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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마음이 가는 곳에, 두바퀴가 머무는 곳에 1

마음이 가는 곳에, 두바퀴가 머무는 곳에 1

 

호평동에서 철원을 왕복하다.

 

 


47번 국도 전경

 

 

 

 

지난 4월 23일 토요일에는 번잡한 한강과 북한강 자전거길을 피해 왕숙천 북쪽으로 향했다. 주말이나 공휴일은 항상 혼잡하지 않는 새로운 길을 찿아 지난해 내내 경기 북방 지역으로 이러저리 다녔다. 차량이 다니는 공도 이외에는 자전거길이 거의 조성되어 있지 않은 지역이라 항상 공도를 이용하면서 차량을 주의하며 이동해야 하는데 사실은 위험한 길이다. 그래서 이런 공도를 이용하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갈 수가 없다. 

 

 

강원도 철원의 동송은 내가 군생활 할 당시 근무하던 곳으로 많은 추억이 서린 곳으로 항상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그러나 호평동에서 이동 거리가 거의 100킬로미터 거리라 알톤이나 삼천리 전기자전거로는 밧테리 용량 때문에 갈 수가 없었으나 지난번에 새로 바꾼 전거자전거는 모타 350와트, 밧테리는 20암페아로 저속으로 간다면 100킬로미터 이상은 갈 수 있으나 돌아오는 데는 용량이 딸리기 때문에 15암페아 용량의 예비 밧테리를 추가로 부착하여 큰 고개만 없다면 200킬로미터 정도는 갈 수 있는 상태이다.

 

 

 

 이동로

 

그래서 그날 철원 동송을 목표로 포천으로 향했다. 왕숙천 북방 끝단에서 부평로를 타고 진목사거리를 지나 가산면을 지나고 87번 도로인 포천로를 타고 올라갔다. 포천을 경유 덕정으로 가는데 포천 시내를 지나자 가파른 고개가 나타났다. 고개를 넘어 영평천 방향으로 달려 창수면 사거리에서 직진, 창동로를 따라 가다가 오가리를 지나 한탄강을 건넜다. 도로에는 다니는 차량은 그리 많지 않았고 중리를 지나자 눈에 익은 지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저 멀리 금학산이 보이고 동송이 얼마남지 않은 곳에서 도로옆 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주행 거리를 보니 거의 90킬로미터를 주파했다. 

 

다시 출발, 초과리와 오지리를 지나 이평리를 지나는데 웅장한 금학산 밑에 옛날에 근무하던 대대 막사가 보인다. 대대 앞 넓은 공터는 키가 큰 포플라 나무들은 웅장하게 서 있었는데 지금보니 모두 온데간데 없고 각종 체육시설이 잔뜩 들어서서 무척 변화된 모습이다. 도로 옆은 그당시 거의 건물이 없는 논밭이었는데 지금은 도로를 따라 각종 건물이 잔뜩 들어서 있다. 이평리에 관사가 있었는데 높은 아파트가 들어섰고 동송 시내도 높고 많은 건물이 들어서면서 무척 변한 모습이다. 옛날 자매 다방은 없어지고 그 건물에는 다른 상점이 여러 개 들어서 있었다. 

 

동송 시외버스 주차장에 도착하여 버스를 타고 동서울 터미널로 가려고 버스표를 끊어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표를 끊는 아가씨가 버스 기사에게 물어보란다. 버스가 도착하여 기사에게 부탁했더니 짐칸에 실어란다. 처음이라 버스 짐칸에 자전거를 넣으려 했으나 타이어와 핸들이 걸려 넣을 수가 없다. 여러번 시도를 하는데 기사분께서 자전거를 분해하여 다음 차에 실어란다. 앞 타이어를 분해하여 실었다면 가능했는데 처음 버스에 실어려고 했으나 당황하는 바람에 그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곧 출발 시간이 다 되어 나는 그냥 버스 타기를 포기하고 다음 버스는 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기에 남은 밧테리와 예비 밧테리로 복귀하면 될 것 같아 자전거로 복귀하기로 했다.

 

한참을 쉰 다음에 다시 자전거로 출발했다. 돌아갈 때는 동송에서 성동리로 내려와서 이동-일동을 거쳐 47번 국도인 금강로를 탔다. 차량이 많기로 소문난 47번 국도는 도로 옆 노견이 설치되어 있어 자전거로 달리기에는 그래도 가능했다. 그러나 옆을 지나가는 차량들이 광속으로 지나가면 등골이 오싹했다. 후사경을 열심히 보면서 달리는데 노견에 무슨 통신 공사를 했는지 재포장해 놓은 노견 표면이 엉망이다, 콘크리트가 깨져 구덩이가 그대로 방치된 곳도 많고 턱진 곳, 파인 곳이 부지기 수다. 아차 하는 순간에 넘어질 우려가 많다. 

 

운악산 줄기 능선 고개를 넘어오는데 노견에는 각종 야생 동물이 여러마리가 로드킬 당하여 죽어 가죽만 남은 상태로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이런 고속 도로 수준의 도로에는 중간 칸막이가 살치되어 있어 넘지도 못한다. 넘어도 반대 차선에서 죽임을 당할 것이다. 이런 도로에 야생 동물이 들어서는 순간, 그것은 바로 죽음의 길이다. 도로를 설계할 때 생태 이동로를 고려하지 않고 도로를 설계하고 건설한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개발로 야생은 서서히 죽어간다고 보면 된다. 나도 저런 야생 동물 처럼 아차하는 순간에 저런 모습으로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오늘 주행이 후회가 된다. 도로를 관리하는 국토관리청은 이런 상태의 도로를 알고나 있는지 알 수 없다. 

 

서파-내촌-진접까지 오는데 고도의 긴장과 집중이 요구되는 시간이었고 한편으로는 생과 사가 교차하는 죽음의 길이 되었다. 드디어 진접 신호등에서 왕숙천 북단 자전거길에 들어서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왕숙천 자전거길 쉼터에서 음료를 마시며 안도의 숨을 쉬었다. 생과 사의 무서운 길을 그래도 다행히 무시히 지나온 것을 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다. 

 

 

왕숙천 북단 자전거길 쉼터

 

 

이제는 왕숙천 북방 쪽으로는 가급적 피하고 다른 지역을 생각했는데, 경기도 동남부 지역으로 방향을 돌려 밧테리 사용 가능 거리를 고려하고 전철 이용이 가능한 청평-가평-강촌-춘천을 중심으로 외곽으로는 홍천-원주-여주-용문-양평-북한강 철교-새터를 포함하는 미개척 지역을 중심으로 탐방하기로 했다. 이 지역은 전철을 이용하기 좋고 도로 노선이 다양하고 다니는 차량이 적고 풍광이 수려할 것으로 생각된다. 

 

왕숙천 북단 진접 입구에서 휴식을 끝내고 왕숙천 자전거 도로를 타고 사능-금곡을 거쳐 호평동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여 이동 거리를 보니 다략 180킬로미터를 주행했다. 중간에 예비 밧테리로 갈고 주행 속도도 낮추고 밧테리 소모를 최소한으로 하면서 내려왔으나 고개길에서는 어쩔 수없이 밧테리를 소모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180킬로미터를 큰 어려움 없이 주행했다는 점에서 새삼 보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