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마을

화악산 '도마치재 고개'를 넘다 본문

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화악산 '도마치재 고개'를 넘다

두바퀴인생 2022. 4. 10. 00:19

화악산 '도마치 고개'를 넘다

 


화악산 도마치재 고개 정상

 

지난 달 31일 가평에서 도마치 고개 방향으로 사전 정찰을 갔다. 처음 가는 길이라 미리 사전 정찰을 통해 가는 길을 답사하기로 했다. 목동 갈래길에서 죄측으로 75번 국도를 따라 가평천을 따라 도마치 고개 방향을 올라갔다. 주변에는 캠핑장, 유원지, 음식점, 민박 집 등 각종 놀이 시설이 계곡 곳곳에 조성되어 있고 도미치 고개를 가는 길은 가평천을 따라 완만한 평지와 약간의 오르막이 반복되는 비교적 평탄한 길이다. 편의점을 지나 가다가 중간에 쉼터가 있어 그곳에서 김밥을 먹고 되돌아가기로 했다. 봄꽃은 다음 주가 되어야 필 예정이고 초행 길이고 혼자 주행하는길이라 다소 불안하다. 차량은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사고는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가평 - 화악산 도마치재 - 춘천 지도

 

 

김밥을 먹고 있는 데 한 젊은이가 힘차게 페달링을 하면서 올라가고 있었다. 내가 "화이팅!"하고 격려를 하며 소리치자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하고 지나간다. 한강, 북한강, 남한강 같은 좋은 자전거길로만 무리를 지어 질주하면서 경쟁을 벌이고 자신이 잘 탄다는 것을 자랑하고 맛집만 찿아다니는 젊은이와는 다른 모습이다. 싸이클 경주에서 장거리는 무려 250킬로미터 이상을 달리는데, 이런 고개길도 평지처럼 지속적으로 달릴수 있는 기량이 필요하다. 혼자 고독하게 정열을 불사르며 달리는 그 젊은이에게 찬사를 보낸다. 나와 같이 이 고개를 넘을 수 있었다면 좋겠지만 오늘은 내가 준비가 안된 상황이라 다음 주를 기대하기로 했다.

 

 

도마치 고개를 가다보면 요즘 뉴스에 떠들석한 한 여자가 남자 친구를 물에 빠져 죽게 했다는 '용소 폭포'가 있다. 헤엄도 못치는 남자가 물에 들어가라 한다고 들어간 것도 이상하고 의문점이다. 반반하게 생긴 얼굴로 젊은 남자를 유혹하고 사고로 위장하여 죽게 만들고 보험금을 타내는 수법으로 여러 차례 살인을 저지른 여자는 지금 도망 중이다. 체포를 위해 경찰은 공개 수배를 했고 전국적으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돈이 무엇이길레 이토록 인간을 간악한 악마로 만드는지 알 수 없다. 자본주의의 종말적인 현상일 것이다.

 

 

지난 주 4월 8일 금요일 새벽에 일어나 단단히 준비를 하고 호평역에서 아침 9시 경 청춘 열차를 타고 가평으로 갔다. 가평 군청 근방 김밥집에서 깁밥 두 줄을 사서 베낭에 넣고 다시 출발, 북면으로 향했다. 북면으로 가는 길 고개를 넘으면 길 옆에는 미군의 가평 지구 전적비와 케나다 군의 가평지구 전적비가 보인다. 미군 전적비는 길에서 마을 길로 약 500미터 정도 들어가면 북향 산비탈에 조성되어 있다. 전사자 이름에 새겨진 비석에는 이국의 젊은이들의 숭고한 희생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룬 것이리라. 케나다 군의 전적비는 길 바로 옆에 있어 지나가면 바로 보인다. 그러나 전적비 주변은 아직 완벽하게 마무리 되어 있지는 않다.

 

 

 

가평 - 화악산 도마치재 - 춘천역 주행도

 

 

도로에는 차량들이 자주 다닌다. 10킬로미터 쯤 가면 북면 면사무소 근방에서 갈림길이 나온다. 지난 주 답사한 것처럼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75번 국도를 따라 가평천을 따라 올라갔다. 지난주 정찰시 쉬었던 쉼터도 지나고 완만한 경사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약간의 고개길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한 중년 남자가 힘차게 올라간다. 내가 "화이팅"을 외치니 쳐다보면서 빙그래 웃으면서 올라간다. 나도 서둘러 동행이 생겼다는 기쁨에 뒤따라 올라갔다. 

 

동행이 생겨 든든한 생각으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뒤따라 가는데 줄기차게 페달링을 하면서 잘도 올라간다. 나이는 나와 비슷한 나이대인 것 같고 계속 뒤따라 가는데 점차 속도가 느려진다. 이런 속도라면 내 자전거로는 너무 느리다. 수 킬로미터를 뒤따라 가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내가 추월하면서 "대단하십니다, 먼저 갑니다!"하면서 앞서 달렸다. 

 

큰 경사도 없고 완만한 경사 도로만 계속되었다. 계속 밧테리 2~3단 저속으로 올라가는데 지나온 거리를 보니 가평역에서 약 40 킬로미터쯤 올라왔다. 드디어 정상이 가까워 보이고 가파른 경사가 나타난다. 경사진 도로를 올라가니 드디어 정상이 나타났다.

 

 

 

미군 가평 지구 전적비

 

 

 

 

 

 







 

 

 







미군 전사자 명단

 

 


 

 






공휴일에는 한강, 북한강, 남한강 자전거 길은 자전거 족들이 너무 많고 사고날 위험이 높은 관계로 한적한 길을 개척하느라 새로운 길을 찿아나섰다. 왕숙천을 따라 올라가서 포천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올라가서 포천 근방에서 축석 - 의정부 - 중랑천을 경유 돌아오기도 했고 또는 축석에서 광릉 숲 방향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또 포천에서 굴고개를 넘어 서파를 경유하여 현리로 넘어가는 길, 포천에서 일동을 경유 현리로 넘어가는 고개길 2곳을 넘어간 적이 있다. 또 포천에서 왕방 터널을 경유 양주 방향으로 넘어가서 3번 국도를 타고 의정부로 내려오기도 하고,  경춘선 - 7호선 - 1호선을 타고 초성리에서 내려 영평천을 따라 일동 - 현리 - 청평으로 가보기도 했다.

 

설계상 100킬로미터를 간다는 삼천리 팬텀 EX로 갔는데, 고개길을 넘으면 밧테리가 금방 바닥이 난다. 그래서 항상 예비 밧테리를 준비하여 베낭에 넣고 다녔는데 중간에 밧테리를 갈면서 넘었다. 밧테리 한 개로 고개길을 고려하면 대략 50~60킬로미터를 간다고 보면 밧테리 두 개로 100킬로미터 정도를 갈 수 있다. 그래서 항상 밧테리 잔량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지울 수가 없다. 

 

새로운 길을 개척허기 위해 그런 길을 가보았지만 사실 무척 위험한 길이다. 단체도 아닌 개인이 혼자서 자전거 도로가 없는 일반 국도나 지방 도로를 달리기 때문에 광속으로 달리는 차량이 지나가면 오금이 저린 적이 많다. 음주, 졸음, 분노, 피로 등으로 달리다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을 순간적으로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실 자전거를 타고 공도를 달리는 것은 목숨을 걸고 가야 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경기도 북쪽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길은 대략 둘러보았다. 그러나 어느 곳도 편안한 마음으로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길은 없다. 이번 가평 - 화악산 고개 길도 편안한 마음으로 갈 수 있는 길인지 살펴보는 것이다. 지난번 북면 면사무소에서 춘천댐으로 넘어가는 길을 넘었고 이번에는 도마치 고개를 넘어가는 것이다. 다음에는 391번 도로를 따라 화악 터널을 넘어 볼 예정이다.

 

 

 


도마치재 고개 정상

고개 정상은 황랑하기 그지없다. 도로 확포장 공사도 최근에 한 듯하다. 그늘도 벤치도 쉴만한 장소가 마당치 않다. 그냥 잠시 쉬었다가 음로만 마시고 바로 출발했다. 아직 완전히 정비되지 않은 곳이라 조경 작업을 해야 할 곳이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화악산 중봉으로 자전거를 메고 올라가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자전거 자체도 무겁거니와 난 그런 고행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 남에게 보여주고 자랑할 것도 없다. 인증 샷을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난 그런 것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그냥 산천을 즐기며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많고 역동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달리는 것이다.

 

새 정부의 장관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당사자는 물론 온 가족이 환호를 부르며 즐거워 하고 기뻐할 것이다. 그런 사람은 성공한 사람일까. 주변에서 축하한다고 찿아오고 전화하는 수많은 사람들, 그들은 권력과 부를 부러워하며 무언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달려드는 사람들이다. 마치 깊은 산 숲에서 볼 일을 보면 어디선가 급방 날아오는 똥파리 떼 처럼 오물의 냄새를 맡고 달려오는 것과 무엇이 다랄 것인가. 권력과 부를 멀리하는 순간 그런 똥파리들은 소리없이 모두 사라진다. 그때부터 인간은 깨달음을 알게 된다. 오늘도 권력과 부를 찿아 탐욕을 부리고 분노를 삼키는 수많은 인간들이 우리 주변에 무수히 널려 있다.












올라가는 길 약수터

 

 

도마치재 고개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사진도 몇 장 찍었다. 6.25 전쟁 당시 사창리에서 한국군 6사단이 방어 작전을 펼치던 중, 중공군 침투.포위 전술에 후방이 포위되자 6사단 장병들이 무기와 장비를 모두 버리고 이 고개길을 넘어 가평 방향으로 패주한 곳이기도 하다. 전선이 무너지자 측면이 노출되고 가평 지역이 위험해지게 되었다. 그래서 미군과 영연방군이 가평 북면 일대에서 서울 - 춘천 국도를 방어하기 위해 중공군과 사투를 벌이게 된 것이 '가평 지구 전투'이다. 

 

휴식을 끝내고 사창리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바닥에 줄무늬가 있어 조심 조심, 사창리까지 계속 내리막 길이다. 대형 바이크족들이 연습하는지 고개길을 굉음을 내며 요란스럽게 오르내리고 있다. 아마 이곳이 그들의 연습장처럼 보인다. 차량이 적고 사람도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창리까지는 4~5킬로미터를 순식간에 내려왔다. 만약 사창리에서 올라간다면 가파른 오르막 길이 길어 무척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




사창리-화천 가는 길 고개 정상

 

 

사창리도 옛날에 비해 많이 변화된 모습이다. 도로도 변하고 집과 건물들이 반듯한 모습으로 변했다. 그동안 27시단과 15사단 병사들이 지나다니면서 사창리를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제 27사단이 국방 계획에 따라 해체된다니 사창리 주민들은 걱정이 앞설 것이다.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지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칭리 시내를 지나 화천가는 국도에 접어 들었다. 옛날에는 이 도로는 비포장 도로였고 다니는 차량도 적었지만 지금은 포장되어 지나는 차량도 많아 무척 위험한 도로다. 고개길도 여러 개 있어 주행도 힘들다. 중간에 고개 정상에 한적한 쉼터가 있어 쉬기로 했다. 김밥을 먹으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험준한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지역은 사북면 오탄리다.

















 

춘천댐을 지나 소양 제2교를 넘었다. 의암호는 변함없이 펼쳐져 있고 소양강 처녀상은 오늘도 치마를 휘날리며 의암호에 우뚝 서 있다. 중도 레고 놀이동산도 완공되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주행거리를 보니 거의 100킬로미터 거리다. 밧테리를 마음대로 사용하면서 쾌속 주행을 했지만 춘천에 도착하니 거의 바닥이 나서 예비 밧테리로 연결하여 춘천역에 도착했다. 

 

도마치재 고개가 경사가 심한 고개길인줄 알았는데 그렇게 가파르지 않았고 오르는데는 별 어려움은 없었다. 단지 문제는 사창리에서 화천 근방을 경유 춘천까지 오는 공도가 무척 위험한 길이다는 점이다. 목숨을 걸고 오늘 위험한 길을 주행한 것은 사실이다.  

 

사창리에서 백운계곡을 넘어서 이동으로 가는 길도 있다. 그러나 그 고개도 가파르고 이동에서 포천을 경유 집으로 오는 길이 만만치 않다. 다음에는 북면 면사무에서 391번 도로를 따라 화악터널을 넘어 가거나 터널에서 가평으로 되돌아오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75번 도로를 따라 올라가더라도 가평천에 들어갈 방법은 유원지가 있는 곳에서만 가능한 곳이 대부분이다. 유원지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들어가기도 그렇고 강가에는 대부분 울타리가 쳐져 있어 아무 곳에서나 강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전망을 즐기며 누구나 쉬어가는 쉼터도 드물다는 것이 아쉽다. 도마치재 고개 정상에도 쉄터가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다. 결론은 즐거운 마음으로 풍경을 구경하면서 주행하기는 좋은 코스는 아니라 위험성과 힘드는 코스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 길을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다.

 

춘천역에 도착하여 청춘열차를 타고 호평동 집으로 돌아왔다. 차창에 비치는 산천에는 진달래가 드문 드문 피어 있고 벚꽃이 곧 피려고 꽃닢을 움트고 있다. 봄기운이 만연한 따스한 봄날이 돌아 왔다. 오늘도 위험한 길을 무시히 주행했고 자연을 즐기며 역동성 넘치는 하루를 보내게 해 준 신에게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