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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와 국방/군의 현실

우면산의 가을 34 : 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4

 

 

 

우면산의 가을 34 : 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4

 

 군 개혁

육·해·공 합동성 강화·지휘체계 통합해야 强軍 육성

국가안보의 초석인 군이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국방개혁 307계획’을 둘러싼 논란으로 국민불안해할 지경이다.

우리 군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양한 이름의 국방개혁을 추진해왔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7월 윤광웅 국방장관은 취임과 더불어 ‘국방개혁 2020’을 시작했고, 현 정부가 들어선 2009년 6월에는 국방개혁 2020 ‘수정안’이 발표됐다. 앞서 1988년 노태우 정권 때는 이른바 ‘818계획’이 보고됐다. 국방개혁안은 군 체질을 바꿔 정예 강군을 육성하겠다는 뜻을 담았지만 안타깝게도 번번이 좌절됐다. 군 내부의 자군 이기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개혁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1세기 디지털화 등으로 전장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아날로그식 ‘행정군대’에 머물고 있는 우리 군의 체질 개선은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데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특히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앞두고 국방개혁이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국방개혁 307계획의 의미와 논란 배경을 살펴보고 해법을 찾아본다

 

 


 

 

 

 

◆국방개혁, 미룰 수 없는 과제


국방개혁의 필요성과 시의성을 얘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것이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이다. 도발 당시 각 군 간 공조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합참의장이 각 군의 특성과 역할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해 미숙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우리 군은 1991년 ‘818 개편’ 이후 20년 동안 군령(軍令)과 군정(軍政)이 이원화된 상태로 운영됨에 따라 군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행정 중심 군대가 됐다. 군령권은 합참의장이, 군정권은 각 군 총장이 가지는 기형적 구조가 이어지다 보니 북한 도발 같은 실전 상황에서 지휘부의 손발이 맞지 않고 전투력도 떨어진 게 사실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군의 사명은 전쟁을 막는 것이고, 이기는 것이다. 작전 지휘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군령권자보다 군정권자에게 높은 계급을 줘 작전을 지휘할 사람이 눈치를 보게 돼 있다. 작전지휘관이 인사를 해야 하는데 군정하는 사람이 인사를 결정하니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예비역 육군 장성도 “이상희 국방장관 시절에도 전투형 군대를 만든다며 군의 ‘재조형’을 외쳤지만 관료화된 군 수뇌부의 인식을 바꾸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통계를 내보니 전방 철책선을 지키는 소대장의 70% 이상이 ROTC(학군사관)였다. 별을 단 육사 출신 가운데 전방 소대장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 수두룩했다”면서 “전투태세에 전념하지 않고도 출세에 지장이 없었다는 건데, 이런 구조에서 승진한 군 수뇌부가 전투를 제대로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각 군 간의 합동성을 강화하고 이원화된 지휘체계를 통합하려는 국방개혁 307계획의 목표 역시 전투와 작전을 우선해 싸워 이길 수 있는 군대를 만드는 데 있다.

그 결과 개혁의 칼날은 상부지휘구조 개편으로 향했고 육해공군 참모총장을 합참의장의 지휘계선에 포함해 합참의장이 각 군 총장을 지휘하도록 했다. 아울러 각 군 본부와 각급 작전사령부를 통합해 각 군 참모총장 휘하에 지상·해상·공중 작전본부를 설치하도록 하는 등 중첩된 군제도를 단순화했다.

◆상부지휘구조 개편…‘밥그릇’ 싸움 되나

국방개혁 307계획은 두 달째 진통을 겪고 있다. 상부지휘구조 개편안 때문이다. 해·공군 예비역 장성들이 그 중심에 있다. 이들은 개혁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개편안이 지나치게 육군 중심이라고 반발한다. 현역들도 육군 출신 합참의장 밑에서 해·공군이 육군 들러리로 전락할 것을 내심 우려하는 눈치다.

이문호 공군전우회 회장(예비역 준장)은 “현재 합참은 주요 보직이 육군 일색이다. 최근 전쟁 상황을 보면 전쟁 주도권이 해·공군으로 넘어갔는데 우리 군은 아직도 육군 위주의 지휘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정길 전 해군참모총장은 “천안함, 연평도 사건 때 우리가 당한 것은 합동성이 부족하거나 합참의장에게 권한이 없어서가 아니었다”면서 “의장이 타군 작전을 잘 몰라서 그렇게 된 것인데, 합동성을 문제 삼아 해·공군의 고유 임무와 특성을 무시한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육군은 한 발짝 물러나 있다. 상부지휘구조 개편으로 육군 장성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예비역들의 반발은 감지되지 않는다. 개혁이 육군이 원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은 “대승적 차원에서 개혁을 받아들여야 한다. 자리 몇 개 줄어드는 것 가지고 군이 다퉈선 안 된다. 국방개혁이 오히려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각 군 특성 보장하고 여론수렴 선행돼야

국지 도발과 비대칭 전력이 북한의 실질적 위협으로 부상한 현실을 감안하면 합동성 강화는 우리 군의 당면 지상과제다. 2015년이면 전시작전권이 전환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군 체제로는 이런 과제들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관건은 각 군의 고유성 보장과 합동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느냐에 있다. 장 전 총장은 “육해공군의 특성은 분명히 보장돼야 한다. 각 군이 선의의 경쟁을 해야 군이 발전하고 강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군은 보수적인 집단이다. 그동안 박정희, 노태우 등 군 출신 대통령조차 여러 차례 군 개혁 시도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면 각 군 간 분열과 반목만 부추길 뿐이다. 이 회장은 “이번 국방개혁과 관련해 군 안팎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도 항명 처벌 얘기 등이 나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과거 유신 때도 이러지는 않았다”며 폭넓은 여론수렴을 당부했다.

박병진·안석호 기자

 

국방장관 지낸 한나라 김장수 의원

  • “정부는 국방개혁을 우려하는 예비역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서둘지 말아야 합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장수(사진) 의원은 11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방개혁과 관련해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장기적 안목에서 진행해줄 것을 주문했다. 육군참모총장과 국방장관 등을 지낸 김 의원은 국회 내 대표적인 군 전문가다.

    김 의원은 “예비역 장성들은 우리 군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아는 전문가다. 이들의 목소리를 건전한 비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정부는 이들과 허심탄회하고 치열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완벽한 개혁안은 없다. 국방부가 장점만 부각해선 안 된다. 단점이나 문제점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각계의 우려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방개혁 추진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관련 5개 법안을 6월에 법제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이는 정부만의 생각입니다. 법제화하려면 법안심사, 상임위, 법사위 등 거쳐야 할 단계가 많습니다. 그런데 의원들은 관련 예산 추계가 얼마인지조차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국방부는 국회의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설명만 하고 의견은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상부지휘구조 개편 등 지금까지 우리 군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인 만큼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하고 개편된 군제로 기동훈련도 해보는 등 필요한 절차를 충분히 거쳐야 한다”면서 “고객(국민)은 실험실기술(개혁안)이 아니라 상품화(검증)된 기술을 원한다. 시제품과 고객 반응을 충분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국방개혁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천천히 추진할 것을 당부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 취임 직후 국방개혁을 했어야 적기였는데 조금 늦었다. 지금이라도 국방개혁을 검토하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짧은 시간 내에 결과물을 내놓으려는 것은 문제다. 현 정부에서 반드시 끝낼 필요도 없다. 개혁안에 대한 연습과 공부를 더 많이 해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