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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악산 화악 터널 고개를 오르다 3 본문
화악산 '화악 터널 고개'를 오르다 3
고산 지대라 초목들이 아직 본격적인 잎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 기온이 낮은 탓일 것이다. 중봉을 오르기 위해 자전거를 메고 오르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등산객도 많고 자전거족도 많이 넘어 다니는 고개길이다. 나는 평생 처음 이 고개를 올랐지만, 매일 밥먹듯이 오르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경기도 가평 5고개는 화악 터널 고개, 실내고개, 수피령 고개, 하오 고개, 도마치 고개를 말하는데, 마치 제집처럼 오르내리는 사람도 많은 모양이다.
그런 사람들이 처음 오르며 호들갑을 떠는 나를 보면 웃음이 나올 것이다. 물론 내 나이대 사람이 일반 자전거로 오르내리는 대단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잘 오른다는 것이 물론 자랑이 되겠지만 도전하는 정신으로 건강을 위해 즐기면서 오르기를 바란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 자랑하기 위해, 내가 잘 탄다고 뽐내기 위해 자전거를 타지 말라는 뜻이다. 자전거는 남을 위해서 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타는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내 나이쯤 되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될게다.
옛날 다목리 15사단에 근무하던 시절, 수피령 고개가 있는 대성산과 전방 적근산에 자주 오른 적이 있다. 대성산 정상에는 공군, 777부대 등 여러 부대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상주하고 있고, 적근산은 15사단 GOP 지역에서 가장 높은 고지다. 정상에는 상주 부대가 있고 올라가는 길이 험하여 보급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내가 근무하던 당시에는 대부분 비포장 도로였고 비가 내리면 실내 고개와 수피령 고개는 미끄러워 차량이 다니기 힘들 정도였다. 79년도엔가 3월 26일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서 진눈깨비가 내리고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강풍이 불었다. 다음날 대성산과 적근산에 전기가 나갔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선임하사를 정찰 보냈더니 두 지역 정상 부근에 고압주가 20~30 스판씩 쓰러졌다는 보고였다. 고압선에 얼음이 얼어붙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약한 부위의 고압선이 끊어지면서 콘크리트 전주들이 뚝뚝 뿌러졌다는 것이다. 당시 긴급 복구하느라 애를 먹은 적이 있다.
대성산 우측 말고개 너머 대성산 전방에는 GOP와 사이에 넓은 개활지가 있어 간이 비행장이 있다. 당시 삼청 근로대가 수백 명이 배치되어 비인간적인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는데, 적근산에 방카 공사를 위해 적근산 골짜기에서 돌을 채집하는데 동원되었다. 모아진 골재를 비행징으로 옮겨 시누크 헬기로 적근산 정상으로 운반한 적이 있다. 그런데 시누크 헬기가 자갈을 싣고 적근산 정상에서 짐을 부리다가 날개가 고압선에 부딪치면서 추락했고 뿌러진 날개가 날아가 전방에서 수기 신호를 하던 하사관의 목을 쳐서 현장에서 사망한 적이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또 대성산 전방 보병 대대에서 분뇨를 수거하던 공병대대 차량 운전병과 선탑자가 대대장에게 불손한 태도를 보이면서 분뇨 수가를 거부하고 철수하려 하자 대대장이 달리는 분뇨 차량에 올라타면서 저지하려 하다가 떨어져 바퀴에 치어 사망한 적이 있다. 역시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수목들은 아직 봄을 만끽하지 못하고 있다, 검붉은 빛깔이 아직 잎을 피우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고산 지대 추운 날씨 탓일 게다.
팔각정과 별빛 정원 전망대
별빛 정원 전망대
잔망대에서
저 멀리 올라온 골짜기가 희미하게 보인다.
벌빛 정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팔각정
오늘은 이것으로 만족하고 팔각정에 올라 가서 가평 김밥집에서 사온 김밥을 먹으면서 뒤따라 오던 자전거족이 언제 올까 하고 기다렸다. 그런데 한 사람이 올라온다. 그런데 그 사람이 아니다. 한 젊은이가 힘차게 터널을 향해 올라가고 있다. 조금 있으니 또 한 사람이 올라온다. 그 사람인가 하고 보니 아니다. 또 다른 젊은이가 힘차게 페달링하면서 터널을 향해 달려간다.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김밥을 거의 다 먹을 때 쯤 또 한 사람이 올라온다. 이번에도 그 사람이 아니다. 한 젊은 아가씨가 동행도 없이 혼자 날렵한 몸매로 터널을 향해 달려간다. 지칠만한데 젊음이 무엇인지 쉬지도 않고 그대로 터널을 넘어간다. '대단한 젊은이들이다'는 생각이 든다. 한강, 북한강, 남한강의 평탄한 자전거길을 광속으로 달리면서 자기 주행 실력 자랑이나 하면서 먹거리나 찿아다니는 그런 젊은이와는 다른 모습에 찬사를 보낸다. 어쩌면 이런 젊은이들이 이런 험한 고개길에 도전하는 정신은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는 뜻일게다.
김밥을 다 먹고를 하산길에 들어섰다. 아까 만난 자전거족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 지나갔는지, 아니면 중봉 가는 소로길로 빠졌는지, 아니면 되돌아갔는 지는 알 수 없다. 음악을 크게 틀고 조심조심 내리막 길을 내려갔다. 차량이 뜸하지만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면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커브길이나 급경사지, 교차로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천천히 내려간다. 올라오면서 고생하던 길을 순식간에 지나가니 허무한 생각도 든다. 북면까지는 거의 내리막길로 걸린 시간은 약 20분도 채 안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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