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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화악산 화악 터널 고개를 오르다 2

화악산 '화악 터널 고개'를 오르다 2

 

 

'화악 터널 고개'에 도전하다

 

 


올라가는 길 옆 개천에는 폭우에 대비 방송스피커가 설치되어 있다.



완만한 경사로 도로

 

 

서서히 오르막이 시작된다

 

 

지난 4월 19일 화요일, 내친김에 화악산 '화악 터널 고개'에  도전하기로 했다. 아침에 9시경 전철을 타고 가평으로 갔다. 가평 시내를 지나가다 군청 근방에서 김밥을 사고 북면 방향으로 391번 도로를 따라 달렸다. 13킬로미터 쯤 가면 북면 삼거리가 나타나고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화악 터널 고개 방향으로 올라갔다. 사창리로 넘어 가면 빠져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고개를 넘지 않고 터널 정상에서 다시 가평으로 되돌아오기로 했다. 사창리에서 빠져나오는 길이 모두 위험하여 다음에는 도마치 고개를 넘어 화악 터널 고개를 넘어오는 5고개 중 우선 2고개를 넘는 단기 코스를 도전해 볼 예정이다. 

 

 

화악 터널 고개 가는 길

 


경기도 가평 5고개 요도
 

 

가평에서 북면을 거쳐 25킬로미터 정도를 올라갔는데, 도마치 고개 가는 길처럼 처음에는 화악천을 따라 비교적 완만한 경사를 이루면서 오르다가 25킬로미터부터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다니는 차량은 거의 드물고 한적한 길이다. 개천 주변을 따라 민박집과 캠핑장, 음식점 등이 도로 주변을 따라 아기자기하게 펼쳐져 있다. 개천이 앝아 울타리도 없고 접근이 쉽고 쉴 수 있는 공간도 여러 곳에 있어 넉넉한 여유를 가지고 갈 수 있는 길이다.

 

오르막 길을 조금 올라가다 보니 앞에 자전거족 한 사람이 달리고 있었다. 나와 나이가 비슷한 년배의 자전거족이었는데, 동행이 생겨 반갑게 생각하고 따라가서 인사를 하고 가면서 잠깐 대화를 나누었다. 그 사람은 천안에서 왔다는데 어제 가평에서 1박하고 오늘 중봉을 오르기 위해 올라간다고 했다. 그는 전국을 돌아다니는 자전거 메니아인 셈이었다. "대단하십니다! " 하고 내가 칭찬을 했더니 웃는다. 저 나이에 일반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누비는 모습이 대견하다. 건강을 위하고 자연을 즐기고, 도전하는 태도는 장수의 비결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조금 가다가 오르막이 더욱 가파르지자 내가 먼저 가겠다고 작별 인사를 하고 앞장을 섰다. 전기 자전거는 천천히 가면 밧테리 소모가 많기 때문에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빨리 올라가야 밧테리가 소모되기 전에 목적지에 도달할 수가 있고 시간도 절약되기 때문이다.

 

 


나무 사이로 멀리 화악산 정상이 보인다.


터널에 거의 다왔다. 멀리 간판이 보인다



 

 

300미터도 아득하게 보인다. 힘이 지친다. 수피령 고개가 마지막 구간이 19% 정도라는데, 그 다음으로 화악 터널 구간이 10~13%로 제일 가파른 경사로이다. 여기만 극복하면 다른 고개는 그리 대단한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이런 고난을 왜 자초하는 것인가. 평탄한 한강변 자전거 길이나 슬슬 다니면서 주행해도 되건만 굳이 이런 경사진 고개길을 오르면서 고초를 자원하는 것인가. 그것은 도전하는 데서 찿을 수 있을 것이다. 도전을 성취하면 사람은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된다. 그 쾌감을 위해서 이런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다. 남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도전하여 이룬다면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위험한 공도를 타고 경사진 고개를 오르는 것은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하겠지만, 평탄한 인생은 재미가 없지만 등락을 거듭하는 인생은 슬픔과 쾌감을 맛볼 수 있기 때문에 극적이다. 

 

최근 노량진 고시촌 거리가 썰렁하다고 한다. 불안한 직장으로 미래를 보장받기 힘들어 많은 젊은이들이 안정적인 직업인 공무원을 지망하는 바람에 공무원 지망생이 넘쳐나던 노량진 고시촌 거리가 점차 공무원 지망생이 줄어들면서 장사가 안된다고 한다. 공무원은 직장은 안정적일지 몰라도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과 승급의 어려움, 박봉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점차 실망을 하게 되자 지원자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어려움은 가정이 무너지고 자존심도 사라진다. 그래서 비리를 저지르게 만들고 돈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기 쉽기 때문이다.

 

 

자전거 쉼터나 운동 기구가 설치된 곳을 보면 설치 후 수리나 보수 흔적이 보이지 않고 있다. 페인트가 벗겨지고 철골이 녹쓸고 의자 나무가 썩어들고 뿌러져 있어도 보수하지 않고 방치한 곳이 수도 없이 많다. 나무를 이리저리 옮겨 심고 불필요한 꽃나무를 심고 턱이 있어도 보수하지 않고 업자와 결탁하여 돈이 낭비되는 사업에만 신경을 쓰는 것 같아 예산을 낭비하는 것처럼 생각이 든다. 대대적인 개선 공사도 하지만 불필요한 시설을 하는지, 기존 시설과 설비를 정비 보수하고 낭비적인 요인은 없는지 그것을 살피는 사람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지금 정권에서 일자리를 늘인다고 쓰레기를 줍는 노인들을 채용하여 지역별로 청소를 하고 있다. 하지만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면서 담당 구역 곳곳을 살피고 쓰레기를 줍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곳만 줍고 나무 그늘에서 쉬는 모습을 보면 확인과 감독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예산만 낭비하고 있는 듯하여 안타깝다.

 

 

 

올라온 길을 되돌아보니 아득하다

 

 

25킬로미터부터 시작된 오르막 경사는 거의 10~13%대 경사로 10% 이상 경사가 5킬로미터 구간이나 계속되었다. 밧테리 3~4단에 놓고 기어는 저속으로 올라갔다. 한참을 오르다보니 뒤따라오던 자전거족은 이제 보이지도 않았다. 가파른 경사로에 회전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고행을 자초한 자신이 원망스러운 것이 아니라 대단한 도전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에 힘이 솟아 오른다. 

 

화악 터널까지는 거의 약 1~2킬로미터 거리를 남겨 놓고 정상이 가까워 질 때쯤 밧테리 와트가 0로 나타내면서 파워가 죽었다. 가끔 일어나는 현상이라 밧테리를 껐다가 다시 커면 들어온다. 좌측으로 공군 부대 올라가는 간판이 보인다. 밧테리 때문에 잠시 휴식 후 다시 출발, 올라가다보니 저 멀리 화악 터널 간판이 보인다. 아! 목적지에 거의 다 왔다. 가평역에서 거의 30킬로미터 거리인 셈이다. 도마치 고개보다 약 10킬로미터 짧은 거리다.

 

 


화악 터널 입구 전경.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2008년에 기존 터널을 정비하여 재개통했다.

 

 

차량이 터널에 들어가서 달리면 그 굉음 소리가 매우 요란하다. 터널 속을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차량이 뒤따라오면 사실 무척 겁이 난다. 타이어 마찰 굉음과 엔진 굉음이 공명을 일으켜 터널 전체에 울려퍼지기 때문에 뒤에 차량이 오는지, 아니면 반대편에 차량이 가는지를 알 수가 없다. 후사경으로 보아야 하고 페달링도 빨리하여 터널을 빠져나가야 한다. 후면 안전등은 물론 전면 전조등도 밝히고 타이어휠에 색상이 다양한 라이트도 달고 다니면 좋다. 특히 혼자 터널을 지나갈 때는 위험한데 길이가 긴 터널은 더욱 위험하다.

 

터널 사고는 치명적이다. 화재는 물론 충돌 사고는 구조가 힘들고 구급차 진입도 힘들다. 화재는 질식사, 충돌 사고는 구조 지연으로 사망 확율이 높다. 매연 송출 장치, 소화전, 긴급 대피소, 경고 방송, CCTV 설치/실시간 감시 등 재난 대비 시설과 설비, 대비 계획은 어떠한지도 의문이다.

 

 

 


올라온 길을 뒤돌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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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인 나에게 이 고개길이 쉬운 길은 아니다. 고개를 오르느라 피로가 쌓인 지친 모습

 

 

해발 900미터 높이의 터널 입구에 도착하여 사진도 찍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차장과 팔각정도 보인다. 별빛 정원 전망대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었다. 남쪽 북면 방향으로 계곡을 따라 펼쳐진 전경이 아득하다. 고산 지역이라 초목은 아직 잎을 피우지 못하고 순을 겨우 내밀고 있다. 검붉은 빛깔을 띤 산 위로 저 멀리 정상이 보인다.

 

주차장에는 차량이 한 두대 보인다. 여기에 차를 주차하고 화악산을 등산하기에 좋을 것 같다. 고개를 올랐다는 성취감에 기분은 상쾌하지만 다리에 쌓인 피로가 겹친다. 그래도 성취감이 피로를 이기는 듯하다. 주변을 둘러보고 팔각정에 앉아 김밥을 먹으면서 많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가평군 관광 안내도도 만들어져 있다.

 


밤에는 별빛이 쏟아지는 명소라고 한다.

 

 


터널 주차장 전경. 내가 타고 올라온 애마가 보인다.

 

 

이런 호사를 누리는 자신은 신의 축복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지가 멀쩡하고 평생 가볼 수 없던 장소를 탐방하고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것이 나에게는 엄청난 축복이다. 지난 번에 한강을 달리다보니 한쪽다리만 있는 사람이 시속 30킬로미터 이상으로 달리는 사람을 보았다. 뒷 모습은 젊은이처럼 보였으나 나중에 쉼터에서 자세히 보니 턱수염이 허연 나이든 사람이었다. 다리도 하나인 사람이 저렇게 잘 타니 나처럼 사지가 멀쩡한 사람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장애인 이동권 때문에 장애인 단체와 정치권이 시끄럽게 갈등을 빚었다. 그동안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많이 설치되었다지만 실제 휠체어를 타고 서울 시내를 다녀보면 곳곳에 장애물이 있어 다니기가 힘들다고 한다.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세밀한 배려가 아쉽기만 하다. 

 

평내.호평역에는 상행선 엘리베이트가 고장이 나서 거의 한 달 이상 고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경춘선 각 역에는 평내.호평역에 엘리베이트가 고장이 났다고 공고문도 붙었다. 왜 고치지 못할까. 역장이나 철도청장이 장애인이라면 벌써 고쳤을 것이다. 그만큼 절실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오래된 엘리베이트가 고장이 닜다면 각종 부품이 낡았을 것이다. 지난 번에도 고장이 나서 한동안 정지된 채로 수리한 적이 있었다. 고장이 나서 수리하다 안되면 전체 부속을 당장 바꾸던가 재설치를 하던가 무슨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휠체어는 그동안 역을 이용할 수 없었다. 장애인들이 정부에 호소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다. (3부 내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