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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마음이 가는 곳에, 두바퀴가 머무는 곳에 40

마음이 가는 곳에, 두바퀴가 머무는 곳에 40

 

 

새터에서 북한강 철교 가는 길 3

 

 

 

비만 오면 물을 건너거나 징검다리를 건너야 했던 개울에 새로 만들어진 교량

 

 

금남리와 조안면 일대 자전거 도로는 아직  제초작업을 하는 인부들이 작업이 실시되고 있지 않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 우선으로 하다보니 미처 손을 못대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자전거 도로 곳곳에는 주변 나무와 넝쿨 식물들이 가지가 늘어지고 도로를 점령하려는듯이 자라고 있어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보면 사고가 나기 쉽다. 바퀴에 휘감기거나 얼굴이나 눈을 다치거나 헬멧이 걸려 머리나 목을 다치기 쉽다. 그래서 사실은 오늘 나올 때 자전거 길을 가로막고 자라고 있는 칡넝쿨과 아카시아 나무 가지를 자르려고 갈쿠리와 소형톱을 가지고 나왔는데 보슬비가 내려 다음날에 자르기로 하고 그냥 물의 정원을 향해 달렸다. 

 

날씨가 궂은 날씨라 자전거족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조안면 물의 정원 쯤에 오니 비가 그치고 날씨가 맑게 개이기 시작했다. 비만 오면 건너야 했던 개울 두 곳에는 번듯한 구름다리가 육중하게 콘크리트로 잘 만들져 있어 이제는 개울을 건너지 않아도 되었다. 다리 공사를 해준 지자체에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음악을 들으면서 잘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보니 물의 정원을 지나고 북한강 철교 다리밑 쉼터에 도착했다.

 

 

 







 

 

 

 

북한강 철교 아래 쉽터에 도착하여 헬멧과 베낭을 벗고 비에 젖은 자전거와 전기 전선 부분, 복장에 물기를 닦고 있는데 지나가던 어떤 사람이 다가와 무심코 나를 쳐다보면서 

 

"비가 오는 날인데 자전거 타시는 거 보니 대단하십니다."하면서 다가왔다.

 

"어, 예~~" 난 자전거를 닦다가 그 사람을 바라보니 나이가 나보다 조금은 젊은 사람이었고 자전거 복장은 아니라 이 근방을 지나가는 사람인 것 같았다.

 

"운동으로 몸이 다져진 모습이 대단하십니다"며 나를 아래 위로 훝어보며 칭찬을 한다.

 

" 예 매일 조금씩 타고 있습니다"하고 답했다. 

 

자신은 제천이 고향인데 이곳 거래처에 왔다가 잠시 이 일대를 산책하는 중이라 했다. 그는 북한강 철교를 가리키며 어린 시절에 자신이 수도 없이 지나다니던 철교라고 했다. 북한강 철교 이야기며 서울로 진학하여 기차를 타고 이 철길을 다니던 이야기자 나도 어린 시절 고향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는 이런저런 옛날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자기는 60대라 한다. 그러면 내가 자리던 시대와 거의 비슷한 가난한 시절을 체험하면서 자란 세대다. 

 

또 그 사람은 내 말소리 엑센트와 잇뻘 모양을 보더니 어느 지방 출신인지, 잇빨을 인플란트 한 것까지도 알아차린다. 사람을 예리하게 관찰하는 눈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어쩌면 경찰 같기도 하고 내가 어떤 범인을 닮았는지 내게 접근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내 등 뒤에 붙어 있던 큰 벌레를 가리키며 털어주었다. 더덤이가 긴 곤충인데 처음에는 등 뒤에 무슨 안테나인 줄 알았단다. 조금 전에 비를 피하고 있을 때 목 뒤에 무언가 간지르는 게 있어 손으로 털었는데 그것과 같은 더덤이가 길고 엄지 손가락 만한 굵기의 흑갈색 곤충이었다. 그런데 또 한마리가 내 등어리에 붙어 여기까지 온 것이다. 아마 부부, 연인, 불륜인지는 몰라도 교미를 하던 곤충인 것 같은데 내가 두 곤충을 떨어뜨린 꼴이 되고 말았다. 아마 공중에서 교미를 하다가 두 마리가 떨어지면서 내 등어리에 붙어 있다가 먼저 한마리가 내손에 떨어지고 나머지 한 마리는 거리가 5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이곳으로 오는 바람에 생이별을 한 셈이다. 곤충을 풀밭으로 보내주었지만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더덤이긴 노린재'라는 곤충같아 보이는데 식물의 수분을 빨아먹고 사는 해충에 속한다고 한다.

 

그 사람은 이야기를 끝내고 '잘가시라'고 인사를 하면서 우리는 헤어졌다. 그 사람음 붙임성도 좋고 사람을 상대하는 데 자신이 의도하는대로 이야기를 끌고가는 능력이 있는 사람같다. 관찰력도 예리하고 이야기도 재미있게 잘 하는 사람이다. 난 내성적이라 다른 사람에게 절대로 먼저 말을 걸지 않는 성격이다. 그래서 붙임성도 없고 무표정하게 눈으로 관찰만 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타입이다. 이런 내성적인 성격은 자기 주도형 인생을 살아가기에는 바람직한 성품은 아니다. 스스로 바꾸려고 노력하지만 결국에는 겉으로만 달라질 뿐 그 근본적인 성격은 달라지지는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