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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와 국방/군의 현실

우면산의 가을 40 : 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10

 

 

우면산의 가을 40 : 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10

 

 

 

군수지원체제의 문제점

 

F15K, 부품 모자라 '비행 열외'… K계열 전차, 정비창서 '수리열외'

“원활하지 못한 군수지원은 전쟁에서 작전수행을 어렵게 만들며, 패배의 원인이 된다.”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킨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말이다. 군수지원의 뒷받침 없이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으며, 군수가 전쟁의 승패를 가름 짓는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한 것이다.

군수란 군 무기체계의 연구개발과 장비 물자의 소요, 판단, 조달, 보급, 수송, 근무활동 등 제반 기능 수행에 필요한 자원, 즉 인원·물자·시설·용역 등을 획득·관리·운용해 군사력을 유지시키는 활동을 일컫는다. 평시에는 국가 방위에 소요되는 장비, 물자 등을 확보해 최적의 군사력을 유지하고, 전시에는 군사작전에 대한 군수지원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한다. 평시에는 전쟁 억제에 기여하고, 전시에는 전쟁 승리를 이끌어내도록 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리 군은 1960년 군수사령부를 창설해 육군에 대한 군수지원과 3군(육·해·공군) 공통품목의 통합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현대전은 이러한 군수지원 능력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확률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의식한 미군은 이라크전에서 적기·적소에 군수물자를 지원하기 위해 기존의 물류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 그 결과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국 본토에서 이라크까지 8일 정도 걸리던 수송기간을 이라크전에서는 40시간으로 단축해 전투력이 정상적으로 발휘되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전장에서 필요로 하는 군수물자의 우선순위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 전술지휘통제체계(C4I)와 연동된 군수 자동화 운영체계를 운용하는 등 군수지원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우리 군은 국방인력 감축, 무기체계 첨단화 등으로 군수지원 소요가 크게 늘었음에도 군수지원체제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불거진 K-9 자주포 케비테이션 현상, K-1 전차 포신 파열 등 잇단 K계열 장비 사고와 신형 전투화 결함에 이어 최근 군납 건빵·햄버거 입찰 관련 뇌물수수 비리로 군수 업무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상황에까지 직면했다.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그 어느 때보다 안보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진 가운데 터져나온 일련의 군수분야 사건·사고들은 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지만 현재 군의 군수지원체제를 감안하면 이러한 사건·사고들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공군 최신예 전투기인 F-15K의 가동률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10 회계연도 결산 분석에 따르면 F-15K의 지난해 평균 가동률은 86%에 그쳤다. 10대 가운데 1.4대꼴로 ‘비행 열외’ 상태인 셈이다. 열외 사유는 수리 부품이 모자라서인데 이 또한 군수지원체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빚어진 일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수리에 필요한 부품이 모자라 같은 기종의 고장 난 전투기에서 필요한 부품을 빼내 임시방편으로 돌려막기(동류 전용)를 하다 보니 가동률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는 점이다. 동류 전용은 정비 원칙상 금지 사항이지만 부품 조달 차질로 고육지책이 되고 있다. 공군 관계자는 “방위사업청에 요청해 미 정부를 거쳐 부품을 조달하는 데 무려 1년이 넘게 걸리는 일도 있다”면서 “이럴 바에야 과감하게 군장비의 부품조달 업무를 민간으로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전 상황은 더 열악하다. 지상전의 주력인 K계열 전차는 고장이 나면 육군 정비창에서 수리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비시설이 구형 M계열 전차 정비고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육군 관계자는 “군이 첨단무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를 운용·정비하는 시스템은 구식”이라며 “전차를 정비하려면 전차를 들어올릴 장비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K시리즈 전차를 들어올려 정비할 시스템은 없다”고 말했다. 무늬만 정비고인 셈이다.

지난 3월 충남 태안군 안면도 앞 해상에서 진행된 한·미 연합군수지원 훈련에 참가한 장갑차들이 바지선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또 다른 육군 관계자도 “1970년대 이후 무기체계 현대화에 공을 들여 우리 군이 보유한 무기는 상당수 첨단화됐지만 정작 이를 지원하고 관리해야 할 군수분야는 뒷전이었다”면서 “이러다 보니 군의 전력 보유와 운용은 기형적인 모습이 됐다. 이런 구닥다리 군수지원체제로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군도 이러한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4월 군수환경 변화에 발맞춰 획득 및 운영유지 체계를 통합하기 위해 총수명주기체계관리(TLCSM) 제도를 도입했다. 무기개발(획득)에서부터 운영유지와 도태에 이르는 전 과정의 관리를 일원화하는 군수기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다. 군은 아울러 전비 태세를 향상시키고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무기체계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TLCSM 제도의 일환인 성과기반 군수지원(PBL) 제도도 시범운영 중이다. PBL은 전투기 가동률과 같은 성과지표를 정해 놓고 업체가 이를 초과 달성하면 가산금을, 미달하면 벌금을 부여하는 외주계약이다.

이에 대해 군 안팎에서는 다소 때늦은 감이 있지만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군수지원체제의 선진화를 이루려면 갈 길이 멀지만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신호는 보인다는 것이다.

박병진 기자 

     

    이선철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

     

    • “군이 도입한 무기를 30년간 쓴다고 보면, 무기 구입에 30%의 돈이 들고 나머지 70%는 운용·유지에 쓰입니다. 이 70%가 군수의 임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는 70%에 대한 제대로 된 정책이 없었습니다.”

      지난 6일 국방부 구청사에서 만난 이선철(사진)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은 이같이 밝히면서 “한반도 휴전상태가 장기화되는 만큼 앞으로는 전투준비 차원의 군수물자 운영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국방부 군수정책을 총괄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는 먼저 우리 군의 무기체계 현대화와 더불어 군수 운영과 유지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제도로는 최첨단 무기체계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자주국방을 시작한 지 30년이 넘어 무기체계는 첨단으로 바뀌었는데 그걸 뒷받침하는 제도가 뒤처져서는 안 됩니다. 민간에 일정 부분을 아웃소싱으로 넘겨줘야 합니다.”

      실제로 미래 국방환경은 전투분야는 군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전투근무지원분야는 아웃소싱을 통해 군·민 협력체제로 바뀔 전망이다. 그는 “군에서 1년이 지나도 조달이 안 되는 군수품을 민간 물류회사에 목록을 줘 구해보라고 했더니 한 달도 안 돼 가져오겠다고 하더라”며 “앞으로 전투부대 전력시설은 패키지화하고 정비는 전문업체에 아웃소싱을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군수분야 개혁의 밑그림을 펼쳐보였다. 그는 군수분야 문화를 바꾸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군수분야에도 공청회가 필요합니다. 올 3월에 미국에 가서 보니까, 군수 관련 회의를 하는데 군인, 정부 관리, 산업체 관계자들이 한데 모여 난상토론을 하더군요. 우리도 이런 회의를 하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합니다. 지금 회의를 하기 위해 주제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업체와 군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할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실장은 이어 “내가 있는 동안에 전투화 등을 잘 만들어서 보급하고 우리도 이런 것을 만들었다고 자부심을 갖게 만들겠다”면서 “더 이상 병사들을 볼모로 잡지 않고 군수분야 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박병진·조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