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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의 가을 16 : 군, 이대로는 안된다. 4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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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의 가을 16 : 군, 이대로는 안된다. 4

두바퀴인생 2011. 10. 7. 01:14

 

 

 

 

우면산의 가을 16 : 군, 이대로는 안된다. 4

 

 

 

 

군이 환골탈태해야

요즘 우리 군(軍)을 보면 한 판의 `블랙 코미디'가 연상된다. 공군의 전시 작전계획과 평시 비행훈련계획이 담긴 군사비밀 2건이 사라진 것도 그런 부류이다. 금방 실소가 터져 나올 것 같지만 심각성을 생각하면 차마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을지포커스가디언(UFG) 훈련이 끝난 직후 오산의 공군 작전사령부에서 각각 2급과 3급인 군사비밀 2건이 사라졌다. 하나는 전면전 발발시 공군 작전계획이 담긴 `작계3600'(2급)이고, 다른 하나는 평시 비행훈련계획이 들어 있는 `작명2500'(3급)이라고 한다. 유사시 전투를 수행해야 하는 군은 군사 보안과 기밀 유지를 생명처럼 중시해야 한다. 특히 전시 작전계획의 보안성이 깨진다는 것은 전투 수행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정도로 치명적이다. 그런데 일반 군부대도 아닌 공군 작전사령부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하니 정말 믿어지지 않는다.

한 마디로 군의 기강이 풀렸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니 풀린 정도를 넘어서 거의 와해된 상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비밀문건 분실이 언론에 보도된 뒤 군쪽에서 나온 해명을 보면 그런 걱정은 더 깊어진다. 군 관계자는 "오인에 의해 비밀문서가 파기됐을 가능성이 높아, 그쪽으로 사건이 정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실수로 비밀문건을 파기했을 것으로 보고 사건을 종결한다는 얘기다. 달리 입증할 방법도 없지만 만약 이 추론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군사기밀문건을 분실한 것도 모자라 실수로 파기까지 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이 사건을 `분실'로 몰고가려는 생각부터 안일하기 짝이 없다. 나쁜 의도를 가진 누군가 훔쳐갔을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사기밀문건이 없어졌으면 `분실'이 아니라 `도난'의 가능성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사실 우리 군의 기강 해이 조짐은 오래 전부터 감지됐다. 일각에서는 군이 총체적 난맥에 빠진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벌어진 일들을 되짚어 보면 그런 진단이 꼭 `가혹한' 것도 아니다. 올해 들어서만 해ㆍ공군 예비역 장성 집단반발 등 국방개혁 갈등, 해병대 총기난사 및 병영내 가혹행위, 해병대 초병의 민항기 오인 사격 등 불미스러운 대형사건들이 꼬리를 물었다. 특히 방산과 군납 분야 비리는 거의 고질병이 됐지만 개선의 조짐은 전혀 없다. 예컨대 올해 국회 국방위 국감자료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2006∼2010년 16개 군납비리 업체를 적발하고도 이 가운데 14곳과 8천2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재계약했다. 방사청이 이렇게 허술하니 군납비리는 `안 걸리면 좋고, 걸려도 그만'인 일이 됐다. 비상식이 상식을 압도한 꼴이다. 그 결과는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발암물질이 검출된 식자재와 곰팡이 핀 건빵.햄버거, 공업용 메탄올 소독약 등이 버젓이 군에 납품되고 있다. 여기에다 공군의 전시 작전계획 문건까지 사라지고 나니 총체적 난맥상이 아니라고 하기도 어렵게 됐다.

때마침 10월1일은 건군 63주년이 되는 `국군의 날'이다. 군은 충남 계룡대와 전국 여러 곳에서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연다고 한다. 국가 방위의 주체로서 국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군이 높은 사기를 유지하고 한층 더 강한 군대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은 대다수 국민의 한결같은 염원이다. 그러나 군은 이번 `국군의 날'을 전과 다른 각오로 맞아야 한다. 어느 때보다 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군은 그런 비판들을 애정 어린 채찍질로 감수하고, 국민의 기대와 바람이 무엇인지 가슴 속에 깊이 되새겨보기 바란다.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군대가 진정한 강군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인 고질적 `기밀주의'는 이제 버려야 한다. `군사보안'의 가림막 뒤에 숨어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군 스스로 `환골탈태'의 변혁을 이뤄내길 기대한다.

 

 

 

 

 

4년 뒤 전작권 환수가 불안한 군 지휘구조

 

경기 용인시에 있는 3군사령부에는 군(軍) 구조개혁이 마무리되면 육군 작전지휘본부가 들어선다. 이곳에서는 첨단 C4I(전술지휘통제체계)를 통해 합동참모본부, 육군본부, 수도 군단, 전방 사단 등의 움직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군 상부구조 개편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육군 참모총장이 기존의 군정(軍政)권에 더해 군령(軍令)권을 부여받아 3군사령부에서 작전을 지휘한다. 군령은 합참의장이, 군정은 각 군 총장이 행사하는 이원체제로는 북한 도발에 대응하기 어렵다.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피격을 겪으며 본격적으로 추진한 정책이 군 상부구조 개편이다.

국방부는 지난달 한미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때 구조개편안을 검증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도 참관했다. 검증 결과 국방부는 각 군 총장이 군정과 군령을 동시 수행해 작전의 효율성과 통합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3군사령부 참모장 이상현 소장은 “작전수행 절차가 간소화해 지휘관의 판단 시간이 빨라졌고 시뮬레이션 결과 아군 피해도 줄었다”고 말했다.

우리 군은 2015년 12월 미군으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넘겨받는다. 군이 평시는 물론이고 전시에도 완벽하게 전작권을 행사할 수 있는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연내에 지휘체계를 정비하고 작전계획을 발전시킨 뒤 2013년부터 검증 연습을 한다고 해도 시간이 빠듯하다.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의장을 지낸 이상우 신아시아연구소장은 “미군으로부터 작전지휘 노하우 등을 전수받아야 하는데 새로운 군 조직의 밑그림도 그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작권 전환과 함께 한미연합사가 사라지면 한국군 합참이 주도하고 미군의 한국사령부(USKORCOM)가 협조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하지만 지휘구조 확정 없이는 협의 착수가 불가능하다. 이대로는 전작권 단독행사가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국회는 국방개혁에 한가한 모습을 보인다. 군 상부구조 개편을 위한 국군조직법 개정안이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할지 미지수다. 여야 의원들은 내달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총선 대선에 정신이 팔려 있다. 3군사령부 벙커에서 확인한 북한의 장사정포 배치 상황은 위협적이었다. 수도 서울을 몇 번이고 불바다로 만들 규모였다. 북한의 무력도발을 격퇴하려면 우리 군 상층부가 천안함 연평도 사태 때처럼 우왕좌왕하지 않을 시스템을 신속하게 갖춰야 한다. 국가의 존망이 달려 있는 국가안보시스템 개편에 국회는 초당적으로 대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