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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강남의 봄 5 : 절망과 분노의 시대

 

 

강남의 봄 5 : 절망과 분노의 시대

 

 

                                                                      서초구 방배동 소라아파트 벚꽃거리 전경

 

 

봄이 왔지만 새벽 날씨는 아직도 써늘하다. 아직 찬기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듯 새벽 바람은 냉기를 품고 있다. 비가 내린밤 새벽은 특히 그러하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씨가 계속되더니 비가 온 뒤로는 황사나 미세먼지도 사라져 앞으로는 맑은 날씨가 계속될 전망이다. 가는 곳마다 벚꽃이 만발하였고 지난주가 벚꽃이 절정을 이루었다. 여의도 벚꽃축제, 진해 군항제를 포함하여 전국 곳곳에 봄꽃축제가 열리고 사람들이 봄꽃의 아름다움을 찿아 주말이면 야외로 나들이를 가는 차량으로 고속도로와 국도가 초만원을 이루었다. 지난 5일이 청명, 6일이 한식, 다음주 20일이 곡우다. 이제 봄은 완연히 우리 곁에 찿아왔다.

 

새벽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작년 반포운동장 한귀퉁이 농구장에서 새벽마다 혼자 열심히 춤을 추던 아줌마도 멀리 춤추는 모습이 다시 보인다. 키가 비교적 작은 아줌마인데 춤에 무슨 한이 맺힌 모양이다. 그러나 무엇이던지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은 건강을 위해서는 좋은 일이다. 무도장에서 인정받고 남자를 리드하며 동료들의 부러움을 받으려는 마음 등 작은 키를 보상받으려는 심리도 많을 것이다. 한 젊은 부부는 열심히 겨울 동안에도 새벽마다 운동장을 달렸고 오늘도 부부가 나란히 달리고 있다. 부부가 같이 새벽 운동을 하는 것은 같이 부지런하고 신념이 강하며 부부가 서로를 이해하기에 가능할 것이며 이렇게 일어나기 힘든 새벽에 일어나 같이 운동을 한다는 것은 부부금실이 무척 좋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술 먹고 늦게 들어온 남편, 지난밤 부부싸움을 한 부부가 새벽이 저렇게 운동을 나올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생각에 아직 아기는 없어 보였다. 또 주둥이에 흰 점이 박힌 잘 생긴 도사견을 데리고 나오던 중.노년 부부도 겨울 내내 새벽 산책을 했다. 나머지 운동장에 몇몇 보이는 사람들은 겨울 동안에는 잘 보이지 않던 사람들로 날씨가 풀리자 새벽 운동을 나오는 사람들이다. 그래도 새벽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신념이 굳은 사람들이지만 그마져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서울에도 벚꽃이 절정을 이루었다. 벚꽃 거리로 유명한 곳이 많지만 내가 다니는 새벽 자전거길에 지나는 길목에 벚꽃이 만발한 곳이 있는데 바로 서울 방배동 소라아파트 벚꽃거리다. 아파트 주변은 가로수가 대부분 벚꽃나무가 심어져 30년 이상 자라서 지금은 고목이 되었는데 매년 봄 한철 가로길이 제법 운치가 있어 아파트 자체적으로 축제도 열리는 모양이다. 사무라이가 주군을 위해 활복자살하는 것처럼 금방 피었다가 순식간에 떨어지는 것이 일본인 성향을 닮았다 하여 과거에는 한국인들이 싫어하던 꽃인데 이제는 아무런 감각도 없이 사람들이 좋아하고 있다. 대신 한국의 나라꽃인 무궁화는 여름내내 피지만 벌레가 많이 달려들어 지저분하고 꽃나무가 크게 자라지도 못하고 꽃도 긍방 떨어져 버려 일반 시민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공공단체나 가로에 가끔 무궁화단지를 조성해 놓았지만 벚꽃처럼 화사하지도 이목을 끌 정도는 아닌 꽃이다.

 

소라아파트가 처음 지어질 때 그 주가가 대단하여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고급 아파트로 정평이 나 있었다. 특히 바로 옆에는 당시 유명하던 방배 카페골목이 있어 부유층들이 찿는 곳이라 요즘으로 치면 압구정동, 청담동 지역의 최고급 아파트로 보면 된다. 당시 분양시 복부인은 물론 돈 깨나 있다는 사람들이 청약에 수없이 몰려들었고 프리미엄도 엄청나게 붙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입주한 사람들은 소라 아파트에 사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그러나 지금은 노후한 아파트로 방배 카페골목이 사양길로 접어들자 등달아 소라아파트도 주가도 시들해졌다. 

 

 

 

 

 

 

한 기업인의 죽음, 불안한 정치권

"만난적도 없다.", "잘 알지도 못한다.", " 한 푼도 받지 않았다. ", "처음듣는 이야기다."  등 등  유서에 실명 관련자들이 극구 변명을 늘어놓고 있으며 마음속 한편으로는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그 기업인이 짧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그의 유서에 밝혀진 사실을 두고 언론이 경쟁적으로  대대적인 보도를 일삼고 여론은 태풍이 되어 한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그리고 야당은 이런 호재를 이용하여 여당에 대한 대대적인 반격을 시도하여 4월 재보선을 겨냥하여 승리를 도모하고 현정권을 추락시키기 위해 엄청난 공세를 퍼붓고 있다. 아마 박대통령은 이번 사건으로 세월호에 이어 정권의 기반이 흔들릴 정도로 곤혹스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남은 임기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유서에 쓰인 정치인들이 대부분 친박 인사들이라  칼끝이 현 정권으로 대반전이 일어나자 검찰도 당황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치 독사뱀이 가시고기를 삼키려다가 가시고기에게 혓바닥을 물린 꼴이다.

 

검찰의 자원조사가 결국 현정권에 부메랑이 되어 친박 세력과 청와대가 핵폭탄을 맞은 것처럼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한편으로 전번 이명박 정권 자원개발 비리에 관련된 자들은 회심의 미소를 짖고 있을 것이며 대반전에 박수를 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게 바로 우리 한국의 정치 현주소다.

 

그 기업인 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부분 기업인들이 여당은 물론 야당 정치인들에게도 때만 되면 막대한 뇌물을 주기적으로 실세들에게 상납하고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대선을 앞두고 누가 당선이 되더라도 새정권이 기업에게 불리한 정치적, 경제적, 금융적인 압박을 회피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정치헌금을 뿌리는 것이 상례화되어 있는 모양이다. 이러한 행태가 당연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정치의 부패성과 후진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역대 정권의 최고 지도자는 이러한 사실을 대부분 모르는 일로 치부되었고 그의 가족들이나 인친척, 대선조직이나 정권의 실세들에게 지속적으로 정치뇌물을 제공하여 왔고 권력자 주변의 십상시들이 갖가지 인사개입과 봐주기 전화압력 등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에서 개탄을 금치 못한다.

 

어떤 정치인이 정권만 잡으면 출신 지역은 물론 그 지역 초등학교 동창생들까지 실세들의 배려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 수많은 국가 공기업 재정을 파탄내면서도 고액연봉을 받으며 주변 및 관련 기업인을 등쳐서 엄청난 재물을 챙기게 된다. 권력자와 주변 실세들은 자신들의 출신 지역과 지역민을 위해 서울에 호텔, 기숙사도 세우고 전용 고속터미널도 만들고 고속철도 놓고 공기업이나 공장도 이전.유치하고 관광단지도 조성하면서 지방 건설업체가 대부분 이러한 사업권을 독식하면서 엄청난 비자금을 만들어 정권 실세들에게 바친다. 물론 지역개발을 이유로 도로 노선을 설계하면서 실세들은 물론 권력자 자신을 포함 주변 친인척들의 지방 부동산도 등달아 올라간다. 또 정권이 바뀌면 지방 조폭까지 서울로 올라와서 검.경찰을 끼고 서울지역 조폭세계를 접수하고 엄청난 이권을 챙기게 되며 문화관련 부서는 국가 예산을 투자하여 조폭을 우상화하는 조폭영화가 무더기로 만들어지고 상영되기도 했다.

 

그래서 권력자 자신의 주변 친인척을 포함한 수많은 추종자들이 다같이 한꺼번에 팔자를 고치고 엄청난 재물을 얻을 수 있기에 인생역전이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국가발전이나 국민복리, 국가안보와 국방에 대한 비젼이나 미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정권을 잡으려고 발버둥치는 것이다. 그래서 정권이 바뀔때마다 정부재정은 시간이 갈수록 부채가 쌓여가는 것이고 나라 곳간을 다 빼먹고 물러나 치부한 재산으로 해외별장을 장만해 놓고 가족까지 해외로 유학을 핑계로 보내놓고 여차하면 해외로 도망칠 궁리나 하면서 남은 인생 해외로 여행이나 골프치러 나가서 유명 관광지 해변가 고급별장에서 숨겨온 애첩과 밤새 즐기며 유유자적하는 것이 권력 실세였던 추종자들의 모습일 것이다. 한편 권력자는 퇴임 후 자신의 치적을 부풀리고 자랑하며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자기 변명만 늘어놓는 회고록이나 집필하는 것이다. 

 

한국 정치권에 성공한 기업인이 뛰어드는 순간부터 대부분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고정주영 회장을 포함하여 수많은 기업인들이 자신의 성공과 이룩한 기업, 그리고 자신의 엄청난 재산과 수많은 종업원 등 추종자들의 충성심에 우쭐하여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면 기존의 정치인들이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받아먹은 전과가 있기에 그 사람을 정치적으로 왕따시키고 철저하게 배척하는 것이 우리 정치 풍토다.

 

이번 사건도 정치권에 드나들며 인맥을 넓혀온 기업인이 자신의 기업이 사지에 몰리자 그동안 정치자금을 제공했던 정치인들에게 구원을 요청했지만 대부분 무관심하자 보복성 유언장을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자신의 죽음으로 한국 정치권이 개선되기를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국 정치권은 절대로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바뀔 수가 없다. 선거에는 돈이 필요하고 돈을 제공한 기업인은 차후 댓가를 기대하고 제공한다. 그래서 해외자원개발에 참여해서 엄청난 비자금을 만들었고 자원개발이 문제가 되자 그 기업도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사지에 몰린 성회장이 선택한 길이다. 한국 정치권이 바꾸지 않는한 이러한 비리와 관련자들의 죽음은 어제라도 다시 반복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개혁시키는 일이 급선무다. 우선 돈선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돈이 필요없는 선거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국회의원 수를 대폭 줄이고 특권을 전면적으로 폐지해야 한다. 지방자치를 대폭 개혁하고 지방선거도 폐지해야 한다. 대통령 권한을 분산내지 제한시키거나 아니면 책임내각제를 선택하여야 한다. 기존의 청와대 권력구조를 대폭 줄이고 각종 수석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정당제도를 폐지하고 지역별, 직능별, 시민단체를 대표하는 대표자를 뽑고 100명 내외의 국회 입법의원을 만들되 무보수, 무특권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물론 많은 공청회와 의견수렴 등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헌법 개헌이 뒤따라야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정치개혁이 바로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개혁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절망과 분노의 시대

경기불황과 침체로 청년실업이 10%대 이상이라지만 실질적인 청년실업율은 훨씬 웃돌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으나 저임금의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만 선호하고 고임금의 노동자를 채용할 수가 없는 형편이다. 한국인 청년 노동자들은 중소기업을 비선호하고 고임금을 주고 채용해도 얼마가지 않아 그만둔다고 한다. 힘든 작업을 견디지도 못하지만 비젼과 미래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 한다. 물론 알짜 중소기업은 얼마던지 잘 운영되고 있지만 특히 제조업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자영업이 하루가 멀다하고 문을 닫고 업종을 변경하고 간판을 바꾸고 주인이 바뀌어도 희망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자영업이 많은데다가 대기업이 영역을 침범하여 시장을 장악하기 때문에 장사가 되지 않는다. 배불리 먹고 아쉬움없이 자란 요즘 젊은이들이 열사의 나라 중동으로 진출하기를 바라지만 그런 고생을 하고 싶지가 않을 것이다. 이번에 대통령이 남미를 간다고 하는데 갔다오면 또 남미로 가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대기업에 고액연봉에 미래가 탄탄한 직장만을 선호하지 힘든 타향살이와 노동을 선택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배가 부른데 무슨 고생을 사서할 것인가? 또 선배 노동자들의 노동투쟁으로 노동자들이 고액연봉, 귀족화, 세습화로 인해 기업은 비정규직, 임시직만 모집하고 각종 규제로 기업들이 해외로 탈출을 시도하였고 대규모 공장도 중국, 베트남 등지에 짖고 있지만 한국내에서 큰 공장을 짖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러한 모든 불행은 우리들의 자업자득이며 우리사회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부모들이 노예처럼 벌어 대학을 5~6년을 다니면서 스팩쌓는다고 세월 다 보내고 겨우 졸업은 했지만 기업 채용시험에 계속 떨어지니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그 순간부터 대부분 백수신세다. 젊은이들은 3포시대에서 5포시대로 더 처지가 열악해졌다. 그래서 취업은 커녕 결혼도 늦추고 부모집에서 독수공방하며 불안, 불신, 불만에 젖은 3불시대를 살아가며  정신과 육체가 병만 들어가고 있다. 다행히 임시직, 비정규직, 그리고 알바나 대리기사 자리를 얻어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인 젊은이가 한 둘이 아니다.

 

기업인과 정치인들의 비리 추태는 국민들의 더욱 실망시키고 있다. 어느 정권이나 권력자 주변 세력들이 비리에 연루되지 않는 적이 없으니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박정권도 어느 정권과 다르지 않고 지도자는 물라도 그 밑에서 실세 십상시들이 저지르고 있는 모양이 꼭 진나라 진시황제 시대와 비슷하다. 노동자들은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 노예처럼 일하고 있는데 기업인이나 정치인들은 그 고혈로 비자금을 만들어 비리를 저지르고 사익을 취하고 댓가성을 받고 국고를 축내고 있다. 이처럼 권력과 부가 야합하여 한국사회를 병들게 만들고 있으며 정의와 공정이 사라지고 비리와 부패가 판치는 희망과 미래가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고 있고 불안하고 차별적인 비정규직. 임시직, 알바, 대리기사 등으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으니 어찌 절망이 없을 것이며 분노가 일어나지 않을 것인가?

 

우리는 지금 이러한 절망과 분노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아래는 주요 사설 2개를 소개한다.

 

청년실업 5적(敵)

그들은 역사상 그 어떤 세대보다 교육을 많이 받았고 지적으로도 우수하다. 컴퓨터·인터넷·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디지털 신인류'다. 20세기 이전 왕족이나 귀족계급만 누렸던 외국어 교육, 1인1악기, 개인 과외교사 수업도 받았다. 교육에 들어간 비용은 셈하기 어렵다. 그걸 다 더했다가는 심장마비가 올 것 같다는 부모들이 많다. 영재고나 과학고, 자사고나 외고에 진학한 경우 내신 등급 유지를 위해 월 수백만 원은 각오해야 한다. 부모들은 이쯤에서 대충 기진맥진이다.

그렇게 바늘구멍을 뚫어 S대 경영학과에 진입한 낙타들이 120명이다. 웬만한 중학교에서 전교 1, 2등은 맡아놓고 해야 간다는 특목고, 그 특목고에서 3년 내리 전교 1등을 해도 갈까말까 하다. 하지만 정작 바늘구멍을 통과한 낙타들은 또 새벽 5시부터 도서관 자리 맡으려 경쟁하고 각종 취업용 스펙을 쌓느라 누렇게 뜬다. 120명 중에 80~90명은 로스쿨, 고시 준비, 대학원 진학으로 재차 비용을 치른다. 나머지 30~40명은 예기치 못한 취업시장의 냉혹함에 부딪힌다. 외환위기 때보다 더 하다는 청년실업률의 속살이다. S대 인문대생들은 딱 절반만 취직한다. 경영·경제학 부전공으로 전공세탁을 해도 그렇다. SKY 사정이 이러니 '인구론(인문대생 90%가 논다)'이란 말이 나온다. 청년들은 무저갱에 갇힌 듯 현재도 미래도 없이 시들어간다. 꽃 같은 학창시절 다 바치고 부모들 노후까지 담보 잡은 결과가 이 모양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한 제1의 적은 정부와 관료집단이다. 제조업의 한계는 20년 전부터 예고됐다. 서비스업 육성 역시 한두 해 곱씹은 얘기가 아니다. 국회선진화법 이전, 집권당이 다수당이었던 시절에도 말로만 규제혁파, 금융·교육·법률·의료의 4대 쇄국산업을 철통처럼 지켜온 게 정부요 관료들이다. 은행을 주인 없는 상태로 방치하며 대리인 비용만 키워온 것도 그들이다. 은행들은 관피아, 정피아 천지가 됐다. 그런 은행 밑에 보험, 증권, 저축은행, 자산운용사까지 다 끌어다놨으니 금융경쟁력이 아프리카보다 떨어진 건 당연지사다. 유보금이 수조 원씩에 달하던 세계 1위 철강업체 포스코와 국가 기간통신사 KT는 주인 없는 십 몇 년 새 아예 거덜이 났다.

제2의 적은 정치권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에 가장 중요한 의료법, 관광진흥법, 크루즈법, 클라우드법 어느 것 하나 통과시키지를 않는다. 인구 70만의 마카오가 연 3000만명 관광객을 유치해 완전고용을 실현하고 싱가포르가 국민소득 5만6000달러의 아시아 최고 부국이 된 게 그들에게는 아무런 감흥이 없다. 국회의원 배지 앞에서는 공무원단체, 시민단체, 노조만이 갑(甲)이다. 재정이 거덜나든 말든, 공무원연금 개혁은 뒷전이요 노조들 기득권 수호에 홍위병 노릇이 고작이다.

제3의 적은 대기업이다. 끊임없이 신성장동력을 찾고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은 기업의 본질이다. 혁신 대신에 상속·승계에 목을 맬 때, 기업가정신을 새롭게 벼리기보다 선대(先代)의 유산에 안주할 때 이미 도태된 것이나 다름없다. 대기업과 혼연일체, 공존공생의 관계가 돼버린 대기업 노조는 제4의 적이다.

제5의 적은 단연 교육부다. 불공정하고 불투명하고 불가측한 대입제도를 바탕으로 꼬리가 몸통을 흔들 듯 초·중·고 교육을 망쳐온 게 그들이다. 전 국민을 거덜나게 만드는 고비용 구조를 만들어놓고도 영어 하나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이 IT·바이오·로봇 시대에 대비해 코딩과 컴퓨터프로그래밍 교육에 열을 올릴 때 수업시수까지 정해가며 국·영·수만 고집하는 게 그들이다.

청년들을 살려내지 못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청년들더러 중동으로 가라는 정부는 무책임하고 무능하다. 청년 일자리를 가로막고 있는 정치권, 청년들에게 희망과 열정을 주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 이유가 없다. 내 자식보다 내 밥그릇이 더 중요하다는 기성세대는 자멸뿐이다. 청년들을 글로벌 낙오자로 키우는 전근대적 교육부는 해체돼야 한다. OECD 국가 중 교육부가 정부부처 형태로 있는 것은 일본과 한국, 딱 두 나라뿐이다. 그리고 일본과 한국 공히 교육이 망국의 근원이다. 청년 일자리를 가로막는 대한민국 오적(五賊)을 고발한다.

[채경옥 논설위원]

 

 

 

                                                                                           반포천 벚꽃 전

 


사드 성능의 불확실성

최근 사드 요격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논쟁은 비정상적이고 비이성적이다. 그 이유는 우리가 사드 요격체계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중요한 의문이 있다. 약 100억 달러를 투입해 개발에 착수된 지 24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사드가 그처럼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라고 한다면 미국은 왜 아직까지 자국 방어에도 턱없이 부족한 3개 포대밖에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한반도를 방어하는 데만도 최소한 3개 포대가 필요한데 말이다.

올해부터 추가 생산이 개시돼 몇 년 뒤에 7개 포대로 늘어난다는 얘기가 있긴 하다. 그렇다면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위협에 노출돼 있는 일본은 왜 도입이나 배치를 검토하지 않는 것인가? 일본 방위성은 이미 지난해에 “사드 배치나 도입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이나 유럽의 북대서양방위조약(NATO) 가입 국가들 같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도 사드 배치에 대해 검토한다는 말조차 아직까지 하고 있지 않다.

의문은 꼬리를 문다. 우선 “11번의 요격 시험 결과 명중률이 90%에 달했다”는 사드 주생산 업체 록히드마틴의 주장에 대한 신뢰성 여부다. 록히드마틴은 명중률의 의미와 관련해 사드가 초속 5㎞ 이상으로 가속된 북한의 노동미사일 같은 중거리 지대지미사일의 하강하는 탄두를 맞힌 것인지, 아니면 속도도 느리고 몸체도 큰 항공기에서 발사한 시험용 미사일 본체를 맞힌 것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사드가 무엇을 요격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명중률 90%라는 주장에 우리가 현혹돼서는 안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설령 사드가 요격에 성공했더라도 목표물인 미사일의 탄두를 완전히 파괴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은 “북한이 중거리 노동미사일의 발사 고각을 높여 남한을 타격하는 단거리 미사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며 이를 근거로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주장이 맞을 가능성은 오직 한 가지로,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가 실패했을 경우다. 북한의 핵탄두가 단거리 스커드에 장착할 만큼 소형화되지 못했으니 대신 중거리 미사일에 1~2t가량의 무거운 핵탄두를 탑재하고 사거리를 줄여 남한을 타격한다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무거운 핵탄두의 70%는 고열과 충격을 견디는 삭마제(削磨劑)란 특수합금으로 된 탄피가 차지하고 고폭탄과 핵 물질은 30%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이 무거운 핵탄두를 운동에너지로 직접 파괴(hit-to-kill)하는 물체는 사드 미사일의 탄두 캡슐이 열리며 튕겨져 나오는 6㎏ 무게의 작은 타격체(kill-vehicle)다. 이 경우 사드가 북한 미사일에 명중하더라도 제대로 맞지 않으면 탄두가 파괴되지 않고 하강해 목표물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마치 바늘로 바위를 치는 효과밖에 없을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 의문은 왜 로버트 게이츠 전 미국 국방장관이 2009년 사드 기술에 대해 “실패(failure)”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개발 예산을 삭감했었느냐는 것이다. 그 뒤 미국이 기술적인 진보를 이뤘다고 해도 과연 게이츠 전 장관이 제기한 문제점을 해결한 것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이런 기술적 난제가 해결됐다면 대량생산으로 그 단가를 얼마든지 낮출 수 있다. 이 때문에 1개 포대가 1조8000억원에 달할 이유도 없다. 역설적으로 사드 포대 배치에 엄청난 예산과 방대한 부지가 필요한 이유는 그것이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방증이다. 이런 의문을 우리 국회 국방위에서 야당 의원이 제기하자 한민구 국방장관은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못한 채 “미국이 개발해 실전 배치한 무기”라며 빠져나갔다. 대한민국 국방부조차 이 무기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단지 미국이 갖고 있는 무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성능과 효용성의 문제는 생략하고 막대한 정치적·재정적 부담을 감수해 들여온다면 이처럼 어리석은 일이 또 있겠는가? 미사일 방어는 아직까지는 실재성이 없는 추상적 구상이다. 여기에 한국 안보를 맡길 수는 없는 것이다.

김종대 디펜스 21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