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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의 봄 29 : 이 분노의 공화국!

두바퀴인생 2011. 5. 20. 13:35

 

 

 

우면산의 봄 29 : 이 분노의 공화국!

 

 

 

                                                                           비내리는 새벽 서울 풍경

 

새벽에 일어나니 천둥소리가 간간이 들려온다. 그런데 비는 내리지 않고 천둥 소리만 들려 자전거를  출발하기로 했다. 물론 우산은 준비하고 출발했다. 교대를 지나 강남역 방향으로 가서 이면도로를 따라 달린다. 비가 올 것 같은 날씨라 사람들이나 차량이 평소보다 좀 적어 보인다. 천둥 소리가 서쪽 하늘 방향에서 번개를 번쩍이며 간간이 들려온다. 비가 본격적으로 내릴 것 같은 날씨다. 고속터미널 사거리에 도착하니 드디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빌딩 앞에서 비를 피하면서 따스한 커피를 한 잔 마신다.

 

비는 서울 도심의 더러운 먼지와 쓰레기를 한꺼번에 쓸어가는 엄청난 청소부나 마찬가지이다. 인간이 내밷는 모든 것은 더러운 것 뿐이다. 대.소변을 포함하여 땀, 콧물, 가래,침,귀지,눈물,각질,떼 등 등...... 그러나 그 중에서도 입으로 내뱉는 하는 말이 있다. 말은 정말 중요한데 쓰는 글도 마찬가지지만 남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인격을 모독하거나 비하하는 발언은 상대에게 심한 상처를 준다. 그러나 그 사람이 떳떳하고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부끄럼이 없다면 당연히 항변하고 명예회손으로 따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면 비난은 물론 사회적인 개혁의 대상이 되어 누군가 칼자루를 쥐고 개혁에 나서야 그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는 이야기다.

 

저축은행 예금사전 인출자가 4000명을 넘는다고 한다. 전직 차관을 포함하여 사회지도층이 대부분이라 그 명단이 공개되어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아야 함에도 검찰에서 유야무야 권력층을 가리기에 급급한 모양이다. 권력의 시녀라지만 요즘의 검찰은 정말 보기에 안쓰럽다. 그런 인간들이 우리나라 사회 지도층 자리를 꿰차고 있는 한 나라의 발전은 요원할 따름이다.   

 

  

                                                                뉴 코아 백화점 앞에서 바라본 고속터미널 사거리

 

대기업 MRO(소모설 자재 구매대행)가 사업을 확장하여 중소기업 영역까지 무차별적으로 파고들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중소기업들이 판로와 마진구조가 악화되면서  폐업을 하느 업체가 줄을 잇는다고 한다. 문구, 유통, 기계공구 등 전반적인 분야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마트, 할인점, 음식점, 외식업, 백화점, 명품 가게, 택배, 대리운전 등등 한국의 대기업은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던지 하는 기업이 아닌가? 그들에게 이익공유제?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 나라 자본주의를 사회주의로 바꾸지 않는 한 그것에 동의할 대기업이 어디 있을까? 

 

한가지 예로 LG 그룹의 '서버원'이라는 회사는 LG 그룹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 업체인데, 2007년 매출이 1조 2,000억 원, 2010년 2조 5300억 원을 달성하면서 65%가 성장하는 엄청난 성장을 하였다고 한다. 어느 중소기업이 신기술로 갑자기 쾌속 성장하면 대기업에서 눈독을 들어다가 그 기술을 빼내고 흡수하기 위해서 갖가지 공작을 서슴치 않는다.

 

그래서 우리 나라는 정부에서 아무리 중소기업 살리자고 해봐야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말로는 하지만 실제는 모두가 대기업들의 로비에 정부 관계부처와 공무원들이나 국회의원들이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소기업들이 설 자리가 없으며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기술 도둑질은 물론 오너를 제외한 부사장 등 직원들을 회유하여 어느날 갑자기 전 사원이 회사를 그만두면서 기술과 서류, 컴퓨터, 기계를 빼돌려 다른 회사를 차린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는 대기업의 지원과 조종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렇게 회사를 차린 후 오른 봉급이 5만원이라고 했다. MBC 고발 프로그램 '나는 이렇게 당했다'에서 나온 내용이다.

 

 

 

                                                     비오는 새벽 고속터미널 풍경, 멀리 보이는 빌딩이 호남선 건물에 들어서 있는 호텔이다.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가 전체 인구보다 많은 5136만 명이 넘어섰다고 한다. 이제는 생필품이면서 누구나 가지고 다니는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필수품이며 최신 무기이다. 통신비가 가구당 약 14만원 선이며 전체 소비지출의 6% 이상이라고 한다. OECD 평균 2~3%에 비해서 너무나 높은 현실이다.

 

그러나 정부나 통신위를 상대로 시민단체 등 많은 사람들이 통신비의 과다 책정에 수 년째 반발하고 있으나 소 귀에 경 읽기다. 정유사는 국제 원유가가 내려도 유가 인하에 인색하며 정부의 세금만을 탓하고만 있다. 통신 3사들이 90년대부터 독식해온 통신시장에서 그동안 매년 무수한 순이익을 챙겨간 것은 사실이다. 이통사는 작년 순이익이 4조 7400억원, 금년 1/4분기 순이익만 1조 400억원이라고 한다. 유가나 통신비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이다. 

 

선경(SK 그룹)이 자란 것만 보아도 그렇고 매년 순이익을 수 조원씩 남기는 정유사들이나 통신 3사들이 정부와 관료들의 암묵적인 동조와  비호하에 자본이익을 독식하고 배를 불리고 있어도 같은 먹이사슬에 얽힌 그들은 국민들의 고혈을 빨아먹으며 성장하는 흡혈귀와도 같은 존재들이다.

 

그들의 건물이나 서비스 센타에 들어가 보라! 인원과 서비스가 과다할 정도로 넘쳐나며 어리석은 백성들은 그들이 조작하는 대로 돈을 내고 개인정보를 팔아먹어도 아무런 말도 못하고 매월 꼬박꼬박 세금 내듯이 그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통신사 지점이나 휴대폰 서비스 센타에는 예쁜 아가씨들이 카운터에서 사탕이며 과자며 커피를 접대하고 종업원 수도 많아 문을 열어주는 친절까지 베풀어주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인건비와 재료비가 모두 고객들의 주머니에서 빼내간 돈이라는 사실을 우리들은 잘 모른다. 칼 안든 도적같은 보험사 건물들이 도심에서 고층으로 올라가듯이 통신사나 정유사 건물들만 높이 올라가고 있는 것만 보아도 사정은 뻔하다는 이야기다.

  

 

 

 

                                                                   비를 피하면서 찍은 새벽 풍경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피해자인, KB 한마음  대표 김종익씨가 검찰 조사 결과 횡령 8,760만원으로 불구속 기소되었다. 그 돈은 개인 치료비와 개인 용도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BBK 사건에서는 수백 억을 해 먹어도 눈감아주는 검찰의 이중적인 잣대에 무소불위의 권력에 비애를 느낀다. 아마 그 사건은 다음 정권에서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 눈물을 흘리면서 이야기하던 김종익씨가 생각난다.

 

그 사건은 지난 정권의 정리 과정에서 불거진 사건으로 한나라당 조의원이 이야기를 꺼내 문제가 된 사건이다. 총리실 민간인 사찰팀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김이 다 빠진 다음에 실시하고 그 증거들도 이미 모두 사라진 다음이었다. 눈감고 아웅하는 초라한 검찰을 모습을 보면서 사실의 진위를 떠나서 검찰의 태도가 편파적이고 너무 권력층에 지향적이다는 점이다.

 

우리는 일본이나 이태리의 유명한 검사들처럼 국민들의 성원을 받을 수 있는 소신있는 검찰은 희망이 없는 것일까?  눈감고 아웅하는 초라한 검찰을 모습을 보면서 권력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는 이야기를 생각해 본다. 정의는 사라지고 불의와 불법만 판을 치는 나라꼴은 지도층의 무능과 부폐와 연관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신반포 쪽에서 바라본 고속터미널 방향 모습

 

청년 일자리가 늘지않고 있다. 지난 4월 전체 실업율 3.7%, 청년 실업율은 8.7% 라고 한다. 니트족(백수)이 100만 명이 넘어 섰다고 한다. 우리집 아래층에도 양쪽 집에 허우대 멀쩡한 젊은이들이 2명씩 4명이나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는 듯하다. 빌라 현관앞에서 연신 담배 피우고 꽁초를 아무 곳이나 버리는 원흉들이 알고보니 그들이었다. 내가 모든 것을 이해하는 나이 탓에 감수하고 담배 꽁초를 열심히 주워 버리다가 계단 옆에 담배를 버릴 수 있도록 재털이 통을 하나 비치했다.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니 둘이서 형제인 듯 담배를 피우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얼굴을 보면 대략 그 사람의 현재 상황을 짐작하듯이 풍겨오는 느낌이 있는 법이다. "담배 공초를 여기에 버려줍시사~~" 하고 요청했다. 그러자 "아, 네~~" 하면서 그러겠다고 했다.

 

지금의 그들 심정이 담배 공초가 문제가 아닐 것이다. 취업이 문제이고 백수가 문제이며 나이가 나날이 먹어 간다는게 문제이며 결혼을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는 자신이 문제일 것이다. 나라가 위기에 빠지고 사회가 혼란에 빠지면 그들은 촟불 데모대 맨 앞에 앞장설 것이고 공권력이 무너지면 맨 먼저 완장차고 죽창들고 나설 사람들이 바로 평소 천대받고 고통받던 그들이다는 점이다.  

 

반지하 집에서 꿈을 꾸는 그들에게 과연 이 나라는 희망을 주고 있는 것일까? 개천에서 용나던 시절은 다 지나갔다. 개발로 개천은 사라지고 미꾸라지도 없는 시대다. 남들처럼 번듯한 직장에 다니면서 봉급을 받아 동료들과 삽겹살에 소주도 한 잔하고,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저축도 하며 결혼도 하는 미래를 구상하며 살아 가는 게 꿈일지도 모른다. 안정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방구석과 PC방에서 칩거하며 게임이나 도박에 빠지고 강남의 뒷골목 나이트에서 밤을 지새며 광란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도 다 이런 이유일 것이다. 과연 우리들에겐 로또 만이 유일한 희망이란 말인가?  

 

 

                                                         도로상에 굵은 빗방울이 마구 내린다. 버스 정류장에서 비를 피하면서...

 

비가 더러운 도로의 먼지나 쓰레기를 휩쓸어 가듯이 이 나라의 더러운 것들도 한꺼번에 쓸고 갔으면 하는 심정이다. 사악함과 탐욕을 , 분열과 갈등을, 눈물과 슬픔을, 위선과 거짖을, 편가르기와 이기심을, 비리와 부패를, 우둔함과 무능을, 편법과 불법을, 가난과 빈곤을, 불행과 불운을 휩쓸고 지나갔으면......  새벽 비를 보면서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시름에 잠겨 보았다. 이 더러운 분노의 공화국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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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노의 공화국

 

한국사회의 해묵은 갈등은 이념 계층 세대 지역 성별, 이 다섯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 중 성별갈등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거나 다른 것들에 비해 해법을 찾기가 오히려 그다지 어렵지 않은 문제로 보인다. 그러나 나머지 네 가지는 갈등이 아니라 아예 단절이라고 표현하는 게 적확해 보일 만큼 얽히고설킨 분열과 혼란의 양상이 심하다. 남북으로 갈라진 나라를 이런 단절과 갈등이 더 작고 잘게 갈라놓고 있다.

저마다 화가 잔뜩 나 있는 국민

긴 가뭄을 만난 논바닥처럼 갈라진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감정은 분노라고 생각된다. 많은 국민들이 무슨 이유에서든, 자신을 향해서든 남들에 대해서든 깊이 분노하고 있다. 국민정서가 건강하지 못하다. 특히 젊은이들의 가슴 속에는 해소되지 않는 분노가 들끓는다.

아무리 해도 나아지지 않는 생활, 가뭇없는 취업의 길, 보이지 않는 사다리. 그런데 별로 하는 일도 없어 보이는 기성세대는 기득권+전관 예우로 온갖 혜택을 누리며 수억 대 연봉에 흥청망청, 腹高如山(복고여산)의 거드름과 교만을 부리고 있으니 그들의 마음에 분노가 쌓이지 않을 수 없다.

나이든 세대와 젊은 세대는 전승과 승계의 건전한 관계 속에서 세대교체를 이루는 게 마땅하지만, 지금 젊은이들은 낡은 세대가 부정한 방법으로 자리만 차지한 채 자신들의 몫을 빼앗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공정한 사회'를 내세운 뒤부터 공정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가 커졌다. 가진 자들의 몰염치와 방탕, 공적 감시기구의 부도덕과 타락, 공직자들의 후안무치가 두드러지는 부산저축은행 사태는 국민 전체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또 자신들의 개인적이고 사적인 분노를 정당한 것으로 포장하기 위해 '공정한 사회'를 차용하는 현상까지 생겼다. 영국 철학자 토마스 홉스가 자연 상태에서의 인간에 대해 '만인의 만인에 대한 싸움'이라고 말했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 대해서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분노'라는 말이 가능할 것 같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나 과학비즈니스벨트 같은 국책사업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이 대표적이다.

나나 우리가 아닌, 너나 남들에게 이익과 혜택을 빼앗기는 것을 참지 못한다. 행사장에서 나눠주는 선물이 모자라면 사람들은 집단으로 항의한다. 공짜로 주니 고맙다고 생각하기보다 남들은 다 받았는데 왜 하필 내 앞에서 물건이 떨어지느냐고 따진다. 정당한 분노와 정의감은 사회 발전과 개량의 에너지가 되지만 이기적 분노는 사회 분열과 지체를 유발하는 해악으로 작용한다.

요즘 '종결자'라는 말이 많이 쓰이고 있다. '웰빙 종결자' '간염 종결자' 이런 식인데, 광고와 달리 우리 사회의 현안에는 올바른 종결자가 없다. 무정부상태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레임덕이란 모든 걸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것이며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한 사람(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있지만, 경위야 어찌됐든 많은 부분이 정부와, 정부를 이끄는 고위 공직자들의 잘못이다.

가장 궁극적인 잘못은 이명박 정부의 공정하지 못한 인사다.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을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앉혀 공정하지 못한 인사의 부작용이 사회 각계로 파급된다. 그런 터에 과학비즈벨트처럼 행정 처리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자초하는 일을 더하니 민심을 얻기 어렵다.

대통령부터 더 깊이 달라져야

이명박 대통령이 5ㆍ18기념사를 통해 '더 깊은 민주화'론을 펼쳤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견해와 이익을 일방적으로 주장함으로써 극한 대립과 투쟁으로 나아가지 말고 사회통합을 이루자는 취지다. 당연하고 옳은 말이지만, 정당한 것이든 정당하지 못한 것이든 국민들의 분노감정을 풀어 주려면 대통령부터 달라져야 한다. 그 분노가 단시일에 쌓인 게 아니므로 푸는 일도 단시일에 이루어질 수는 없다. 그러니까 더 깊이 달라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임철순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