 구입한 살구, 바나나를 화채로 만들어 쉼터에서 간식으로 목는다.

 

절친을 만나고 헤어진지도 반세기가 지났다. 어쩌면 토마토는 소나기 스토리처럼 이루지 못한 마음의 아름다운 결정체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반세기 전의 기억이 오래오래 마음 속에 영원히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토종닭 누룽지 백숙

 

초복, 중복날이 지났다. 여름철 원기도 회복시킬 겸 토종닭 누룽지 백숙을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먹었다. 다리가 꽤 커서 냄비에 잘 들어가지 않을 정도다. 친구도 없고 지인도 없이 요즘은 혼자 집에서 초졸한 파티를 하면서 저녁을 보낸다. 마누라는 손주집에 파견을 보냈으니 일주일 내내 거의 혼자다. 애비가 오면 그때 마누라는 주말 휴가를 내어 집에 온다. 

 

난 자녁 파티를 즐기면서 티비와 노트북을 동시에 틀어놓고 드라마, 동영상을 동시에 두개 씩 동시에 보고 있다. 극한직업, 나는 자연인이다, 특종세상, 동물농장, 드라마 등을 주로 본다.





 

북한강 강물을 바라보며 달리는 가슴 속에는 지나간 세월의 아름다운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것 같다. 오늘의 이런 호사를 누릴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아무런 욕심이 없는 공허한 상태, 모든 것을 버린 빈 마음이 되어야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찌든 탐욕으로 가득한 인간의 마음 속에는 누구나 지나온 세월의 삶의 치열한 경쟁에서 쌓인 분노의 덩어리가 가득할 것이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고 노력했지만 성취하지 못했고 이루지 못했고 가지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마음 속에 쌓인 그런 분노의 화 덩어리를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북한강 강물에 매일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