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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에 선 겨울 본문
문 앞에 선 겨울
강릉 경포대 해변 전경
겨울이 문 앞에 찿아왔다. 8일이 입동이고 22일이 소설이다. 새벽길을 나서는 시간에는 사방이 어둠에 깔려 있고 찬바람이 발과 손, 그리고 팔을 파고 든다. 이제는 만물이 겨울을 대비하여 땅속이나 아늑한 보금자리로 들어갈 것이다.
이런 겨울이 없다면 좋겠지만 겨울이 있기에 지상에 번식하는 각종 바이러스와 병충해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사계절이 변화하는 모습은 우리들에게 자연에 대한 극복 정신을 길러주었고 다양하게 변화하는 자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조상들의 수많은 지혜가 이 땅에 전통으로 남아 있지만 그런 전통들도 서구의 신문명에 밀려 기억속에서 사라져 가는 모습이다.
인간들은 언젠가 자신도 죽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나 자신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100년도 살기 힘든 인간이 천 년이나 살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왜 그럴까? 무수한 의문이 남지만 그것은 종족 번식과 후손들의 융성을 기대하는 만물이 가진 자연의 순리인 모양이다.
지구상에는 이름모를 초목에서부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이르기까지 누구나 마음먹고 태어난다고 태어난 것은 아니다. 그냥 동식물들이 암수가 만나 교미나 수정을 통해 새끼를 낳거나 새순을 피우듯이 인간도 마찬가지다. 부모에 의해 사람은 태어난다. 그리고 그 부모에 의해 양육되고 철들고 어른이 돠면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남보다 더 많은 재물을 모아 아쉬움없이 남부럽지 않게 자손만대 번칭하며 잘 살기 위해서라고 생각된다.
인간의 몸속에이나 모든 동식물의 개체 속에는 자연의 섭리에 의해 자손번창이라는 유전자가 강하게 남아 있어 영원토록 번창하고 융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연의 섭리인 자손번창을 위해 결혼하여 자식을 낳아 그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며 행복해 하는 것이 또한 인간일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동식물은 자손번창을 위해 엄청난 진화를 거듭해왔고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종들이 오늘 우리 주변에 보이는 동물들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인간들은 이런 종족번식의 본능을 거부하고 독신자가 늘어나고 이혼이 일상이 되었고 노총각이 늙은 부모집에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많다. 장난감으로 만든 인형 로봇이 곧 시장에 나올 것이다. 섹스에 굶주린 사람들에게 사랑의 목소리와 감정이 나타나며 접촉하기 시작하면 사람 체온과 비슷한 인형 몸이 서서히 움직이면서 피스톤 운동이 시작되고 분비물이 나오며 조여주며 몸부림치고 격렬한 신음 소리가 흘러나오고 섹시한 코맹맹이 목소리까지 인간과 닮은 인형 로봇이 인기리에 팔리게 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정자,난자 은행이 만들어 지고 국가에서 집단적으로 인간을 부화시키는 날도 멀지 않았고 집단 양육으로 로봇 같은 인간을 만들어 인간의 명맥을 유지하는 날도 다가올 것이다. 이런 결과는 결국 인간의 멸종을 초래하게 될 지 모른다. 그러다가 지능이 높은 로봇 인간에게 지구가 점령되거나 외계인이 쳐들어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요즘 이런 종류의 영화나 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그런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앞으로 50년, 100년 이후에 지구가 어떻게 변하게 될 것인지 나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경포호 전경, 멀리보이는 호텔이 스카이베이 경포 호텔이다, 하루 숙박비가 355,000원,
강릉 지역에서 가장 비싼 호텔이다. 무언가에 미치지 않고는 저런 호텔에 하루밤 자기 힘들겠다.
지난 주말에는 강릉에 사는 지인 결혼식에 다녀왔다. 결혼식은 핑계이고 모처럼 바람이나 쐬이러 가고 싶었던 것이다. 2주 전에 상봉역에서 표를 예매하려 갔더니 표가 거의 매진이라며 단풍철이라 주말에는 더욱 표가 없단다. 그러나 특실표가 몇 장 남아 있다 하여 할 수 없이 특실표를 끊었다. 마누라가 혼자 간다고 투덜대는 소리를 뒤로하고 지난 주말 모처럼 KTX를 타고 강릉으로 향했다. 차창으로 바람처럼 지나가는 풍경이 온통 울긋불긋한 가을색이다. 1시간 반 정도 달리니 금방 강릉역에 도착했다.
강릉역 전경
택시를 타고 결혼식장으로 갔더니 아직 1시간 전이라 잠시 밖으로 나와서 주변 풍경을 둘러보며 강릉 경포대 호수 일대를 들러볼 생각으로 자전거 대여소를 검색했다. 베낭에는 전조등과 블랙박스, 고글이 달린 헬맛과 장갑, 간편복을 챙겨왔기 때문이다. 혼주를 만나 인사를 하고 축의금을 내고 식권을 받아 부페식 식사를 재빨리 하고 나와 별 관계없는 다른 지인들은 만나지 않고 밖으로 나와서 바로 택시를 타고 경포대로 갔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 기사 아저씨와 몇 마디 이야기를 했는데, 대략 내용은 이렇다.
강릉시가 고속철이 개통되고 나서 주말에는 사람들이 강릉으로 많이 몰려온다고 한다. 또 반대로 강릉 시민들이 고속철을 타고 서울쪽으로 많이 뻐져 나간다고 한다. 그리고 주민 수가 점차 줄고 있다고 한다. 또 요즘은 단풍철이라 중간 오대산 근방 역에서 대부분 내리고 강릉시로 오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물론 여름철에는 북적거리지만......그래도 지방 도시나 서울보다 강릉을 찿는 인구가 많아 택시업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한다.
조금 달리다보나 경포대에 도착했다. 고교 시절 이곳으로 수학여행을 왔을 때, 오대산 월정사 단풍 구경을 마치고 이곳 경포호에 들렀는데, 그 당시 경포호가 매우 큰 호수로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조금만한 호수에 불과했다.
주변에 몇 개 자전거 대여소가 있었는데, 전기 자전거 대여가 가능한 '강릉 자전거 여행' 이란 간판이 붙은 점포를 찿아 들어갔다. 어른용 전기자전거는 1시간에 1만 원, 일반 자전거는 5,000원, 페밀리 2인용, 4인용 자전거는 2~3만 원대이다. 공시한 가격표가 내걸려 있어 비싸게 받지 않는다고 했다. 주인 아저씨가 착해보였고 아주머니는 마음씨가 풍성해보여 그런 의심은 하지 않았다.
나중에 정산해준다며 선불을 달라고 하여 2시간 정도 탈 것이라며 2만 원을 주고 삼천리에서 나온 어른용 니모 전기자전거를 대여했다. 주인 아저씨가 조작법을 열심히 알려주었지만 나도 전기자전거를 타고 있어 조작법은 내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베낭에서 헬멧과 장갑, 간편복을 꺼내 입고 경포호수 주변 둘레길이며 산책길인 자전거길을 달렸다. 전동기는 다니지 못하게 경고문이 뭍어 있다. 삼천리에서 나온 니모 전기자전거가 비교적 가볍고 한번 충전으로 2시간 정도는 충분히 달릴 수 있다고 한다.
해변가 백사장 전경
경포호 둘레길에는 여러 사람들이 2~4인용 자전거를 타고 있었고 산책을 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경포호에는 가마우찌새들이 특히 많이 보인다. 경포호를 천천히 한 바퀴를 도는데 30분도 채 안걸렸다.
한 바퀴를 돌고나서 다시 출발하여 해변가로 나갔다. 자전거를 세워놓고 모래사장을 지나 바닷가로 가서 바닷물에 손을 담가 보았다. 이곳까지 와서 동해 바닷물에 손이라도 담가보고 가려고......
독도 해상에서 헬기 사고로 숨진 사람들이 문득 생각이 난다.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이런 희생자들에게는 쥐꼬리만한 보상금이 아니라 가족들이 평생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에서 파격적인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다리 건너편에 횟집들이 즐비하다
해변가를 따라 횟집이 즐비한 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전망이 좋은 바닷가에서 사진도 몇 장 찍었다.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중장년층이 많아 보인다. 바닷가 해송 사이로 비치 호텔이 높이 솟아 있다. 저런 호텔에 1박 2일 정도로 방을 예약하고 와서 바닷가 일대를 구경하고 놀다가 저녁에는 횟집에서 회를 먹고, 잠을 자고 다시 출발하여 동해안을 따라 하루 60킬로미터를 달리면서 중간 중간에 1박씩 하고 부산쪽으로 내려간다면 1주일 정도면 부산에 닿을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이 적은 이런 가을이나 겨울철에 혼자 전기자전거를 타고 와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여행길을 생각해본다. 그런 날이 언제 올 것인지는 나도 알 수 없다.
다시 경포호로 나와서 한 바퀴 더 돌고 도착하니 1시간 1반 정도 지났다. 일찍 끝났으니까 좀깍아 주라했더니, 알았다며 아저씨가 5천 원을 돌려주었다. 블로그에 올려드린다고 했더니 근방 알아듣고 깍아준 듯하다.
다시 택시를 타고 강릉역으로 향했다. 택시는 강릉역까지 5 ~6천 원 정도 요금이 나왔다. 역무원 사무실에 들러 저녁표를 일찍 가는 차표로 바꿨다. 2시 반 출발, 오대산 근방에서 한 아줌마가 웃으면서 옆에 앉았지만, 말을 걸면 수작부린다고 할 것 같고 아무말 않으면 무시한다고 욕하겠지만, 끝내 아무런 말도 걸지 못하고 피곤하여 졸다보니 금방 상봉역에 도착했다.
전철을 갈아타고 호평역에 도착하니 4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다. 하루의 아름다운 시간은 이렇게 소리없이 지나갔다. 집에 도착하여 내일 장거리 준비를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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