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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의 여름 20 : 역사의 여울목에서... 본문
우면산의 여름 20 : 역사의 여울목에서...
비 내리는 새벽 도로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태풍이 올라오면서 전국이 장마권에 들어 비가 하루 종일, 그리고 밤새 내리고 있다. 금요일 새벽에는 비가 뜸 한 가운데 자전가를 타고 한바퀴 돌았다. 비가 오락가락 했다. 장마로 3일 간 운동을 못하다가 나서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데 연신 방귀와 대변이 밀려 나왔다. 중간 쉼터에서 모두 해결하고 나니 몸이 훨씬 가벼워 졌다. 그래서 운동은 건강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많이 느꼈다. 움직이지 않으면 몸 속의 찌꺼기가 쉽게 빠져 나가지 못하고 잔류하게 되고 썩어가는 오물이 배 속에서 썩어 간다면 독한 가스와 노폐물이 장 속에서 몸을 상하게 할 것임은 자명하다. 건강은 자주 먹고 빨리 배변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술을 끓고, 담배를 끓고 다음에는 곡기를 끓으면 사람은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렇게 좋아하며 즐겨먹던 기호 식품이나 음식을 멀리하는 순간부터 그 사람의 몸은 급속도로 쇠락하게 된다는 말이다. 몸에 이상징후가 나타난다는 것은 몸이 고장나기 시작하였다는 말일 것이다.
장마철 각종 피해가 우려된다. 전국에 비가 내리면서 저지대나 하천 주변, 4대강 공사지역, 지난번 구제역으로 가축을 매장한 지역의 침출수와 지하수 오염 등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폭우가 쏟아지면 저지대는 오수관이 역류하여 침수되고 농작물은 물에 침수되어 망치기 쉽고 하천변 차량이 물에 잠기고 깊은 산속 계곡이 토사와 같이 물이 범람하여 등산객이나 야영객, 산간 마을이 날벼락을 맞기도 하고, 산사태 등으로 건물.도로.철도 등의 붕괴.매몰, 옹벽.축대 붕괴로 건물.인명 매몰로 인한 사망 사고, 등산객 실종.실족 사고, 각종 교통 사고, 전력.통신구 침수 사고, 공사장 지반 붕괴.전도 사고, 낙뢰.감전 사고, 방파제 붕괴, 선박 침몰 등등 각종 재해가 몰려올 전망이다. 또 얼마나 많은 아까운 인명이 죽음을 만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천재와 인재가 어울려 재난과 재해는 매년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수요일이 낮과 밤의 길이가 가장 차이가 많아 나는 24절기 중 '하지'였고, 지난 토요일이 6.25전쟁(한국전쟁) 6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의 여울목이나 마찬가지이다. 대륙 세력이 해양으로 진출하고 해양세력이 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해 좁은 한반도를 서로 지나가려고 빠른 물살로 소용돌이 치는 곳이기도 하다. 역사의 흐름이 그랬고 그런 와중에 우리 민족은 시련과 굴욕의 세월을 감내하면서 살아야 했으며 이리저리 채이고 끄려 갔으며 국토가 강점되어 노예같은 삶을 살아야 했고 외세의 말발굽에 전국토가 유린되었고 수많은 부녀자들이 겁탈당하고 끌려 갔다. 또 수많은 젊은이들이 점령군에 끌려가서 이름도 모르는 전선에서 화살받이 총알받이가 되었고 집인 노예가 되었고 성 노리개가 되었으며 처첩이 되었고 정신대가 되었다. 함석헌 옹이 쓴 '뜻으로 본 한국 역사'에 의하면 우리의 역사는 '갈보같은 역사'라 했다. 어느 때나 이 땅에 외세의 힘센 눔이 나타나면 가랑이를 벌리고 화대를 받으며 살아온 갈보같이 지내온 역사라는 뜻이다. 부국강병을 이루지 못한 무능한 지도자와 지도층의 반복된 권력 투쟁 속에 철저한 계급차별과 유신 사대부들의 허상을 쫓는 공리공론, 지도층의 탐욕과 국론 분열, 수탈과 억압, 비리와 부패의 구렁텅이 역사속에서 부국강병을 이루지 못하고 강한 힘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약소국의 운명이었다.
역사의 여울목에서 단단히 메달리지 못하면 뜨내려 가듯이 두 강력한 세력이 마주치는 지정학적 여울목에서 우리가 고슴도치처럼 뭉치지 못하면 또다시 뜨내려 갈 것은 자명하다. 그 역사의 여울목은 항상 한반도를 세력의 여울목과 같이 2배나 빠른 속도로 급류가 한반도를 흘러가고 있다. 우리들은 과연 이 여울목에서 살아남을 수가 있을까? 그 이야기를 들어 보자.
여울목에서...
2300여년 전 알렉산더 대왕은 실로 바람과 같은 속도로 제국을 만들어 나갔다. 기원전 331년 ‘가우가멜라 전투’에서 페르시아의 다리오3세와 최후의 일전에서 승리하고 서쪽으로는 고향 마케도니아에서부터 동쪽으로 인더스강 동편에 걸쳐 ‘헬라’라는 이름의 대제국을 건설했다. 그러나 이후 8년이 못되어 그는 죽고 제국은 나뉘고 사라진다.
헬라제국을 전후해 200~300년, 중동은 대격변기였다. 아시리아,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헬라에 로마까지 수천년 인류사에 족적이 뚜렷한 대제국이 세워지고 쓰러졌다. 이 과정에서 주변의 많은 약소국가들이 제국들의 수레바퀴에 깔려 뭉개졌다. 시리아 지방에 ‘유다’라는 나라도 마찬가지다. 기원전 1050년 왕정국가 체제를 갖추었으나 120년이 지난 기원전 930년부터 남북으로 나뉘어 분단국가로 지냈다. 북은 기원전 722년 아시리아에 멸망당했다. 남유다는 기원전 586년 바빌로니아의 느부갓네살2세의 침공 때 망했다. ‘느부갓네살’은 이라크전 때 사용됐던 이라크 미사일의 이름이기도 하다.
나라의 마지막 전성기를 이끈 남유다 요시야왕은 아시리아의 쇠퇴기를 잘 활용해 국력을 다졌고 잃었던 영토를 회복했다. 이 무렵 신바빌로니아가 신흥 강국으로 등장했는데, 이집트가 이 바빌로니아를 견제해 아시리아를 도우려 했다. 요시야는 아시리아의 회복을 원치 않았다. 동족의 나라를 멸망시키고, 자국을 괴롭혀온 나라의 재기를 원치 않았을지 모른다. 그래서 이집트를 막아선다. 이집트의 파라오 느고는 “내 목표는 바빌로니아”라며 비켜설 것을 종용했지만 요시야왕은 ‘므깃도’라는 곳에서 일전을 감행했다가 전사하고 만다.
바빌로니아의 발흥은 역사의 숙명이었다. 그러나 남유다는 아시리아, 이집트, 바빌로니아 등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고민했다. 바빌로니아가 기원전 608년 아시리아를 무너뜨리고 기원전 605년 ‘갈그미스 전투’를 통해 이집트까지 제압, 중근동의 패권을 장악한 뒤에도 남유다는 쓰러져 가는 옛 강호 이집트에 의지하려 했다. 상황을 오판한 대가는 3차에 걸친 침공과 식민이주, 포로생활이었다.
‘역사의 여울목’에서 약소국은 판단도, 결정도, 처세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천하를 호령하던 쟁쟁한 대제국들이 맞서는 상황, 여울목이 만들어 내는 빠른 물살에 휩쓸려 유다는 저만치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스 아테네에 서서 뜬금없이 2500년 전의 유다를 떠올린 것은,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여울목 때문이다. 다 쓰러져 가던 옆집 중국이 다시 거대 제국의 모습으로 세계 무대에 등장했고, 수십년 경제 대국으로 주름잡던 이웃 일본은 휘청거리고 있다. 세계를 경영하던 미국은 정치, 외교, 군사 등 각 분야에서 하락세가 분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 러시아의 꿈틀거림도 신경을 자극한다. 한 지붕 다른 집 북한은 그 가는 곳을 알기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2년 우리를 둘러싼 주요 국가가 대부분 리더십의 변화를 겪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각국은 내부의 긴장감이 한껏 높아질 것이고, 자국의 형편이나 다른 이웃나라와의 관계 등으로 주변에 대한 배려는 소홀해지기 쉽다. 천안함 사건·연평도 포격 등에서 중국이 우리에게 보여준 태도는 그 대표적인 예표다. 이해가 겹쳐 맞물리고, 긴장이 쌓여 가면 ‘관리’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도 새 대통령을 뽑는다는 사실이다. ‘국력’이 선거에 몰리다 보면 이 관리는 부실해질 수 있다. 다른 나라들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래저래 2012년 저쪽 너머로 물살 빨라지는 소리를 안 들으려야, 안 들을 수가 없는 요즘이다.
대권주자들도 이 소리를 충분히 듣고 있으리라 본다. 대통령 특사로 지난 5월 유럽을 다녀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얼마 전 사석에서 “그리스에 다녀오니 (그리스 경제위기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더라.”고 했다.
박 전 대표도, 다른 후보들도 가급적 더 자주 나가서 그 물살의 소리를 더욱 실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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