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의 가을 39 : 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9
국제군사외교 활성화
中·아세안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레바논 등 14개국에 1451명 파병
일각 “체계적 군사외교 모색을”
일각 “체계적 군사외교 모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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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난 7월. 레바논 남부 티르 지역에 ‘한국의 길’이 생겼다. 유엔 레바논 평화유지군(UNIFIL)으로 파병된 동명부대가 약 3㎞의 도로 포장공사를 해줬는데, 현지인들이 감사의 표시로 ‘코리아 로드’라는 새 이름을 붙여줬다. 도로공사뿐만이 아니다. 감시정찰과 민사작전, 현지군 지원 등의 임무를 수행한 동명부대는 현지 반응이 좋아 유엔평화유지군의 모델로 거론된다.
우리나라 군사외교가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고 있다. 각국에서 국방 수뇌부 회담 요청이 쇄도하고 우리 군이 파병된 곳에서는 한류 바람이 인다. 국산 초음속 고등 훈련기 T-50의 인도네시아 수출 성사 등 방산 수출도 선전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우리 군사외교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외연 확대하는 군사외교
우리 군사외교의 주축은 한·미 동맹이다. 한·미 양국은 1968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와 2005년부터 열린 한·미 안보정책구상(SPI)을 통해 군사·외교적 이해관계를 조율해 왔다. 최홍기 국방부 국제정책관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향후 군사외교에서도 한·미 동맹 강화가 주요 의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군사외교의 외연은 꾸준히 확대됐다. 국방부는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과의 협력적 군사관계를 넓히면서 한반도 안보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올해는 대중 군사외교가 주목받았다. 2008년 한·중 관계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데 이어 지난 7월 중국 베이징에서 제8차 한·중 국방장관회담이 열렸다. 곧이어 서울에서 양국 국방교류협력을 실현하기 위한 ‘제1차 한·중 국방전략대화’가 개최됐다. 고위급 군사채널을 정례화한 것이다.
동북아 이외 지역과의 국방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2010년에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정상회의를 통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고, 호주와도 군사교육·훈련 교류, 방산 협력을 추진 중이다. 상반기에는 인도네시아와 터키, 뉴질랜드, 콜롬비아 등의 군 고위 관계자들이 용산의 국방부 청사를 찾았다.
이처럼 다양한 국가와의 군사교류에는 급성장한 한국의 방위력과 방위산업이 한몫하고 있다. 최종철 국방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군사외교 위상이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다”면서 “수년간 크게 발전한 국내 방위산업이 적잖은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군사외교의 다각화
국방부는 인적 교류에 치우쳤던 군사외교를 평화유지군 파병과 방산협력, 국제 군수협력체계 구축 등으로 다각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지구촌 문제 해결에 적극 기여한다(글로벌 코리아)’는 기치 아래 세계 주요 분쟁지역에 군을 파견하고 정전 감시와 재건 지원 등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 군은 현재 레바논 동명부대와 아프가니스탄 오쉬노 부대 등 14개국에 1451명을 파병하고 있다.
국제 군수협력도 국방부가 각별히 신경을 쓰는 분야다. 유사시 우리를 지원할 우방국의 임무 수행과 우리 군의 파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미국(1998년), 태국(1991년), 뉴질랜드(2007년), 터키(2008년), 필리핀(2009년), 이스라엘·호주·캐나다(2010년)와 상호군수지원협정을 체결했고 일본, 영국, 스페인, 인도네시아 등과 협정 체결을 추진 중이다.
방산 협력·수출 움직임도 활발하다. 우리 군은 무기체계 현대화 과정에서 도태된 군수품을 우방국에 무상으로 넘기면서 군사협력과 방산 수출을 유도해 왔다. 지금까지 필리핀과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페루 등에 함정과 장갑차, 트럭 등을 양도했고, 이런 노력은 올해 인도네시아와의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수출 계약 체결이라는 열매로 이어졌다.
이 같은 군사외교 다각화는 각국의 군사 관련 활동범위가 넓어지고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 국방전문가는 “군사외교 다각화는 군사적 신뢰구축과 교류협력 등을 통해 저비용으로 실질적인 군사력을 증강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군사외교, 실속은?
외양상 화려해 보이는 군사외교가 바로 국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외국에서 쇄도하는 군사외교 구애의 손길이 우리의 군사외교 위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성신여대 김흥규 교수는 “주변국이 최근 우리와 군사·안보외교 관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것은 그만큼 동북아 정세가 불안정해졌음을 말해준다”면서 “구조적으로 균형자로서의 한국 역할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군사외교가 외연은 넓어졌으나 내실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여전히 대미 의존도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최종철 교수는 “우리 군사외교에는 냉전시대의 잔재가 많아 미국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제는 한계를 떨쳐낼 단계”라고 강조했다.
보다 체계적인 군사외교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백승주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군이 중심이 된 외교도 이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면서 “군사·국방 현안에만 급급하기보다는 정부와 민간 부문까지 아우를 수 있는 외교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특히 방산 분야와 관련, “방산 수출 거래를 트면 30년 이상 관계가 유지되기 때문에 양국 간 외교관계 등이 포괄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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