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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와 국방/군의 현실

우면산의 가을 37 : 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7

 

우면산의 가을 37 : 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7

 

 

한반도 신냉전

 

美와 찰떡공조… 中과 서로 견제… 한반도에 신냉전기류
한국 안보의 가장 큰 변수이자 안보외교 정책의 핵심 사안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나 미·일·중·러의 주변 4강 외교, 남북관계 정책 등이 한국 외교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진 것은 바로 우리의 생존 문제와 직결된 때문이다. 2012년은 정치적인 격변이 예상되는 해다. 우리를 포함해 미·중·러의 정권교체가 예정돼 있고, 북한도 강성대국 진입 원년으로 꼽고 있다. 안보외교의 중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 맞춰 북핵 문제와 미·중 G2 외교의 현실을 살펴보고 안보외교의 나아갈 방향을 정립해본다.


◆“북핵, 외교 무기력·좌절감의 원천”

이용준 말레이시아 대사는 저서 ‘북핵 허상과 진실’에서 “북한 핵문제는 한국 외교가 절감해야 했던 무기력함과 좌절감의 원천이었다”고 토로했다. 북핵 문제 해결에 전력해 온 한 외교관의 회한과 고충이 묻어난다. 북핵 문제는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최대 난제다. 그럼에도 정권의 당리당략에 따라 전략과 전술이 수시로 바뀌다보니 북의 핵개발 저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지난해 11월21일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전 세계에 공개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이는 지난 20년 동안 정부의 북핵 정책과 외교가 사실상 무의미했다는 것을 드러내 북핵 6자회담 무용론까지 거론될 정도였다.

북핵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것은 1989년 프랑스 상업위성 ‘SPOT2’가 영변 핵시설 사진을 공개한 이후부터다. 이때부터 북한 핵문제는 한국 외교의 첫번째 해결과제로 정부가 총력전을 펼쳐왔다.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이 계속됐지만 오히려 북한에게 뒤통수만 맞은 꼴이 반복됐다. 북한의 핵무장 능력이 훨씬 강화됐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남북 문제로 시작된 북한 핵문제는 미국이 개입하고, 다시 북·미·중 3자 회의로 확대됐다가 최종적으로 남북과 미·중·일·러 등 6자 회담으로 변모했다. 그동안 제네바 합의와 9·19공동성명이 나오면서 1993년 1차, 2002년 2차 핵위기가 어느 정도 봉합됐지만 근원적인 처방은 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북핵 외교는 압박과 대화의 ‘투트랙’ 전략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북한을 경제적으로 압박해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최근 비핵화 남북대화에 중국측 지지를 얻어내 남북 간 최초 핵대화 개최의 전기를 마련했으나 북한의 베이징 비밀접촉 공개로 사실상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정부 내에서도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 개최 여부에 대한 전기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남북대화로 시작하는 3단계 접근법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가 약화되고 있다고 본다”고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한미동맹과 한·중 관계 양날의 칼”

“한미동맹이 중국에 결코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중국에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일선에서 활동하는 외교관들은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문제로 한미동맹과 한·중 관계 공존을 설명하는 것을 꼽는다. 한미동맹에 의지하는 한국이 앞으로 중국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믿음과 확신을 중국측에 심어줘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거침없는 중국의 행보로 볼 때 양국 간 신뢰도를 높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천빙더 중국군 총참모장은 김관진 국방장관이 방중했을 당시 회담에 앞서 미국을 패권주의 행태라고 맹비난했다.

한미동맹을 잘 알고 있는 중국이 이 같은 행태를 보인 것은 한국에 던지는 일종의 경고메시지로 외교가는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경제적 이익만 챙기고, 정치·군사적으로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며 중국을 견제하는 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거치면서 한반도 주변은 한·미·일과 북·중의 신냉전구도가 형성된 바 있는데 그때와 마찬가지로 중국 군부의 기류가 달리지지 않았다는 것으로도 풀이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 대중(對中) 외교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를 의식한 정부도 최근에는 대중 외교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통 외교관이 중용되고 중국연구센터 설립 등 접촉 빈도를 높이고 있다.

반면 미국과는 여전히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한미동맹 강화에 초점을 맞춘 이명박 정부의 안보외교가 틀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8년 북한의 2차 핵실험에 이어 지난해 북한의 잇따른 무력 도발이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이제 한·미 관계는 한반도 문제를 넘어 국제사회 현안에 대한 공조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미국을 지원하고, 또 이란 제재에도 동참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지역 개발원조 부문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협의했다.

그러나 대미 외교의 편중은 통일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는 점에서 궤도 수정이 요구된다. 대중, 대미 외교를 원만히 조화시키고 일·러 등 주변 강국들과의 협력 관계도 유지해 나가는 지혜로운 외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가 양쪽 날개를 모두 이용해 가야지만 더 멀리 더 높이 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날개를 잘 활용하려면 (서로에 대한) 더 많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우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