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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의 새벽 30 (지진,쓰나미,방사능,여진... 탈출러시)
날씨가 많이 풀렸다. 새벽의 차가운 공기가 창틈을 향해 스며들고 있다.
뉴스를 검색하면 온통 일본 재난 기사 일색이다. 삶과 죽음을 앞둔 일본인들의 고통이 멀리서 메아리쳐 들려오는 듯하다. 우리들 조상들의 흐느낌과 그들의 통곡 소리가 새벽 하늘을 울리는 듯하다. 인간 세상의 모든 것이 행과 불행의 연속인지도 모르겠다. 한 시대의 어려움은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연기처럼 사라지는 게 고통인지도 모르지......
세월은 고통의 치유약이다. 사랑의 아픔도, 기족의 죽음도, 친구의 죽음도, 모두가 세월이 흐르면 치유되듯이 말이다...
일본 돕기 모금활동이 벌어지고 구호품을 전달하려는 손길이 분주하다. 각계각층이 나의 이웃처럼 나서고 일본인을 격려하는 글들이 인터넷을 장식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의 나라들이 일본 돕기에 나서고 있다.
그런 가운데 리비아는 정부군의 역습으로 반군들이 벵가지까지 탈환될 지경에 빠진 모양이다. 국제사회는 엉거주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다. 정의가 무너지고 불의가 다시 일어서려고 하고 있는 데도 말이다....... 반군지휘부는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하고 있으나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주저하고 있다. 모두가 자국의 국익을 저울질 하고 있으며 불의를 타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방금 아침 뉴스에 유엔 안보리에서 비행금지조치가 가결되었다고 한다. 카다피의 공군력이 비행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만약 비행시에는 미군이나 나토군의 전투기가 격추를 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반군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편, 북한은 화해 제스처를 쓰면서 백두산 화산 폭발 조사를 제의했다고 한다. 그들은 한국을 적화하기 위해, 그리고 그들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강온전술을 쓰면서 한국 정권을 농락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그들의 전략.전술에 매번 끌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내부적으로 정치.사회.경제적인 부정적인 국면을 타개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안타깝다. 북한 정권이 이판사판으로 불장난을 저지르는 경우에는 일본 같은 재난이 우리에게 없다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시 일본인들의 한국인에 대한 생각은 어떠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모든 것이 그들이 조선을 식민지화했고 태평양 전쟁에서 패전하면서 한반도가 두 동강 났고, 남북이 갈라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반도의 수많은 이산가족들의 눈물을 그들은 얼마나 이해하고 안타까워 하는지도 의문이다. 위안부 문제도, 그리고 문화재 반환 문제도, 독도 영유권 시비, 그리고 역사왜곡 문제도 아직도 멀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형국이다. 매년 대일 무역역조 300-400억달러에 해당하는 것은 기술료, 원천재료, 정밀기계 등 그들에게 지불하는 댓가가 엄청나기 때문이며 일본 자금이 들어와 사채시장에서 폭리를 취하며 엄청난 이익을 올리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도 정신차리지 못하면 그런 재난은 언제던지 우리곁을 찿아온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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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조<일본>=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일본 도호쿠 지방에 규모 9의 강진이 발생한지 엿새째인 17일 쓰나미 피해지역인 미야기현 다가조시의 한 슈퍼마켓에 식료품을 구하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2011.3.17
일본은 지금 초유의 비극적인 지진과 쓰나미, 원전 폭발로 인한 방사능 유출 , 계속되는 여진, 계속 늘어나는 사망.실종자로 수치 추측 불가, 일 정부의 무능.무기력한 대책, 정전으로 인한 냉난방 불가로 국민들의 어려움 호소, 생필품 사재기가 나타나고, 공항마다 일본 탈출 러시를 이루고 있으며, 동북부 지역은 한파와 폭설 등 계속된 재앙으로 거의 물과 불, 붕괴, 핵 방사는 공포 등 죽음과 삶이 교차하는 가운데 거의 생지옥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4호기는 거의 사망선고를 받은 상태이며 400킬로미터 밖까지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다고 한다. 3호기는 압력이 다시 상승하고 있으며 헬기를 투입하여 물을 뿌리는 등 일본인들이 죽음을 불사하고 영웅적인 사투를 벌이고 있다. 원전에 화력, 수력발전까지 중단되어 암흑공포에다 1000만 세대가 정전으로 고통받고 있는 등 전력난도 심각하다고 한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과거 부실한 대책에 비판이 속출하고 민영화시킨 전력회사의 무능에 대해서도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또 도쿄는 계획 정전이 실시되고 있고 시민들이 두문불출하는 가운데 방사능 획산의 공포가 열도를 강타하고 있다. 기타 재난 지역은 전력선의 단절로 여러 지약이 전력 공급이 중단된 상태이다. 수도 .전기.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고층 빌딩이나 아파트는 지옥이나 다름없다. 엘리베이트를 움직일 수 없으니 특히 노약자들은 고층을 오르내리기는 불가하고, 목욕,화장실,식사를 할 수가 없으니 모두 밑으로 내려오게 되어있다.
우리 정부를 포함하여 세계 100여 국 이상이 적극 돕기로 하여 나서고 있다. 일본이 원하지 않을 내용으로 중국은 인민해방군 파견을 제의 하는 가 하면, 미국은 항공모함 전대를 파견하여 재난 지역에 공중으로 구호품을 공수하여 공중 투하를 하고 있다고 한다.
또 우리나라는 한류 연예인들을 포함하여 많은 국민들이 일본 돕기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정부는 요드를 포함하여 모포.생수.라면 등 구호품을 지원하고 있으며, 정유사들을 포함하여 기업들도 동참하고 있다. 한국의 일부 언론의 과잉 보도내용에 대해서도 너도나도 비난하기도 한다. 초기에 일본인들의 재난에 대한 침착한 대응에 찬사도 보내고 질서정연한 그들의 태도에 대대적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으로부터 혜택을 받았으니 이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 나라에 대해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일본의 대지진 참사를 보면서 안타까움이 많다. 그러나 굳이 과거를 되씹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번 쯤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요즘 젊은이들은 잘 모를 것이다. 왜냐면 역사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를 하지 못했고 일제 치하를 겪지도 않았고 고통도 받지 않았던 시간상 먼 후세들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지난 과거에 우리 민족에게 저질렀던 잔학한 점을 쉽게 이해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구동성으로 일본 돕기에 나서는 그들을 질타할 생각은 없으나 그들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국민에 대한 정신적.물질적 피해에 대하여 보상을 얼마나 성실하게 하였는지는 한 번 쯤 생각해 볼 일이다. 과거사에 대한 역사 왜곡은 물론이요 독도에 대한 그들의 집요한 영토 이기심을 우리는 절대로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들은 한반도를 통해 국부를 치부하였고 우리 조상들의 문화재는 물론이요 역사까지 왜곡하였다. 삼국시대부터 한반도 해안가에 왜구들이 수도 없이 나타나 마을을 약탈하고 방화하면서 주민들을 잡아가 노예로 부려먹었고 그들은 이름모를 그 땅에 뼈를 묻었다. 조선 시대 무능한 조정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당하여 전국토가 초토화되었고, 유교의 공리공론에 빠져 허송세월을 보내다가 외척의 전횡과 왕실의 권력다툼으로 결국은 그들에게 망국의 설움까지 당하였다.
일제치하 36년, 1000만에 가까운 한민족들이 전쟁터에서, 고문으로, 탄광에서 이름도 남기지 못한체 이국땅에서 죽어 뼈를 묻었다. 수많은 부녀자들이 위안부로 끌려가 치욕스런 불행한 삶을 살아야만 했다. 수많은 독립투사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갔으며, 만주.중국 땅에서 조국의 독립투쟁을 하다가 이슬처럼 사라져 갔다. 이 땅의 물건이란 모조리 빼앗아 갔으며 놋그릇 수저까지 공출되었다. 산 마다 쇠못이요 왕릉마다 모두 파헤쳤다. 문화재란 모조리 밀반출하였고 낙랑과 한사군을 한반도에 만들기 위해 평양 일대의 비문과 고분, 사적지를 조작하였다. 만주국을 만들기 위해 발해의 유적지를 모두 파헤치고 만주국의 조상으로 역사를 조작했다. 광개토왕릉비를 쪼아내어 비문을 조작하였고 심지어 밀반출 시도하려고 하기도 하였다. 고대 한반도를 지배했다고 내세우기 위해 임나일본부를 조작하였고 그들의 역사서인 <일본서기>까지 제멋대로 조작했던 민족이다. 아직도 그들의 신사에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전쟁의 영웅들까지 안치되어 수많은 일본인들이 참배를 하고 있다. 독도를 , 이어도를, 북방 4개 섬을 자신의 영토로 만들기 위해 중국과는 전쟁도 불사할 정도로 안감힘을 쓰고 있는 나라다. 한국 전쟁을 통해 잿더미 일본이 다시 일어섰고 경제발전을 이루자 엔화가치가 치솟았고 70년대는 돈많은 일본인들의 한국으로 몰려들어 기생관광이 유행하였다. 당시 부산에 유명한 완월동 창녀촌에는 일본인 현지처들이 즐비하였고, 서울의 일부 고급 아파트나 빌라촌에는 일본인 현지처들이 그들의 돈으로 호의호식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 그들에게 몸을 팔고 매춘으로 그들의 성노리개가 되어 힘든 인생을 보냈던 한국 아줌마들도 많았다.
이제 그들의 땅은 초유의 대지진과 쓰나미.핵공포로 일본 열도는 통곡이 넘쳐나고 있다. 물지옥이여 불지옥이요 방사능 지옥으로 변했다. 그동안 경제부국과 오랜 교육으로 교화되고 선진화되어 재난을 만나서도 침착했던 그들이 계속되는 어려움에 이제 떼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눈빛이 변하여 사재기와 일본 열도 탈출 러시가 이제 시작되고 있다. 사망자와 실종자가 수 만이 될지 수십 만이 될지 아직은 알수가 없다. 현해탄 바다위에서 수많은 영혼들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그런 일본을 지금 우리는 어떤 심정으로 바라보아야 하는가? 우리가 결혼할 때 혈통을 따지는 것은 후손들의 인간성를 걱정해서이다. 혈통이 무서운 것은 DNA에 내재된 습속을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두얼굴의 일본
1923년, 바로 88년전 초유의 강력한 지진이 일본을 강타했다. 리히터 7.9의 강진은 건물들을 불태우며 아비규환의 참극을 초래했다. 9만9,300여명이 사망했고 4만3,500여명이 행방불명됐다. 가옥도 25만여채나 파괴됐다. 일본 역사상 가장 많은 희생자를 냈던 ‘관동 대지진’이다.
여기까지는 이번 일본 동북지역을 초토화한 3ㆍ11 지진사태와 별반 차이가 없다. 자연이 만든 비극 앞에 일본인들은 통곡했고 정부와 국민들이 구조와 구호활동에 나선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하지만 관동 대지진 직후의 양상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이번 대지진 앞에서 보여준 일본인들의 극기와 질서의식에 대한 찬사와 존경이 넘쳐났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자는 ‘메이와쿠 가케루나’ 정신으로 사경을 헤매다 구조돼도 “미안하다”고 말하는 생존자들, 주먹밥 하나를 서로 양보하는 이재민들, 불안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도 줄을 서며 질서를 유지하는 일본 시민들. 이들의 모습은 한국인은 물론 세계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88년 전 그들은 정말 달랐다. “조선인들이 폭도로 돌변해 우물에 독을 풀고 일본인을 습격하고 있다”는 유언비어가 횡행했다. 정부의 방조하에 자경단은 불심검문을 하며 죽창이나 몽둥이ㆍ일본도로 조선인이나 중국인을 가차없이 죽였다. 일주일 사이 조선인은 6,400여명(일본정부 공식발표)이나 학살당했다.
새삼 88년 전인 1923년에 일어난 관동 대지진 얘기를 끄집어낸 것은 사람은 원래부터 무조건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다는 생각이 스쳐서다. 두 지진 이후 일본인 행태의 차이점을 분석하는 것은 사회학자 등의 몫이다. 88년의 시차에 군국주의와 민주주의, 정부의 정보독점과 IT 혁명에 따른 정보민주화 등등.
만약 대지진이 한반도를 엄습한다면 한국인들은 어떤 행동양식을 보일까. 정부가 교묘하게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계속 부추기고 종교 지도자라는 자가 기독교를 믿지 않아 지진이 났다며 “하나님의 경고” 운운하는 갈등유발 발언을 반복한다면 우리는 어쩌면 88년 전의 광기 어린 일본인에게 더 가까워질지 모른다. 일본통인 이우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이 일본 시민의 질서의식에 대해 “민족성보다는 교육의 성과”라고 분석한 것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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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상 최악인 규모 9.0 강진이 발생한지 닷새째인 지난 15일 오전 미야기현 센다이시 미야기노구 가모지구 인근에 급파된 한국 중앙119 구조대원들이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photoguy@) |
재난의 지속과 인간성의 변화
큰 재난을 당하면 대부분의 인간들은 초기에는 어느 정도 냉정을 유지한다. 남을 우선 배려하는 등 훈훈한 미담도 많이 들려온다. 하지만 재난이 길어지면 상황은 급변한다. 인간의 이기심이 이성을 마침내 압도하기 시작한다. 지난 11일 일본에서 리히터규모 9.0의 강진이 발생한 뒤에도 마찬가지다. 사재기·매점매석·새치기도 없었고, 남을 먼저 배려해 세계의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지진 발생 나흘을 넘기며 상황이 변하고 있다.
산케이신문 인터넷판 기사는 재난 현장의 스산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신문은 14일 피해가 큰 이와테현의 한 대피소 모습을 전하며 “식량부족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50대 여성은 ‘먹을 것을 손에 넣으면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몰래 조리하는 등 분위기가 나빠지고 있다’고 말한다. 식량부족을 이유로 뒤늦게 들어온 피난민을 내쫓자고 선동하는 피난민도 나오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사재기와 매점매석 역시 확산되고 있다. 도쿄에서는 공포에 질린 주민들이 여진 등에 대비해 생필품을 사재기하고 상인들이 물건을 내놓지 않아 텅 빈 상품진열대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주유소에서는 휘발유를 가득 채워 달라고 보채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수도권 지역에서 사재기·매점매석이 확산되자 정부가 나섰다고 한다. 소비자청은 과도한 사재기·매점매석에 대한 조사와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공포 확산 악순환을 막기 위한 비상 조치다.
지진현장을 무대로 설치는 절도나 사기범죄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도쿄 하치오지시에 사는 70세 노인에게 아들이라고 속인 남자가 ‘급한 일이 있으니 계좌로 돈을 넣어달라.’는 후리코메(계좌이체) 사기를 시도하려다 탄로나자 전화를 끊었다. 경찰은 노인의 신고를 받고 “앞으로 비슷한 수법의 범죄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이상하면 즉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최근 노인 상대 후리코메 사기가 횡행하고 있다.
유언비어도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슈퍼 문’(Super Moon) 괴담. 오는 19일 달과 지구의 거리가 19년 만에 가장 가까워져 보름달 중에서도 가장 큰 슈퍼 문이 뜨는데 보다 더 강력한 대지진을 불러온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지진과 슈퍼 문과의 상관관계를 강력히 부인하지만 민심은 뒤숭숭하기만 하다. 미증유의 재난을 당하고도 미담을 쏟아내던 일본인들. 일본인들의 냉정을 끝까지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아니면 사재기·매점매석 등 혼란은 일시적인 것으로 끝날까.
간 총리 묵념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17일 중의원 본회의에 참석해 지진·쓰나미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도쿄 AP=연합뉴스]
눈빛이 변하는 일본인
세계 3위의 경제대국 일본이 추락이냐, 반전이냐 하는 기로에 서 있음을 이곳 도쿄에 와서 지켜보고 있다. 3·11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피해는 열도에 궤멸적인 타격을 가했다. 대지진 여파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방사능이 잇달아 누출, 수도 도쿄까지 위협하며 마스크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방사능 공포까지 덮쳐 왔다. 억제된 불안과 공포의 눈빛들을 보게 된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 등은 대지진·방사능 유출을 2차대전 이후 가장 큰 국난이라고 탄식하고 있지만 대재앙을 헤쳐 나갈 지도력을 의심받고 있다. 거대 지진에 방사능 유출 공포까지 겹치자 정치권 전체가 통제력을 잃고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아사히·요미우리 신문 등 현지 언론들은 탄식한다.
문제는 일본이 변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추락할 수 있는 전환점에 서 있다는 데 있다. 1868년 메이지유신을 단행한 일본은 근대화를 추진, 늦었지만 당당하게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메이지유신 주역들은 한반도 등 식민지를 개척했고, 태평양전쟁을 도발해 결국 패전국이 된다. 그러나 일본 사회 주류는 변하지 않았다. 승전국 미국이 공산권 견제 전략에 따라 이들에게 의지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1960년대 경제 부흥을 이끌었고, 1980년대에는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의 경제를 일궈 냈지만 흥청망청은 오래가지 못했다.
풍선이 터지는 것처럼 1990년 이후 일본 경제의 거품은 꺼졌다. 잃어버린 10년의 시작이다.
아베 신조, 후쿠다 야스오, 아소 다로 등 자민당 총재들이 단명 총리로 마감했다. 마침내 2009년 9월에는 54년 만에 자민당 정권이 무너지고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의 민주당이 집권했다. 하지만 하토야마도 11개월로 단명하고, 뒤이은 간 정권도 취임 9개월인데 지지율 10%대에서 헤매고 있다.
이 상황에서 재앙이 몰아치며 정치권이 허둥대자 일본 국민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믿음을 접었다. 대참사에 갈팡질팡하자 일본인들은 '우리'보다 '나'를 찾기 시작했음을 실감한다. 나부터 살기 위해 컵라면, 생수, 응급약품을 사들이며 상품이 순식간에 동나고 있다. 일본 역사에서 일찍이 보지 못했던 기이한 현상이다.
도쿄 도심 여기저기 편의점 생필품 진열대는 놀랍게 텅 비어 있어 을씨년스럽다. 전염병처럼 확산되고 있다. 은근하고 조심스럽던 사재기를 눈치 볼 것 없이 하고 있다. 매점매석도 성행한다. 불신받는 정부가 자제를 부탁해도 안 통한다. 내재된 야만성이 분출하는 기세다. 도쿄 주변과 도호쿠 지방에서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강력한 여진은 공포심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일본이 다시 혼란에 빠져 새로운 주도 세력을 만들어 낼지, 아니면 지진과 방사능 공포를 잘 수습해 점진적인 개혁을 이뤄 낼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일 관계도 변곡점을 맞고 있음을 확인한다. 따라서 단순하게 현재 진행 중인 지진·방사능 유출 사태만을 보면 안 된다. 일본 정치권, 사회 전체의 거대한 소용돌이를 주시해야 한다. 도쿄에서 지인들을 만나며, 출퇴근길 시민들의 표정에서, 언론을 통해 변화의 에너지가 임계점임을 감지한다.
수년 전과는 완연하게 달라진 일본, 일본 사람이 왠지 낯설다. 전환시대 일본이 140년 만에 격동에 휩싸이면 한·일 관계도 영향받는다. 대재앙 이후 일본의 변화를 전혀 새로운 차원에서 지켜봐야 한다. 일본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응하는 외교 전략을 기대한다. 수면 위보다 물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본의 근본적인, 거대한 변화의 에너지를 추적하자.
내진설계, 우리는 안전한가?
이번 일본의 대지진 피해를 지켜보며 우리나라의 지진 대비 실태를 돌아보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진에 대비한 유일한 대안인 내진설계는 1988년에 처음 도입됐고 1995년과 2005년에 대상이 확대되어 3층 이상, 총면적 1,000㎡ 이상인 건축물에 대해서는 내진설계를 적용하도록 기준이 정해져 있다.
내진설계가 의무화된 건축물 중 내진설계가 적용된 건축물은 16.8%이며 특히 학교시설은 13.2%에 불과하다는 소방방재청의 발표가 있었고 건축법 개정 이전의 노후 건축물과 건축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저층 건물은 설계 기준이 미흡하거나 제대로 된 내진설계가 되지 않아 지진에 대해 거의 무방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하물며 전국의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와 상황실 중 내진설계가 적용된 곳은 27%에 불과하다고 한다.
내진설계란 지진의 진동에 견딜 수 있도록 건축물을 강화하는 것이므로 현실적으로 내진설계를 적용하였을 경우 시공비가 상당히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의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로부터 얻은 값진 교훈은 재해예방에 투자하였을 경우 천문학적으로 발생하는 재해복구비의 감소는 물론 우리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주는 방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1995년 고베 대지진 이후 건물을 새로 지을 때 층수와 상관없이 내진설계를 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대비를 한 덕분에 이번에 사상 최악의 지진과 쓰나미를 겪었지만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와 2010년 아이티 지진보다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었다.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도 예측이 어려운 실정이긴 하지만 철저한 준비성 덕분에 최악의 사태를 면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극한 재난 상황에서도 볼 수 있는 일본인들의 침착성과 질서는 그들의 국민성이라기보다는 재해에 대비해 잘 준비된 시스템과 개인적으로 훈련된 재난 대비 행동요령 등의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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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우리들이다.
그들의 불행을 바라보면서 다행히 그런 재난 사태에서 다소 떨어져 피해가 없는 우리 한반도가 그래도 다행이라고 자위하고 있을 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들의 현실은 그들과 다르지 않다. 북에는 호시탐탐 공갈과 협박으로 핵무기를 내세우며 한국을 위협하고 있는 김정일 세습정권이 버티고 있으며 언제 수도 서울을 불다바로 만들지 모르는 불안감에 지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냉대로 리비아 반정부군이 연일 밀리면서 벵가지가 정부군에게 탈취될 위기가 다가오고 있으며 혁명의 실패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이에 따라 주변 독재정권의 권력자들이 반정부군을 섬멸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는 사실은 김정일에게도 더 큰 힘을 보태는 사태를 야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우리가 일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우리의 각종 재난 대비책과 원전 안전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해안지대와 원전 주변 일대의 땅값이 하락할 것이며 안전성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가 증가할 것이고 일부 주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도 증가할 것이다. 경제력 침체에 따른 경기 하락으로 불안감이 증폭되고 기업들이 도산하며 실업자가 양산될 것이다.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민영화 방침이 철회될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지구멸망이라는 불안감이 증폭될 것이며 혼란한 틈을 이용하여 사이비 종교집단들이 혹세무민하는 사태가 증가할 것이다.
일본의 혼란은 우리 경제에도 막대한 타격을 줄 것이며 세계 경제에도 심각한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제조원가 상승으로 물가가 치솟고 생산력이 동반하락할 것이다. 제조기업들이 원자재 수급에 막대한 차질이 예상되고 수출입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며 일본 관련 업체들이 줄도산 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틈을 이용하여 주변국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배타적인 정책을 강화할 것이며 국가 이기주의가 증가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정치.경제.사회적인 풍랑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내지 못하면 일본에 버금가는 초유의 혼란을 당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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