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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강남의 봄 7 : 천마산을 오르다

 

 

강남의 봄 7 : 천마산을 오르다

 

 

                                                                                                          천마산 정상

 

 

                                                                              천마산의 노송, 고난의 역사를 보여주듯......

 

 

곡우에 내린 비가 그친 후 날씨는 맑고 청명한 본격적인 봄날씨를 보이고 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꽃들이 만발하고 새로운 생명들이 태어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달이건만 누가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했던가?  그러나 인간 세상은 탐욕과 비리로 얼룩지고 더러운 오물이 사방에 뿌려지고 그 오물을 먹고 부패한 인간들이 세상 뉴스를 온통 도배하고 있다.

 

이총리 사퇴와 이름이 거론된 인물들을 포함하여 모든 언론이 박정권의 부패 인사에 대해서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는 듯하다. 이총리는 정치권에서  오뚜기 같이 처신하며 해바라기형 정치가로 변신을 거듭하면서 입지를 다져왔고 그동안 별로 두각도 없이 지내던 인물이 갑자기 여권에서 총리로 부상하자 청문회에서 가공 의혹으로 말도 많았지만 결국 총리에 임명된 사람이다. 검찰 조사가 밝혀내겠지만 과연 얼마나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한국의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그럴만한 처세였고 남과 다를바 없는 가면을 쓴 부패정치인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이번 성회장 유서 사건으로 그만 사실이 들통이 나고 말았다. 부패척결을 외치던 그가 전정권과 부패 기업을 정리한다고 선언을 한 것은 혼자만의 결단은 아닐 것인데, 부패 주동자가 부패척결을 외친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그는 엄청난 오판을 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 사건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을 향해 칼끝이 다가올 줄은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는 말이 금방 거짓말로 드러났고 숨겨진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그는 결국 사퇴라는 불행한 오점을 남긴 최단명 총리가 되고 말았다.

 

지금 한국 정치권은 한국 사회의 부패의 주동자가 되어 사회 전반에 부패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부패의 강도를 보면 나라가 망하는 지름길로 곧장 달려가고 있는 듯하다. 나랏돈은 먼저 보는 놈이 임자이고 정권을 잡은 동안 일족과 무리, 동향, 선후배들이 온통 한통속이 되어 나라 곳간을 경쟁적으로 빼먹고  권력을 이용하여 기업을 옥죄어 비자금을 만들도록 편의를 봐주고 정치자금을 대도록 강요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기업의 세무조사는 물론 검찰로 하여금 비리를 조사토록 하여 나중에는 공중분해도 서슴치 않고 있는 나라, 정치, 경제, 안보/국방, 사회, 문화 등 어느 분야 할 것 없이 이러한 부패의 먹이사슬로 엮어져 윤활유처럼 돌아가고 있다.

 

가진자들이 아무런 댓가없이 뒷돈을 줄 리가 없다. 기존 권력자와 앞으로 자라날 초보 권력자들에게 꾸준히 뒷돈을 대주고 밥을 사주고 술을 사주고 예쁜 여자를 붙여주는 것이 아무런 의미없는 공짜가 아니다. 단지 있다면 천국, 낙원이라는 무형상품으로 신도들에게 헌금을 수탈하여 자신의 교세를 확장하고 소왕국을 만들어 세속화되고 권력화되어 부귀영화를 추구하는 종교인들이 있을 뿐이다. 부자와 가난한 자는 그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가고 법치는 무너지고 정의와 공정은 사라진지 오래다. '착하게 살아라'는 것은 '바보처럼 살아라'는 것이요, 법과 규정을 준수하라는 것은 약자나 서민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요, 정의롭고 공정한 것을 기대하라는 것은 손해보고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박대통령이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유력한 대선 후보로 부상하자 주변에는 간신들이 몰려들어 충신인척 하며 알랑방귀를 뀌면서 자신들의 입신출세와 부귀영달을 추구하려는 자들이 모여들었고 대선 승리로 정권을 창출하자 그녀 밑에서 권력을 이용하여  벌이는 추잡한 부패의 잔치를 언제까지 두고볼 것인가?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만 골라서 등용하는 것은 누구나 당연한 일이지만 그런 인사가 결국에는 대부분 실패한 인사가 되고 말았다. 여러명의 총리가 낙마했고 청와대 내부 권력싸움에 비서실장마다 비리에 연루된 사람이 대부분이다. 소통이 불통인 것은 지난 과거사가 너무나도 비참한 트라우마로 가슴속에 남아 있고 권위주의를 보고 배운 대통령이 마음을 터놓고 국정을 의논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주변 인물 외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었을 것이다.

 

한편 이번 정권은 참으로 운도 더럽게 없는 정권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정권 초반부터 휘청이더니 이번 유서사건으로 남은 기간 과연 통치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후임 총리 선정도 난제이다. 내세울만한 인물들이 대부분이 비리와 부패, 투기, 세금 포탈, 논문대필, 재산 신고 누락, 군역 회피, 위장전입, 황제 수당과 연봉 등 불법과 편법으로 부를 추구하였던 인간들 뿐이니 어떤 인물이 총리가 될 것인가? 누구나 정치권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진흙탕 투사가 되어 당리당략에 매달려 권력추구에만 온 정력을 쏟아부으며 뒤로는 뒷돈을 챙기니 이 나라가 성할리가 있겠는가?  고려가 망할 때나 조선이 망할 때나 마찬가지로 이 나라가 돌아가는 꼴을 보면 이제는 망할 날만 남은 듯하다.

 

 

 

                                                                                 바위위에서 풍진세파를 견디며 자란 노송

 

 

천마산을 오르다

 

지난번 마방집 생일 식사로 사기가 오른 마누라가 월요일 갑자기 내일 쉴 예정이라며 천마산을 가잔다. 천마산을 등반한 다음 호평동 아들집에 가서 아들이 해외 출장중이라 혼자 있는 며느리와 손주 사기앙양 및 위문을 하고 오잔다. 그래서 명령대로 천마산 등산 정보와 가는 교통편을 검색해보니 천마산은 수도권 중에서 가까운 근교에 있으며 험산으로 높이가 816미터이고 사방으로 뻗은 능선 줄기가 모두 정상을 향해 있고 오르기가 좀 험하다고 했다.

 

느닺없는 마눌님의 제의에 읍소하고 이리저리 검색을 해보니 통상 천마산은 호평동에서 올라가는데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코스라 했다. 그런데 같은 코스를 오르내리는 것보다 마석쪽에서 올라 정상을 정복하고 반대편 호평동으로 내려가는 것이 천마산을 음미하는 데 좋을 것 같아, 이동 교통편을 알아보니 마석가는 버스를 잠실에서 타고 가서 마석에서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천마산 입구까지 가서 올라가야 했다. 등고선을 보니 오르는 길이 조금 가파르고 바위를 오르는 난코스가 있어서 올라가는데 대략 3~4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하나 젊은이가 아닌 우리 부부는 천마산이 초행길 산행이라 조금 무리인듯 하여 고민하다가, 반대로 호평동으로 버스를 타고 가서 아들집 근방에 내려 시내버스를 타고 천마산 입구까지 가서 정상을 오른 다음에 다시 내려오는 것으로 결정했다. 마누라와 의견이 달라 논쟁을 하다가 만약 오르다가 힘들면 바로 중간에서 내려오면 되니 길도 잘 모르는 초행 산행길을 무리하게 마석쪽에서 오르는 것보다 낳을 것 같았다.

 

가는 교통편은 남양주 호평동 가는 버스가 잠실역 1-11번 출구에서 1000번이나 M2323번 직행버스를 타면 갈 수 있고 처음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이라 가는 길도 익힐겸 아침부터 부지런히 준비했다. 지팡이, 커피, 생수, 과일, 치솔, 양말 등을 베낭에 챙겨넣고 애견 땅콩이에게 집을 부탁하고 나섰다.

 

서초역에서 2호선을 타니 9시경인데도 출근하는 사람들로 무척 붐볐다. 교대 강남역에서 대부분 내리고 나니 지하철이 훤하였다. 잠실에서 내려 100층짜리 빌딩공사장 옆을 지나 조금 가다보니 중앙 버스차로에 호평동 가는 버스 타는 곳이 있었다. 우리가 가자 금방 도착한 M2323번 버스에서 출근하는 사람들이 한참 내렸다. 호평동에서 서울에 직장을 둔 사람의 글을 보니 호평동이 비교적 평내보다 지형이 평탄하고 살기가 좋다고 한다. 출퇴근시에는 사람이 많아 호평동에서 타지 않으면 서서가는 게 대부분이고 민자고속도로도 차량도 좀 밀리는 편이며 잠실로 들어오는 시간도 차량이 밀려 많이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펑내.호평동에서 살던 사람들이 다시 서울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우리 부부를 포10명 정도 탄 버스는 잠실을 빠져나와 한강을 건너고 강북도로를 타다가 민자고속도로로 진입하여 남양주로 달렸다. 마치 수학여행 가는 사람처럼 마누라는 즐거운지 연신 싱글벙글 거렸다.

 

 

 

                                                                                    천마산 입구 주차장 전경                                                                  

 

민자고속도로 주변 풍경은 봄을 맞아 수목들이 파란 새순을 내밀고 있었고 산하는 연초록색으로 불들고 있었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하였고 햋빛은 쨍쨍 내리비치고 버스안이 더울 정도로 따스하고 맑은 날씨였다.

 

산을 올라가면 날씨가 더울 것 같아 바람막이 옷을 벗고 베낭에 넣었다. 스마트폰 집 방안에 설치한 원격 CCTV로 땅콩이를 살펴보니 침대에서 잠만 자고 있다. 호평동으로 이사를 가면 좀 넓은 집에서 자유롭게 뛰놀고 산책도 하고 애견답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서울집 재건축이 문제가 있어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일부 도로변 고가 주택의 반대로 추진위 전체가 깨지고 부분적으로 각각 개별 추진을 할 모양이다. 돌아가는 모양새가 문제가 있을 소지가 많아 보인다. 어찌되던지 우리집은 평수가 적어 재건축을 한다고 해도 부담할 분담금도 문제이고 돌아가는 꼴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지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지난주 금요일 당장 집을 부동산에 내놓고 팔리는대로 이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27년 이상을 살던 이곳을 막상 떠난다고 생각하니 온갖 걱정이 생겨난다. 지금부터 고민과 걱정의 연속이 전개될 것이다.

 

 

 

                                                                                 주차장 옆에는 두부집이 있다.

 

 

 

 

민자고속도로를 지나 평내 시내를 돌고 돌아 마지막으로 아들집 근방 호평동에 도착하여 우리는 내렸다. 마누라는 연신 며느리에게 상황보고를 하면서 우리들 일정을 이야기하였고 서울에서 버스로 방금 집근방에 도착하여 이제 시내버스를 타고 천마산 입구로 가서 천마산을 탐방하고 오후에 내려오면 너희들 위문하고 저녁에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였다.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청량리와 호평동을 오가는 165번 버스를 타고 천마산 입구까지 세 정거장 가서 내렸다. 날씨는 화창하였고 사람들도 별 없었고 주차장 등 주변은 한적했다.

 

 

                                                                                        천마산 군립공원 입구

 

 

 

 

 

천마산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여기서는 생략한다. 인터넷을 살펴보면 자세하게 설명이 잘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고 산행 위주로 하루를 찍었다. 초행길이라 주변 사람들에게 물으면서 갔는데, 서울 교통카드가 모든 차량에 문제없이 사용되었고 아는채하고 가지 말고 잘 모르면 물어서 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이다.

 

주차장 주변에는 음식점도 별로 없고 간이 매점도 없다. 호평동 주민들이 이용하기에는 가장 놓은 자연생태 휴양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반자절이면 중간까지 갔다가 돌아오기도 하고 여름이면 가족이 같이 숲 속에서 하루를 즐기기에도 좋을 듯하다.

 

아마 앞으로 이곳도 지자체에서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거나 가진자나 권력자에게 각종 위락시설을 허용한다면 시간이 지나면 이곳 계곡도 각종 시설 및 유흥음식점 등이 들어설지도 모른다. 기도원, 수도원, 위락시설, 야생실습관, 캠핑장 등등 시설이 들어서면 그 곳은 금방 쓰레기 천지로 변하고 개발로 인해 자연산림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평일이라 그런지 감시인도 없고 관리인도 보이지 않는다. 수목 절단, 약초, 산나물 채취, 산짐승 포획, 음주 오락, 흡연 등을 철저하게 감시하지 않으면 관리가 어렵다.  

 

                                                                                조그만한 다리도 있고 계곡물도 졸졸 흐른다

 

 

 

햇빛은 따스하게 내리비치고 등산길은 조용하기만 하다. 사람이 너무 없어도 무서운 세상이라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올라갔다. 마누라는 혹시 산짐승이라도 갑자기 튀어 나올까봐서 무섭다고 했다. 유치원 어린이집 아이들이 젊은 여자 선생님과 같이 우리가 가는 산길을 줄지어 지나갔다. 봄꽃을 따러 간다고 했다.

 

산속은 아직 기온이 낮아 벚꽃이 이제 겨우 만개하여 피어 있다. 며칠전 내린 비로 인해 계곡에는 물이 졸졸 흐르고 있다. 여름에는 호평동에 사는 주민들이 가족들과 같이 이런 곳에서 하루를 보내기에도 좋을 듯하다. 수목이 우거지고 물이 흐르니 더운 여름을 이곳에서 하루 정도 보내는 것도 좋을것 같아 이번 여름에는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이곳을 찿아올까 생각했다. 

 

 

 

 

올라가는 길은 콘크리트로 포장 된 도로로 아마 옛날에 산판 도로를 정비하여 만들어진 듯하다. 도로는 완만하게 오르내리면서산 선허리를 돌고 돌아 하염없이 뻗어 있다. 중간에 약수터가 있는데 약수가 펑펑 쏟아지는 것이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나무마다 연초록 새순들이 경쟁적으로 돋아나고 있다. 산짐승은 거의 보이지 않고 산새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길은 완만한 경사라 걷기에 좋았다. 지난 세월을 정리하듯이 마누라는 지난 이야기를 쏟아 놓고 있다. 이제까지 건강하게 잘 자라서 결혼까지 한 자식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손주들에 대한 애착심도 강하고 일정기간 보지 못하면 몸쌀이 나는 모양이다. 남자보다 여자들은 자식과 혈육에 대한 강한 애정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종족번식을 위한 지극한 모성애는 별반 차이가 없는 듯하다. 알을 지키고 돌보다가 멎지 못해 결국 죽음을 맞이하면 새끼들이 태어나면 아비의 시체를 파먹으며 자라는 가시고기처럼 박봉에도 몸을 사리지 않고 노예처럼 일하며 자녀의 양육을 위해 혼신을 다하는 인간ㄷ르의 삶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듯하다. 

 

나이가 들어 이렇게 같이 산행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무한한 행복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조그만한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지나칠 뿐이다. 병원에서 병상에 누워봐야 건강의 중요성을 알게 되고 창밖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화장장에 가서 부모의 뼛가루가 든 항아리를 들어봐야 인생무상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주변에는 새순들이 연두빛 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고 벚꽃, 야생화들이 군데군데 피어 있었다. 오르는 길 옆 계곳에는 맑은 물이 졸졸 르고 완만하게 오르는 등산길은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있었다. 입구에는 수진사라는 거대한 사찰이 자리잡고 있었고 좀 올라가자 상명여대 생활관이 산 속 깊은 중간 고지대에 자리하고 있었다.

 

산허리를 이리저리 돌아 한참을 오르다 보니 길 옆에는 약수터가 있어 우리는 시원한 약수 한사발씩 들이키고 잠시 커피도 마시며 쉬었다가 다시 올랐다. 사람들이 드문드문 오르내리고 있었고 우리 부부는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천천히 걸었다. 자식들 키우던 이야기부터 시작한 마누라는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들이 머리속에서 필림처럼 지나가는 모양이다. 주도적으로 말을 하는 마누라 이야기를 잠자코 들으면서 산행을 하는 것은 매우 유익한 시간임에는 틀림없는 듯하다. 평소에 마누라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 편이라 이렇게 집중하여 들어주는 것이 만사형통이기 때문이다.

 

 

 

                                                                                            약수터

 

 

 

사람은 누구나 상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바라고 자신은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다. 자신의 좋지 않는 언행과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내가 스스로 고쳐야 하는데 대부분은 자신이 가장 옳고 정의롭다고 생각하고 남의 비판을 들으려 하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 사람은 배울수록, 나이가 들수록, 머리속에 든 것이 많을수록 고개를 숙일줄 안다. 별 볼일도 없는 자존심을 내세우며 흥분하는 사람은 생각이 짧고 깊이가 없는 사람이다. 가정교육, 학교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열등의식이 많은 사람은 자신의 평가에 민감하다. 타인의 나에 대한 비판을 스스럼 없이 받아들일줄 아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며 지혜로운 사람이다. 남의 이야기를 경청할 줄 알고 자신의 이야기는 적게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이 말이 많으면 실언을 하게 되고 경박스러워 보인다. 머리속에 쓰레기가 가득찬 사람은 새로운 지식을 담을 수가 없듯이 자신의 고정관념을 비우고 새로운 지식과 지혜를 담아야 한다.

 

평소 마누라에게 말을 좀 적게 하라고 당부를 해도 말하지 못하면 몸쌀이 나는지 나에게 열심히 조잘거리며 이야기를 잘도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면 말을 하고 싶어 안달이다. 그래서 주어를 빼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금방 이해가 안 되어도 열심히 잘 들어주는 편이다. 말을 하고 나면 가슴이 시원해지는지 후련해 하는 것 같다. 마누라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무슨 이야기던지 하는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는 남편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낮에 커피솦이나 음식점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모여 앉아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주고 받는 여성들을 자주 본다. 좋게 말해서 정보교류라지만 대부분은 남 흉보기나 자기 자랑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누구나 자신의 맹점을 자신은 모른다. 

 

서로 대화가 되고 마음속 스트레스가 풀리고 즐거움이 생긴다면 그것은 정신과 육체의 건강에도 좋은 일이다. 나는 맞장구를 쳐주었고 고개를 끄떡이며  웃기만 했다. 지나온 시절을 돌이킬 수도 없지만 두 번 다시 그런 삶을 살고 싶지가 않아서다. 오로지 호국의 간성이라는 자존심과 열정으로 모든 어려움을 견디어냈고 임무수행과 부하 및 부대관리에 최선을 다했다. 어쩌면 어리석기도 했고 무식하기도 했고 철없는 행동도 수없이 저질렀던 지난 시절이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만 하다. 이런 시간이 부부가 평소에 서로에게 하지 못하던 마음속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서로에게 엉어리진 마음이 풀리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나는 이미 까맣게 잊고 있었던 과거 이야기도 마누라는 잘도 기억하고 잘도 이야기 한다.

 

 

 

 

                                                                                            헬기장

 

                                                                           정상을 보니 아득하다

 

 

천천히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올라가다보니 콘크리트 도로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오르막을 오르는 비포장 산길 등산로가 시작되었다. 해발 800미터가 조금 넘는 천마산은 흙이 부드럽고 돌밭이 적어 중턱까지는 오르기에는 별 어려움은 없었다. 나무 계단을 오르고 비탈진 오르막을 한참 오르다보니 눈 앞에 헬기장이 나타났다. 주변 수목이 높이 자라 헬기가 착륙하기에는 위험하여 주변 수목 정리를 좀 해야 될 것 같았다. 아직 정상까지 아득하게 남았다. 나도 포기하고 내려가고픈 생각이 절실했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어쩌면 영원히 천마산 정상은 오르지 못할지 모른다는 아쉬움에 힘들더라도 이번 기회에 정상을 올라가기로 했다.

 

 

 

 

                                                                이런 야생화가 천마산 곳곳에 피어 있다. '노랑제비꽃'이란다.

 

 

천마산에는 스키장이 있는데, 올라가다가 중턱에서 보니 멀리 바라보이는 곳에 수목이 절단된 스키장이 보였다. 천마산에는 산짐승이 잘 보이지 않는다, 꿩, 사슴, 노루, 고라니, 청살모, 다람쥐, 뱀, 멧돼지, 산새 등이 주로 서식할 것인데, 눈에 거의 띄지 않는다. 단지 딱다구리 부부와 도로에서 도마뱀 한 마리만 보았다.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그런지 산짐승이 눈이 띠지 않고 약초캐는 사람만 한 두사람 보였다. 등산객도 평일이라 그런지 중년 아줌마들만 가끔 두서너명씩 짝을 지어 산행을 하는 정도이다.

 

공기는 무척 맑고 참나무, 박달나무, 물푸레나무, 소나무가 주로 서식하고 있다. 이곳도 몇 번 산불이 났던 모양이라 흔적이 남아 있다. 옛날에 이런 산봉우리에 봉화대는 어떻게 운용했을까? 올라가기도 힘들고 한 번 올라가면 내려오기도 힘든 이런 고산지대에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봉화대 군사들의 애환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는 듯하다.

 

정상 부근에 임꺽정이 본거지를 두고 지냈다는 임꺽정 바위와 동굴이는데 임꺽정은 힘도 좋은 사람인 모양이다. 철원 한탄강 고석정에도 임꺽정이 기거하던 소굴이 있는데, 이곳까지 신출귀몰했다면 과연 대단한 인물임에는 틀임없는 듯하다.  수도권 주변에는 임꺽정이 기거했다는 유적지가 적지 않다.

 

 

 

                                                                                중간에서 바라본 동북쪽 방향 전경

 

                                                                                      호평동 방향 전

 

 

오르는 길 곳곳에는 시가 적힌 간판이 서 있다. 마누라가 소리내어 읽어 본다. 난 힘들어 읽어볼 엄두도 나지 않는다. 자전거 타는 근육과 등산하는 근육이 달라서 그런지 산을 오르기는 힘들다. 그래도 자전거라도 타니까 이렇게나마 산을 오를 수가 있는 것이지 만약 평소에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면 아마 오르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내려갔을 것이다. 정상까지 어떻게던지 가겠다는 마음을 갔게 하는 것도 체력이 지치지 않고 가능하다고 판단되기에 포기하지 않고 오른 것이다.

 

마누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따라 올라온다. 대단하다. 매일 출근시 30분 정도 걷는 것 외에는 평소에 운동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 내가 오르니 자기도 할 수 없이 따라 올라 오는 것이다. 내가 정상을 갔다 올테니 힘들면 임꺽정 바위 근방에서 기다리라고 했지만 따라 올라가겠다고 했다. 그만 내려가자고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몇 번이나 올라오다가 내려갔을 것이다. 아들과 며느리에게 자랑도 하고 천마산 정상을 정복했다고 남에게 이야기 하고 싶을 것이다. 

  

무너진 나무계단도 좀 있고 봄철 낙석에도 방비를 좀 해야 될 것 같은데 관리 지자체에서는 손이 미치지 않는 모양이다. 예산이 없어서 그런지 아니면 예산을 다른 곳에 유용해서 그런지 아니면 지자체 관리자가 태만하고 게을러서 그런지는 알 수 없으나 전체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잘 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정표도 방향이 잘 못 서 있고 중간중간에 친절한 안내판이 부족하다. 정상 부근에는 밧줄로 잡고 오르는 난코스도 있고 철제사다리로 만든 나무계단도 설치되어 있었다.

 

단 통나무도 약간 흔들거리고 꺼질 것 같다. 하단부 기둥과 용접부분이 녹이 잔뜩 썰어 기름칠과 도색도 좀 해야 할 것 같다. 부스러지는 바위가 잘 못 밟으면 무너져 내린다. 봄철 행락철인데도 낙반사고가 날 우려가 많다. 만약 사고가 나면 환자를 헬기장에서 구난해야 하는데 핼기장 수목이 높아 헬기가 착륙하기는 힘들 것이다. 환자를 줄로 묶어 올리는 기술이 어려울 것인데...... 암튼 전반적으로 천마산을 관리하는 지자체에서 관리가 제대로 잘 되지 않는 듯하다. 나라의 머리가 비리와 부패로 썩어가고 있는데 이런 말단 지자체에서 제대로 관리될 리가 없을 것이다.

 

  

 

 

 

중간 벤치에 잠시 쉬면서 가져온 사과, 빵, 커피를 먹고 마시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딱다구리새가 한 마리가 바로 앞 나무에서 구멍을 파면서 집을 열심히 짖고 있다. 나무에 구멍을 파서 정리하고 있는 듯 부부 딱다구리가 연신 돌아가며 집을 만들고 있다. 집을 만드는 암놈이 부르는데 숫놈은 다른 나무 가지에 앉아 쉬고 있는 듯하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숫컷은 좀 게으런 면이 있는 듯하다. 암놈이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희망찬 기쁨에 열심히 집을 만드는데 숫놈은 다른 암놈을 기다리는지......목이 메인 암놈에 비해 무언가 마음이 들지 않는 듯 가정에 충실하지 못한 남편 딱다구리를 잘 못 만난 듯하다. 암놈 딱다구리야~~ 놈은 본래 게으르고 바람끼 많은 동물이라 그렇탄다. 부디 싸우지 말고 참고 견디며 현명한 아내가 되어 오손도손 행복하게 잘 살거라~~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고......

 

                                                                                                     호평동 전경

 

                                                                               나무 계단 올라서 바라본 호평동

 

 

 

우린 다시 출발했다. 정상을 바라보니 아직도 멀리 까마득히 보인다. 허리도 아프고 무릎이 점점 마찰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양손에 지팡이를 집고 오르는 마누라는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지 아니면 내려오는 시간이 너무 늦을까봐 걱정인 모양이다. 그래도 이곳까지 왔는데 정상까지 올라가지 않고 중간에 내려간다면 천마산을 갔다왔다고 누구한테 이야기 할 것인가?  이곳까지 왔는데 그냥 내려가기에는 너무 아쉬움이 많았다.

 

그래서 마누라를 격려하며 다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바위 난코스와 임꺽정 바위, 동굴을 지나 나무계단을 오르는 등 한참을 올라 겨우 정상에 올랐다. 아니 그런데 우리가 오른 이곳 봉우리가 정상이 아니었다. 올라오면서 바라본 봉우리가 이곳인데 실제 정상은 옆에 따로 있었다. 우리가 오른 봉우리는 뾰족봉인 보양이다. 바로 옆에 다른 봉우리가 있는데 이곳보다 약간 높아보이고 태극기 깃발도 보였다. 아! 저곳이 정상이구나~~ 우쉬~~순간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다시 또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하다가 그래도 정상에 오르자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서 다시 내려가서 바위를 타고 오르는 등 정상에 올라가니 주변이 확 트였다.

                                                                                 

 

                                                                             고난의 인생은 이처럼 멋있는 것이다

 

 

                                                                                         정상에서 바라본 마석 방향 전경

 

                                                                                

정상에서 둘러보니 정상과 비슷한 봉우리가 바로 앞에 또 한 개가 더 있었다. 멸도봉인 모양이다. 정상 부근에는 멸도봉, 뾰족봉, 정상 등 총 3개의 봉우리가 천마산 정상을 만들어 우뚝 서 있다. 맑은 날씨라 사방이 잘 보였고 전망도 좋았다. 사방의 경치를 사진 찍고 인증샷도 찍었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정상에 올랐으니 다시 내려가야 한다.

 

 

                                                                                        천마산 정상에서 한 컷

 

 

정상 부근에는 여러 노송이 바위틈에서 멋있게 자란 모습이 보였다. 바위틈에서도 비바람에 꿋꿋하게 버티며 수십년을 멋있게 자란 노송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옥토에 떨어진 씨앗이라고 반드시 크게 자라고 큰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옥토에 떨어진 씨앗보다 바위위에 떨어진 씨앗을 성경에는 찬미하고 있다. 이처럼 바위틈에 떨어진 노송처럼 척박한 환경에서 모진 고통을 인내하며 참고 자란 나무가 멋 있듯이 인간도 부자집에서 부족함 없이 평온하게 자란 사람보다 가난한 가정에서 엄한 교육을 받고 성실하게 자란 자녀가 반드시 국가 위기시에는 큰 일을 할 수 있는 인물이 되는 법을 이 노송이 말없이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멀리 마석 읍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씨라 사방이 잘 보였고 정상 정복의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사진도 찍고 좀 쉬었다 가면 좋으련만 우리는 쉬는 것보다 빨리 내려가 며느리와 손주들과 즐거운 시간을 더 많이 같기 위해 서둘러 쉴 틈도 없이 내려갈 걱정에 바로 하산하기 시작했다.

 

아마 천마산은 두 번 다시 오를 기회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 글을 쓰면서  나중 이야기지만 천마산을 올라갈 때 두 번 쉬고 포기하지 않고 올랐다. 내려올 때도 약수터에서 한 번 쉬고 그냥 입구까지 바로 내려왔다. 올라갈 때는 대략 2시간 반 정도 걸렸고 내려올 때는 1시간 조금 더 걸렸다. 집에 와서 자고 나니 새벽에 일어날 수가 없었고 자전거도 타지 못했다.

 

이틀 동안 허리, 허버지, 종아리, 발꿈치 등이 근육통이 생겨 방과 마루를 엉금엉금 기어다녔다. 족욕을 하고 진통제를 바르고 근육 마사지를 하고 찜질을 하고 주무르고 뜸뜨고 별짓을 다하다가 이튼날 오후가 되니 조금 근육통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무리하게 산행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정상을 정복한 것이 신기했다. 비록 근육통으로 이틀간 고생은 했지만 이러한 결과가 새벽마다 자전거를 타면서 운동을 했기에 가능했지 그렇지 않았다면 정상을 오르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마누라도 대단한 것이 매일 30분 정도 걷는 것이 매우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상에서 바라본 마석 방향 전 

 

                                                                                왼쪽으로 돌면서 경을 찍었다

 

 

 

                                                                       정상 부근에는 정상과 비슷한 봉우리가 두 개나 더 있다. 멸도봉

 

 

 

마누라는 내려오는 길이 며느리와 손주를 본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힘들다는 군소리 없이 잘도 따라 내려온다. 아들, 며느리와 통화도 하면서 신이 났다. 올라왔던 길이라 내려가는 길은 좀 쉬웠다. 무릎 관절이 휘청인다. 새등산화를 신고 왔더니 발바닥이 불이나고 양 볼이 조여서 아프다.

 

30~40분 만에 헬기장을 지나고 콘크리트 도로까지 내려왔다. 화장실에 들러 용변을 보고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일사천리  내려갔다. 정상 정복 후 내려오는 길은 다리도 아프지 않는 듯하다.

 

내려오다가 다시 약수터에 들러 다시 약수를 한바가지 들이키고 다시 출발, 30분 정도 걸으니 하단부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 주변에는 막걸리 한사발을 마시고 싶은데 마땅한 가게가 없다. 그래서 버스 정류장에서 165번을 타고 아들집 근방에서 내려 과일을 사가지고 집을 방문했다.

 

 

                                                                                         주차장 입구 노송 모습

 

 

며느리가 반갑게 우리를 맞았다. 손주들과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이 되어 상가 2층 고기집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며느리 칭찬과 손주 자랑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식사를 한 후에 우리는 며느리와 손주를 집에 데려다 준 후에 다시 M2323 버스를 타고 잠실에 도착하니 저녁 9시경이 되었다.

 

몸은 파김치가 되었지만 힘들게 천마산을 정복하고 며느리와 손주들을 위문하고 왔다는 뿌듯한 즐거움과 행복감에 젖어 별로 피곤함을 아직 느끼지 못했다. 하루종일 집을 지킨 반려견 땅콩이가 반가워서 어쩔줄을 모른다. 간식 중 특식을 주고 위로하면서 같이 깊은 잠에 빠졌다. 다음날 새벽에는 무리한 산행으로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자전거도 타지 못했다. 이렇게 하루의 즐거움이 사는 동안 계속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인생은 결코 그러지 못하다는데 문제가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