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의 가을 38 : 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8
한반도 주변 군사력
러 佛·伊서 첨단무기 도입
日 정보·감시정찰 능력 강화
우리는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을 계기로 국가방위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미래의 불확실한 위협’ 대응에서 탈피해 북한을 주적 삼아 전투반경을 축소시키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남북이 대결로 치닫던 1990년대 이전으로 회귀한 것이다. ‘대양 해군’, ‘우주 공군’ 등의 구호도 잦아들었다. 서해 연안의 북한 기습도발조차 막지 못하면서 먼 미래를 가정한 군의 비전이 비현실적이라는 질책 때문이다. 하지만 군사전문가들은 한 나라의 군사력 건설은 주변국과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고, 주변국과의 군사력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최근 한반도 주변국의 군사력 팽창은 과열 조짐을 보인다. 확장일로를 걷는 중국 군사력에 대한 미국 등 서방국가의 시선은 따가울 지경이다. 지난해 2월 ‘신군사독트린’ 발표 이후 군 구조개혁·장비현대화를 추진중인 러시아와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제도) 등을 둘러싼 영토분쟁으로 해·공군력 증강에 나선 일본의 보폭도 빨라지고 있다.
◆부상하는 중국 위협론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 이후 30여년간 ‘도광양회’(韜光養晦·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라는 기본원칙을 지켰다. 그러나 최근의 대외정책은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다. 일각에서 ‘강압적’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자국 이해관계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중·일 간의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과 서해상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 등은 중국 대외정책의 강경 기조를 그대로 드러냈다.
지난 1월 시험비행에 성공한 중국의 J-20 스텔스기. |
군사력 건설에서도 이러한 중국의 패권 지향적 색채가 강하게 묻어난다. 중국은 미국의 최첨단 스텔스전투기 F-22 ‘랩터’에 필적하는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젠(殲)-20(J-20) 스텔스기 개발에 성공했다. J-20의 공격 및 스텔스 기능은 아시아 지역에 배치된 미군 기지와 한국·일본의 방공 레이더를 무력화해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을 흔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아시아의 첫 항공모함 바랴크호(6만7500t)도 10일 진수했다. 바랴크호 진수는 이 지역에서 중국이 군사적 우위를 점하는 동시에 연근해 방어에 치중하던 중국군이 대양해군으로 작전 범위를 넓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2009년 10월 중국 건국 60주년을 맞아 벌인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서 공개된 둥펑-21C 미사일 |
중국의 미사일 기술은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 지난해 8월 미국의 국방 싱크탱크인 프로젝트 2049 연구소는 “중국이 올해 안에 둥펑(東風)-21D(DF-21D) 탄도탄을 광둥성에 건설 중인 미사일 기지에 배치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둥펑-21D 미사일은 세계 최초의 대함 탄도탄(ASBM)으로, 둥펑-21C(DF-21C)를 개량한 것이다. 사거리가 1500∼2000㎞인 이 미사일은 지상의 고정목표를 공격하는 기존 탄도탄과 달리 움직이는 목표를 맞히도록 설계돼 ‘항공모함 킬러’로 불린다. 건설 중인 새 기지는 마카오에서 불과 200여㎞ 떨어진 곳으로, 미사일이 실전 배치되면 동아시아·태평양 해상 주도권을 놓고 중국과 미국의 마찰이 첨예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국 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은 “최근 중국의 군사력 강화 움직임은 다분히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기술적인 면에서는 우려할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면서 “다만 장기적으로 북한 문제나 이어도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설정 등을 두고 우리와 다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차세대 전략 미사일 불라바를 탑재한 러시아 핵잠수함 유리 돌고루키호. |
◆군사대국 지위 되찾으려는 러시아
지난해 신군사독트린 발표 이후 러시아는 150년간 이어진 6개 지역 군관구 체제를 4개 전략사령부 체제로 전환하는 등 군 조직과 지휘통제체제를 송두리째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상군 여단은 신속대응 능력을 키우기 위해 3가지 유형으로 재조직하는 등 군의 조직슬림화도 꾀하고 있다.
사거리 8000㎞에 기당 10개의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불라바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망을 뚫을 수 있는 공포의 무기로 알려져 있다. |
러시아의 ‘국가계획 2015’에는 2020년까지 6000억달러 규모의 장비 현대화 계획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약 30%에 불과한 신무기 비율을 2020년까지 70%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장비 현대화를 위해 냉전시대에 총을 겨눴던 미국에 기술지원을 요청할 정도로 그 열의는 뜨겁다. 이미 프랑스에서 헬기 항모인 미스트랄급 전함과 전차용 열영상 장비를, 이스라엘과 이탈리아에선 무인정찰기(UAV)와 장갑차를 각각 도입하는 방안이 확정됐거나 추진 중이다.
유영철 KIDA 연구위원은 “러시아는 지금 미국 무기도 사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만큼 변했다는 얘기”라면서 “이처럼 러시아가 바뀐 근본 원인은 2008년 그루지야 전쟁에서 군의 참담한 실체를 확인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유 연구위원은 “러시아는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군구조 개혁과 장비 현대화에 박차를 가했다”며 “그 이면에는 미·중 양강 구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이 군사력뿐이라고 판단한 것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견제하는 일본
일본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신방위계획대강’에서 이런 분위기는 그대로 감지된다. 방위대강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함께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국제사회의 우려로 명시했다.
일본이 차세대전투기로 도입을 검토중인 미 F-35 스텔스 전투기. 제작사인 미 록히드마틴은 일본이 F-35를 도입할 경우 일본 내 정비창을 건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일본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자위대 ‘전국 균형’ 배치에서 오키나와·남서제도 배치 전력 증강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남서제도에는 육상자위대 병력을 증원하고, 오키나와에는 F-15 전투기 수를 2배로 증강키로 했다. 아울러 해상자위대가 보유한 6척의 이지스함 모두에 탄도미사일방어(BMD) 능력을 갖추기로 했다. 현재는 4척만 BMD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 현재 주요 항공자위대 기지 세 곳에만 배치된 패트리엇-3(PAC-3) 대공미사일을 추가 도입해 2015년까지 일본 본토 전체를 방어하도록 할 예정이다. 일본이 계획대로 PAC-3 미사일과 BMD 능력을 갖춘 이지스함을 추가하면 일본의 탄도미사일 요격능력은 더욱2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송화섭 KIDA 연구위원은 “일본은 무기 첨단화를 가속화하고 있고, 특히 정보·감시정찰 자산(ISR) 능력을 우선적으로 증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수 KIDA 책임연구위원은 “우리의 군사력 증강 목표가 북한으로 한정되면 소극적이 된다”면서 “주변국의 군사력 변화를 고려하면서 군사력 건설 방향을 조정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병진 기자
국제 핵안보 공조 역활 기대
전봉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력과 위상이 급성장함에 따라 국제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안보외교의 개념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봉근(사진)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한국의 안보외교는 북한과 국제안보 요인 등 크게 두 가지 위협을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안보외교라면 우리의 국익을 확대하는 정책으로 볼 수 있는데 한국은 북한에서 오는 위협이 하나가 있고, 또 하나는 우리가 경제적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측면에서 오는 위협이 있습니다. 경제통상 부문의 국제 질서가 파괴되거나 무너진다면 대외 의존도가 90% 이상인 우리가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국가가 될 것입니다.”
전 교수는 이와 관련, 내년에 한국에서 개최되는 핵안보정상회의의 의미를 높게 평가했다. 전 교수는 “한국은 지금까지 국제 안보분야에서 국제규범의 피규제자의 입장이 강했다면,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탈냉전 이후 핵심 국제안보정책의 하나인 핵안보에 대해 우리가 규범창출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우리는 지난 10년간에 걸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배출, 공적개발원조(ODA) 확대, 평화유지군(PKO) 활동 등을 강화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국제안보 분야에서 리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앞으로 더 큰 기여를 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전 교수는 특히 북한 핵문제와 핵안보정상회의의 상호 관계를 설명하면서 큰 틀에서는 북한 핵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이란이나 북한 핵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면서 “핵안보정상회의는 국제사회가 공동의 위협을 느끼는 핵 테러와 방사능 테러의 통제 부분을 논의하는 장이지만, 북한 핵문제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기회는 충분히 주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50여개국 정상들이 모이는 만큼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 북핵 문제 해결을 압박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국제안보 외교의 확대는 궁극적으로 한반도 통일 문제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일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압도적인 지지가 필수불가결한 요소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안보 측면에서의 기여를 통해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대표국가라는 것을 계속해서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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