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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강남의 가을 1 : 둘째 손주, 드디어 세상을 보다

 

 

강남의 가을 1 : 둘째 손주, 드디어 세상을 보다

 

 

                                                                                 밝아오는 내방역 아침

 

 

밝아오는 가을 아침 하늘은 청아한 모습으로 나를 반기는 듯하다. 폭염과 장마가 교차하던 8월도 어느듯 소리없이 지나갔고 9월이 가을을 이끌고 성큼 다가섰다. 아침 기온이 20도 이하로 떨어지고 자전거 타기에 더없이 좋은 가을 날씨가 계속될 전망이다. 9월에는 민족의 명절 추석이 어김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추석 물가가 들썩이고 채소값, 과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서민들의 고통이 또 가중될 전망이다. 벌이는 시원찮은 데 이런 명절이나 돈드는 일은 이렇듯 아무런 미련없이 누구에게나 찿아오기 때문이다.

 

추석 장보기가 겁이 나고 그래서 차례도 간소화하고 자녀들도 오지 말았으면 한다. 좁은 집에 오더라도 부담스럽고 아들 부부와 손주, 딸 부부와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마음이 편치 못하니 그냥 저들끼리 알아서 보냈으면 하는 바램이다. 온다면 마누라는 무언가를 준비하고 잘 먹여 보내려고 갈비를 포함하여 각종 음식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부모에 대한 고마운 마음에 방문하는 아들이나 딸을 반겨야 하나 능력이 있는 집안은 몰라도 능력이 미천한 가정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오고가는 가운데 교통비는 물론 고속도로에서 지체하고 혹여 온가족이 같이 타고오다가 무슨 사고라도 난다면 그것은 엄청난 불행이다. 사람에게 불행은 언제 어떻게 찿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90년대 초 계룡대에서 근무할 당시, 장교들도 자가용을 구입하기 시작하였고 주말이면 주변 지역으로 가족들이 놀러가는 것이 대유행이던 시절이었다. 당시 계룡대는 엄청난 넓은 공간에 아파트와 사무실, 상가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고, 대전과 서울을 오가며 출퇴근해야 하는 사람, 주말 부부, 가족 나들이 등으로 차량이 절대로 필요한 시절이었다. 그래서 많은 장교들이 자가용을 구입하기 시작하였고 주말에는 가족을 태우고 대전, 논산, 공주, 유성 등 주변 음식점, 관광지 등 지역에 나들이 다녀오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래서 어느 한 장교가 어렵게 자가용을 구입하여 모처럼 주말에 할머니를 포함하여 부부, 두 자녀들과 같이 새로 산 자가용을 타고 닭백숙을 먹으려 논산 방향으로 가던 중 호남선 철도 건널목을 건너다가 갑자기 차가 고장이 나서 서는 바람에 당황하여 쩔쩔매다가 때마침 달려오던 열차에 일가족이 피하지도 못하고 두 자녀만 팅겨나와 중상을 당하였으나 겨우 생명을 건지고 나머지 부부, 할머니 모두 현장에서 사망했던 불행한 대형참사를 당했던 기억이 난다.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이며 슬픈 일인가?

 

  

 

                                                                                  이 땅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이 버린 각종 쓰레기

 

우리 주변에는 이웃과 사회, 이 땅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각종 범법자를 포함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들, 불법적이고 반 사회적인 언행을 일삼는 사람들, 권력과  탐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약자를 억압하고 수탈하는 사람과 조직들, 사회적으로 멸시받고 천시받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 땅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이 재기를 하려 해도 할 수 없는 사회, 가난을 극복하려 해도 도저히 할 수 없는 역동성이 사라진 사회, 5%의 가진자들이 95%의 못 가진자들을 지배하는 사회, 권력을 이용하여 재물에 탐욕을 부리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는 사회다.

 

사람들은 자기집 안방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정리정돈을 하고 쓸고 닦고 하지만 밖에만 나오면 달라진다. 물론 자신의 집안 자기방을 깨끗이 청소하지 않고 정리정돈을 소홀히 하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집과 방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며 항상 정신이 산만하고 정확성이 부족하며 대는대로 사는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그런 사람은 학교 교육과 가정 교육의 실패자들이며 반가정적이며 반사회적인 인물로 성장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집 밖에 나오면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고 주차장에 쓰레기 봉투를 몰래 버리고 차량 재떨이를 바닥에 털고 가 버린다. 차를 타고 가다 창문을 열고 도로에 공초를 버리고 침도 벹는다. 담배를 꼬아 물고 스마트폰을 들어다 보면서 운전하고, 교통 신호를 준수하지 않으며, 끼어들기 새치기를 하고 과속으로 경쟁적으로 달린다. 그런 사람은 이 땅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이면서 죽음을 향해 지름길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이다.

 

새벽길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쉼터마다 쓰레기 천지다. 인도마다 아무곳에나 쓰레기를 버리고 골목마다 쓰레기가 넘쳐난다. 특히 어린이 놀이터, 아파트 쉼터, 공중 화장실, 버스 정류장, 빌딩 주변 쉼터나 휴게장소, 지하철 역 출입구 근방, 그리고 대부분의 편의점 앞에는 쓰레기가 난무하고 주인은 청소하기 바쁘다.

 

가난과 빈곤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이 세상을 원망하며 이 땅이 저주스럽고 더럽다고 생각하기에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 떠나간 장소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들은 이 사회와 나라를 사랑하지 못하는 반사회적인 사람들이다.

 

우리들은 진정 이 땅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인가?

 

 

 

                                                                                      가을의 명물, 전어회

 

지난 주에는 마누라가 아들집 며느리의 두 번째 출산을 돕기 위해 일주일간 대전에 내려간 사이 딸, 사위와 같이 저녁 겸 방배역 근방 단골 횟집에 가서 요즘 제철인 가을 전어회를 먹었다. 이 집에는 전어회, 콩가루, 미역냉국을 주는 데 특히 미역냉국이 시원하고 맛깔져 별미다. 전어회는 야채와 콩가루를 썩어 쌈을 사서 먹는다. 구수한 전어회 맛이 다 씹어 먹을 때까지 입안에 가득하다. 더불어 소주도 한잔 하고 사당역 근방에 있는 간이주점인 부산오뎅집에 들러 오뎅과 뜨거운 청주를 마셨다.

 

 

                                                                                             별미 미역 냉국

 

미역냉국은 미역, 오이, 양파, 무순 등이 들어가 있는데 살얼음이 둥둥 떠 있어 시원하기 그지없다. 전어회 한 접시 22,000원, 소주 1병 3000원이면 혼자서도 전어회를 먹을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이 많아 임시 자리를 만들어 밖에서도 먹을 수 있다. 자리가 없으면 조금 기다리면 된다. 부부가 하는 집인데 아주머니가 참 착하신 분이다.

 

몇 년 전, 이런 가을날, 사람이 많을 때였다. 이때 밖에서 먹던 4명의 젊은이들이 다 먹고 화장실에 간다면서 계산도 않고 하나 둘 슬금슬금 모두 도망간 적이 있었다. 손님을 믿고 봉사했는데 도망친 것에 대해 분함을 참지 못하던 주인의 모습이 기억이 난다. 결국 도망친 그 녀석들도 반사회적인 인물들로 결코 이 사회에서 큰 일을 하지 못할 것이며 사회적 문제아 내지 탕아들이 될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둘째 손주가 세상을 보다.  

 

 

                                                                                                  둘째 손주

 

갖 태어난 둘째 손주다. 얼굴에는 무언가 걱정과 수심이 있어 보인다. 작은 눈으로 무엇을 바라보는지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아마 이 녀석의 눈에는 아칙 초점이 잡히지 않아 희뿌연 그림자만 얼른거릴 것이다. 처음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이 호기심이 가득하다. 아마 이 녀석은 격동과 고난의 시대인 2천 년대 중반을 살아 갈 녀석이다. 이 세상을 조심스럽게 쳐다보는 모습이 꼭 저 애비 어린 시절과 너무나 닮았다. 

 

아마 이 녀석이 살아갈 이 시기는 이 나라가 통일을 이루고 일취월장을 하여 세계적인 선진국이 되어 부국강병을 이루는 세계적인 선진국이 되어 풍요롭고 행복한 미래의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 다양한 성형 및 장기이식/인공장기 교체 시대, 정자은행, 공공부화 및 양육, 인조 인간 확산과 동거, 무결혼 무이혼 사회, 가족 해체, 로봇 가족, 인조인간 사회, 원격 조정 및 감시 사회, 프리 섹스 시대, 다양한 핵 공포/화학전/신종 바이러스 공포 시대 등 지금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 직장과 직업이 필요없는 사회, 유전자 조작 사회, 굶주림과 고통이 없는 사회, 국가와 국경이 사리지고 범세계적인 지구촌 사회 등 풍요롭고 환상적인 세상을 살아갈 것이며 어쩌면 달나라나 화성 여행도 가능한 시대가 아날가 생각된다.

 

한편 그것이 아니라면 지구온난화 가속화로 대재앙이 겹치고 대지진/해일/태풍/빙하기/사막화/해수면 상승/생물 멸망 등이 전개될지 모르며 더불어 이 땅이 정부와 지도층의 무능과 탐욕으로 권력싸움으로 세월을 보내고, 사회는 비리와 부패가 넘쳐나 질서가 무너지고 사상, 지역, 파벌싸움으로 혼란만 가중되다가 북한에 의해 적화가 되거나 강대국에 나라가 먹히거나 스스로 붕괴되어 나라가 망하는 경우 전국민들이 같이 노예처럼 살아가거나 아니면 대량살상 무기로 벌어진 전쟁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같이 허망하게 아까운 생을 마감할지도 모르겠다.

 

암튼 이런 희망과 기우가 꼭 아닐 수도 있지만 이 녀석이 살아갈 미래가 우리가 살아온 사회보다 너무나 변화무쌍하여 가늠이 안된다. 우리는 과거와 미래의 중간에서 항상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어느정도 예측하여 왔지만 지금의 미래는 너무나 예측불허다. 그래서 그만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변화가 극심할 것이라는 말이다.

 

둘째 손주의 태어남을 축하하고 한편 자랑스럽다. 집안과 가계를 이을 수 있는 손주라는 사실에 기뻐하는 나 자신도 동물적 종족 본성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손주가 자라면서 할아버지에게 인생에 별다른 영향은 주지 못하겠지만 할아버지는 손주의 인격형성에 조금이나마 도움은 줄 수 있을 것이다. 그 교훈이 '부모에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고 정직하게 살고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인생 교훈은 이미 흘러간 옛노래일 것이다. 

 

조선은 500년 동안 철저하게 유교 사상이 지배하던 사회였으며 양반사대부들이 지배하던 그들만을 위한 사회였다. 그들 사상의 근본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조선은 500년 내내 허례허식이 지배하던 사회로 일년 내내 제사와 장례로 세월을 다보냈고 결국 500년을 허송세월로 다 보냈다. 백성들에게 충효를 강조하면서 그들은 권력을 움켜쥐고 백성들을 노예처럼 부리면서 수탈에 전념하였고 그들은 자손대대로 부귀영화와 호의호식을 누렸다. 그러다가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전쟁이 벌어지면 지도층은 도망치기 바쁜 이중적인 인격사회였다. 이러한 공리공론과 허례허식에 빠진 이중적인 인격구조사회는 서자들까지 권력 상층부 진출을 억제할 정도로 비역동적인 철저한 신분제사회였다. 왕은 허수아비였고 권신들이 권력을 농단하면서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편을 갈라 당파싸움질로 아까운 세월을 다 보내다가 말년에는 척신들의 세도정치로 나라가 절단나기 시작하다가 몇 차례 개혁의 기회가 있었으나 무능한 왕과 조정에 의해 그 기회가 상실되고 결국에는 왕과 왕의 아버지, 그리고 왕비인 며느리가 서로 권력의 주도권을 잡으려다가 일제에 나라가 망하고 말았다.

 

이제는 이런 유교적인 사상과 교훈은 가치를 상실했다. 시대가 변한만큼 새로운 시대에 부응이 가능한 새로운 개념의 인생교훈이 필요할 것이다. 순수한 사람은 교육으로 쉽게 교화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소용이 없다. 인간의 마음 속에는 항상 이중적인 마음이 갈등과 충돌을 반복하고 있는 용광로와 같다.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지만 정직하게 살면 바보가 되고 청렴해야 한다지만 청렴해지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것은 인간이 물질에 대한 탐욕을 떨치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주들에 대한 미래를 현명하게 살아갈 지혜로운 인생 교휸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대전복합터미널

 

 

지난 일요일 손주 태어난다고 내려간 마누라를 데리려 대전을 내려갔다. 모처럼 혼자 고속버스를 타고내려가면서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겼다. 마누라가 그저께 울먹거리며 전화를 했다. 아들이 섭섭한 이야기를 한다면서 저 새끼만 알고 자기가 얼마나 힘들게 손주를 돌보고 있는지를 배려하지 않고 막말을 한다면서 서럽다고 했다. 아들집이 이렇게 지내기가 힘든줄 몰랐다면서 냉장고 음식 하나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처지를 한탄하고 있었다. 며느리가 무슨 말을 할 지 걱정되 되서 함부로 못하겠다고 했다.

 

며느리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관계로 마누라는 큰 손주를 오전에 어린이 집에 데려다 주고, 또 시간되면 데려오고, 또 먹이고, 업어주고, 잠 재우고, 기저귀 갈고, 울면 달래고, 같이 놀아주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했다. 애비가  잠시 집에 오면  그렇게 좋아하고 자신은 찬밥신세에 손주에게 배신감도 느끼고, 아들의 잔소리 한마디에 그만 힘든 게 서러움으로 변한 것 같았다. 그만큼 애지중지 키운 아들이 며느리와 손주에게 더 관심을 쏟는 것에 엄마의 마음이 섭섭해진 것이다. 이제는 아들에서 서서히 남편에게 되돌아오는 순간이 시작된것 같다. 어저께 전화 통화시 서울 집이 그립고 당신이 보고싶다나? ㅎㅎㅎ 이제야 제 정신이 좀 드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손주 보고싶어 안달하던 마누라가 일주일도 안되서 벌써 서울로 오고 싶단다. 이런저런 반찬도 해주고 넉넉치 못한 가난이지만 무슨 때만 되면 그동안 절약해서 모은 목돈을 용돈으로 주고, 손주 장남감 등 선물도 사주고, 서울와서 아들이 탐내며 이야기하던 방충등, 차량용 카시트도 사주고, 지난 여름에는 빙수기도 사서 보내주었건만......

 

마누라 왈, 부모에게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받기만 했지 고마움을 모른단다. 엄하게 키우지 못한 부모들이 겪는 자식에 대한 트라우마이며 마누라는 결코 자신 우매한 자식사랑을 탓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토요일 밤에 밤을 지새우면서 아들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가 될 장문의 편지를 썼다. 그래서 약간의 용돈과 편지를 베낭에 넣고 대전을 내려가서 당일 점심만 먹고 올라올 때 아들에게 건네주었다.

 

아래는 그 편지 요약 내용이다.   

 

 

 

 

 

 

지웅 애비에게

 

축복과 감사 속에 태어난 둘째를 보니 가슴이 뭉클하구나. 우리 집안 그리고 나의 대를 이을 용감한 손주 녀석이 태어남을 나 스스로도 기쁘기 그지없다. 이제는 나도 너와 두 손주를 믿고 눈을 감아도 편안할 것 같다. 애비야 수고했고 고맙고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제는 너도 두 아들을 둔 든든한 가장이 되었고 다복한 가정을 이룬 너에게 부러움과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제부터 너는 너 인생에서 가장 바쁘고 분주한 나날이 전개될 것이며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는 인생의 험난한 기로에 설 것이며 가정에 대한 책임과 의무로 인해 너의 두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음을 또한 명심하거라.

 

 옛날 같으면 몰라도 지금은 두 아들을 키우는 것이 무척 힘들지도 모르겠다. 양육에 많은 비용도 들 것이며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도록 뒷바라지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나도 짐작이 간다. 엄청난 양육 비용과 생활비가 너의 허리를 휘게 할지도 모르겠다. 남과 비슷하게 키우기 위해 남이 하면 나도 해야하는 이 세상이 너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그래서 두 손주 녀석을 위해서도 더 바쁘고 더 열심히 직장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운명에 처하였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다사다난하게 전개될 너의 가정사와 사회 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내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평소 보고 듣고 생각하던 이야기와 내가 너에게 구체적인 비젼과 꿈을 심어 주지도 못했고 진솔한 대화 한마디가 제대로 없었던 너에게 지금에서나마 나의 마음을 열고 아래와 같이 몇 가지 부탁을 남기니 가슴 속에 새겨두고 너가 살아가면서 삶의 지표로 삼도록 하거라.

 

 

 

우선, 지속적으로 안정된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을 일구는 데 최선을 다하야 한다.

안정적인 직장과 수입, 그리고 지웅 애미와 두 아들이 같이 즐겁고 행복한 나날이 되도록 너의 부부 두 사람이 서로 최선을 다해야 될 것이다. 모든 욕심과 탐욕을 버리고 서로 진솔하게 대화하며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문제는 살아가는 생활의 수준과 기준을 어디에 맞추고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며 물질만능의 사고가 지배하는 계급화된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가진 것이 없으면 인간대접도 못받는 게 우리 사회구조이며 현실이다. 그래서 살아가면서 한 가정에서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면 점점 빚이 늘어나면서 삶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요, 반대로 수입보다 지출이 같거나 적다면 생활은 가난하지만 그런 가운데 다소나마 저축이 이루어지고 위급시 목돈이 들어가는 일에 대비가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살아가는 수준과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지출은 달라질 것이다. 한마디로 '허세와 체면치례를 위해 낭비하며 살것이냐, 아니면 허세와 체면치례를 배격하고 실용적이며 유흥, 오락, 과소비를 줄이면서 근검절약하며 악착같이 살 것이냐'를 말한다.

 

나의 경우를 보면 너희들이 어릴 때 대구 우리집에 나이드신 할머니와 큰 고모를 뵈러 한 달에 한 번 꼴로 자식된 도리로 자주 내려갔다. 그때는 봉급이 빡빡한 시절이라 너의 어머니는 가계부를 쓰고 나의 수입에 맞추어 살아가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월말에 가계부를 검사해 보면서 어머니와 자주 다툼을 벌였는데, 나의 용돈은 하루 만 원이었는데 그 용돈도 받기 어려운 상태로 한 달 살림이 계속 마이너스였다. 그래서 지출 품목 중 큰 것을 살펴보니 주로 친구들 부부 모임이나 인사치례 만남에 가거나 대구에 내려간 것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잇었다. 그중에서 가장 큰 것이 대구에 내래가는 것으로 한 번에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20만 원 이상이 지출되었다. 물론 명절 때는 조카들 용돈을 포함 왕복 차비, 할머니, 고모들 선물비 등 더 큰 지출이 발생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에는 대구 가는 것을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매월 내려 가는 것을 중단하기로 했다. 난 손주와 손녀를 할머니께 보여 드리고 즐거운 시간을 갖고자 그동안 키워주신 고마운 마음에 보답하려는 뜻으로 내려갔지만 내 능력상 무리한 지출을 하면서 체면과 허세를 피웠던 것이다. 조선은 양반사대부만을 위한 나라로 중국을 사대하며 백성을 노예 상태로 부리고 수탈하면서 자손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살아가던 나라였다. 나라에서 하는 일이 주로 일년 내내 각종 수많은 제사와 허례허식 문화의 대표격인 절차가 복잡하고 수많은 재원과 사람이 동원되고 3년상을 치르는 등 거창한 장례를 500년 내내 치르다가 권력의 주도권을 두고 서로 당파싸움을 벌이면서 권력을 독식하고, 외척들이 득세하여 세도정치로 나라를 말아먹다가 그만 일제에 나라가 망하고 말았던 것처럼 말이다.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행복한 부부가 되거라

그래서 너희 부부가 서로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꼭 행복한 삶이 보장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같은 밥을 먹어도 불평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 소리없이 감사하며 맛있게 먹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그것이 바로 사람마다 다른 생각과 사고의 차이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다. 세상의 이치와 변화,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는 사람, 즉 수양이 되고 심성이 착하고 덕이 깊은 긍정적인 사람은 자신의 욕심을 자제할 줄 알지만, 반대로 제대로 배움이 부족하고 머리에 든 것이 부족하고 수양을 하지 못한 부정적인 사고로 점철된 사람은 대부분 물질적인 탐욕이 마음의 대부분을 지배하여 합리적인 이성을 마비시킨다. 제 생각만 옳고 제 가족만, 제 자식만 챙기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비난을 받는 것은 바로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탐욕스런 습성 때문이다. 자식은 일반 동물들이 사람보다 더 지극정성으로 키운다. 사람들이 자기 자식이 남의 애와 싸웠을 때 먼저 자기 자식을 나무라고 타인 자식을 배려하는 가운데 자식의 심성은 바로 자라는 것이다.

 

지금, 너희들이 살아가는 시대는 너무나 풍요로운 시대다. 먹을 것이 넘쳐나고 비만이 고민거리인 나라다. 아프리카, 북한 주민은 굶어 죽어 나가는데 우리는 맛집탐방, 먹신 방송, 먹거리 X파일, 맛집 기행 등으로 먹고 즐기는 행복에 빠져 있다. 지금 현실은 물질이 인간을 지배하고 이성을 마비시킨다. 조상들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오늘의 번영을 이룩하였지만 혜택은 고스란히 후손들이 너희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그래서 자라면서 배를 굶지도 않았고 대부분 풍족한 생활 속에서 마음껏 자란 세대들이 바로 너희들이다. 그래서 대부분 절약과 부족을 모르고 참을성이 적고 독단적이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한 세대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한편 젊은이들이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첨단 문화에 잘 적응하며 감성적이고 이지적인 가운데 자기개발에 적극적인 장점도 물론 있다.

 

 

 

직장과 가정의 효율적인 병립이 중요하다.

직장은 수입의 원천이며 삶의 원동력이다. 직장에서 인정받고 승진하고 더 많은 수입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직장인이다. 그러나 지금은 평생직장이 없어지고 평생직업만 남았다. 내가 인정받을 수 있는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살아갈 수가 있다. 그런면에서 너는 직장과 직업을 겸비하였으니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한 직장이 평생을 가기 위해서는 오너들의 절대적인 인정과 신뢰가 필요하다. 특히 가족들로 구성된 중소기업의 오너들은 듣는 귀가 많다. 직장인들이 최선을 다하지만 승진에는 한계가 있고 반대로 오너가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잘 이용하여 노예처럼 목숨을 걸고 일에 매진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서 보수는 적당히 적게 주고 4대보험을 안 들어 주는 것은 물론 임시직, 비정규직으로 채용하여 노사문제를 일으키지 못하게 하면서 재해시 회사에서 보상을 않거나 최대한 적게 보상을 하려고 하는 것이 중소기업 오너들이다. 한편으로 비밀리에 비자금을 만드는 데 직원을 이용하고 불법적인 행위에 앞장 세운다. 세금 포탈, 불법 증여 등 갖가지 불법을 자행하면서 재물을 지키려는 것이 기업주의 생리이다.

 

항상 말조심해야 한다. 너가 고객 공장에서 일하면서 그쪽 직원들에게 한 회사관련 이야기, 파견 직원 언행과 태도가 모두 더 부풀려져서 너의 회사 오너에게 전달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래서 이 세상에는 절대로 비밀은 없다. 접대비 사용, 사무실 운영비, 판공비, 선물비 등 모든 비용의 사용은 회사에 보고되어야 함은 물론 투명하고 명확해야 한다.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불법적인 사용시 가짜 영수증 정리하여 보고하면 한 두번은 넘어가지만 계속적으로 회사에 손실을 끼친다고 판단되면 나중에는 사법적인 고발과 처벌은 물론 직장을 잃게 된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리고 오너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 만약 부당한 일이라고 판단되면 직접 오너에게 확인해보고 자신이 도덕적,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거절하라. 그리고 오너에게 근무지의 실태를 주기적으로 정확하게 보고하고 개선할 점을 건의하고 상의하라. 타성에 젖거나 부주의한 행동, 안전수칙 미준수 등으로 사고가 발생시에는 책임자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그래서 작업 관련 안전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밤샘 돌관작업 시에는 반드시 현장에 상주하라.

 

아내와 두 자식이 기다리는 집을 우선에 두면 직장에 소홀해지기 쉽고 직장에 우선을 두고 잦은 출장, 밤샘작업, 휴일 반납. 국경일, 명절 반납 등 직장에 대한 무게가 기울 경우에는 가족은 불만이 쌓여갈 것이다. 그래서 직장과 가정이 병립할 수 있도록 지혜로운 방법과 행동을 잘 구사하여야 한다. 자존심 고양, 인격체 대우, 세심한 관심과 배려, 작지만 정성스런 선물, 스트레스 해소 등으로 불만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좋다. 

 

가정은 직장과 병행해야 하는 어려운 점이 있다. 직장은 수입의 원천이지만 가정은 삶의 중심이다. 국경과 종교, 민족, 피부색이 달라도 어딜가나 가족은 똑 같다. 부모는 자식을 반듯하게 키우고 앞으로 살아갈 사회에서 보람있고 가치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모든 정성을 투자하여 양육하며 항상 성공을 기원한다. 부모는 자식이 훌륭하게 잘 자라 자신의 대를 이어 가치있는 인생을 살아가도록 양육하는 것이다. 옛날에는 가난해도 자식을 여러 명을 낳아지만 알아서 잘 자랐다. 굶주리고 병들어 죽고 사고로 죽고 해서 성공 활률이 적은 관계로 여러 명을 낳았던 것이다. 가난했지만 같이 가난하게 자랐고 못먹으면서 허약하게 자랐다. 밭에 가면 무우, 감자, 도마토, 오이, 땅콩, 옥수수 등을 날것으로 먹었고 산에 가면 소나무 껍질, 칡, 진달래꽃을 먹었다. 당시는 땅이 오염되지 않았고 지금보면 모두가 건강식품이었다. 단칸방에 남여 구분없이 온 식구가 같이 잠을 잤고 밥은 꽁보리밥에 된장찌게, 고추, 오이, 김치, 간장, 된장, 고추장, 나물이 전부였다. 그래도 배가 고파 솥에 붙은 누룽지를 서로 빼앗아 먹었고, 감나무 아래 덜익은 떨어진 감을 주워다가 삭혀서 먹었다. 배고프고 힘들고 어렵고 가난하게 자랐지만 부모를 공경했고 형제간에 우애가 좋았고 어른을 섬길줄 알았고 남을 배려하고 다른 사람에게 언행과 태도를 가려서 조심했다. 가난한 집안의 자식이 생각이 깊고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 나가려는 의욕이 강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은 부모의 능력이 미천하기에 스스로가 일어서지 않으면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판단이 생기기 때문이다.

 

 

 

 

자식을 강하게 키우거라

지웅이와 둘째를 강하게 키우고 싶으냐? 너처럼 스스로 결정하여 훈련이 최고로 강한 해병대를 지원하게 할 것이냐? 넘어지면 스스로 일어나도록 할 것이냐? 떼를 쓰면 사랑의 매를 들 것이냐? 아니면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고 먹고 싶은 것 다 먹여주고 갖고 싶은 것 다 사주고 남들이 보내는 학원에 다 보내고 할 것인가? 남이 가면 나도 여름 휴가를 가고, 해변가 회를 먹으려 가면 나도 가야하고, 남이 고향에 가면 나도 가야 하고...... 이래서는 오로지 타인지향적인 삶이 될 수밖에 없다. 신혼초부터 계획을 세우고 수입과 지출을 서로 상의하고 자녀 양육과 교육을 서로 도우며 낭비를 줄이고 자신의 능력 범위내에서 성실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너희 부부가 일심동체가 되어 삶의 고통을 같이 분담해야 할 것이다.

 

요즘같은 물질과 자본만능주의 시대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겹치면 누구나 삶이 어렵고 불만이 쌓이게 된다. 이혼이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불만은 서로 소통이 없는 가운데 오해에서 비롯되고 그것이 도를 지나치면 적대감으로 변하고 나중에는 파경으로 치닫기 쉽다. 그래서 오해와 불만이 없도록 부부는 서로 항상 충분한 대화로 모든 문제를 서로 상의해야 한다. 절대로 혼자서 임의적으로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하지 말라.

 

직장 이동은 항상 신중하게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항상 술을 절주하고 음주운정은 금물이다. 그리고 온 가족이 동반하여 차량을 타고 친척, 친구집으로 허세를 부리고 체면치례를 위하여 차량을 타고 이리저리 다니는 것을 절제하거라. 허세는 거품과 같아서 인기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소식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너가 부자가 되거나 권력가가 되서 잘 되면 주변 사람 모두가 벌떼처럼 달려들지만, 너가 잘 못되면 아무도 너를 걱정하거나 쳐다보는 사람은 없다. 오로지 불쌍한 가족만 너를 바라볼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꼭 지켜야 할 불문율이 있다. 가족, 친척, 친구 누구에게도 보증은 서지 말고, 금전거래를 하지 말라. 차라리 빌려달라면 능력이 되면 일부만 주거나 그냥 주고 아니면 정중히 거절하거라. 그리고 그런 사람은 더 이상 가까이 하지 말거라. 또 어떤 사람과도 어떤 일이던지 동업을 하지 말라. 끝은 항상 불행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신과 가정의 불의의 사고에 대비하여 비상금을 항상 마련해 두거라. 교통사고, 재난.재해 사고, 화재사고에 항상 조심하거라.

 

 

 

 

양가 부모에 대하여서는 물질보다 마음이 우선이다.

모든 동물과 마찬가지로 사람도 자식을 평생 양육하고 키우며 스스로 자립하여 이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으로 가치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성공을 기원한다. 너의 처가집이나 우리 부부 모두 너희들에게 동등한 부모나 마찬가지다. 자식은 부모가 바라는 대로 성장하고 좋은 짝을 만나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여유로운 삶을 살아갈 것을 기대한다. 그런대 손주.손녀까지 순산하여 무럭무럭 자란다면 더없이 부모는 행복해한다.

 

그런데 문제는 부모에 대한 생각과 태도이다. 자식의 어려운 살림에 도움을 바라기는 커녕 물질적인 보답도 바라지 않는다. 오로지 내리사랑일 뿐이다. 그러나 다만 섭섭한 말을 조심하라는 것이다. 명절날 안 와도 좋고 용돈도 선물도 필요없다. 때가 되면 기억해주고 전화 한 통화로 모든 것을 대신할 수가 있다. 어머니와 며느리가 싸우면 어느 편을 들 것인가? 요즘 시대의 신사고대로 행동하는 며느리가 어머니는 마음이 들지 않을 때가 있다. 자기 아들이 고생한다고 생각되면 며느리가 미워지는 것이 친가 부모다. 자기 딸이 힘들어 하면 사위가 원망스러워지는 것이 처가 부모다. 자기 딸이 가정사에 불만이 많으면 무능한 사위가 밉다. 그런데 이러한 것을 포함 기타 심각한 사유로 불만이 쌓이면 그것은 파경의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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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해체는 파탄과 죽음의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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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나온 나의 삶에 대해서 결코 후회는 하지 않는다. 너희들을 낳아 잘 키워 장가, 시집을 보냈고 지금 열심히 잘 살고 있으니 이 얼마나 축복받은 다행한 일이 아닌가. 다만 군대란 집단도 마찬가지로 어느 집단이나 피리미트 구조 속에서 계급이 인간을 변질시키고 무한 경쟁 속에 끓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지배의욕, 승진욕심 등 인간들의 탐욕과 이기심, 그리고 감추어진 비리와 부패, 권력과 지위를 남용하여 부하들을 괴롭히는 인간들, 군내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하나회 등 각종 비밀단체들, 인맥과 학연, 그리고 출신별 차별, 충신과 간신이 같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점이다. 바른 말을 하면서 상관에게 대들다가 앞니가 뿌러지고 중령, 대령도 못 달고 군을 떠나던 많은 밝은 정신을 가진 선배들을 보았다. 중령 이상이면 대부분이 군 고위층, 정치권 등 권력에 줄을 대고 돈과 재물, 접대. 향응제공, 선물, 현금 다발이 난무하는 가운데 그런 쪽에 뛰어난 능력과 재능을 가진 말 잘 듣는 동기생과 후배들이 대부분 승진하고 별을 달았던 것이다. 시대를 통하여 그런 시대가 한 번도 없었던 적은 없다. 우리가 학창시절 배우던 바른 삶은 무용지물이었다. 모함과 유언비어. 비리와 부패, 간신과 역적들이 우굴거리는 현실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정직하게 살아라, 양심적이어야 한다. 명예를 존중하라, 충성을 다하라, 부모에게 효를 다하라, 국민을 사랑하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라' 등은 생도시절이나 교육 받을 때 강조하는 사항이지 사회는 대부분 그 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나간 세월이 항상 후회스러워지는 것이 바로 부모의 무한사랑과 자식의 무한반항과 멸시다. 평소 자식을 엄하게 키우지 못하고 무조건 잘해준 부모일수록 자식은 부모를 절대로 존중하지 않고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엄격한 선생님, 강한 훈련의 부대와 전우, 엄한 부모는 기억에 남고 잘해준 사람은 인간의 기억에서 쉽게 사라진다. 자극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가정 교육이 잘못된 점에서 비롯되며 부모 자식 간의 엇갈린 인간관계이기도 하다. 부모는 자식 사랑에 올인하고 자식은 제 인생 살기에 바쁘고......

 

 

 

우리들은 걱정말거라

부모는 자식을 위해 평생을 살아간다. 결혼을 하겠다는 너의 결정에 난 바로 동의했고 결혼을 허락했다. 신부 집안과 학력에 대해서는 물어보지도 않았지만 어머니가 대략 이야기 해줬다. 그러나 난 너가 결정한 일에 아무런 토를 달지도 않았다. 너의 결정이 가장 중요하니까. 집도 너가 장만했고 난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 이제 너가 가장으로써 앞으로 살아가는 모든 것은 너의 결정에 달렸다. 부모에게 온다고 일부러 전가족이 차를 타고 서울 올라오지 말고 가끔 안부나 전하고 생각하고만 살아라.

 

앞에서도 말했지만 부모 앞에서는 항상 언행을 조심하거라. 이제는 나이가 들어 몸도 불편하고 신경이 예민하여 반응이 민감하단다. 한 번 잘못 내뱉은 말 한마디가 씨가 되어 저절로 서러워 눈물이 나는 것이 부모다. 자식이 기대한 것에 비해 하는 말이 자신의 노고는 알아주지도 않고 욕심만 부리는 자식을 볼 때 그만 서럽고 눈물이 나는 법이다. 부모가 자식집에 자주 가지 않으려 할 때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요즘 뉴스를 보니 많은 할머니들이 손주 돌보느라 병이 나고 우울증에, 허리 통증에, 무릎관절 이상에 여러 가지로 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고 하더라. 자랄 때는 넘어지기도 하고 다치기도 하면서 자라는 것이다. 저 자식만 생각하는 젊은 맛벌이 부부가 할머니의 노고를 전혀 안중에 없다는 이야기다. 요즘 약을 복용하면서도 잠을 제대로 잘 자지를 못하는 너 어머니가 회사 일도 중지하고 며느리 둘째 낳는다고 기쁜 마음으로 달려간 어머니에 대해서 우선 고맙게 생각하는 마음이 앞서야 하고 너가 원하는 대로 더 있지 못하는 어머니 입장도 이해하거라. 어머니가 병나면 너가 돌볼거니? 아마 나 외에는 누구도 어려울 것이다.

 

 

                                

 

 

내가 듣기로 과거 어머니는 너가 준 용돈은 모두 꼬박꼬박 저축하여 너의 장가 밑천으로 모두 사용하였고 지금 받는 월급과 내가 주는 생활비는 대부분 공과금과 보험료, 인친척 경조사비, 그리고 너에게 가끔 주는 위로금으로 대부분 사용하고 있단다. 옷 한 벌 제대로 마음에 드는 것을 사 입지도 않고 오로지 자식 생각뿐인 사람이 너 어머니다. 이번에 준 돈 100만 원도 어머니가 하루 종일 힘들게 서서 일하며 번 그 돈에서 염출한 것이다. 부모는 자식들에게 아파도 아프다 소리 못하고 병나도 병났다 소리 못하는 것이 부모다. 그래서 더 돌봐주지 못하고 일을 계속하려고 올라가는 어머니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고 너가 이해하거라.

 

지난 시절 너 어머니가 나의 잘못으로 인해 너희 남매가 있는 가운데 나를 몰아세웠고 나는 술로 스트레스를 달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시간이 있었다. 그 일로 인해 너도 방황하기도 했지만 잘 참아주어 고맙다. 또 철없는 행동을 일으킨 너 누나를 시집보내면서 나의 퇴직금과 너 어머니가 그동안 어렵게 겨우 모은 돈은 대부분 다 써버렸고, 최근에는 나의 잇빨 인플란트 심는 데 또 돈이 들어갈 예정이다. 그래서 별도로 모은 돈도 없고 달랑 연금으로 연명하며 이런 좁은 집에서 주변 집은 모두 확장공사를 하였지만 우리집은 하지도 못하고 20년 이상 이런 집에 살고 있는 나 입장은 어떠하겠으며 그동안 살면서 이 집을 굴릴 좋은 기회가 여러번 있었지만 겁이나서 부동산 투기 한번 못해보고 오로지 너희들을 위해 온 인생을 다해온 너의 어머니의 지극히 착한 사랑과 분노를 난 이해를 하기에 이제부터 남은 시간은 너의 어머니를 위해서 살아갈 것이다. 부모 걱정말거라.

 

 

끝으로, 둘째의 출산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한다! 특히 지웅 애미가 큰 고생했고 큰 일을 했다. 자랑스럽다고 전하거라~~

둘째 이름은 한문과 한글 이름 몇 개를 보낸다. 그 중에서 너가 알아서 선택하던지 아니면 너가 별도로 좋은 이름을 지어라.

 

                                                            2013년 8월 31일, 애비가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